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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타락

ผู้เขียน: 강캔디
아름다운 별장 앞. 권하윤은 그 자리에서 맴돌며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때 마침 안으로 들어가고 있던 민도준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희미한 등불이 그의 어개에 흘러내리는 순간 그가 마치 어둠 속 유일한 따스함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무서워?”

여기까지 오는 사이 권하윤은 이미 말짱한 정신으로 돌아왔고 방금 전 목까지 뚫고 올라왔던 충동이 이미 사라졌다.

권씨 가문에서는 그녀가 민승현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고리타분한 조선시대 마인드 때문인지 남편이 다른 여자를 데려와도 웃으며 맞이해야 한다나 뭐라나.

게다가 민씨 가문, 권씨 가문 외에도 그녀에게 채워진 수많은 족쇄를 생각하니 권하윤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오늘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만하죠.”

어렵사리 꺼낸 말에 민도준은 나지막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권하윤의 귀를 뚫고 들어와 가슴을 쿡쿡 찔렀다.

거절하는 말을 듣고도 민도준은 바로 떠나지 않고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곧바로 빨간 담뱃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다들 권씨 집안 여자들이 천성적으로 남자 뒷바라지를 잘한다던데 정말 그런가 보네.”

담배를 문 입이 천천히 호를 그렸다. 마치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느긋한 태도다.

“설마 민승현 그 자식이 당신 앞에서 다른 여자를 안아도 콘돔을 건네줄 건가?”

제대로 자극받은 권하윤은 입을 꾹 다문 채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별장으로 향했다.

그 뒤에 있던 민도준은 씩 웃더니 담배를 버리고 뒤따랐다.

문 앞에서 자기를 보고 놀라는 경비원을 보고 뭔 말을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그때, 매캐한 담배연기와 뒤섞인 남자의 향기가 뒤에서 권하윤을 감쌌다.

“문 열어.”

민도준을 본 경비원은 아무 말도 없이 문을 열었다.

그제야 민도준의 지위가 실감이 났다. 흐릿하게나마 민승현이 경고했던 말이 떠올랐다. 민씨 가문에서 그의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이 민도준이라고 했던 말이.

‘굳이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형이 더 위험해. 우리 영감탱이는 건드리지 않으면 그나마 안전한데 형은 언제나 시한폭탄이거든.’

생각을 떨쳐내고 별장으로 들어갔을 때. 검은 집 안 유일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이 보였다. 안에서는 여자의 교성이 흘러나왔고 채 닫히지 않은 문틈 사이로 두 남녀가 몸을 뒤섞는 모습이 보였다.

의심만 하던 때와는 또 다른 충격이 권하윤의 머리를 세게 떼렸다.

“민정아, 사랑해.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오빠, 미안해. 오늘 새 언니와 합방하는 날인 거 알면서 불러내서. 그런데 나 정말 오빠 사랑해. 오빠가 딴 여자랑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사는 거 못 보겠어.”

“우리 민정이 맘 고생 심한 거 알아. 걱정 마. 네기 싫다면 권하윤더러 시험관으로 애 낳으라고 하면 돼. 걔가 애만 낳으면 누구도 우리 간섭하지 않을 거야.”

강민정은 그 말에 멈칫했다. 솔직히 두 사람은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었지만 그 비밀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나도 집중한 탓인지 끝까지 누군가 들어왔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

한편, 권하윤의 머리는 뒤죽박죽이 된 채 민도준의 차에 올라탔다. 마지막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고 머릿속에는 방금 전 들은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때 갑자기 울린 민도준의 핸드폰 진동음이 그녀를 현실로 끌어냈다.

민도준은 수신 버튼을 누르고 느긋하게 몇 마디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곁눈질로 권하윤을 살폈지만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재미없게.’

솔직히 남자친구가 바람피운 현장을 잡으러 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권하윤은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돌려 빠져나왔다.

순간 재미를 잃은 민도준은 싸늘한 태도로 권하윤을 다시 힐끗거렸다.

“날 기사로 착각하나 본데 이제 좀 내려가지?”

민도준이 괴팍한 성격을 지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걸 권하윤도 오늘 직접 체험해 본 거다.

하지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 모습에 민도준의 눈은 가늘게 접혔다. 이건 폭풍전야 같은 징조였다.

남자가 입을 열고 뭔가를 내뱉으려고 하던 그때, 권하윤의 향동에 바로 제지당했다.

가늘고 하얀 손이 민도준의 멱살을 확 잡아끌었고 흐트러진 여자의 숨결이 그의 입술에 포개졌다.

민도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몇 초 정지되어 있다가 결국 권하윤을 밀쳐냈다.

상대의 힘에 의해 밀려난 권하윤은 차 문에 쾅 부딪히고는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자신의 흐트러진 옷깃을 슥 내려보더니 민도준은 입을 열었다.

“나를 이용해서 민승현한테 복수라도 하고 싶은 건가? 뭐, 그쪽이랑 자는 거 못할 것도 없지. 그런데 나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말이야.”

남자의 말에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 정적을 깬 것은 권하윤이었다.

“저 권씨 가문 사람이에요. 우리 가문 여자들은 남편 외의 사람과 관계를 가지면 안 되거든요.”

결혼하기 전 남자의 손을 타지 못할뿐더러 가족 외의 다른 남자와 접촉하는 걸 막기 위해 여고, 여대까지 나와야 했다.

21세기에 그게 웬 말이냐 하겠지만 권씨 가문은 여전히 구시대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

심지어 권씨 집안 여자들은 남자를 어떻게 만족시키는지에 관한 특별한 교육도 받아야 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말 다 했지.

권하윤의 그 말은 마침 민도준의 흥미를 깨웠다.

룰은 파괴하라고 있는 법이라고 늘 말하는 민도준이었기에 점잖은 사람이 복수심과 야망 때문에 본색을 드러내는 걸 보는 게 몹시 기대됐다.

‘이 여자 꽤 재밌네.’

마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처럼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가 한참 생각에 빠져 있을 그때, 권하윤이 놀라운 한 마디를 던졌다.

“아까 끝까지 하지 못했잖아요. 저 처음인데, 그래도 관심 없어요?”

“…….”

그때, 갑자기 밖에서 우레가 울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후둑후둑 내리는 빗물이 차창을 두드쳤다.

어느새 핸들 쪽으로 끌려온 권하윤의 줄무늬 셔츠가 위로 당겨지면서 구겨졌다.

벨트를 푸는 소리에 놀란 권하윤은 남자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여, 여기서 말고…….”

하지만 민도준의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귓가에 숨결이 닿았다.

“그쪽한테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해?”

남자는 곧바로 여자를 덮쳐왔다.

억수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여자의 교성을 뒤덮었고 후둑후둑 떨어지는 비가 차창을 두드리고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흔들림이 없기로 유명한 부가티 자동차도 폭풍우에 움직이는 나무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차 안은 차갑고 습한 밖과 다르게 후끈 달아올랐고 밀폐된 공간 속 두 사람의 숨결이 마구 뒤섞였다.

민도준은 고통스러워하는 권하윤의 표정을 만족스러운 듯 감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위태로울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도 일그러져 그나마 생기를 띄었고 산소를 원하는 듯 뻐끔거리는 입술도 더욱 야릇했다.

솔직히 권하윤의 얼굴은 완벽한 황금비율을 자랑할 정도로 예쁘고 눈에 띄었다. 특히 도톰한 입술은 남자의 잠자는 욕망을 깨울 정도로 탐스러웠다.

하지만 여성미라고 찾아볼 수 없는 무덤덤한 표정과 애교 없는 목소리 조용한 성격 때문에 그저 투명한 물처럼 밋밋하게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그 투명하던 물이 자기 손에 의해 더럽혀지고 혼탁해지는 걸 보는 건 여간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자를 정복했다는 만족감에 민도준의 동작은 더욱 거칠어졌다.

처음이라는 걸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성욕만 채우는 행위가 겨우 끝났을 때 권하윤은 축 늘어졌다. 마치 죽다 살아난 느낌이었다.

그녀는 의자 뒤에 기대어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옆에 앉은 민도준은 넥타이를 정리하며 또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상하다고 해야 할지 배려심이 있다고 해야 할지 이번에 그는 권하윤을 바로 좇아내지 않았다.

하지만 담배연기와 차 안의 냄새가 한데 섞여 권하윤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녀는 곧바로 차창을 내렸다. 순간 차갑고 습한 공기가 차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권하윤은 추위에 떨면서도 손을 내밀어 빗물을 손에 받았다. 그리고 그제야 손목에 나있는 빨간 자국을 발견했다.

“띠링-”

그때, 권하윤의 핸드폰이 울렸다. 하지만 액정에서 반짝거리는 이름을 보는 순간 머리가 찌근거렸다.

‘민승현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설마…….’

수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전화 건너편에서 잔뜩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어디야? 지금 누구랑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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