LOGIN자정이 다 되어서야 앤서니가 갱단 친구들, 그리고 바스티안과 함께 시술소로 돌아왔다. 벨은 오빠의 품으로 달려들어 부모님 걱정에 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두 분 다 무사하셔. 바스티안이 널 찾아 데려와 줘서 정말 다행이야. 시청 일이 그렇게까지 통제 불능으로 치닫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앤서니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안심시켰다.
"누가 그런 짓을 벌인 거야?" 벨이 물었다. "시위대. 하지만 왜 그게 폭동으로까지 번졌는지는 이해가 안 가."
벨은 아수라장이 시작되기 전 자신이 목격했던 광경을 떠올렸다. 정전이 일어나고 물건들이 날아들기 직전, 낯선 인영들이 시청 뒤편으로 은밀히 스며들었다. 그건 우발적인 일이 아니었다. 철저히 계획된 일이었다.
"집에 데려다줄게. 옷 좀 갈아입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앤서니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벨은 바스티안 쪽으로는 민망해서 눈길조차 주지 못한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바스티안은 마치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했다.
"손 다쳤어, 벨?" 닉이 물었다. "응, 근데 바스티안이 이미 치료해줬어." 카일이 놀려대자, 바스티안은 차가운 눈짓을 던지고는 테이블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내 그의 주위로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벨의 시선이 의도치 않게 그에게로 향했다. 바스티안의 입술이 담배를 머금는 모습을 보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저 입술이, 저 거친 손길이 불과 얼마 전에 자신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었다.
벨은 숨을 들이키며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앤서니한테 전해줘." 그녀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벨은 담배 안 피우잖아!" 하고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트럭을 향해 걸어가며 벨은 바스티안의 손길에 대한 기억을 떨쳐낼 수 없어 공포에 질려 중얼거렸다. "안 돼, 절대 안 돼."
그때 따뜻한 무언가가 어깨 위에 툭 떨어졌다—재킷이었다. 희망으로 숨이 멈칫해 뒤를 돌아보았지만 바스티안이 아닌 운전석으로 향하는 앤서니였다. "타, 벨." 그녀는 마지막으로 시술소 쪽을 바라보았지만 바스티안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시내는 여전히 통제 중이었다. "왜 저런 짓을 하는 걸까?" 벨이 중얼거리자 앤서니가 씁쓸하게 말했다. "시에서 말을 안 들으니까. 쇼핑몰 프로젝트는 부결됐는데도 강제로 밀어붙이잖아." 아버지가 시의원이기에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오빠의 목소리엔 분노가 묻어났다.
집에 도착하자 부모님이 눈물로 벨을 반겼다. "바스티안이 날 구해줬어요." 벨이 강조하자 아버지는 퉁명스럽게 뱉었다. "그래도 쓸모가 아주 없진 않구나."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벨의 가슴은 죄책감으로 욱신거렸다. 부모님이 자신을 찾는 동안 바스티안과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과 함께, 오늘 밤 자신이 비로소 여자가 되었다는 강렬한 감각이 밀려왔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졌지만 머릿속은 온통 바스티안의 목소리와 손길로 가득했다. 핸드폰이 없어진 것을 깨달은 순간, 노트북에서 새 이메일 알림이 울렸다.
"이거 네 폰 맞지? 앤서니한테 맡겨둘게."
서명을 본 순간 벨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바스티안.
르네는 철창 앞에 서서 길고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시선은 침대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바스티안에게 향했다. 그는 르네가 찾아온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르네는 아랫입술을 깨물다가 조심스럽게 헛기침을 했다.바스티안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르네?”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철창 앞으로 다가왔다.이상하게도 그는 르네를 안으려고 손을 뻗지도 않았고, 그리워하는 기색조차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르네는 즉시 그가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녀의 눈이 그의 눈동자에서 사랑의 흔적이라도 찾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실망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괜찮아?”르네가 자신의 감정을 애써 밀어내며 물었다.“적어도 비 맞으면서 밖에 세워두진 않았네.”르네가 숨을 내쉬었다.“제발, 바스티안. 네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 네가 한 일 때문에 몇 년 동안 감옥에 갈 수도 있어.”바스티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각오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무슨 일이 닥치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마치 자신에게 몰아닥칠 폭풍이 전혀 두렵지 않은 사람처럼.적어도 그것이 벨을 위한 일이라면 말이다.그 생각이 르네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했다.“알아.”바스티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들어봐. 내가 널 여기서 꺼내줄게.”르네는 그 말을 들으면 그의 표정이 달라지길 바랐다.마음이 누그러지기를, 아니면 적어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기대기를 바랐다.하지만 바스티안은 그저 미간을 찌푸렸다.“왜? 이미 기소 내용은 검찰에 넘어갔어, 르네.”그가 고개를 저었다.“난 받아들였어. 그리고 후회하지도 않아. 펠릭스는 그런 일을 당해도 싸.”“그럼 네 미래는?”르네가 날카롭게 물었다.“그건 생각해본 적 있어?”“내가 형을 살고 나서…… 다시 바로잡으면 돼.”르네는 눈을 감으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바스티안이 이상주의적인 건지, 순진한 건지, 아니면 그저 어리석은 건지 알 수 없었다.그는 자신들
벨은 앤서니와 다른 사람들이 그날 석방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모두 풀려나는 가운데 바스티안만 남게 될 예정이었다.이미 기소 내용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다.벨의 아버지는 바스티안을 전혀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벨이 바스티안은 그저 자신을 지키려고 했을 뿐이라고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왓슨 씨는 조금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그의 눈에 바스티안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야만적이고, 거칠며, 완전히 문명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다른 사람들이 모두 유치장에서 풀려난 뒤, 벨은 아버지가 앤서니와 다른 사람들에게 한창 잔소리를 하고 있는 틈을 타 경찰관 한 명에게 다가갔다.“실례합니다.”벨이 예의 바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바스티안을 잠깐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정말 잠깐이면 돼요.”경찰관이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서 왓슨 씨가 벨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그의 얼굴은 억눌린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어디 가려고 하는 거냐?”그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바스티안을 만나고 싶어요, 아빠. 바스티안도 앤서니 오빠의 친구잖아요! 괜찮은지 확인해야 해요.”“너……! 벨, 감히 문제 일으킬 생각 하지 마라! 너 때문에 머리가 아픈 것도 충분해!”그의 거친 말투에 앞에 서 있던 경찰관이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경찰관은 딸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왓슨 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경찰관이 헛기침을 했다.“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따님은 그저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뿐입니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왓슨 씨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잠시 말을 잃었다.결국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뻣뻣하게 끄덕였다.“내 시간 낭비하지 마라, 벨. 여기서 질질 끌 생각 하지 마. 알겠어?”그의 목소리는 날카로웠고, 논쟁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벨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입니다, 아가씨.”경찰관이 친절하게 말했다.벨은 경찰관을 따라갔다.등 뒤로 아버지의 화
“바스티안은 펠릭스와 있었던 일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어. 사실 벨을 때린 건 펠릭스의 잘못이야. 지금 나는 바스티안, 닉, 카일, 푸와 함께 있어. 우리 모두 구금된 상태야. 하지만 내일 풀려날 거야. 바스티안만 빼고. 펠릭스 가족이 이미 고소장을 접수했어.”휴대폰으로 앤서니가 보낸 긴 메시지를 읽은 르네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얼굴이 창백해졌지만 턱에는 힘이 들어갔다.벨을 지키기 위해 바스티안이 구금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답답해졌다.“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바스티안? 왜? 왜 그렇게까지 한 거야…….”르네가 눈물을 참으며 중얼거렸다.그녀는 앤서니에게 답장을 보냈다.“너희 중 아무도 바스티안을 막지 못한 거야? 대체 어떻게 일이 폭력까지 번진 거야? 세상에, 앤서니. 너희는 대체 왜 다들 그러는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앤서니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휴대폰을 오래 사용할 수 없어. 바스티안을 도와줄 수 있다면 제발 도와줘.”그렇게 르네 역시 이 엉망진창인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르네는 바스티안이 결과를 생각하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이렇게까지 무모한 거야?그 질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였다.그리고 그 관계를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던 사람은 르네였다.겉으로 보기에는 다정하고 완벽한 연인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서 르네가 느끼는 것은 공허함뿐이었다.무엇보다 그녀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바스티안이 벨을 위해 그렇게까지 격렬하게 싸웠다는 사실이었다.바스티안이 늘 그저 여동생 같은 아이일 뿐이라고 강조했던 여자.하지만 르네는 그 말을 한 번도 완전히 믿은 적이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분명히 존재하는 무언가가.르네는 방을 나와 복도를 서둘러 걸었다.그리고 아버지의 서재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버지는 평소처럼 노트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벨은 천천히 의식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게 신음하며 조금씩 눈을 떴다. 눈부신 천장 조명에 눈을 가늘게 뜨던 벨은 희미하게 자신의 곁에 누군가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벨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순간, 앤서니는 곧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벨? 괜찮아?”앤서니가 거의 목이 메는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벨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바스티안과 펠릭스의 싸움.그리고 무자비하게 얻어맞고 쓰러진 펠릭스.벨이 숨을 헐떡였다.“바스티안…….”“경찰서에 있어.”앤서니가 대답했다.벨이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다.이제 바스티안은 경찰과 얽혀 있었다.그리고 이 일이 심각한 문제로 번질 수도 있었다.펠릭스의 부모는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그들이 바스티안을 그렇게 쉽게 놓아줄 리 없었다.“바스티안을 만나야 해.”벨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몸을 일으키려 하자 방이 심하게 빙글빙글 돌았다.하지만 몸은 그녀의 의지를 따라주지 않았다.아직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몸이 약해져 있었다.“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바스티안은 괜찮을 거야.”앤서니가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게다가 바스티안에게도 그렇게 행동할 만한 이유가 있었잖아.”그 말에 벨의 죄책감은 더욱 깊어졌다.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분명했다.바로 자신이었다.벨은 펠릭스와 헤어진 뒤에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너무 순진했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악마는 결국 악마였다.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사람은 바스티안이었다.벨은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바스티안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바스티안이 곤란한 일에 휘말리는 건 싫어.”벨이 울면서 말했다.“이미 휘말렸어. 이제 피할 방법은 없어.”앤서니가 벨의 손등을 부드럽게 쓸
음악 행사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하지만 벨은 펠릭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이 불편했다. 그의 행동은 점점 예의 없게 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벨은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었다.이제 벨이 원하는 건 집에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특히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우리 이제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벨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펠릭스를 바라보며 말했다.펠릭스는 벽에 기대 지친 얼굴로 앉아 있었다.“아직 메인 밴드 공연도 안 봤잖아.”펠릭스의 목소리는 거칠었고, 입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벨은 속이 메스꺼워졌다.“난 네가 이렇게 있는 거 보기 싫어.”펠릭스가 작게 웃었다.“긴장 풀어. 난 괜찮아. 벨, 너도 조금은 마음을 놓고 이런 순간을 즐겨봐.”벨은 순간 말하고 싶었다.순간을 즐긴다고 해서 꼭 술을 마셔야 하는 건 아니라고.어차피 기억조차 흐릿해질 텐데, 대체 무엇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겠는가?하지만 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계속 술을 마시는 펠릭스에게서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앉았다.벨은 펠릭스가 어떻게 들키지도 않고 술병을 몰래 가져왔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특히 펠릭스의 친구들이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와 단둘이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불안하게 느껴졌다.그때 휴대폰에서 이브가 보낸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너 어디야? 네 엄마한테 들었어. 너 펠릭스랑 콘서트에 왔다며? 벨, 너 제정신이야? 펠릭스가 얼마나 레드 플래그인지 알잖아. 그런데 나한테 거짓말까지 해? 나 이미 앤서니한테 말했어. 지금 널 데리러 가는 중이야!”벨은 순간 죄책감을 느꼈다.일부러 가장 친한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펠릭스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벨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신 뒤 답장을 입력했다.“난 괜찮아. 집에 갈 거야.”“바보같이 굴지 마! 앤서니는 네가 어느 콘서트에 있는지도 이미 알고 있어. 한 시간 전에 출발했고 다른 애들도 같이
“벨!”누군가의 목소리에 벨의 발걸음이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펠릭스가 그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벨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회복 중인 사람이 그렇게 무리하면 안 돼. 나중에 배 아프면 어떡하려고?”벨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펠릭스가 작게 웃었다.“괜찮아. 다시 운동하는 데 익숙해져야 하잖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더니 몸이 뻣뻣해.”“정말 고집 세다.”두 사람은 보행자 도로를 따라 주차장 쪽으로 걸었다.펠릭스의 수술 후 2주가 지나면서, 그와 벨의 관계는 훨씬 좋아졌다. 두 사람은 다시 가까워졌고, 이번에는 좀 더 차분하고 편안한 관계로 새롭게 시작하고 있었다.그리고 벨은 그게 좋았다.펠릭스를 친구로 알아가는 것은 마음이 편안했다. 펠릭스 역시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하지만 이브는 달랐다.그냥 아는 사이로만 지내. 그 이상은 절대 안 돼.절친인 이브는 그렇게 경고했다.하지만 벨은 펠릭스가 내민 우정의 손길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벨, 이번 주말에 콘서트 티켓을 구했어. 나랑 같이 갈래?”펠릭스가 물었다.“무슨 콘서트?”벨이 기억하기로 그들의 마을에서 콘서트가 열리는 일은 드물었다. 기껏해야 카페나 마을 광장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 행사 정도였다.그들의 마을은 시끄러운 음악과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밴드 공연이야. 옆 도시에서.”펠릭스가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아침에 출발해서 밤에 돌아오면 돼. 당연히 숙박은 안 하고.”“너 아직 회복 중이잖아.”펠릭스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회복하고 있어. 괜찮을 거야. 나를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벨은 자신의 차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생각해볼게. 일단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해.”“너 이제 대학생이잖아. 아직도 허락을 받아야 해?”펠릭스가 말했다가 황급히 말을 고쳤다.“미안. 그런 뜻은 아니었어.”“괜찮아.”벨이 말을 끊었다.“가족마다 규칙이 있는 거잖아. 부모님이 아직도 옛날 방식을 고수하시는 건 나도 괜찮아.”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