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회사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는 거지?” 아빠는 당당한 표정으로 중앙에 서 있었다.김성주는 즉시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회장님, 한 여직원이 정직원이 되지 못해 소란을 피우고 있었던 겁니다. 그 여직원은 사생활이 엉망일 뿐만 아니라, 같은 동료를 모함해 회사에 수십억이 넘는 손해를 끼칠 뻔했습니다. 이런 가정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은 저희 회사에 남아있을 자격이 없습니다.”“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김성주는 아마 회장님이 자기편을 들 줄 알았는지 더욱 신이 나서 나를 깎아내리려 했다.그러나 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뺨을 세게 맞았다. “네가 감히 내 딸을 그런 식으로 모욕해?”그러자 김성주는 물론 사장과 동료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보였다.“뭐? 양 회장님의 딸은... 양수정 씨잖아?”“회장님,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김성주는 한쪽 볼을 감싸며, 나와 양수정을 오가며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였다.곧 아빠는 더 세게 그를 발로 차버렸다. “내가 내 딸을 못 알아볼 것 같아?” 김성주는 바닥에 쓰러지더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무도 평소에 아부하던 양수정이 회장님의 딸이 아닐 것이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반면 모두 멀리하던 내가 정말 YS그룹 회장의 딸이었다.아마도 모두는 그들이 평소에 칭찬하던 양수정이 가짜 회장님 딸일 뿐이고, 그들이 차갑게 나를 멀리한 진짜 양씨 그룹의 딸이 나라는 사실을 예상 못 했다.“나는 야근한 딸이 걱정되어 기사를 보냈는데, 감히 내 딸을 그딴 식으로 모함해? 내 딸을 내연녀라고 모함한 것도 모자라 대놓고 내 딸이 작성한 기획안을 훔치다니!”“오늘부로 넌 해고야! 그리고 고소를 할 것이니 법적 책임을 져야 될 거야!”아빠의 등장은 마치 평온한 수면 위에 던져진 돌과 같아, 엄청난 파급을 일으켰다.모두가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었다.양수정이 가장 눈물을 머금으며 내 앞에 다가와 말했다. “유라 씨, 미안해요. 전에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저도 사정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해결책을 찾는 겁니다. 여기 제가 작성한 또 다른 기획안이 있는데, 먼저 제 기획안을 봐보세요. 만약 제 기획안이 별로라면 아무 불평 없이 바로 나갈게요.”말하면서 나는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그러나 김성주는 이를 막으려 했다.“한유라 씨, 여기서 뭘 하는 거죠? 이건 저희 시간을 낭비하는 거나 다름없어요”“그냥 내버려 두세요. 도대체 실력이 어떤지 궁금하긴 하네요.”사장은 무심한 표정으로 회의 테이블 옆에 앉았다.사실 이 기획안은 아빠의 조언을 받고 완성한 것이었고, 오늘 아침 출근 전에 아빠에게도 한 번 보여줬었다. 아빠께서 매우 만족해하셔서 나는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내가 준비한 PPT를 다 보여주자 회의실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그 안에는 심도 있는 비즈니스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고, 양수정의 기획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이거 다 당신이 직접 쓴 거예요?”사장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김성주는 컴퓨터를 끄며 불만스럽게 말했다.“사장님, 한유라 씨는 절대 이 정도 실력을 가질 만한 직원이 아닙니다. 이건 분명 어딘가에서 표절해 온 겁니다. 한유라 씨, 감히 표절한 기획안으로 우리를 속이려는 거예요?”나는 김성주를 무시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사장을 바라보았다. “사장님, 제 기획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분석 각도가 새롭고, 각 문제를 심도 있게 독창적으로 설명했어요. 이렇게 좋은 기획안은 정말 오랜만이에요.”그 말을 들은 나는 김성주와 양수정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는 것을 보았다.“사장님,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김성주가 사장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이야기하자, 사장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반면 김성주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몸을 곧게 세우며 나를 향해 입모양으로 말했다. “너 끝났어.”‘정말 웃기네, 누가 끝났는지는 모르는 일이야.’곧이어, 사장이 나에게 다가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유라 씨는 정말 뛰
자신감 넘쳤던 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저희 회사 정직원이 된 여러분, 정식으로 환영합니다. 물론, 통과하지 못한 분들은 어쩌면 저희 회사와 인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네요.”이름이 불리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였고, 모두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연민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 결국 그들의 눈엔 내가 입사한 첫날부터 회장님 딸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으로 낙인찍혔기에, 회사에 남아있어도 힘들기만 할 것이었다.그러나 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로 일어나서 질문했다.“이유가 뭐죠? 왜 저만 정직원이 되지 못한 거죠?”나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지각이나 조퇴는 물론, 단 한 번도 휴가를 낸 적이 없었고, 프로젝트 완성도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이미 다른 동료들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이것은 회사 고위층에서 결정 내린 사항이니 제가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또 회사 고위층을 거들먹거리다니, 대체 회사 고위층의 누가 나한테 이렇게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걸까?’ ‘아니면, 이것마저 김성주가 나를 속이기 위해 만든 변명에 불과한 걸까!’“제가 인턴 기간이 끝나기 전에 기획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한유라 씨의 기획안은 어디 있는 거죠?” 김성주가 불만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인턴 기간에 제가 했던 말마저 잊으셨으니,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내 기획안이 어디 있냐고? 그건 두 사람이 가장 잘 알지 않나?’나는 양수정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바로 시선을 돌려 내 눈길을 피했다. 보아하니 내 생각 그대로였다. 양수정은 내 최종 기획안을 받은 후, 자신의 이름만 적어 당당히 자기의 것인 척했다.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이런 비열한 수단을 쓴 건 회사 고위층이 알고 있나요?”“한유라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분명 한유라 씨께서 인턴 기간 동안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신 건데, 이제는 회사마저 비방하려는 건가요?”장서진도 나서더니 내 어깨를 세게 밀었다. “분명
“유라 씨, 그렇다면 이렇게 해요. 이 기획안들은 유라 씨께서 열심히 준비하신 것들이니, 제가 과장님에게 부탁해 유라 씨의 이름을 넣어드릴게요. 어때요?”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애초에 내 기획안들이었어요!”“이건 회사 고위층의 결정이에요. 유라 씨도 제 신분을 알잖아요...”‘또다시 신분을 내세우다니, 만약 이 말을 아빠가 들었다면 아마도 맹렬히 주먹을 날릴 텐데.’나는 그녀의 위선적인 웃음을 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려는 거예요?”나는 양수정이 내게 호의를 보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내 이름을 넣으려고 하다니.역시 양수정이 입을 열었다. “이 세 개의 기획안은 아직 보완이 필요해요. 제가 마지막에 검토를 할 테니, 유라 씨가 작성하면 협업하는 셈이 된 거죠.”말 그대로, 나더러 모든 기획안을 작성하게 하려는 거였다.양수정의 생각은 누가 봐도 확실했다.나는 거절하려고 했으나, 그녀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자 말을 바꾸었다. “좋아요.”“그럼 꼭 약속해요, 마지막에 제 이름을 꼭 적어 주세요.”양수정은 입가의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떠났다. 아마도 내가 자신의 속셈에 속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흔쾌히 약속했지만, 진짜 기획안을 쓰자니 너무 어려웠다. 많은 데이터와 내용을 확인하고 교차 검증해야 했으니, 양수정이 그냥 가만히 있으려는 것도 이해가 됐다.아침에 나는 다크서클이 생긴 채 아래층으로 내려와 아침을 먹으려 했다. 그러나 너무 피곤한 나머지 식사를 하다가 잠이 들 뻔했다. 아빠는 나에게 우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어젯밤에 뭐 했어? 왜 이렇게까지 피곤한 거야?”“당연히 우리 회사 기획안을 작성했죠!”“인턴은 기획안 초안 하나만 제출하면 된다고 기억하는데, 정말 내 딸은 대단하네. 뭐든지 완벽하게 해야 하는 건 나와 똑같아!”그가 웃는 표정으로 칭찬하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사실 이건 제 회사 동료 기획안이에요.”그 후, 나는 지난 이
다음 날 회사에 출근했을 때, 더욱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들었어? 한유라 씨가 사실은 돈 받고 늙은 남자 만나고 다닌대.”“어젯밤에 야근했던 사람들이 다 봤대. 한 늙은 남자가 외제차를 몰고 와서 한유라 씨를 데려갔고, 두 사람이 웃으면서 얘기도 나누었대. 정말 뻔뻔하네!”나는 화장실 칸막이 문을 세게 밀어 열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나와 정면으로 마주칠 줄 몰랐던 것인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나갔다.사무실로 돌아오자, 장서진이 나를 바로 가로막고 비꼬듯이 웃으며 말했다. “나이도 어리신 분이 왜 다른 사람의 가정을 망치려는 거예요? 이런 짓을 하시는 건 가족들도 아시나요?” 나는 기분 나쁘게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증거 없다면 허튼소리 하지 마시죠!”“증거가 없긴요? 어젯밤에 야근했던 사람들이 다 봤어요. 당신 애인이 차를 몰고 와서 데려갔잖아요.”“벤틀리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유난을 떠는 건지. 다음에 수정 씨가 진짜 호화로운 차를 가져올 테니 딱 기다리고 있어요!”애초에 나는 자랑한 적이 없었고, 내가 너무 늦게 퇴근하는 것이 걱정된 아빠가 기사님을 내게 보내주신 것뿐이었다. 그러나 동료들이 날 그렇게 더럽게 볼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이때, 양수정도 내 옆으로 와서, 애교 섞인 말투로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오해였을지도 모르잖아요. 어젯밤 그 아저씨가 유라 씨의 가족일 수도 있잖아요.”“이렇게 초라하게 입고 다니는 데 어디 봐서 그런 부자들과 어울릴 수 있겠어요? 수정 씨는 왜 이렇게 착하신 거예요! 왜 아직도 저런 사람을 도와주시는 거죠?”장서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나는 당장 달려가서 장서진에게 주먹을 두 번 날리고 싶었다. 소문을 퍼뜨리는 건 범죄가 아니니까, 마음대로 퍼뜨리는 것이었다.이 소란은 결국 아침 회의가 시작되면서 끝이 났다. 그러나 나는 주변 동료들이 점점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사람들은 양수정에게 잘 보여 정직원이 되기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장서진이 시계를 잡아챘다. “수정 씨, 빨리 봐봐요. 이게 수정 씨가 잃어버린 그 시계죠?”“맞아요, 이건 제 엄마가 선물해 주신 시계예요. 유라 씨, 이게 왜 유라 씨의 서랍에 들어있는 거죠?”양수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애처로운 모습이 주위 사람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정말 대단하네!’“당신 시계인데 측면에 왜 제 이름이 새겨져 있는 거죠?”그러자 모두 깜짝 놀라더니, 시계 측면에 새겨진 글을 보려고 몰려들었다.보름 전 내 생일날, 예전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특별히 이 시계를 주문 제작해 내게 선물로 주었다.그러나 우리 집에 같은 스타일의 시계가 너무 많아서, 나는 그 시계를 중고 마켓에 올렸다.그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는데, 상대가 하도 끈질긴 탓에 나는 그냥 시계를 싼 가격에 팔아버렸다.나는 그 사람이 양수정일 줄은 몰랐다.“YR가 꼭 당신 이름일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 정말 웃기시네!” 장서진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화제 돌리긴. 당신 수정 씨의 시계를 훔치셨죠? 이제 증거가 밝혀졌으니 발 뺌 할 생각은 포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말로 설명해 봤자 소용없을 테니 CCTV를 확인해 보죠. 각 사무실마다 CCTV가 있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시잖아요.”그들의 표정을 보니 모르는 게 분명했다.“제가 대신 신고해 드릴까요? 경찰이 온다면 누가 진짜 도둑인지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장서진은 얼굴이 새빨개졌다.“무슨 일이지? 아침 일찍부터 시끄럽게 뭐 하는 거예요!”이때, 김성주가 갑자기 나타났다. 양수정은 억울한 표정을 보이며 나에게 말했다.“아마 누군가 실수로 유라 씨 서랍에 넣었나 봐요. 오해해서 미안해요. 유라 씨, 이제 그만 화 풀어요. 네?”‘분명 자기가 먼저 소란을 일으켰으면서, 오히려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설득하려는 거야?’‘중고 시계 산 주제에 정말 자기가 부잣집 아가씨인 줄 아나 보네.’ 나는 콧방귀를 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