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윤이 눈을 떴을 때였다.반쯤 열린 창틈으로 바람이 스며들었다.바람에 실린 해당화 꽃잎 몇 장이 침상 곁, 비어 있는 약사발 옆에 떨어졌다.끼익—문이 열렸다.한상운이 들어와 침상 곁에 앉았다.며칠 사이 그는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고, 눈 밑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기색이었다.그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손끝이 그녀의 손등에 닿으려는 순간, 김소윤이 이불 속으로 손을 거두었다.허공에 멈춘 그의 손이 잠시 머물렀다가, 천천히 내려갔다.“태의 말로는... 몸이 많이 상해, 잘 추스려야 한다고 하더구나.”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일 년... 아니 반년만 잘 추스리면 서서히 회복될 거라고 하네.”김소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한상운은 다시 덧붙였다.“아이는... 나중에 또 가질 수 있을 것이오.”그 말에 김소윤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한상운은 창백한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사흘 밤낮 침상 곁을 지키며 준비해 둔 말들이 있었지만,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잠시 침묵한 뒤, 그는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나연이와의 인연도 모두 정리된다. 그 뒤로는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너는 너대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한상운은 끝내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김소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앞으로... 우리도 다시 잘 살아보자.”김소윤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창살 사이에 걸린 해당화 꽃잎 하나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흔들리고 있었다.‘잘 살아보자.’‘어떻게 살아야 잘 산다는 걸까?’‘밤마다 함께 잠들고, 아침저녁으로 서로를 챙기며, 백년해로하며 자식과 손주를 보는 것일까?’‘아니면 예전처럼 그녀는 내원에 갇힌 채 매달 초사흘과 초이렛날이면 피를 내어주고, 그는 조정에서 권모를 펼치며 스승의 딸을 지켜 주는 삶이라는 것일까?’그녀는 알 수 없었다.다만 하나는 분명했다.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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