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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난 결혼 상대가 필요해요

심지안은 환각이라도 들었나 싶어 다시 한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심지안은 결심이 선 듯 눈을 반짝이며 결연히 말했다.

“서로 숨기지 않는 게 좋겠네요. 전 성 불감증이에요.”

오늘 목격했던 그 광경을 생각하니 그쪽으론 트라우마까지 생겨버린 심지안이었다.

남자가 조금 놀란 듯 눈빛이 흔들렸다. 이어 그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심지안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히 그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이어 남자가 말했다.

“타요.”

차에 앉은 심지안은 흥분감을 애써 누르며 진유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유진아, 날 기다릴 필요 없어. 나 강우석의 삼촌이랑 부모님을 뵈러 가는 중이야!」

「??? 역시 넌 대단해. 속도가 빠르다 못해 로켓도 따라잡겠는걸?」

병원 VIP 병실.

성수광이 침대에 누워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흥분이 가득 섞인 얼굴로 심지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다.

“이 아가씨는...”

남자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지안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님, 전 손자분의 여자친구예요. 오늘 너무 급하게 오느라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어요.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성수광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저놈의 여자친구라고요? 난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사실 저희 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요. 또한 제가 일 때문에 출장도 몇 번 다녀와야 했던 탓에 뵙고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어요.”

심지안의 예의 있고 애교 섞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조금 전 함께 밖에서 밥을 먹다가 할아버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는 걸 알았어요. 너무 늦게 찾아와 죄송해요.”

깔끔하게 뻗은 눈썹, 별이라도 박아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백옥같이 하얗고 투명한 피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단번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모, 그리고 고급스러운 트렌치코트 아래로 드러난 가늘고 매끈한 발목까지, 한눈에 봐도 귀한 집 아가씨 그 자체였다.

“좋아요. 저놈이 드디어 철이 들었군요.”

성수광은 만족스러움에 좀처럼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심장병이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성수광은 급기야 그녀에게 야식까지 먹고 가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나니 시간은 이미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주소.”

심지안은 집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심연아는 이미 그녀가 귀국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그녀에게 한 번도 연락을 주시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어디로 가겠는가.

그녀의 눈에 처량함이 스쳐 지나갔다. 이어 힘없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성 별장이요. 감사합니다.”

심지안의 슬픔을 느낀 남자의 눈동자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늦은 밤이라 도로 위에 차가 별로 없어 생각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남자가 금테로 감싸져 있는 검은색 명함을 심지안에게 내밀었다.

“난 결혼 상대가 필요해요. 감정을 섞는 것 외, 마음대로 조건을 제시해요.”

심지안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마치 사업상 파트너를 대하듯 냉정하고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몇 초간 망설이다가 명함을 받았다.

“저한테 생각할 시간 좀 주시겠어요?”

“당연히 그래야죠.”

남자가 곧바로 승낙했다.

“하지만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는 대답해줘요. 오후엔 여유 시간이 한 시간 정도가 있는데 괜찮다면 그때 바로 혼인신고를 하러 가고 싶어서요.”

심지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자와 작별인사를 했다. 그의 차가 시야 속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명함을 가방에 넣고는 별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실엔 심전웅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심지안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아빠, 저 기다리신 거예요?”

심전웅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애써 차오르는 노기를 억누르며 명령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올라가서 네 언니한테 사과해.”

심지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시는 거죠?”

“모를 게 뭐가 있어. 우석이와 네 언니는 이미 결혼까지 약속했는데 네가 중간에 끼어 들어가서 뭘 하겠다는 거야!”

“끼어들었다고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으며 말했다.

“설마 우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말이 아직 채 끝나지 않았을 때 그녀의 눈에 2층에서 내려오고 있는 심연아와 은옥매 모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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