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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그대여

머나먼 그대여

作家:  유룡장홍完了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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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복수

편애/이기적인

능력녀

응징

후회

집착

“엄종호, 언제 나와 혼인할 거야?”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소원영이 침상 위에서 한 사내의 그늘 아래 깊이 잠겨 있었다. 흐트러진 공간에 두 남녀의 숨결이 얽혀들었다. 곧 사내가 이를 악물었고 뜨거운 땀방울이 소원영의 등 위로 떨어졌다. “너만 원한다면, 정연아…” 정연…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소원영은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곧이어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또 소정연이었다. 일을 치르고 난 뒤, 소원영은 본채로 향했다. “아버지께 말씀드리거라. 내 소정연 그 년 대신 이성진과 혼인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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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정사가 끝난 뒤, 소원영은 본채로 향했다.

“아버지께 말씀드리거라. 내 소정연 대신 이성진과 혼인하겠다고.”

“아씨, 아니되옵니다! 그분께서는 권세가 대단하나…”

소원영의 말을 들은 하녀가 놀라서 목청을 높였다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

“허나 그분은 온전치 못한 사내의 몸이지 않습니까! 그리 되고 나서는 성정이 완전히 바뀌어서 남 괴롭히는 걸 낙으로 여긴다고 들었습니다. 그분과 혼인한 여인 중에 살아남은 이는 없습니다. 헌데 혼인이라뇨?”

그 말을 들은 소원영은 차갑게 웃었다.

“누구와 혼인하든 상관없다. 지금 소씨 집안이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한편 본채 안.

소원영의 아버지는 미소를 머금은 채 화려한 차림새를 한 환관에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

“대감께서 제 여식을 마음에 들어하신다니 그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허나… 제 여식이 아직 어리고 몸도 약해서 대감의 시중을 잘 들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소원영의 아버지가 초조하게 손을 비비며 말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소원영의 아버지는 당연히 소원영을 시집보내고 싶었지만 누구도 감히 그녀를 강요할 수 없었다.

“혼인하겠습니다!”

그때, 붉은색 치마를 걸친 소원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상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멈칫했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절반짜리 원앙 옥패를 내려놓았다.

머지않아 환관들을 돌려보낸 소원영이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방금 들으신 대로 혼인하겠습니다. 허나 조건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를 정실로 세워주시고 제가 그분과 혼인하면 제 남첩 엄종호를 소정연에게 보내주세요.”

그 말을 들은 소원영 아버지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그가 거절하려던 찰나, 소원영이 비수를 자신의 얼굴로 가져다 대더니 웃었다.

“잘 생각해 보시고 대답하십시오. 제가 손을 잘못 놀렸다가 그분께서 죄를 묻는다면 감당 못 하실 겁니다.”

“저 미친 계집이!”

소원영의 아버지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소원영의 얼굴과 맞닿아있는 비수를 보곤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결국 그녀의 말을 들어줬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정말 네 남첩 엄종호를 버리겠다는 게냐?”

소원영이 등을 돌리자 그녀의 아버지가 물었다.

그 이름을 들은 소원영은 멈칫했다. 하지만 방금 전, 엄종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생각하니 심장이 욱신거렸다.

곧 소원영은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났다.

‘당연하지. 두 사람이 모두 소정연을 편애하니까.’

소원영은 웃고 있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공주의 연회에서 처음 만났고 소원영은 엄종호에게 첫눈에 반했다.

수려한 외모에 깊은 눈을 가진 엄종호는 냉랭했다.

경성의 제일 미녀라는 칭호를 가진 소원영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결국, 소원영은 염치를 불구하고 공주에게 엄종호를 달라고 청했다.

어쩌면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답답하기만 한 집에서 소원영은 자신의 곁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소원영이 열 살이 되던 해, 진사 시험에 급제한 아버지는 한 여인과 아홉 살이 된 여식을 데려왔다.

아버지는 상인 집안 여식인 소원영의 어머니를 업신여겨 첩실과 손을 잡고 그녀를 죽였다. 소원영은 그제서야 애처가를 자처하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혼인한 지 일 년 만에 첩실을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뒤로 소원영은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했다. 그 두 모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집을 나와서 처음으로 들인 이가 바로 엄종호였다.

소원영은 엄종호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아양도 떨어보고 교태도 부려봤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원영이 엄종호를 속여 약이 든 술을 먹였고 두 사람은 서로를 품었다.

그 뒤로 삼 년 동안, 엄종호는 소원영을 품을 때마다 뒤에서 안는 것을 고집했다.

그동안 소원영은 그저 엄종호가 그 자세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모든 것을 알게 됐다.

엄종호는 그저 소원영의 얼굴이 싫었던 것이다.

소원영이 허탈해하고 있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언제 왕부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 경성 사람들이 전하께서 남첩으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수군거리겠습니까. 그리고 소씨 집안 둘째 아씨가 마음에 들면 혼사를 청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 집안에서 어찌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뭘 안다고 떠드는 게냐? 정연이는 어릴 때부터 밖을 나돌면서 소원영에게 괴롭힘을 받았으니 내가 갑자기 혼사를 청하면 놀랄 것이 분명하다. 천천히 다가가야 하느니라.”

엄종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전하, 정말 일편단심이시네요. 소인은 전하께서 경성의 제일 미녀인 소원영을 마음에 품은 줄 알았습니다. 두 분께서는 이미 정을 나누셨으니…”

호위무사가 웃으며 말하자 엄종호가 입을 닫았다. 하지만 곧이어 이어진 말에 소원영의 심장은 차갑게 식었다.

“그게 어떻다는 게냐? 정욕을 풀 도구일 뿐이다. 정연이와 비길 자격이 없다.”

‘정욕을 풀 도구?’

그 말을 들은 소원영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곧이어 눈을 감았다 뜬 소원영의 눈동자에 차가움이 서렸다.

‘엄종호, 내 드디어 너에게서 마음을 접을 수 있겠구나.”

소원영은 더 이상 안에서 들려오던 두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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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정사가 끝난 뒤, 소원영은 본채로 향했다. “아버지께 말씀드리거라. 내 소정연 대신 이성진과 혼인하겠다고.”“아씨, 아니되옵니다! 그분께서는 권세가 대단하나…”소원영의 말을 들은 하녀가 놀라서 목청을 높였다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귓속말을 했다.“허나 그분은 온전치 못한 사내의 몸이지 않습니까! 그리 되고 나서는 성정이 완전히 바뀌어서 남 괴롭히는 걸 낙으로 여긴다고 들었습니다. 그분과 혼인한 여인 중에 살아남은 이는 없습니다. 헌데 혼인이라뇨?”그 말을 들은 소원영은 차갑게 웃었다.“누구와 혼인하든 상관없다. 지금 소씨 집안이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으냐?” 한편 본채 안.소원영의 아버지는 미소를 머금은 채 화려한 차림새를 한 환관에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대감께서 제 여식을 마음에 들어하신다니 그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허나… 제 여식이 아직 어리고 몸도 약해서 대감의 시중을 잘 들어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소원영의 아버지가 초조하게 손을 비비며 말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소원영의 아버지는 당연히 소원영을 시집보내고 싶었지만 누구도 감히 그녀를 강요할 수 없었다.“혼인하겠습니다!”그때, 붉은색 치마를 걸친 소원영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러자 상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멈칫했다. 하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절반짜리 원앙 옥패를 내려놓았다.머지않아 환관들을 돌려보낸 소원영이 자신의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방금 들으신 대로 혼인하겠습니다. 허나 조건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를 정실로 세워주시고 제가 그분과 혼인하면 제 남첩 엄종호를 소정연에게 보내주세요.”그 말을 들은 소원영 아버지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그가 거절하려던 찰나, 소원영이 비수를 자신의 얼굴로 가져다 대더니 웃었다.“잘 생각해 보시고 대답하십시오. 제가 손을 잘못 놀렸다가 그분께서 죄를 묻는다면 감당 못 하실 겁니다.”“저 미친 계집이!” 소원영의 아버지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소원영의 얼굴과 맞닿아있는 비수를 보곤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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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차가운 엄종호의 눈이 소원영에게 향했다.“엄종호, 담이 점점 커지는구나. 아무나 내 처소 안까지 들이고.”존귀한 신분의 엄종호는 소원영에게 미움을 살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호위무사를 내보낸 엄종호는 뒤로 물러서며 소원영과의 거리를 넓혔다.“아씨, 무슨 일이십니까?”그 모습에 소원영은 눈시울을 붉혔다.엄종호는 매번 일을 치르고 난 뒤, 소원영과 선을 긋기 급급해했다.그의 앞에 있는 이가 소정연이었더라도 이리 냉랭하게 굴 수 있었을까?‘소정연이 엄종호한테 무슨 약이라도 먹인 건가. 소정연이 어디가 좋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순진한 척 연기밖에 할 줄 모르는 이가 무엇이 좋다는 건지 소원영은 알 수 없었다.하필 엄종호는 그런 소정연에게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소원영과 함께 있는 침상에서 소정연의 이름을 부르기까지 했다.지금 이 순간, 소원영은 완전히 깨우쳤다.그녀는 경성의 제일 미인이었다. 가지고 싶은 건 전부 다 가질 수 있는 이였기에 누군가에게 애정을 갈구할 필요가 없었다.소원영은 오늘부터 자신을 위해 살기로 했다.“오늘 공주께서 연회에 청했으니 나와 함께 가자.”소원영이 냉랭하게 말하자 엄종호가 미간을 찌푸렸다.“내일 둘째 아씨께 연지를 가져다주기로 했습니다…”“소정연도 그 연회에 갈 것이다.”엄종호의 말을 듣던 소원영이 그의 말을 끊었다.그러자 엄종호가 멈칫하더니 곧 수긍했다.“네, 알겠습니다.”그 대답을 들은 소원영은 다시 처량해졌다.‘역시, 소정연만 들먹이면 너는 무조건 허락하는구나. 걱정 마, 내가 이제 곧 두 사람 허락해 줄테니까.’이튿날 아침, 소원영이 나와보니 엄종호가 이미 마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검은색 두루마기를 걸친 그는 엄동설한에도 단정하게 서 있었다.예전의 소원영이었다면 그런 엄종호에게 아양을 부리며 온갖 수를 써서 그의 품에 안겼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소원영은 엄종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를 지나쳐갔다. 마치 엄종호가 한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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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랐다.“금 가마? 이건 왕부에서만 쓸 수 있는 의장대인데…”한 아씨가 중얼거리자 마부가 말했다.“맞습니다. 저는 진왕부(晉王府)의 사람입니다. 진왕께서 소씨 집안 둘째 아씨를 공주께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뭐? 진왕? 조정에서 가장 높은 권력을 가졌지만 단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셨던 그 실권을 장악하고 계신 전하?”“진왕께서는 평소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들었는데 어찌 자기 마차까지 보내서 소씨 집안 둘째 아씨를 데리러 오신 거지?”“누가 그 속을 알겠어, 저 둘째 아씨가 진왕 마음에 들었나 보지.”수군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소정연은 잠시 멍해있더니 곧 흥분에 휩싸였다.‘진왕이 날 마음에 들어한다고? 그럼 앞으로 호강할 일만 남은 거네!’소정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을 붉혔다.“진왕 전하께서도 안에 계신지요? 제가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그러자 마부가 공수하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아씨,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두 분께서는 언젠가 만나실 겁니다.”그 말을 들은 소정연은 다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언니, 이것도 저랑 뺏을 건가요?”말을 하던 소정연이 다시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참, 제가 깜빡했습니다. 진왕께서 저를 데려가기 위해 보낸 이 가마를 언니는 평생 탈 수 없다는 걸. 언니는 이제 곧 환관에게 시집갈 몸이니까요. 그렇죠?”소원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엄종호를 쏘아봤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소정연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엄종호는 소원영에게 눈길조차 돌릴 생각이 없었다.그 뒤로는 야담 속에서 보던 장면이 이어졌다.소정연은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진왕의 화려한 가마에 올라탔다.자리에 있던 아씨들은 질투심에 눈이 빨개졌다.그 모습을 보던 소원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이곳은 관가의 마차가 다니는 길입니다. 헌데 진왕께서 이리 하시는 건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그 말을 들은 마부는 엄종호를 바라봤다. 하지만 턱을 살짝 드는 그를 보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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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공주와 소원영은 마음이 잘 맞는 벗이었기에 소원영이 의기소침해 있자 공주가 무녀들을 불러서 흥을 돋우었다.눈앞에서 흥겨운 가무가 이어졌지만 소원영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독한 술을 세 병째 들이켠 그녀의 두 눈이 새빨개졌다.그러던 소원영이 갑자기 무녀를 밀쳐내더니 옷을 바꿔 입고 병풍 뒤로 숨었다.그리고 곧이어 사람들의 눈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곡에 따라 천천히 춤을 추는 소원영은 꼭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밤바람이 일자 꽃잎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서 가녀린 허리 위로 떨어졌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소원영이 엄종호를 바라봤을 때, 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소정연을 향해있었다.소정연이 엄종호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자 늘 냉랭하기만 하던 사내의 귓볼이 빨개졌다.그 모습을 본 소원영이 멈칫했다. 그녀는 갑자기 흥미를 잃었다.곧 소원영은 아무 말 없이 걸치고 있던 옷을 집어 던지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그와 동시에 경성의 수많은 양반댁 자재들이 파리 떼처럼 그녀에게 몰려들었다.“아씨가 바로 경성의 제일 미녀 소원영이죠? 오늘 저와 술 한잔 하시겠습니까?”“아씨의 춤을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오늘 보고 나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게 뭔지 알겠습니다.”“아씨, 혼인은 하셨습니까? 혹시 제게 기회를 주시겠습니까?”경성의 도령들은 소원영의 모습에 홀딱 반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녀를 병풍 뒤에 가둔 이들 사이로 무례하게 손을 대는 이까지 나타났다.“엄종호!”순간, 소원영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소정연의 곁을 맴돌던 엄종호는 그제야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소원영을 발견하곤 냉랭한 얼굴로 그들을 쫓아냈다. 늠름한 체격을 가진 엄종호는 가만히 서 있어도 강렬한 위압감을 풍겼다.덕분에 도령들은 기가 죽어서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네가 누구 남첩인지 잊은 게냐?”소원영이 차갑게 쏘아붙이며 앞섬의 옷을 추스렸다.엄종호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지만 곧 눈길을 돌렸다.“송구합니다, 아씨. 제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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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엄종호.”그때, 소원영이 엄종호를 불렀다. 그 목소리가 끝맺지 못한 엄종호의 말을 끊었다.순간, 소정연은 깜짝 놀라서 얼른 엄종호를 밀어내더니 소원영의 침상 옆으로 다가갔다.“언니! 드디어 깨어났네요! 다 제 잘못입니다. 오라버니께서 절 구하지 않았다면 언니가 이리 다칠 리도 없었을 텐데…”소정연이 가식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네 잘못인 걸 알면 꺼지거라. 여기서 내 눈을 거슬리게 하지 말고.”소원영이 창백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그러자 소정연이 울음을 터뜨리더니 엄종호를 힐끔 보곤 처소에서 뛰쳐나갔다.엄종호는 그런 소정연을 따라 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췄다.“아씨, 제 잘못입니다. 둘째 아씨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엄종호가 소원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나가거라.”소원영은 엄종호의 말을 끊곤 빨개진 눈을 숨기려 고개를 돌렸다.소원영은 엄종호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닷새 동안 엄종호는 소원영의 처소를 지켰지만 소원영은 그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그리고 상처가 다 낫고 나서야 처소를 나섰다.소원영은 마당으로 나가서 찻잔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찻잔은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엄종호는 소원영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어 미간을 찌푸렸다.드디어, 소원영이 엄종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꿇어.”그 말을 들은 엄종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소원영을 바라봤다.‘이 바닥에서 진왕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할 사람도 얼마 없겠지.’소원영이 속으로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사람들은 신분이 존귀한 엄종호에게 다들 아부를 떨기 바빴다.하지만 소원영은 존귀한 진왕 엄종호가 소정연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너는 내 남첩으로서 날 보호하지 못했다. 그러니 두 가지 선택을 주겠다. 지금 무릎을 꿇고 살이 찢기는 고통을 이겨내든 아니면 여기서 나가서 소씨 집안이랑 인연을 끊든 하나를 선택하거라.”소원영이 엄종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는 등을 돌려 이곳을 나가거나 신분을 밝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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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소원영이 소정연을 다치게 한 뒤로 엄종호는 소원영의 처소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그리고 그날, 이성진이 소원영에게 사람을 보내 혼인에 쓸 물건을 고르러 가자고 청했다.하지만 소원영이 나가자마자 누군가 그녀의 목덜미를 내려쳤다.그렇게 소원영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눈앞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손발도 묶여있었다.소원영이 발버둥 치려던 찰나, 누군가 그녀를 바닥으로 밀었다.그리고 곧 사방에서 찻잔이 소원영에게 날아들었다.머지않아, 소원영의 이마는 피로 물들었고 바닥에 떨어진 찻잔 조각에 베어 몸에서도 피가 났다.소원영은 고통스럽게 입술을 깨물고 통증을 참아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새빨간 피가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아씨, 저희를 탓하지 마십시오. 아씨께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이를 건드린 겁니다.”그 말과 함께 다시 찻잔이 소원영에게 날아들었다.그들은 온 힘을 다해 소원영의 몸으로 찻잔을 집어 던졌다.소원영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신음을 참아냈다.그녀는 자신이 누굴 건드렸길래 이런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소원영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정신을 잃기 직전, 잔인한 형벌은 그제야 끝이 났다.“백 개의 찻잔을 전부 던졌습니다.”곧이어 누군가의 공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돌려보내거라.”그리고 먼 곳에서 불분명하고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다른 이는 몰라도 소원영은 삼 년 동안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왔기에 단번에 누군지 알아차렸다.순간, 온몸에 피가 차갑게 식었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엄종호였다. 소원영이 실수로 소정연에게 찻잔을 한 번 던졌다고 엄종호는 그녀에게 백 배로 돌려줬다.‘엄종호, 참 대단한 사랑꾼 나셨네.’소원영은 그렇게 분노와 고통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사흘 뒤였다.뼈를 다치는 바람에 매번 숨 쉴 때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그때, 바깥에서 하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 도령께서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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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곧이어 그자는 기나긴 선물 목록을 꺼내 들었다.“도자기 한 쌍, 금 접시 한 쌍, 밭 천 이랑, 소금 점포 열 곳, 비단 점포 열 곳…”“세상에, 진왕 전하께서 제대로 준비하셨네.”“며칠 전에 진왕 전하께서 소정연을 데리러 가기 위해 자기 가마까지 보냈다고 들었는데 오늘 또 이렇게 많은 선물까지 가지고 온 걸 보면 정말 소씨 집안 둘째 아씨를 좋아하나 보네.”“소정연이 이제 복 누릴 날만 남았구나.”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들이 더 궁금한 건 소원영이 더 아름답고 적녀 출신인데 진왕이 왜 하필 소정연을 좋아하냐는 거였다.소원영은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곤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소정연이 소원영의 손목을 잡더니 웃으며 말했다.“언니, 어찌 그리 급하게 가려는 겁니까?”“놔라.”소원영이 차갑게 말하자 소정연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웃어 보였다.“소원영, 너는 이제 곧 이성진 그 환관이랑 혼인할 거고 나는 진왕비가 될 몸이야. 어디서 많이 본 상황 같지 않아? 너랑 네 어미는 똑같아. 결국 우리 모녀의 디딤돌일 뿐이야.”소정연은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술잔을 기울여 술을 자신의 몸에 부었다.“언니!”곧이어 소정연이 소리를 지르더니 눈물을 떨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엄종호가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둘째 아씨, 괜찮으십니까?”“저는 괜찮습니다… 언니 탓을 하지 마십시오. 제가 잘못해서 언니 심기를 거스른 겁니다.”소정연이 그렇게 말하며 눈물을 뚝뚝 떨궜다.그러자 엄종호가 날카로운 눈으로 분노를 억누르며 소원영을 쏘아봤다.“큰 아씨!” 소원영은 눈물을 떨구는 소정연을 보다 다시 자신을 탓하는 눈빛을 한 사람들을 바라봤다.‘소정연, 이리 연기를 잘하면 차라리 연극이나 하러 가지.’소원영은 그런 소정연을 보면서 이미 일이 이렇게 됐으니 차라리 맞춰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술잔을 들고 소정연의 앞으로 가 소정연의 얼굴에 술을 퍼부었다.“잘 보거라, 이게 내가 퍼부은 것이다.”소원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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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둘째 아씨, 엄 도령이 아시면…”하녀가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소정연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자신의 손만 매만졌다.“알면 뭐? 어차피 나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사람이 아니냐. 내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개처럼 달려올 사람이란 말이다.”벽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소원영은 기가 찼다.‘엄종호, 이게 바로 네가 아끼는 사람이구나. 네가 그리 소중히 여기는 이가 이리 볼품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하네.’소원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젓곤 조용히 자리를 떴다.정원에서 돌아온 그녀는 곧바로 사당으로 향했다.그리고 구석에 무릎 꿇고 앉아서 어머니의 위패를 닦았다.“어머니, 저 내일 이성진과 혼인합니다… 그것도 나름 괜찮습니다, 더 이상 사랑놀음에 놀아나지 않아도 되니까요.”사당 안을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꼭 어머니의 말 없는 위로 같아서 소원영은 미소를 지으며 빨개진 눈을 문질렀다.“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너무 힘든 일입니다. 어머니도 그렇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허나 저는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그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 살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잘 지낼 겁니다. 어머니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그렇게 소원영은 하룻밤을 꼬박 사당에 있었다.이튿날, 그녀는 무릎을 문지르며 하녀에게 짐을 정리하라고 명했다.짐이랄 것도 별로 없었던 덕분에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소원영의 모든 흔적이 지워졌다.소원영의 아버지는 아침 일찍 소원영을 찾아와 웃으며 말했다.“원영아, 짐은 다 정리했냐? 그분께서 급한 지 사람을 보냈더구나. 내 이미 네 어머니를 정실로 세웠다. 그리고 엄종호는…”그 두 모녀를 들인 뒤로 소원영의 아버지는 처음으로 소원영의 처소에 들렀다.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너무나도 선명했다.“임종호는 소정연에게 보낼 겁니다…”소원영의 눈빛이 점차 단호해졌다. “오늘부터 엄종호는 더 이상 제 남첩이 아닙니다. 오늘부로 그 자와 인연을 끊겠습니다.”소원영의 아버지는 단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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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소정연의 마당으로 들어서는 엄종호의 손에는 정성 들여 고른 연지 두 개가 들려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엄종호는 분명 소정연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꼭 무언가를 잃어버린 그런 느낌이었다.‘이게 도대체 어찌 된 게지?’엄종호는 심장을 부여잡았지만 곧 소정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애써 이상한 감정을 무시하려고 노력했다.엄종호의 손은 혈서를 쓰느라 아직 낫지 않았다.“둘째 아씨…”문을 열자마자 보였던 건 자신의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소정연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아버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지금 그 천박한 것의 어머니를 정실로 세우시겠다고 한 겁니까? 그럼 제 어머니는 어떡합니까?”“정연아, 아버지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분께서 사람을 보냈는데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네가 시집갈 판이었다. 너 정말 거기로 시집가고 싶으냐?”소정연이 목청을 높이자 소정연의 아버지가 그녀를 달랬다.하지만 소정연은 여전히 불만이라는 듯 말했다.“그럴 리가요. 그분은…”말을 하던 소정연은 무엇이 두려운지 주위를 둘러보곤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말했다.“그분은 환관이 아닙니까. 무지막지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해서 그분과 혼인한 여인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를 그런 곳으로 시집보내는 건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앞으로 진왕비가 될 사람이란 말입니다.”그때, 득의양양해하던 소정연은 마침 문 앞에 서 있던 엄종호를 발견했다. 순간, 그녀는 당황했다.“오라버니, 어찌 온 겁니까?”엄종호는 밖에 있어서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다.“연지를 사 왔습니다.”엄종호가 소정연에게 연지를 건네며 말했다.소정연은 연지를 받아들며 일부러 놀란 얼굴로 말했다.“제가 제일 좋아하는 점포의 연지네요. 역시 저를 생각하는 건 오라버니밖에 없습니다.”소정연은 그렇게 말하며 까치발을 들고 엄종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순간, 엄종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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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엄종호는 소정연의 곁에 남은 뒤로 모두가 질투할 정도로 그녀에게 잘해줬다.소정연이 무섭다고 한마디했을 뿐인데 문 앞에서 밤새 지키고 서 있었고 소정연이 지나가는 말로 동성(東城)의 연지가 갖고 싶다고 했을 뿐인데 직접 가서 사 올 정도였다.소정연이 미간 한 번만 찌푸려도 그녀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위로했다. 사람들은 소정연이 남첩이 아니라 신선을 들였다며 부러워했다.엄종호는 남첩 노릇뿐만 아니라 몰래 진왕 전하의 권력도 사용했다.소정연이 궁중의 장신구를 마음에 들어 하자 직접 궁 안에 있는 이를 찾아가서 오로지 그녀만을 위한 비녀를 만들게 했고 소정연이 경성 외곽의 피서 별채를 원한다고 하니 거액을 들여 지계를 그녀에게 쥐여줬다. 소정연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는 이튿날의 해를 볼 수 없었다.이를 안 사람들은 전부 소정연이 진왕 전하께 고를 푼 것이라고 했다.그날, 소정연은 갑자기 칠색연어를 먹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칠색연어가 사는 연못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악어가 가득했다. 그런데도 엄종호는 두말하지 않고 연못으로 뛰어들어 악어와 싸웠다.악어의 날카로운 이빨이 엄종호의 살을 파고들어 연못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하지만 엄종호는 계속해서 연못 안으로 헤엄쳐 들어갔다.그리고 악어와 혈투 끝에 드디어 소정연이 먹고 싶다고했던 칠색연어를 잡았다.“오라버니, 괜찮아요?”소정연은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엄종호의 품에 안겼다.마침 그녀가 안긴 곳이 상처가 난 자리였지만 엄종호는 미소를 짜내며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아씨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소정연이 눈시울을 붉혔다.“태의께서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다면 오라버니가 죽었을 거라고 했습니다. 왜 제게 이리 잘해주는 겁니까? 오라버니는 분명 언니의 남첩인데. 그동안 언니가 저를 괴롭힐 때마다 나서주고 제가 동성의 연지를 갖고 싶다는 말에 날이 밝기도 전에 사러 가지 않으셨습니까. 돌아왔을 때, 이슬에 옷까지 다 젖고. 그리고 제가 동림산의 늑대 우두머리의 가죽을 갖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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