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앙큼하긴, 감히! 내 아이를 품고 도망가? 심지어 기억상실증?” ♀ 시간을 거슬러 여대생으로 돌아와 봤더니 뱃속에는 쌍둥이를 품고 있었다. 전생에서 겪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고 이번 생은 행복만 꿈꾸기로 결심 끝! ♀ 슬기로운 아가들의 자궁 생활을 위해 못 할 것이 없고, 아기 아빠는 몰라도 전생이 준 팁으로 잘 살고 싶은데···. ♀ 왜 자꾸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고운 남자 한 명이 거슬리지? ♂ “뭐, 네 몸은 날 기억할 테니··· 오늘 자고 가면 되겠네. 그럼 답 나올 거야.” 표지)출판사-모던 제공
View More20XX년 1월 28일.
겨울비가 창문을 부술 듯 거칠게 몰아치는 밤이었다.
한여름의 폭우보다 더 사나운 기세로 쏟아지는 빗줄기는 테헤란로의 마천루를 집어삼킬 듯 요란하게 창을 두드렸다.
강남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0층 펜트하우스. 유리벽 너머의 도시는 혼돈 그 자체였으나, 두터운 방음벽이 가로막은 실내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공기 중에는 묵직한 침묵과 함께, 빗소리에 섞여 들어오는 낮은 신음과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아슬아슬한 파동을 만들고 있었다.
은은한 무드등이 어둠의 경계를 허물자, 주인의 오만한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세련된 인테리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정점에는, 조각보다 더 비현실적인 실루엣의 남자, 태하가 있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빛을 제 눈동자에 가둔 채, 오로지 눈앞의 여자에게만 지독하리만치 깊은 시선을 고정했다.
“신아.”
낮게 깔리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경신의 귓가를 간지럽히며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잘 정돈된 근육으로 다듬어진 태하의 체격은 조명 아래서 매끄러운 광택을 내뿜었다.
수려한 이목구비와 압도적인 피지컬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무기였다. 하지만 지금 그 무기는 오직 경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만 존재했다.
“······태하 오빠. 하윽.”
일주일 전만 해도 경신은 굳게 다짐했었다. 오늘이야말로 이 지독한 관계에 마침표를 찍겠노라고.
그를 멀리하고, 전화를 피하며 마음의 벽을 쌓았건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 있었고, 취기 어린 그를 부축해 이 은밀한 침실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25번째 생일 선물로 '너'를 원한다는 그의 노골적인 요구에, 경신의 손에 들려 있던 초라한 넥타이핀 케이스는 바닥 어딘가로 굴러떨어진 지 오래였다.
“윽······. 오빠, 아파.”
“Va a ser duro porque es tu primera vez. (처음이라 힘들 거야.)”
태하가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부서뜨릴 듯 움켜쥐었다. 거칠게 몰아치는 본능을 억누르려 애쓰는 듯, 그의 불규칙한 호흡이 경신의 어깨 위로 뜨겁게 쏟아졌다. 최대한 다정하려 노력하지만 이미 이성을 잠식한 열기는 숨길 수가 없었다.
“하흑······. 오빠, 이 밤이 지나면······ 우리 정말 끝나는 거 맞지?”
경신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형형하게 울렸다. 애절함 한 방울에 담백한 체념을 섞은 그녀의 질문 뒤로,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들이 찰박거리는 백색소음을 만들어냈다.
“No volveré a aparecer más frente a ti. (더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마.”
태하가 서늘한 확답을 던지며, 참아왔던 에너지를 폭발시키듯 그녀의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일방적이고도 거칠게 쏟아지는 열기에 경신의 사고가 하얗게 점멸했다.
“하흑, 조금만······ 천천히······.”
“글쎄, 그건 좀 어렵겠는데.”
유리창을 때리는 빗줄기가 거세질수록, 그녀를 옥죄는 태하의 손아귀 힘도 비례해서 강해졌다. 경신은 자신을 짓누르는 압박감 속에서 생각했다. 유리창을 타고 허망하게 흘러내리는 저 물방울들이 꼭 자신들의 관계 같다고.
참으로 이별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날씨만큼이나 우중충하며, 동시에 지독하게 뜨거운 밤이었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형제처럼 자란 시간은 이미 오래전 변질되었다.
스페인으로 입양되었던 그가 완벽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가족애’는 순식간에 기화되어 사라졌다.
보육원 주인의 딸이었던 경신은 이제 천애 고아가 되어 그의 후원을 받는 처량한 처지였지만,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녀가 그의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흑- 윽-, 오빠, 그래도······ 그동안 고마웠어. 나한테 준 것들 전부.”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경신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속삭였다. 그러자 태하가 그녀의 목덜미에 거칠게 얼굴을 묻으며 낮게 읊조렸다.
“Lo que te estoy dando no es nada. Disfrútalo. (내가 주는 것들은 별거 아니야. 그냥 누려도 돼.)”
“받기만 하는 건 싫어. 난 신데렐라 체질도 아니고······. 우린 그냥, 여기서 끝내는 게 맞아.”
순간, 실내의 온도가 급강하했다. 태하의 분위기가 경신의 이별 선언에 반응하며 서늘하게 변했다.
그의 손길이 척추를 따라 훑고 내려갈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이별의 전조이자,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타버리는 소리였다.
태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남은 숨 한 자락까지 제 것으로 만들려는 듯 집요하고 거친 입맞춤이 이어졌다.
“하학-.”
“오늘은 좀······ 자제하기 힘들 것 같아.”
이미 한계를 넘어서버린 그는 굶주린 포식자와 같았다. 경신이 천천히 다가와 달라고 애원했을 때 그는 기꺼이 절제하며 그녀의 마음이 자라기를 기다려 주었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가 '이별 통보'라면, 그에게 남은 것은 폭주뿐이었다.
경신 역시 그를 미치도록 사랑했다. 하지만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에게 자신은 걸림돌일 뿐이었다.
스페인 부모의 막대한 유산, 미국 명문 음대 졸업, 그리고 한국 기획사 인수까지. 빛나는 태하의 미래에 '고아 출신 여대생'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줄 순 없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보이지 않는 압박에 경신은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경신이 몸을 비틀며 저항하려 할수록, 그녀의 허리를 결박한 태하의 팔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그는 절박하게 그녀의 몸 곳곳에 낙인을 찍듯 입을 맞췄다.
“······오빠, 약속 지켜.”
“그래. 네가 먼저 내게 오지 않는 한······ 다시는 네 눈앞에 안 나타나.”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뜨겁게 서로를 품고 또 품어내는 태하의 너른 등을 경신도 안고 또 안았다.
***
한 달 뒤, 20XX년 2월 28일.
봄의 문턱이라기엔 여전히 시린 바람이 불었지만, 창밖에는 여름 장마를 연상케 하는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경쾌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마치 새로운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 같았다.
서울 대한 종합병원 VIP 병실. 정적만이 흐르던 공간에 기묘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불 속에서 나타난 것은 헝클어진 갈색 머리에 멍한 눈동자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경신이었다.
그녀는 습관처럼 옆 탁자를 더듬거려 검은 뿔테 안경을 찾아 콧등 위에 올렸다.
시야가 확보되자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나지막이 내뱉었다.
“음······ 병원? 아, 어? 난 분명 죽었었는데? 여기가 어디지?”
지난 4월 중순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달려온 이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를 즐겨주신 독자님들.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완결 딱지는 번역판이 완료될 때 붙게될 예정입니다.^^굿노벨에 온 지도 이 글 만큼의 시간이 흘렀네요. 계절은 봄에서 여름을 지나 지금은 가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훌쩍 청소년 이용가 수위로 지나가기에는 아쉬워 성인 버전으로 선보이는 [아기를 품고 도망친 그녀]가 새로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중간에 읽다가 너무 퓨어해서 멈춘 분들이라면 성인 버전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경신이라는 엉뚱한 우리의 여자 주인공이 때로는 임신해 놓고 푼수같이 굴어도 여러분의 눈에는 사랑스러웠기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태하라는 압도적인 남주를 통해 조금이나마 달달한 연애세포가 증식 되었기를 희망합니다. 제가 직장을 다니고 평범한 사회 생활을 하고, 또 건강을 돌보면서도 굿노벨에 즐겁게 글을 선보이게 된 것은 다름아닌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저도 초인이 아니고, 하늘이 내려준 글솜씨가 뛰어난 천재 작가는 더더욱 아니랍니다. 한 회차 쓰는데, 1~2시간이 걸리고, 퇴고를 하는 데에도 맞춤법 검사, 비문 검사 하느라 그만큼 시간이 걸립니다. 지난 3년간 꾸준하게 글을 써 온 덕분으로 한꺼번에 선보이게 되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단 하루도 빠짐 없이 때로는 광기에 젖어 매일 굿노벨에 접속한 이유는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말 없이 읽어 주시는 분, 댓글을 주신 분, 보석을 주신 분, 그리고 저의 글을 지켜봐 주신 YINO편집자님까지.그 사이 한국에 출판사나 플랫폼에서 러브콜도 받고, 사실 해외 다른 플랫폼 컨택도 받았지만 굿노벨만 꾸준하게 온 이유는 제가 그 사이 정이 듬뿍 들어서랍니다. 그리고 저는 저만의 이야기, 제 안에 있는 열정, 제가 꿈꾸던 모든 환상들이 글에 녹아 있기에 누구보다 제 글을 제가 읽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 작품은 로코라는 장르에 처음 입문하게되어 요원물이나 복수물을 쓰는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거실 바닥에 보송보송한 이불을 널찍하게 펼쳐두고 나란히 누워 창문 너머의 은빛 밤하늘을 바라보았다.주위에는 꼬물거리는 강아지들이 저마다의 작고 따스한 체온을 품은 채, 기분 좋게 고개를 묻고 고단한 숨을 고르고 있었다.경신은 처음 이 집의 문을 열고 들어와 녀석들의 밤샘 육아에 시달리며 허둥대던 그 첫날의 기억을 가만히 반추했다.까마득한 옛일 같으면서도,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생생하고 포근한 추억이었다.그리고 캄캄한 기억의 저편, 태하와 첫날밤의 온기를 나누었던 그날의 아련함도 조심스레 되짚어보았다.“기억 저편의 네가, 생일 선물이라며 너 자신을 내어주었어. 예뻤고, 황홀했는데.”경신의 잃어버린 기억 속 자신이 태하에게 그토록 깊은 행복을 선사했다니.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과거는 다소 아쉬웠지만, 자신을 담아내는 태하의 벅찬 눈빛만으로도 경신의 가슴속엔 뿌듯함이 가득 차올랐다.태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경신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젖어 드는 그의 눈빛에는 지근거리에서 함께 흘려보낸 고통과 깊은 애정이 일렁이고 있었다.“떠났던 네가 다시 돌아와 주었을 때도 난 그저 고마웠어.”태하의 말에 경신은 MH 소속사로 향해 그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 주러 가던 첫날을 떠올렸다.지독한 운명처럼 얽혀들며, 페넬로페로 인해 그가 목숨을 잃을 뻔했던 서슬 퍼런 순간들마저 지나고 나니 아련한 미소로 스쳐 갔다.“저도 아이의 아빠가 태하 씨라니······ 정말 행복해서 미칠 것만 같았거든요. 절 원하지 않으신다 해도 이 아이를 끝까지 키우고 싶을 만큼, 내게도 드디어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만날 때 느낀
드디어 태하와 경신은 강남의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꼬꼬와 무무는 그사이 훌쩍 자라 못 알아보게 달라져 있었다. 루이스가 지성으로 돌봐준 덕분인지, 비숑 프리제 특유의 모범적인 '헬멧 컷'과 숨 막히는 귀여움을 뽐내며 경신과 태하의 품으로 세차게 파고들었다.반야와 반야 남친 역시 한층 더 늠름해진 자태를 자랑했다. 녀석들은 경신을 알아보자마자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격렬하게 흔들며 퇴원을 축하해 주었다.오후 내내 태하의 부모님과 한자리에 모여 따스한 차를 마시고 개들의 재롱을 보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즐겼다.시간이 한참 흘러 태하와 파블로는 서재로 들어가 향후 사업 계획과 수사 진행 상황을 묵직하게 나누었고, 경신은 루이스를 위해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시어머니와의 살가운 시간을 만끽했다.‘사람 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구나.’달콤한 시월드라니.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풍경이었기에 경신은 속으로 깊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루이스는 경신과 단둘이 남았을 때도 아까의 결혼식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경신이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려는, 다정한 배려였다. 경신 역시 그 진심을 알았기에 섣불리 가벼운 언어로 확답을 던지지 않고 조용히 깊은 울림을 간직했다.어느덧 창밖의 색조가 차분히 바뀌며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그동안 강아지들을 정성스레 돌봐준 파블로와 루이스는 저녁 식사를 함께 마친 뒤, 두 사람만의 편안한 밤을 위해 대학로 연건 캠퍼스 근처의 집으로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경신이 손님방이 아직 넉넉하다며 부모님을 한사코 붙잡았지만, 두 어른은 살며시 손을 내저으며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마침내 태하와 경신, 둘만의 호젓한 일상이 펜트하우스 안에 감돌기 시작했다.***
경신은 강남의 고깃집으로 향한 뒤, 태하와 봉선규 세 사람이 모여 앉아 지난 봄날에 있었던 뜻밖의 추억들을 곱씹으며 정겨운 식사를 즐겼다.“하하, 우리 태하 님이 그때 얼마나 통이 크셨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티 안 나게 그날 이 가게에서 식사한 모든 손님들 밥값을 전부 내주시려고 했다니까요.”선규의 폭로에 깜짝 놀란 경신이 태하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돈을 흥청망청 쓰다 보면 거지가 되는 건 한순간이라지만······ 베푸는 걸 이렇게 좋아하시다니, 태하 씨는 정말 대단한 분이네요.”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고기를 굽던 태하가 쑥스러운 듯 경신을 슬쩍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스페인어를 중얼거렸다.“Quería ser amable sin aparecerte(너한테 나타나지 않고, 뒤에서 가만히 잘해주고 싶었어).”“그때는 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태하 씨, 늦었지만 인사는 할게요. 정말 고마웠어요.”태하는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익은 한우 한 점을 정성스레 집어 경신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며 나지막이 덧붙였다.“그때,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경신은 태하가 올려준 고기와 밥을 입에 넣은 뒤, 새콤하게 무친 꼬막도 하나 집어 올려 맛을 보았다.“그때가 슬슬 입덧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이상하게 이 집에만 오면 음식이 술술 잘 넘어가더라고요.”“그때도 네 앞접시 위에만 반찬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지.”태하의 말에
일요일 정오 MH 엔터테인먼트.낙성대에서 사당 사이에 있는 구도심 허름한 골목길에, 어느 5층짜리 낡은 건물에서는 오늘도 희미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골목 건물 주변으로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어린 여학생들이 더 많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응원 도구와 손수 만든 플래카드 상태로 봐서 이곳에는 핫한 연예인이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었다.골목길은 마치 벚꽃이 만개한 것처럼, 그녀들의 함성으로 거리를 물들였다.입구의 현판은 주변 분위기나 건물하고는 동떨어진 매우 세련된 금속으로 MH 엔터테인먼트라고 그럴
일요일 오전 경신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납하러 갔더니 이미 정산이 끝나 있다고 해서 놀라기까지 했다. 한규련이 이렇게 매너가 좋은가. 게다가 너무 맛있는 것도 많이 갖다 준 바람에 짐도 늘어 있었다.“화야, 올때는 빈손이었는데, 갈 때는 왜 이렇게 되었지?”“사람은 숨만 쉬어도 필요한 게 생기잖아요. 어머, 이 냉장고 속 과일들도 챙겨가야겠다.”화야는 냉장고 속 음식들을 보며 알뜰살뜰 꼼꼼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과일, 샐러드, 초밥, 샌드위치, 캘리포니아 롤 등 다음 날까지 따로 사 먹지 않아도 될 만큼 꽤 많은 음식이
경신은 행복을 안고 본격적으로 이번 생을 제대로 마주하기로 결심했다.“경신 님, 지금 기억이 없어 불안하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원인이 된 후유증으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어요.” “기억 없는 것도 걱정이지만 다가올 운명도 험난할 텐데. 저, 잘 이겨낼 수 있겠죠? 선생님?”“운명도 사람이 개척하는 거예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요.”경신은 배를 문지르며 어떻게 제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신기하기만 했다. “이건 기적인데······. 제가 이
경신은 아기 아빠에 관한 질문을 듣기 전까지는 머릿속이 꽃밭이었다. “아기 아빠가······, 누군지 몰라서 저도 당황스럽네요.”그러나 경신의 말을 들은 화야와 규련의 얼굴이 굳어졌고, 한지원의 눈빛은 멍하니 흔들리며 초점을 잃어갔다.경신이 개인적으로 분석해 봤을 때 4회차 인생은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인생이 그리 쉽게만 흘러갈 리가 없는 법. 속 알맹이는 수십 년을 살아냈지만, 이번 생에 아니, 전생을 통틀어 임신은 처음이라 그게 문제였다. 즉, 몇 회차나 쌓아온 경험도 전생의 기억도, 지금의 임신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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