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박찬호에게 딸의 생일에 산에서 캠핑하자고 99번이나 부탁해서야 그는 겨우 허락했다. 다음 날 밤늦게 산 아래에서 딸을 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죽어있었고 손에는 우리 가족을 그린 그림을 꼭 쥐고 있었다. 나는 딸의 시신 앞에서 통곡했지만, 박찬호는 오히려 SNS에 사진을 올렸다. ‘너와 아이는 나에게 보물 같은 존재야.’ 이 글과 함께 올린 사진 속에서 그는 그의 소꿉친구와 작은 여자애의 손을 잡고 일몰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의 왼쪽 아래에는 작은 손이 보였는데 그건 내 딸의 손이었다. 이 잔혹한 사진은 내 딸이 찍은 것이었다.
View More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거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럼 왜 희망이를 산 아래까지 데려가지 않았어? 데려갔으면 누군가 그녀들을 봤을 수도 있고 그러면 희망이도...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잖아.”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박찬호는 눈을 감고 말했다.“희망이가 산 위의 나비가 너무 예쁘다고 좀 더 보고 싶다고 했거든.”나는 묘지 위의 그 흰색 나비를 다시 떠올렸다.이때 문밖에서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유수미의 목소리는 조금 초조했다.“찬호 오빠, 나를 차단해서 오빠랑 연락이 안 되잖아. 문 좀 열어줘. 오빠 보러 사랑이도 데리고 왔단 말이야. 이제부터 사랑이를 오빠 친딸로 생각해. 오빠도 사랑이를 예뻐하잖아?”나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박찬호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문 열어.”내가 명령하자 박찬호는 내 말대로 문을 열었다.순간 유수미가 그의 품에 안겨 왔지만, 그는 역겹다는 듯 제지했다.“왜 그래?”유수미가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했다.“오빠가 슬프다는 걸 알아. 하지만...”유수미는 거실에 앉아있는 나를 보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태연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계속해.”그녀는 민망한 표정으로 쑥스러운 듯 말했다.“하린 언니도 있었네. 난 아직도 무덤에서 희망이랑 함께 있는 줄 알았는데.”나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유수미, 내 딸 죽음과 너 관련 있지?”순간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하린 언니, 왜 나를 모함해? 나도 딸 키우는 사람이야. 희망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데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그녀는 예전처럼 박찬호가 나서서 자신을 위해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하지만 이번에 그는 오히려 내 앞으로 물러나서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수미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묻는다. 그날 너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갔어?”그의 말투는 너무 심각해서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나
“안돼!”박찬호는 깜짝 놀라 두 손을 들고 한 걸음 물러섰고 감히 나에게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나는 그를 노려보며 안전한 거리로 물러날 때까지 지켜보았다.“나는 너와 다시 화해하러 온 게 아니야. 물어볼 게 있어!”쓸데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박찬호는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먼저 그걸 내려놔. 자신에게 상처 주지 말고.”내가 스스로 상처를 줄 리는 절대 없었다.희망이를 죽인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았으니 나는 잘살아있어야 했다.나는 유리 조각을 내려놓았지만, 박찬호가 다시 이상한 행동을 할까 봐 손에 쥐고 있었다.“찬호야, 네가 희망이를 죽인 거야?”내 질문이 끝나자 거실은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해졌다.박찬호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가슴이 격하게 움직였다.“나를 의심해?”그는 자신을 가리켰다.“네 눈에 내가 그렇게 짐승보다 못한 놈으로 보이냐?! 내 손으로 친딸을 죽이게?!”그의 반응이 너무 격렬해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렸다.“오늘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산 위에서 희망의 시계를 찾았대.”나는 시계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너도 알다시피 희망이가 외출할 때 난 항상 시계를 채워주었고 절대 벗지 못하게 했어.”박찬호는 눈썹을 찌푸렸다.“그래서?”“근데 경찰은 너희가 캠핑한 곳에서 이 시계를 찾았고 시계에는 돌로 부신 흔적이 남아 있었어. 그러니까 희망이가 떨어지기 전에 누군가 일부러 구슬려서 시계를 벗게 했다거나 직접 빼앗았다는 거지.”나는 냉정하게 사실을 말했다.박찬호는 마치 얼어붙은 듯 보였다. 그는 분명히 이 일을 처음 듣는 것 같았고 그 반응은 연기로 나온 충격이 아닌 것 같았다.“네 말은 희망이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거야?!”“그래. 그리고 내가 가장 먼저 의심하는 사람은 너야.”나는 유리 조각을 들어 그를 겨누었다.그가 만약 범인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그와 함께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그는 절망에 가득 차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내가 그럴 수
경찰서를 나서면서 나는 경찰이 방금 한 말을 계속 떠올렸다.그곳은 외진 산으로 감시 카메라도 없었고 그날 캠핑을 간 사람들은 유수미와 박찬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반드시 진범을 찾아내서 따님에게 정의를 돌려줄 겁니다.”경찰은 내가 딸을 잃은 것이 안타까워서 본래 증거물로 남겨둬야 할 손목시계를 나에게 돌려주었다.햇빛이 내 머리 위에서 쨍쨍 내리쬐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시체처럼 거리를 걸었다.지난 이틀 동안 박찬호의 모든 말과 행동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그가 범인일까? 유수미 모녀와 함께 있기 위해 희망이를 직접 죽인 건 아닐까?!’온몸이 얼음물에 빠진 듯 추워서 덜덜 떨렸다.나는 집에 돌아와 그에게 물어보려 했다.그러나 집 앞에 도착하자 음식 냄새가 풍겼다.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박찬호가 먼저 문을 열었다.그의 눈은 여전히 빨갛고 입가에는 억지웃음을 띠고 있었다.“하린아, 발소리를 듣고 네가 돌아온 줄 알았어.”나는 잠시 멈칫하며 어색함을 느꼈다.예전에 이 말은 모두 내 대사였으니까.그를 지나쳐 들어가니 테이블 위에 음식이 가득 놓여 있었다. 향기는 괜찮았지만, 비주얼은 좋지 않았다.그는 내 뒤에서 조용히 말했다.“내가 요리할 줄 모르는 거 알잖아. 이게 다 영상 보면서 하나씩 배운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먹어줘...”항상 정장에 넥타이를 맨 엘리트의 형상이었던 그가 앞치마를 입고 있으니 조금 어색했다. “난 너와 밥 먹으러 온 게 아니야. 너에게 물어볼 게 있어.”나는 소파에 앉았다.그는 즉시 부엌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붓고 그 안에 레몬 조각을 하나 넣어 주었다.“먼저 물 한 잔 마셔. 오늘 밖이 더웠지.”나는 그의 손에 든 물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물컵을 내 앞에 두고 또다시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주방에 국도 끓여놨어. 너 갈비탕 좋아하잖아? 그래서 특별히 배운 거야. 요즘 너 제대로 밥도 안 챙겨 먹었을 거잖아. 가서
“미안해.”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나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미안해.”이번엔 몸을 돌려 희망에게 절을 했다.“미안해.”그는 울먹이며 중얼거렸다.“다 내 탓이야. 죽어야 마땅한 놈은 나였어.”“그러게. 왜 네가 죽지 않았을까?”난 더 이상 그로 인해 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다시 눈물이 났다.나는 박찬호를 20살 때 만났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였지만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고 그저 그에게 아이를 낳아주고 싶었다.그는 예전에 수없이 나에게 말했다.“하린아, 네가 딸을 낳아줬으면 좋겠어. 너같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 말이야. 너희가 공주 드레스를 패밀리룩으로 입으면 난 든든한 기사가 되어서 지켜줄게.”그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기꾼이었다.나는 그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 넘어갔다.사기꾼의 거짓말을 너무 쉽게 믿었던 탓에 나는 너무 잔인한 대가를 치렀다.“찬호야,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 오늘 시간 되면 바로 구청 가서 끝내자.”나는 땅을 고르고 난 뒤, 마지막으로 희망에게 입맞춤을 하고 돌아섰다.박찬호는 비틀거리며 내 뒤를 쫓아왔다.“하린아, 난 이혼 못 해...”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그도 멈춰 섰다.그는 빨개진 눈으로 나와 거리를 두고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갑자기 대학 시절 연애하던 때가 떠올랐다. 매번 싸우면 그는 항상 이치에 맞는 말을 했고 나는 그만큼 말주변이 없어 그저 돌아서서 가버리곤 했다.그러면 그는 내가 화가 난 걸 알고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면서 빨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다.나는 예전에 항상 자신에게 말하곤 했었다. 그에게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자고.하지만 지금은 누가 나에게 기회를 주겠는가?내가 희망이를 캠핑에 데려가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희망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사실 죽어야 할 사람은 그뿐만 아니라 나도 있었다.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가오려고 했다.나는 손을 내밀어 그를 제지했다.“찬호야, 난 네 얼굴만 보면 희망이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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