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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소피온
한상운은 황급히 뒤돌아보았다.

김소윤은 이미 삼순의 앞으로 몸을 던져, 겁에 질려 떨고 있는 가녀린 몸을 자신의 등으로 감싸고 있었다.

형장이 내리칠 때마다 삼순이 대신 그 매를 받아 냈고, 무겁고 둔탁한 소리가 적막한 마당에 처연히 울려 퍼졌다.

“그만!”

한상운이 다급히 손을 치켜들었다.

허공을 가르던 곤장이 멈춰 섰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삼순의 몸 위에 엎드린 김소윤을 거칠게 끌어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식은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들러붙어 있었고, 깨문 아랫입술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옷깃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너....”

목구멍에 돌덩이라도 걸린 듯,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김소윤이 천천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아이를 보내 주세요.”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잔잔했다.

“오늘 밤, 당장 떠나보내 주세요. 그러지 않으시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죽겠습니다. 그리되면... 한 달 뒤 궁에 들어가 죽을 사람은 임나연뿐이겠지요.”

한상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손목을 쥔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그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다.

그때, 뒤에서 임나연이 가볍게 기침했다.

한상운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부인은 마음이 지나치게 어질구려.”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아득하게 들렸다.

“허나 아랫사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것 또한 부인의 허물이니, 법당에 가서 세 시진 동안 꿇어앉아 스스로를 돌아보시오.”

말을 마친 한상운은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김소윤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조용히 머리를 조아렸다.

“예.”

법당은 국사부 가장 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삼면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좁은 문 하나뿐이었다. 안에는 사시사철 침향이 피어올랐다.

관음상은 눈을 살며시 내리뜬 채, 방석 위에 홀로 무릎 꿇고 있는 가녀린 그림자를 자비롭게 굽어보고 있었다.

상처가 또다시 터졌다.

등은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형장에 맞아 새로 생긴 상처 때문인지, 아니면 첨성대에서 입은 옛 상처가 덧난 것인지, 이제는 그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김소윤은 그저 한 가지만 생각했다.

‘세 시진이면... 삼순이는 충분히 멀리 떠났겠지.’

그녀는 아리에게 은전 꾸러미 하나를 쥐여 주었다.

그녀는 삼 년 동안 조금씩 모아 둔 은전 꾸러미를 낡은 손수건에 싸서 삼순이에게 쥐여 주었다.

삼순은 끝내 받지 않겠다며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김소윤은 억지로 그것을 그녀의 품에 밀어 넣고, 눈물을 닦아 주며 나직이 말했다.

“가거라.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삼순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한 번, 또 한 번. 이마가 터져 피가 흐르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마님... 마님...”

그녀는 그 두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

김소윤은 그런 삼순을 바라보다가 문득 옅게 웃었다.

“어차피 나는...”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 달 뒤면 죽을 목숨이란다.”

김소윤은 홀로 법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차가운 기운이 무릎을 타고 천천히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김소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세 시진이 흐른 뒤, 그녀는 하인의 부축을 받아 처소로 돌아왔다.

하늘은 어느새 희미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밤마다 삼순이가가 밝혀 두던 등불은 오늘따라 꺼져 있었다.

김소윤은 침상에 누운 채 멍하니 눈을 뜨고 있었다.

‘그래도... 한 사람은 지켜 냈어. 이번만큼은 끝내 지켜 냈어.’

이튿날 아침.

김소윤은 눈부신 햇살에 잠에서 깼다.

언제 비가 그쳤는지 창밖은 맑게 개어 있었다.

그녀는 겉옷을 걸치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대로 걸음을 멈추었다.

마당 한가운데 서 있던 해당화나무.

삼 년 동안 말라 죽은 듯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던 그 나무에, 오늘 아침 작은 꽃망울 하나가 맺혀 있었다.

쌀알만 한 꽃봉오리였다.

그리고 그 아래, 푸른 돌바닥 위에 한 구의 시신이 누워 있었다.

삼순이었다.

얼굴은 이미 핏기가 사라졌고, 몸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뜨인 눈은 잿빛 하늘을 향한 채 감기지 못했다. 이마의 상처에는 검붉은 딱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김소윤은 문턱 안에 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삼순의 흐트러진 머리칼과 부러져 비틀린 목, 그리고 손가락 사이마다 가득 박힌 흙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뿐한 발걸음이 이슬 맺힌 청석 바닥을 밟고 다가와 삼순이의 시신 앞에서 멈추었다.

“어머.”

임나연이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아이가 어찌 여기서 죽어 있답니까? 아침부터 참 재수도 없네요.”

김소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햇살은 눈부시게 좋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임나연의 희고 고운 얼굴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은빛 여우털 망토를 걸친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정말로 안타까워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젯밤 제 처소의 하인들이 와서 고하기를, 이 아이가 몰래 제 처소로 숨어들어 수상한 낌새를 보였다 하더군요. 호위무사들이 불러 세우자 도리어 달려들었다지 않겠어요?”

임나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저를 해치려는 사람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리고는 김소윤과 눈을 마주했다.

“설마... 언니께서 저를 원망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김소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짝—

맑은 소리가 마당 안에 울려 퍼졌다.

임나연의 몸이 휘청이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반쪽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뺨을 감싼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서려 있던 온순한 기색은 자취를 감추고, 그 밑에 숨겨져 있던 경악과 독기가 마침내 드러났다.

“지금... 절 때리셨어요?”

김소윤은 떨리는 손을 내려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소윤!”

낮고 분노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상운이 몇 걸음 만에 다가왔다.

그는 먼저 진흙바닥에 넘어진 임나연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선명히 찍힌 손자국을 본 순간, 미간이 깊이 일그러졌다.

“너... 이제는 달라진 줄 알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김소윤을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허나 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 잘못을 뉘우친 적이 없구나.”

김소윤은 임나연을 감싸 안은 그의 팔과, 자신을 향한 눈동자에 서린 노골적인 실망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제가....”

김소윤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무엇을 뉘우쳐야 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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