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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Penulis: 강캔디

제1화 잘못된 입맞춤

어두운 거실, 일렁거리는 캔들 불빛이 한데 뒤섞여 있는 남녀를 희미하게 비추고 캔들의 아로마 향과 남녀의 밤꽃 냄새가 한데 섞여 야릇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남자의 큰 덩치에 가려진 여자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웠고 남자가 몸을 파고들 때 잇새로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던 그때, 남자는 순간 멈칫했다.

“처음이야?”

그리고 그 나지막한 한 마디는 권하윤을 아픔 속에서 끄집어냈다. 하지만 곧이어 무한한 두려움이 아픔을 대신했다. 익숙한 듯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를 끝없는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자기를 범하고 있는 남자가 약혼한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의 형이었다. 사람들마다 기피하며 두려워하는 존재, 민도준.

거대한 공포가 그녀를 순간 잠식했다. 몸이 굳어진 채 알코올에 마비된 머리로 이 일의 시작을 더듬어봤다.

아침에 분명 민승현과 약혼식을 올리고 지금쯤 첫날밤을 맞이해야 했는데…….

분위기를 잡고 있던 그때, 민승현이 사촌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나가버렸다.

심지어 그를 붙잡으려는 그녀에게 그렇게 굶주렸냐며 모욕을 하고 말이다.

혼자 남은 방에서 와인 한 병을 때려 마시고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민승현이 다시 돌아온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가기 전과는 달리 유독 끈질기고 집요했다. 바로 소파에서 그녀를 밀쳐 눕히더니 이 행위가 시작됐다.

또렷한 기억이 권하윤의 뇌를 비집고 들어왔고 점차 돌아오는 이성에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당, 당신…….”

여자를 두 팔로 가두고 있던 남자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깊은 아이홀, 날카로운 눈매, 높은 코,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얇은 입술. 누가 봐도 신의 완벽한 작품이다. 하지만 입술이 살짝 열리더니 그 사이로 약간 장난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그래? 예비 제수씨?”

호칭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피가 거꾸로 솟았다. 있는 힘껏 남자를 밀치고 맨발로 침대에서 도망치더니 남자를 가리키며 입술을 떨었다.

“당, 당신이 왜…….”

민도준은 느긋하게 일어서더니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연기 때문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그의 눈빛은 그 연기를 뚫고 권하윤의 몸을 훑었다.

“미안. 그쪽이 먼저 달려들어 이런 걸 원하는 줄 알았지.”

“그게 무슨!”

남자의 억지라는 걸 알았지만 권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기가 먼저 매달리며 끌어앉았던 게 하필 그 순간 떠올랐다.

게다가 민도준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을까? 신분과 지위는 둘째치고 그의 괴팍한 성격을 알고도 그를 적으로 두려 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다.

“이봐.”

그러던 그때 민도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옷 좀 입는 게 어때?”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찬바람이 불어오는데 왜 이제껏 몰랐을지 의아할 정도로 권하윤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단정한 옷차림의 민도준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순간 짤막한 비명이 그녀의 잇새에서 새어 나왔고 놀란 듯한 그녀는 가슴을 가리며 바닥에 쪼크렸다.

미세하게 떨리는 등을 보자 민도준의 눈빛은 돌연 어두워졌다.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망을 주체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자기 외투를 던져주고는 뒤돌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권하윤도 사양하지 않은 채 외투를 걸친 뒤 바닥에 널린 옷을 주워 눈 깜짝할 사이에 입었다. 아마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빨리 옷을 입어본 적은 없을 거다.

그 사이에 그녀는 놀란 가슴을 다시 쓸어내리며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권씨 가문은 병적으로 보수적이었기에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면 그녀가 죽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한참을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승현 씨 찾으러 오셨죠? 그런데 여기 없어요. 시간도 늦었고.”

숨은 뜻은 이제 나가라는 거였다.

권하윤은 정신이 없어 이 골치 아픈 일을 빨리 해결할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민도준은 누가 뭘 하지 말라고 하면 기를 쓰고 한다는 것을. 남에게 고통을 안겨 줄 수 있으면 절대로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권하윤이 자기를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챈 민도준은 밖으로 나가기는커녕 다리를 꼰 채 편한 자세를 취했다. 마치 여기가 자기 집이라는 듯이.

테이블 위에 놓인 꽃과 와인을 힐끗 보고 권하윤 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을 때 그의 눈에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분위기 좋네. 사람도 괜찮고.”

권하윤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마치 진열대에 놓인 음식처럼 품평을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민도준의 말은 약혼남이 어떤 상황에서 자기를 버렸는지 다시 일깨워줬다.

“이봐요, 방금 그런 짓을 했으면서 또 말로 상처 주는 건 너무하잖아요!”

권하윤의 그런 말은 오히려 호랑이 앞에서 털을 바짝 세우고 경계를 취하는 아기 고양이처럼 아무런 위협감도 없었다. 오히려 민도준에게 재미만 줄 뿐.

아니나 다를까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 어두운 불빛이 남자의 얼굴에 흐릿하게 비쳐 신비롭고 매혹적이었다.

“순결을 잃은 조선시대 여자도 아니고. 내 그 잘난 동생 지금쯤 아마 여동생이랑 좋은 시간 보내고 있을 텐데. 하윤 씨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을걸?”

여동생 세 글자를 유독 이상야릇하게 강조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권하윤은 등골이 오싹해났다.

하지만 여전히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민정 씨는 승현 씨 사촌 여동생이자 제 여동생이나 다름없어요. 어릴 적 부모님을 일찍 잃고 승현 씨가 돌봐준다는 것도 알고요.”

“정말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민도준의 웃음기 섞긴 말에 권하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흐트러진 숨결이 그녀를 배신했다.

민도준은 벌떡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권하윤에게 다가왔다.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권하윤의 얼굴에 드리웠다.

곧이어 긴 손가락이 권하윤의 어깨를 쿡 찔렀다.

“나 때문에 본인이 손해 봤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참에 갚을게. 외투 걸치고 따라와. 내가…….”

말끝을 늘어뜨리며 확 다가오더니 귓가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밌는 거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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