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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1장

지금 상황에서 헬레나가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캐나다에서 직접 병문안을 오겠다고 한 것은, 왕실 입장에서 분명한 계산이 있다는 뜻이었다. 즉, 노르웨이 왕실 역시 로스차일드 가문과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싶어 한다는 신호였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곧 가문을 공식적으로 이어받게 될 상황이었다. 이때 헬레나가 방문한다면,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곧바로 말했다.“아버지, 그럼 제가 곧 헬레나 여왕과 직접 연락해 보겠습니다. 일정이 언제 가능한지 확인해 보겠습니다.”하워드 로스차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맡… 맡기겠다…”…병실을 나온 스티브 로스차일드는 곧바로 의료진에게 회의 준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은 뒤,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스티브, 아버지는 만났습니까?”“예, 만났습니다!”스티브 로스차일드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은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내일 모든 직계 가족을 소집해서, 제가 가문의 대표를 맡는다고 발표하신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게 다 은 선생님 덕분입니다!”시후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결국은 스티브 씨가 직접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다만… 우리 약속은 잊지 마십시오. 잘되더라도 서로 잊지 않는 거, 기억하시죠?”스티브 로스차일드는 서둘러 답했다.“걱정 마십시오. 앞으로 은 선생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의 속내는 달랐다.가문의 대표 자리에 완전히 자리 잡기만 하면, 더 이상 시후의 약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가 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요구가 들어올 경우 언제든 관계를 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어떤 변수도 만들어서는 안 되었기에, 그는 모든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유지했다.그리고 다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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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2장

스티브 로스차일드가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 뒤, 시후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헬레나와 내일 계획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 어떻게 스티브에게 찬물을 끼얹을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헬레나의 캐나다 일정은 아직 이틀이 더 남아 있었고, 이전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도 이미 전해둔 상태라 일정 자체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특히 다음 날 오전은 완전히 비어 있었고, 오후에만 간단한 공식 일정이 하나 잡혀 있었다.따라서 아침 7시에 출발해 뉴욕으로 이동한 뒤 하워드 로스차일드를 만나고, 정오 무렵 다시 돌아오는 일정도 충분히 가능했다.시후가 헬레나에게 맡기려는 일 역시 복잡하지 않았다. 하워드 로스차일드를 직접 만나 30분 정도만 시간을 확보하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한편, 시후는 지난 번 AI 기술의 위력을 직접 경험한 이후, 그 가능성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아직 당장 활용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훗날 블랙 드래곤이나 TS Shipping에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더 나아가, 앞으로 폴른 오더와의 심리전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그래서 그는 새로운 요구를 정리해 헬레나에게 말했다.“헬레나, 이번에 하워드를 만나면 돈 문제만 이야기할 게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쓰고 있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AI 시스템을 노르웨이에 구축하도록 요구하세요. 그리고 그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동일하게 업데이트되도록 계약을 맺게 하고요. 만약 그걸 지키지 못하면, 해당 AI 기업의 지분 전부를 노르웨이 왕실에 넘기도록 조건을 걸어요.”헬레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알겠습니다. 내일 분명하게 전달하겠어요.”그러고는 이어 물었다.“그 AI 시스템은 구축이 완료되면 어떻게 넘겨드릴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완성되면 블랙 드래곤에서 운영하도록 할 겁니다. 노르웨이에 서버가 구축되면, 거기로 인력을 보내 인수하게 하겠습니다. 왕실에서도 필요하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죠.”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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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3장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워드와 협의가 끝나면, 추가 조건 하나를 더 받아내야 합니다.”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말씀해 주세요.”시후가 말했다.“약에 관한 일은 절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아들인 스티브에게조차도요. 누가 갑자기 어떻게 회복됐냐고 물으면, 무조건 기적이라고 답하게 하고요. 하늘의 뜻이다, 신의 기적이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그렇게 말하도록요.”시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리고 더 좋은 약도 있다는 걸 암시하세요. 나중에 필요하면 가격을 논의할 수 있다고요. 단, 전제 조건은 방금 말한 비밀 유지입니다.”헬레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확실히 전달하겠습니다.”시후는 이어 말했다.“그리고 모든 협상이 끝나면 이렇게 말하세요. 이 약을 들고 온 건, 스티브의 효심에 감동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야 감동받은 하워드에게 스티브가 좋은 인상을 받죠. 이미지도 같이 올려줘야 합니다.”헬레나는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은시후 씨, 스티브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셨습니까? 그런데 왜 오히려 도와주시는 건가요?”시후는 웃으며 답했다.“스티브는 이미 내 손에 약점이 잡혀 있거든요. 약점이 제대로 먹히려면 조건이 두 가지 필요합니다. 첫째, 아버지인 하워드가 계속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하고. 둘째, 스티브가 여전히 1순위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스티브를 계속 쥐고 흔들 수 있죠. 만약 스티브가 하워드에게 버려진 카드가 되어버리면, 내가 쥐고 있는 약점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거든요.”시후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이런 걸 흔히 ‘흑역사’라고 하죠. 예를 들어, 내가 문제가 많았던 사람 하나를 안다고 해보죠. 과거에 학교 폭력에 연루되거나, 불법적인 일까지 했던 인물이라 해도… 원래부터 밑바닥 인생이라면, 그런 과거는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어차피 더 떨어질 곳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날 그 사람이 운 좋게 큰 성공을 거두고,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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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4장

헬레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은시후 씨,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주 아저씨를 안전하게 한국까지 모시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일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헬레나와 작별을 마친 시후는 곧장 주진운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아저씨, 제가 노르웨이까지는 동행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헬레나 여왕이 전부 잘 준비해줄 겁니다.”주진운은 공손하게 답했다.“도련님, 충분히 신경 써주셨습니다. 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국에 도착하는 즉시, 바로 도련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가시면, 모든 걸 새로 시작하셔야 합니다. 헬레나가 노르웨이에서 임시 신분을 마련해 드릴 겁니다. 그리고 서울에 도착하시면, 제가 완전히 새로운 신분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해외로 나간 적도 없고, 어떤 조사에도 문제가 없는 완벽한 신분으로요.”잠시 말을 멈췄다가 시후는 덧붙였다.“지금 로스차일드 가문은 공식적으로는 삼촌에 대한 추적을 멈췄지만 삼촌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보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폴른 오더까지 얽혀 있는 복잡한 상황이죠. 그래서 이번 ‘사망 위장’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어요. 화재로 흔적 없이 사라진 상태라면, 양쪽 모두에게 단서가 없는 막다른 길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당분간은 이 상태를 유지하셔야 합니다. 지인들과는 절대 연락하시면 안 됩니다. 런던에 있는 가족분들까지 포함해서요.”주진운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 저는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가족과 평생 다시 만나지 못할 각오를 이미 했습니다.”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평생까지는 아닙니다. 언젠가 폴른 오더를 완전히 정리하게 되면… 그때는 주진운이라는 이름으로든, 피터 주라는 이름으로든, 당당하게 가족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로스차일드 가문도 감히 문제 삼지 못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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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5장

주진운이 말했다.“저는 딱히 다른 재주가 없습니다. 평생 골동품만 만지며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그 일을 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주진운이라는 신분이 완벽하게 정리된다면, 서울로 돌아가 작은 골동품 가게 하나 열고 싶습니다. 장사가 잘되든 안 되든 상관없습니다. 도련님 말씀처럼 세상 속에 묻혀 지내는 게 가장 안전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숨어 지내며 사람들을 피할 필요도 없게 되겠지요. 그리고 도련님께서 필요하실 때 언제든 부르시면, 바로 움직일 수 있고요.”시후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진운의 판단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피터 주라는 신분은 지금 실종 상태지만, 로스차일드 가문 입장에서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폴른 오더 입장에서도 함께 사라진 인물 중 하나일 뿐이었다. 게다가 그들조차 핵심 인물들의 행방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주진운을 따로 추적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반면 주진운이라는 신분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골동품을 다루던 평범한 인물이었고, 예인방에서 쫓겨난 뒤 행방이 불분명한 상태였다.여기에 약간의 이력만 보강해 준다면, 한국으로 돌아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인사동의 골동품 시장은 수준이 높지 않았다. 장 사장 같은 허풍쟁이나, 김상곤 같은 반쪽짜리 지식인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 중 누구도 미국에 있던 피터 주와 주진운을 연결 지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그러니 만약 피터 주가 인사동에 작은 골동품 가게를 연다면, 조용히 가게를 운영하며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시후는 물었다.“제가 돌아가면 바로 주진운이라는 신분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다만 예인방을 떠난 이후부터 이번에 돌아오기까지, 그 사이의 이력은 어떻게 설정하실 생각이십니까?”주진운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미리 눈에 띄지 않는 골동품들을 조금 준비해두고, 서울에 도착하면 예전 인맥을 통해 작은 가게 하나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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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6장

오후가 되자, 시후는 헬레나와 주진운에게 작별을 고하고 혼자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오타와에서 벌링턴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고, 국경 통과 절차만 조금 번거로울 뿐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국경은 원래 비교적 느슨한 편이었고, 무엇보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감시도 사라진 상황이라 시후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미국에 무사히 입국한 뒤, 시후는 곧바로 차량을 타고 벌링턴으로 향했다. 이미 전용기가 그곳에서 대기 중이었고, 이륙 준비도 모두 끝난 상태였다.한편, 벌링턴 국제공항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소형 공항에서는 여전히 국토안보국이 그 문제의 걸프스트림 G650을 집요하게 수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유의미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국토안보국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이 허위 제보이거나 정보 오류일 가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시작된 수사는 되돌릴 수 없었다. 결국 끝까지 철저히 조사해야만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다만, 이 일은 벌링턴 국제공항의 정상적인 운영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이에 시후는 공항에 도착한 뒤 무난하게 입국 심사를 통과했고, 곧바로 전용기에 탑승해 한국으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그 시각, 오시연은 오인천을 데리고 Samson 그룹 산하 항공사의 통제 구역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화재 사건 이후 임시 폐쇄된 상태였다.경찰은 이미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한 상태였고, 사건 역시 일반 사고로 처리되어 더 이상의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회사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박지민은 실종된 채였고, 재건 비용 승인도 이뤄지지 않아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현장에는 단 한 명의 경비원만 남아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휴가 상태였다.오시연과 오인천이 입구에 다가서자, 경비원이 말을 꺼냈다.“죄송하지만, 현재 이곳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오시연은 그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문 열어.”경비원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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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7장

격납고 한가운데에 선 오시연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몸에서 솟구치는 영기가 퍼져 나가며, 순식간에 격납고 전체를 덮었다.그녀는 내부의 모든 흔적을 세밀하게 감지하려 했지만, 끝내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미간은 점점 더 깊게 찌푸려졌다.그 모습을 본 오인천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서 오시연이 눈을 뜨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영주님… 혹시 뭔가 발견하셨습니까?”“없다.”오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이상하군… 저 화재로 정말 사망자가 없었다는 건가… 그렇지 않다면, 내가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할 리가 없는데…”오인천이 곧바로 물었다.“그렇다면… 박지민과 카운트 로이밸러가 살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까?”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도 없고 시체도 없다면… 살아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지. 다만 이해가 안 되는 건, 상대가 굳이 그 둘을 살려둘 이유가 있느냐는 거다.”오인천이 말했다.“살려두면 아마 폴른 오더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내부 정보도 얻을 수 있기 때문 아닙니까?”오시연은 손을 저었다.“타격을 주려면 차라리 죽이는 편이 더 확실해. 게다가 상대는 몇 차례나 Samson 그룹을 구해낸 인물이다. 그렇다면 Samson 그룹과 깊이 연결돼 있다는 뜻인데... 그런 인물이 Samson 그룹에 십수 년 잠입해 있던 박지민을 살려둘 이유가 있겠어?”오인천은 놀란 듯 물었다.“영주님 그럼... 두 사람이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씀이십니까?”“그렇다.”오시연은 단호하게 말했다.“설령 시체가 이 불길 속에 모두 타버려 없더라도, 어딘가에서 이미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해가 안 되는 건…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근접 공격 무기처럼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수도 없을 텐데 어떻게 카운트 로이밸러가 자폭할 기회도 없이 죽었느냐는 점이다.”오시연은 오랫동안 네 명의 백작에게 니환궁을 여는 것의 중요성을 주입해왔다. 그들은 그 힘을 절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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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8장

오시연의 말을 들은 오인천은 크게 놀라며 물었다.“영주님… 어째서 그렇게 판단하시는 겁니까?”오시연이 말했다.“그 자는 이미 카운트 에버윈을 죽인 적이 있다. 자폭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 했겠지. 그래서 카운트 로이밸러에게 자폭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한 번에 끝내기 위해 저런 방식을 택한 거다.”이어 그녀는 낮게 덧붙였다.“정말 예상하지 못했어. 마치 유령처럼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을 줄은... 더 놀라운 건, 카운트 에버윈의 자폭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내 백작을 하나 더 죽였다!”오인천이 물었다.“영주님,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가 아직도 뉴욕에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오시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 추측이 맞다면, 지금 상황은 적은 어둠 속에 있고 나는 드러나 있는 상태다. 그 자는 내가 뉴욕에 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 지금 이곳에 있을 리가 없지. 오히려 내가 도착하기 전에 박지민과 카운트 로이밸러를 죽이고, 사방보당을 한국으로 보내버렸어. 심지어 박지민의 명의로 항공기를 띄워 내 시선을 흐트러뜨리기까지 했지. 모든 타이밍을 완벽하게 계산하고 움직였다. 이건 단순히 내가 뉴욕에 왔다는 걸 안 수준이 아니다. 내가 출발한 순간부터 내 동선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오인천이 말했다.“영주님, 기존 기체의 승무원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이번에는 오씨 가문 직계 인원으로 전용기 승무원을 구성하겠습니다.”오시연이 고개를 저었다.“이미 내 동선이 노출된 이상, 기존 비행기는 안전하지 않다. 새 비행기를 준비해. 준비가 끝나면 뉴욕으로 오지 말고, 필라델피아에서 대기하게 하고.”오인천이 물었다.“영주님, 미국을 떠나실 생각이십니까?”“그래.”오시연이 대답했다.“그 자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을 떠났을 수도 있어.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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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9장

시후에게 이번 미국행은 그야말로 수확이 가득한 여정이었다.주진운을 구해냈고, 사방보당을 한국으로 돌려보냈으며, 박지민과 카운트 로이밸러까지 제거했다.박지민은 Samson 그룹 내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고, 카운트 로이밸러는 오시연의 마지막 백작이었다. 두 사람이 모두 사라지면서 폴른 오더 입장에서도 또 한 번 큰 타격을 입게 된 셈이었다.현재 폴른 오더 중에서 시후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오시연 본인과, 곧 니환궁을 열게 될 세 명의 장로뿐이었다.시후는 굳이 서둘러 폴른 오더와 계속 맞부딪힐 생각은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잠시 휴전에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다. 오시연은 한국을 건드리지 못하고, 자신 역시 돌아간 뒤에는 『구현경서』의 내용을 차분히 파고들며, 아버지가 남긴 그 앨범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혹시 놓친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게다가 현재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상태였다. 시후는 이제 아내 유나를 집으로 데려올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배유현에게 부탁해 미국으로 데려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고,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전용기에 탑재된 위성 인터넷을 이용해 배유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배유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 선생님, 무슨 일로 연락 주셨어요?”시후가 물었다.“지금 프로젝트 진행 상황이 어느 정도되었죠? 유나 씨는 언제쯤 자연스럽게 빠질 수 있을까요?”배유현은 잠시 생각한 뒤 공손하게 답했다.“은 선생님, 유나 씨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세 명의 핵심 디자이너 중 한 명이거든요. 게다가 규모도 큰 프로젝트라서, 초기 설계부터 시공 전 인수인계까지 전부 마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릴 겁니다.”시후가 다시 물었다.“그럼 중간에 자연스럽게 빠질 방법은 없습니까?”배유현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유나 씨와 사이가 틀어져서 해고하면 빠지긴 하겠지만… 그건 너무 잔인하죠... 명분 없이 사람을 자르면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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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0장

……이 시각, 관음사.관악산 북동쪽 자락, 관음사 북측 계곡 깊숙한 곳에는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고요한 별채가 자리하고 있었다.이 별채는 관음사 소유였지만, 일반인은 물론 사찰 내부 승려들조차 주지의 엄명에 따라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막 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 산속은 아직 빛이 완전히 스며들지 못해 희미한 어둠에 잠겨 있었고, 계곡 전체에는 옅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여기에 더해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계곡에 메아리치며, 한층 더 깊은 고요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별채 안뜰에는 한 중년의 귀부인이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염주를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그녀는 바로 시후의 어머니, 안예선이었다.그때, 청기와집 안쪽에서 머리를 짧게 깎은 중년 여성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안예선의 심복, 손금옥이었다.손금옥은 안예선 앞에 멈춰 서서 공손히 말했다.“사모님, 방금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도련님께서 귀국하셨습니다.”“그래?”안예선이 눈을 뜨며 반색했다.“사방보당이 막 서울에 도착했으니, 시후도 돌아오는 길이겠구나. 그렇다면 주진운도 무사히 구해냈겠지.”손금옥이 말했다.“공항 측 확인으로는 도련님 혼자만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진운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안예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후가 이미 다 정리해 뒀을 거야. 노르웨이 여왕 헬레나가 캐나다를 먼저 방문한 것도 아마 시후의 수일 가능성이 크지. 주진운은 그쪽과 함께 미국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아.”이어 그녀가 물었다.“박지민은? 소식이 있었나요?”“아니요.”손금옥이 고개를 저었다.“아직까지는 행방불명 상태입니다.”안예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그렇다면 이미 죽었겠지. 화재도 아마 시후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저지른 것이고.”그리고 다시 물었다.“시후는 이번에 어디로 향했죠? 서울? 아니면 안성?”손금옥이 공손히 답했다.“사모님, 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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