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열일곱, 리아는 가족에게 팔려 지하 훈련소에 갇혔다. 살아남기 위해 무기를 들었고, 처음으로 믿었던 남자 강시혁에게 마음까지 내주었다. 그러나 스물둘, 그가 건넨 것은 사랑의 약속이 아니라 처형 명령서였다. 피투성이가 된 채 죽음의 문턱에서 사라진 리아. 다섯 해 뒤, 지하세계에 정체불명의 여자가 나타난다. 배신자를 하나씩 무너뜨리는 그녀 앞에 위험한 권력자 권시헌이 손을 내민다. “내 힘을 빌려. 대신 네 곁은 내가 차지하지.” 하지만 리아는 누구의 소유도 될 생각이 없다. 자신을 팔아넘긴 남자에게 돌려줄 것은 용서가 아닌 파멸. 이제 사냥당하던 소녀가 암흑세계의 왕좌를 빼앗는다. 죽었다고 믿었던 시혁은 돌아온 리아를 알아보고 집착한다. 그러나 늦었다. 그녀의 심장은 더는 그를 위해 뛰지 않는다.
view more“살려 줘, 시혁아…….”
리아의 입에서 피와 함께 흘러나온 것은 자신을 죽이라고 명령한 남자의 이름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이 거칠게 흔들렸다. 두 팔이 머리 위로 묶인 채 세 시간째 매달려 있던 그녀는 발끝으로 바닥을 짚으려 했지만, 이미 감각을 잃은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발목을 타고 흐른 피가 맨발 아래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고, 왼쪽 어깨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어긋나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지하 처형장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벽면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와 천장에서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형광등의 진동음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오래된 콘크리트 바닥에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검붉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리아는 그 얼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갔다. 교관들은 그들이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고 설명했지만, 한 번 내려온 사람이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리아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그들과 똑같은 자리에 매달려 있었다.
스물두 살.
열일곱 살에 이 지하로 팔려 온 뒤 다섯 해를 버텼다. 배고픔과 폭행, 잠을 허락받지 못하는 밤과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훈련을 견뎠다.
죽고 싶었던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때마다 리아를 붙잡아 준 사람이 있었다.
강시혁.
그가 약속했다.
반드시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더는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는 삶을 살게 해 주겠다고.
그런데 조금 전,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분명 그의 것이었다.
‘대상자 리아. 처형 승인.’
리아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목소리를 흉내 낸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강시혁을 협박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붙잡혔다는 사실을 알면 그가 반드시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그녀를 세 시간 동안 버티게 했다.
“아직도 그 남자를 기다리나?”
검은 작업복을 입은 집행반장이 처형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얇은 서류철 하나가 들려 있었다.
리아는 무겁게 늘어진 고개를 들었다.
“시혁 씨를…… 불러 주세요.”
남자는 서류철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그 사람이 널 여기로 보냈는데?”
“거짓말…….”
목이 쉬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리아는 입술을 적시려 했지만 입안에 남아 있는 것은 피의 비릿한 맛뿐이었다.
“그 사람이 그럴 리 없어요.”
집행반장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더니 서류철을 펼쳤다.
“그럼 직접 봐.”
리아의 눈앞에 종이 한 장이 들이밀어졌다.
상단에는 처형 승인이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시설 내부 기록 유출, 조직 기밀 탈취, 도주 계획 수립이라는 죄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
**밀고 및 처형 승인 책임자 — 강시혁.**
리아의 눈동자가 멈췄다.
글자가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졌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여도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서명까지 있었다.
강시혁은 이름의 마지막 획을 유난히 길게 빼는 버릇이 있었다. 그가 처음 리아라는 이름을 종이에 적어 주었을 때도 그랬다.
그녀는 그 종이를 오래 간직했다.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던 열일곱 살의 소녀에게,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글씨가 자신의 죽음을 허락하고 있었다.
“아니야…….”
리아는 서류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잘못된 거예요.”
집행반장은 대답 대신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리아가 지난 몇 달 동안 움직였던 날짜와 장소가 적혀 있었다. 그녀가 접근한 기록실, 사라진 훈련생들의 명단을 확인했던 밤, 폐쇄된 보관실에서 발견한 서류의 종류까지 빠짐없이 정리되어 있었다.
리아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 기록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강시혁.
그녀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그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혁을 보호하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의 이름을 철저하게 숨겼다.
체포되던 순간에도 그랬다.
경비원들이 방으로 들이닥쳐 그녀의 손목을 꺾고 바닥에 짓눌렀을 때, 리아는 끝까지 강시혁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이미 그녀를 팔아넘긴 뒤였다.
“이제 알겠어?”
집행반장이 서류를 접으며 말했다.
“네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뭘 숨겼는지 전부 그 사람이 넘겼어. 네가 믿었던 그 남자가.”
손목의 상처에서도 다시 피가 배어 나왔고, 처형장에서 당한 폭행 때문에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담장 너머에는 평범한 도로가 있었다.가로등 아래로 차량이 지나갔고, 멀리서는 개가 짖는 소리도 들렸다. 훈련소 안에서는 모든 소리가 명령이나 처벌로 이어졌지만, 저곳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밤길을 지나고 있었다.리아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열일곱 살에 훈련소로 끌려온 뒤 다섯 해가 지났다. 그동안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명령받은 일을 수행하고, 살아남기 위해 훈련을 견디는 삶뿐이었다.강시혁은 언젠가 자신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와 함께라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가 준비한 것은 자유가 아니라 처형 명령서였다.리아는 옷 안쪽을 더듬었다.접힌 종이가 손끝에 닿았다.관리실에서 가져온 처형 명령서 사본이었다. 강시혁의 서명이 남아 있는 유일한 증거이기도 했다.그녀는 종이를 꺼내지 않고 옷 안쪽으로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지금은 그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잃어버리지 않는 일이 중요했다.그때 도로 쪽에서 승합차 두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리아는 반사적으로 담장 뒤에 몸을 숨겼다.차량에는 조직의 표식이 없었지만, 창문을 조금 내린 채 도로 양쪽을 살피는 남자들의 모습은 익숙했다. 훈련소 경비원들이 외부 수색에 나설 때와 다르지 않았다.첫 번째 차량이 지나간 뒤 두 번째 차량이 멈췄다.리아는 벽에 등을 붙이고 숨을 낮췄다. 창문 너머에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외곽 도로까지 확인 중입니다. 아직 대상자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남자는 잠시 상대의 말을 듣더니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예. 살아 있는 상태로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시신 회수 보고는 그대로 유지하라는 지시도 전달받았습니다.”리아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살아 있는 자신을 찾으면서 시신 회수 보고를 유지한다는 말이었다. 그
“죽은 사람이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게 해 주죠.”리아의 말이 끝났지만 검은 차량에서 내린 남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고, 그사이 적치장 위로 불어온 찬바람이 바닥에 흩어진 비닐 조각들을 녹슨 철제 통 사이로 밀어 넣었다.리아는 남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철제 통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무릎에 체중이 실리자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지만, 자신이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낯선 사람에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남자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살폈다.낡은 점퍼를 걸친 그는 조직의 경비원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던 사람도 아니었다. 강시혁의 처형 명령을 알고 있었고, 조직 내부의 사망 처리 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무엇보다 리아가 숨어 있는 장소를 정확히 찾아왔다.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계할 이유가 있었다.“강시혁에게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당신이 그 사람의 부하라면 헛걸음한 거예요.”리아가 낮게 말하자 남자의 시선이 그녀의 다리로 내려갔다. 찢어진 바짓단 아래로 피가 흘러 신발 안쪽까지 번지고 있었고, 손목에도 쇠고리에 쓸린 상처가 선명했다.그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도,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지도 않았다. 대신 차량 쪽으로 고개를 돌려 멀리서 다가오는 불빛을 확인했다.“저 상태로는 오래 못 가겠군.”리아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남자는 그녀의 앞을 막는 대신 적치장 끝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통로를 턱짓으로 가리켰다.“저쪽으로 가면 외곽 도로가 나와. 다만 검문이 시작됐을 거야.”그녀는 그가 가리킨 방향을 확인하면서도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낯선 사람이 내미는 친절을 믿었다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강시혁도 처음에는 그랬다.다른 훈련생들이 그녀를 외면할 때 물을 가져다주었고, 벌을 받은 날이면 상처를 살펴 주었다. 그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 리아는 그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믿었
“전 구역 수색. 집행 대상자 이탈 확인.”리아의 얼굴이 굳었다.그들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었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무릎이 꺾이면서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멀리서 차량의 전조등이 움직였다.리아는 철제 통 뒤로 몸을 숨겼다.빛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숨을 최대한 낮췄다.차량은 적치장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그제야 리아는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안도할 시간은 없었다.그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담장 너머에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돈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었다.지금 자신에게 남은 것은 찢어진 옷과 다친 몸, 그리고 강시혁의 서명이 찍힌 종이 한 장뿐이었다.리아는 그것을 손바닥으로 눌렀다.이것만은 지켜야 했다.자신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과 강시혁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그녀는 철제 통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다리에 통증이 몰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내디뎠다.그때 적치장 입구에서 다시 차량의 불빛이 비쳤다.리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다.검은 차량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차량은 그녀가 숨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 멈췄다.잠시 뒤 운전석 문이 열렸다.누군가 차에서 내렸다.리아는 숨을 멈췄다.남자는 서두르지 않았다.마치 이곳에 누가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천천히 걸어왔다.그녀는 철제 통 뒤로 몸을 더욱 낮췄다.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그리고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와.”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네가 살아 있다는 건 알고 있어.”그녀의 심장이 내려앉았다.남자는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대신 어둠 속에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강시혁이 널 찾고 있다.”리아의 손이 옷 안쪽으로 움직였다.서명이 남은 종이가 손끝에 닿았다.그녀는 그것을 움켜쥐었다.남자는
리아는 숨을 멈췄다.그들의 발소리가 관리실 안쪽으로 들어왔다.남자 하나가 책상 위를 살폈다.“도면은 그대로네.”다른 남자가 욕설을 내뱉었다.“이 구역은 오래돼서 출입 기록도 제대로 안 남아. 빨리 찾아.”리아는 책상 아래에서 손가락을 움켜쥐었다.남자의 구두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그가 몸을 숙이려는 순간, 복도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서쪽 출입문 열렸다! 전원 이동해!”두 남자가 동시에 돌아보았다.“대상자 발견했어?”“아직! 하지만 바깥으로 나간 흔적이 있어!”경비원들은 곧바로 관리실을 빠져나갔다.리아는 그들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들이 서쪽 출입문으로 몰려갔다면, 자신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다.리아는 벽면의 도면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관리실을 나섰다.***폐기물 반출 구역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생각보다 길었다.리아는 벽을 짚고 걸었다.오른쪽 무릎에서 피가 흘렀고, 발을 디딜 때마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손목의 상처도 심해져 손바닥까지 피가 묻어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도면에서 확인한 마지막 철문이 보였을 때, 리아는 거의 쓰러질 뻔했다.문에는 오래된 잠금 장치가 달려 있었다.그녀는 손잡이를 잡아당겼다.움직이지 않았다.다시 힘을 주었지만 결과는 같았다.리아는 문에 이마를 기댔다.여기까지 왔는데.겨우 처형장에서 벗어났는데.다시 붙잡힐 수는 없었다.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리아는 몸을 굳혔다.누군가 문 앞에 멈춰 섰다.잠시 뒤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천천히 열렸다.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문밖에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피 묻은 리아의 얼굴과 손목을 보더니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너…… 누구야?”리아는 대답하지 못했다.남자는 통로 안쪽을 살폈다.멀리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그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안에서 도망친 거야?”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곧바로 문을 닫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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