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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화

Author: 아리토끼
“나 너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서연후는 그만 콜라에 살짝 목이 막혔다. 입가에 물방울이 맺혔고, 그는 허둥지둥 물티슈를 뽑아 입을 닦았다.

하얀 물티슈가 입술을 가렸고, 짙은 색 콜라가 스며들며 물티슈 위에 번졌다. 무심코 세게 문질러서인지 눌린 입술이 살짝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꽤 부드러워 보이는 모양새였다.

그는 무심코 입술을 핥았다. 그 순간, 혀끝에 걸려 있던 작은 은색 피어싱이 짧게 반짝였다.

지태경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순간 서연후는 모든 걸 알아챘다.

호텔에서의 일도, 그때 강둑에서의 우연도, 기억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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