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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1장

시후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김상곤은 한미정이 변태섭과 결혼하게 된다는 사실에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시후가 다녀간 뒤로는, 이제 청첩장이 자신에게 올까 봐 그것만 걱정하고 있었다.한편 그 시각, 한미정과 변태섭은 함께 앉아 결혼식 하객 명단을 정리하고 있었다.두 사람의 인맥은 다르긴 했지만 성격은 비슷했다. 대부분의 지인이 미국에 있었고, 한국에는 비교적 왕래가 뜸한 친척 몇 명 정도 뿐이었다.한국에서는 각각 직장 동료들이 조금 있었고, 한미정은 몇몇 동창이 있긴 했지만 거의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그나마 김상곤 정도만 종종 마주치는 사이였다.그래서 두 사람은 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부르지 않을지 하나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한미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나씩 정리해보죠. 우선 미국 친구들부터요. 저는 따로 연락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워낙 거리가 멀어서 오기도 쉽지 않은데, 알면서도 초대하는 건 오히려 예의가 아닌 것 같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변태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미국 쪽 친구들은 연락도 자주 하고 친분도 깊지만, 결혼식까지 부르기엔 부담이 되죠. 오기 싫어도 곤란하고, 온다고 해도 우리가 마음이 편치 않을 테고요. 차라리 결혼식이 끝나고 시간을 내서 미국 한 번 같이 다녀오는 게 어떻겠어요? 당신은 당신 인맥이 있고, 나는 내 인맥이 있으니까, 그때 서로 친구들 소개도 해주고 인사도 드리면 충분할 것 같은데.”한미정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저도 딱 그 생각이었어요. 결혼식 끝나고 미국 한 번 다녀오면서 옛날 친구들도 보고요.”변태섭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아예 미국으로 신혼여행 가는 건 어때요?”한미정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저는 상관없죠. 문제는 당신이죠. 학교에 휴가를 낼 수 있겠어요?”“당연하죠.” 변태섭이 웃으며 말했다. “학장님께 말씀드리면, 열흘 정도는 충분히 휴가 낼 수 있을 거예요.”그는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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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2장

“상곤 씨요…” 한미정은 조금 난감한 듯 웃으며 말했다.“오늘 노인대학에서 나올 때, 나한테 밥 한 번 먹자고 하더라고요. 제가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결혼 얘기를 슬쩍 꺼냈어요. 이미 알 건 다 알았으니까, 원칙적으로는 초대하는 게 맞긴 하죠.”변태섭은 조금 놀란 듯 물었다.“상곤 씨가 당신한테 밥을 사겠다고 했다고요? 이유는 따로 말했습니까?”“아니요.” 한미정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냥 오랜만에 만난 동창이니까 밥이나 한 끼 하자는 정도였겠죠.”사실 한미정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었다.김상곤이 학교 근처에서 식사하자고 한 순간부터, 그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절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김상곤이 더 이상 기대를 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과거의 감정은 완전히 정리했고, 새로운 결혼을 앞두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오해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다만, 변태섭이 괜히 다른 생각을 할까 봐, 김상곤의 의도를 일부러 가볍게 넘긴 것이었다.하지만 변태섭 역시 만만치 않게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과거를 알고 있었고, 한미정의 아들 폴의 한국 이름이 ‘한모곤’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지금은 감정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믿으면서도, 30년 넘게 이어졌던 마음을 떠올리면 마음 한 켠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그렇다고 해서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미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는 법이니까.그래서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얘기를 꺼냈다면, 안 부르는 것도 좀 애매하지 않겠어요?”한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안 부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부르기도 애매하고요. 상곤 씨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니까 초대하려면 당연히 가족까지 같이 초대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윤우선 씨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요. 저는 그 사람이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상곤 씨에게만 따로 부르겠다고 할 수도 없고…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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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3장

“아무튼 이건 일단 이렇게 두고, 상곤 씨한테 물어본 다음에 다시 얘기하죠! 계속 정리해봐요. 가까이에 있는 제 옛 동창들은 따로 초대 안 하려고요. 전에 동창회에서 한 번 봤는데, 너무 비교 심하고 허세도 심해서요. 더 엮이고 싶지 않아요. 대신 우리 같이 한국 갔을 때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은 괜찮았잖아요. 인성도 괜찮고 가치관도 바른 분들이고요. 그때도 우리가 결혼하면 꼭 부르라고 했었으니까, 약속은 지켜야죠?”“그래요.” 변태섭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큰 틀은 이렇게 정리되겠네요. 시후를 제외하면, 양쪽 직장 동료랑 한국 교류 때 만난 팀원들, 그리고 상곤 씨는 본인 의사를 확인해서 결정하고요.”그러고는 말을 이었다.“이제 결혼식 이후 일정도 얘기해볼까요? 내 생각부터 말씀드릴 테니, 중간에 의견 있으시면 바로 말해요.”한미정은 턱을 괴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말해보세요! 듣고 있을게요.”눈빛에 생기가 도는 한미정을 바라보자, 변태섭은 살짝 쑥스러운 듯 시선을 돌리고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내 생각은, 결혼식이 끝나면 신혼여행은 우선 미국으로 가는 겁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한미정을 바라보며 반응을 기다렸다.한미정은 여전히 턱을 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좋아요! 계속 말해 주세요!”변태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갔다.“첫 일정은 뉴욕으로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교통도 편하고요. 뉴욕에 도착하면, 먼저 당신이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랑 친구들을 만나고, 마침 월가 쪽에도 제가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분들도 같이 인사드리고요. 그 다음에는 차를 하나 빌려서 뉴헤이븐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거리가 가까우니까 부담 없을 거예요. 거기 가서는 당신 예일대 동창들을 만나고, 마지막으로 스탠퍼드에 들러서 내 동창들까지 만나면, 빠르면 일주일 안쪽으로 일정은 다 끝낼 수 있어요. 그럼 남은 기간동안 날씨 따뜻한 섬으로 가서 푹 쉬면 좋겠는데.”한미정은 궁금한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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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장

시후가 차를 몰고 김상곤을 태운 채 청년재로 돌아오던 중, 마침 김상곤의 휴대폰으로 한미정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집 앞이 가까워지자 김상곤은 급히 말했다.“은 서방, 잠깐 차 좀 세워 줘!”시후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물었다.“왜 그러십니까?”김상곤이 말했다.“미정이가 카톡을 보냈어.”그는 시후 앞에서 바로 대화창을 열었다.시후가 힐끗 보니, 한미정의 카카오톡 이름이 ‘7월의 플라워샵’으로 되어 있었다. 그는 의아한 듯 물었다.“장인어른, 이건 이름이 왜 이렇습니까?”김상곤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이건 내가 바꿔놓은 거야. 프로필 사진이 아이리스 꽃이길래, 그냥 화초 가게 같은 걸로 해놓은 거야. 윤우선이 혹시라도 내 휴대폰을 몰래 볼까 봐…”그는 그렇게 말하며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뒤 시후에게 말했다.“미정이가 결혼식에 올 건지 물어봤다. 온다고 하면 청첩장 보내서 우리 가족까지 초대하겠다고 하는데… 은 서방, 내가 뭐라고 답해야 하나?”시후는 되물었다.“어차피 안 가실 거잖습니까? 그럼 그냥 일정이 안 된다고 정중하게 거절하시고, 결혼 축하한다고 하시면 됩니다.”김상곤은 난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나도 안 가고 싶은 건 맞는데… 너무 바로 거절하면 좀 그렇지 않겠냐? 괜히 미정이가 내가 윤우선이 무서워서 못 온다고 생각하면 체면이 안 서잖아…”시후가 물었다.“그런데 그게 실제 이유 아닙니까?”김상곤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긴 한데… 그렇다고 너무 티 나게 보이면 안 되지. 체면이 있지 않나.”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미정이가 보낸 메시지 좀 봐. ‘우리 가족 모두 초대’라고 한 거. 이거 내가 윤우선 때문에 못 올 거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이렇게 말한 거 아니겠나?”시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장인어른, 지금은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내려올 수 있을 때 내려오셔야 합니다. 이게 가장 깔끔하게 정리할 기회입니다. 괜히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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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5장

한편...한미정은 김상곤의 답장을 보고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원래는 ‘가족 모두 초대’라고 한 마디 던지면, 김상곤이 눈치를 채고 적당한 핑계를 대며 결혼식 당일 시간이 안 된다고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무난한 해결 방법이라고 본 것이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상곤은 그런 기색도 없이 아주 단호하게 이렇게 답해왔다.한미정은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었다.‘상곤 씨의 말이 무슨 뜻이지…? 설마 윤우선 씨까지 데리고 오겠다는 건가?’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윤우선을 마주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물며 자신의 결혼식이라면 더더욱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그때 청첩장을 작성하던 변태섭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미정 씨, 무슨 일 있어요?”한미정은 솔직하게 말했다.“상곤 씨가 답장이 왔는데… 가족 전부 데리고 결혼식에 오겠다고 하네요.”“그래요?” 변태섭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성격상 아내를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이런 일은 더더욱 숨기려고 할 텐데… 오히려 같이 데려온다고요?”“저도 모르겠어요…” 한미정은 한숨을 쉬었다.“저도 이해가 안 가네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변태섭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상곤 씨가 아직도 미정 씨한테 마음이 남아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미정 씨가 갑자기 저랑 결혼한다고 하니까… 마음이 편치 않은 거겠죠. 그래서 일부러 가족까지 데리고 와서 참석하겠다고 한 건, 일종의 오기일 수도 있습니다.”한미정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제가 뭐라고 단정 짓긴 어렵네요.”변태섭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사실 이해는 됩니다. 앞으로 우리도 한국에서 계속 살게 될 텐데, 미정 씨와 관련된 일을 계속 윤우선 씨에게 숨기고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어쩌면 이번 기회에 그냥 다 드러내고, 한 번에 정리해버리겠다는 생각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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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6장

다음 날 오후, 노인대학 서예 및 회화 강좌는 갑자기 새로운 강사로 교체되었다.서화협회 부회장인 김상곤은 강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대신 협회에서 대체 강사를 보내 수업을 진행하게 했다.한미정은 변태섭이 김상곤에게 전해달라며 작성해준 청첩장을 일부러 챙겨 왔지만, 정작 김상곤이 보이지 않자 수업이 끝난 뒤 대체 강사에게 다가가 물었다.“안녕하세요! 혹시 김상곤 부회장님은 오늘 왜 안 나오신 건가요?”대체 강사가 답했다.“요즘 협회 일이 좀 많으셔서요. 그래서 제가 대신 나와서 강의를 맡게 됐습니다.”한미정은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그럼 다음에는 언제 나오시는지 아세요?”대체 강사는 고개를 저었다.“당분간은 안 나오실 것 같습니다. 이후 강의 주제들도 다 저한테 맡기시고, PPT로 진행하라고 하셨거든요. 아마 한동안은 제가 계속 대체 강의를 맡을 것 같습니다.”그러고는 되물었다.“부회장님께 볼일이 있으신가요?”한미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니에요, 제가 직접 연락드릴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교실을 나온 한미정은 곧바로 김상곤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전화기 너머의 김상곤은 서화협회 사무실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서화협회에서 그는 명목상 부회장, 즉 2인자 위치였지만, 실제로 맡은 일은 거의 없었다.그 이유는 따돌림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평소 협회에서 무슨 주제든 토론을 할 때 그는 아예 입을 다물고 있거나, 입을 열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회장이 그를 유난히 아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대놓고 무시하거나 비웃지는 못했다. 회장 역시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중요한 일을 맡기지도 않았다.한미정이 한국으로 돌아와 노인대학에서 객원 교수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후, 김상곤은 자진해서 노인대학과의 협력 업무를 맡겠다고 나섰다. 협회장은 노인대학이 이름만 대학일 뿐, 사실상 노년층의 사교 모임에 가깝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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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7장

그래서 김상곤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미정아, 무슨 일이야?”한미정이 짧게 대답했다.“응, 상곤 씨. 오늘 강의하러 안 왔던데? 대신 강의하신 분이 그러는데, 앞으로도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이야?”김상곤은 서둘러 말했다.“아, 그거 말이야! 맞아, 맞아! 요즘 협회 쪽 일이 좀 많아져서 말이지. 내가 명색이 부회장인데 계속 노인대학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어제도 회장님이 전화하셔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일단 협회로 돌아왔어. 좀 한가해지면 다시 가려고!”한미정은 그 말이 핑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짚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그럼 언제 시간 괜찮아? 청첩장 좀 전해주려고 했는데.”김상곤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아니, 청첩장 하나 주려고 굳이 올 필요 없어! 그냥… 그 대리 강사 있잖아, 오 선생! 그 친구한테 맡겨. 협회 올 때 나한테 가져다주면 되니까!”한미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할게.”김상곤은 더 길게 대화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말을 끊었다.“미정아, 지금 회장님이 회의 소집하셔서 가봐야 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래, 일 봐.”전화를 끊은 김상곤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툭 던지고, 의자에 몸을 깊게 기대며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렸다.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윤우선에 대한 걱정이 한미정의 결혼 소식에서 오는 충격을 어느 정도 덮어주긴 했지만, 막상 조용해져서 생각해보면 여전히 몹시 불쾌했다.차라리 그때 한미정이 아예 돌아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앉아 있는데,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협회의 배 회장이었다.그는 김상곤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상곤 씨, 상곤 씨! 요즘 얼굴 보기가 쉽지 않네. 맨날 노인대학만 가서 그런지 한동안 협회에는 안 보이던데?”김상곤은 얼른 다리를 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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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8장

해븐 스프링스의 룸들은 원래 예약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어떤 경우에는 자리가 비어 있어도 일반 손님에게는 절대 개방하지 않았다.이건 이화룡이 돈을 벌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애초에 해븐 스프링스를 만든 목적 자체가 돈이 아니라, 격과 인맥을 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이화룡은 예전에 바닥에서 구르며 살던 시절부터, 사람들 특히 사회적으로 위치 있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미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술을 마시든, 밥을 먹든, 소비를 하든 항상 가장 좋은 것, 가장 비싼 것을 찾았고, 상류층일수록 사생활과 인맥의 급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해븐 스프링스는 환경, 음식, 서비스가 모두 최고 수준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손님 역시 그에 걸맞은 수준을 유지해야 했다.이건 마치 조직 세계의 형님급 인물들은 절대 부하들이 가는 식당에 가지 않고 반대로, 형님급 인물들이 가는 식당은 부하들이 돈이 있어도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괜히 같은 공간을 이용하면 ‘선을 넘었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해븐 스프링스는 엄격한 기준을 유지해왔고, 손님이 없더라도 자리를 비워둘지언정 수준에 맞지 않는 손님은 받지 않았다.그래야만 안성에서 독보적인 최고급 식당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또한 다이아몬드, 골드, 실버, 브론즈로 나뉜 룸 등급 체계는 항공사의 좌석 등급이나 회원 등급과도 비슷한 개념이었다.이화룡이 이런 높은 기준을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해븐 스프링스는 최고급 식당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었다.김상곤은 배 회장의 설명을 듣고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골드 스테이 예약도 못 하면서 왜 그런 약속을 한 겁니까? 완전 사람들을 속이는 거 아닙니까?”배 회장은 씁쓸하게 웃었다.“요즘 세상에 그런 인간들 많아. 능력도 없으면서 일은 덥석 물고 보는 거지. 일단 된다고 해놓고, 나중에 어떻게든 맞추려고 하는 거야. 잘 되면 돈 벌고, 안 되면 손해 볼 것도 없으니까.”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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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9장

김상곤이 선뜻 승낙하자, 배 회장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아이구, 상곤 씨! 정말 고맙네!”그러면서 다급하게 덧붙였다.“지금 시간이 벌써 4시가 넘어서... 저쪽 사람들은 식사 전에 룸에서 포커를 좀 치는 편이라... 빨리 좀 알아봐 줄 수 있겠나? 조금만 있으면 바로 넘어갈 것 같은데.”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상곤 씨, 만약 지난번처럼 이화룡 선생한테 부탁해서 다이아몬드 스테이까지 잡아줄 수 있으면… 오늘 저녁 자리, 내가 같이 데리고 가서 자네 좀 소개시켜줄게. 솔직히 말하면, 오늘 오는 사람들 다 도청 쪽 핵심 인물들이야. 그 사람들이랑 인맥만 잘 쌓아두면, 나중에 우리 둘 다 한 단계 더 승진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어!”김상곤은 그 말을 듣자, 배 회장이 왜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남의 자리인데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걸 보니, 상대방이 보통 인물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머릿속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원래는 자신이 이 자리에서 더 올라갈 일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배 회장과 함께 윗선 사람들과 관계를 잘 쌓는다면, 배 회장이 더 올라갈 때 그 자리를 자신이 이어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김상곤은 즉시 말했다.“다이아몬드 스테이 말씀이시죠? 회장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바로 알아보겠습니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시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시후는 샹젤리 온천에서 나나코와 함께 영기를 다루는 수련을 하고 있었다. 장인어른에게서 전화가 오자, 그는 마당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장인어른, 무슨 일이십니까?”김상곤이 다급하게 말했다.“은 서방, 하나 부탁 좀 하자.”시후가 답했다.“뭘 그렇게까지 말씀하십니까.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김상곤이 서둘러 말했다.“이화룡 선생한테 한 번만 물어봐 줄 수 있겠나? 오늘 저녁에 해븐 스프링스 다이아몬드 스테이 비어 있는지 말이야. 비어 있으면, 내 지인이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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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0장

김상곤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우리 사위가 나섰는데 안 될 리가 있겠습니까!”말을 하던 중,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에서 어딘가 익숙하지만 바로 떠오르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김상곤 선생님 맞으십니까?”김상곤이 답했다.“네, 맞습니다. 누구십니까?”이화룡이 공손하게 말했다.“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해븐 스프링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화룡입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김상곤은 상대가 이화룡이라는 걸 듣자마자 흥분해 곧바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이화룡 선생님! 물론 기억합니다!”옆에 있던 배 회장은 ‘이화룡’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사장님?”그는 작은 목소리로 묻자, 김상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의 허세와 자존심이 한껏 올라갔다.배 회장 역시 흥분한 얼굴로 다가와, 대화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그때 이화룡이 매우 겸손하게 말했다.“김 선생님, 앞으로는 저를 그렇게 높여 부르실 필요 없습니다. ‘화룡이’라든지 ‘이화룡 씨’라 부르셔도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은 선생님의 장인어른이시니, 저한테는 윗분이나 다름없습니다.”배 회장은 그 말을 듣고 완전히 놀라버렸다.‘김상곤, 대단하네… 이화룡이 스스로 아랫사람이라고 하다니…’김상곤 역시 속으로 우쭐해지며 말했다.“그… 이화룡 선생… 우리 사위가 말씀드린 스테이 이야기 들었지요?”김상곤은 시후의 정체도, 이화룡과의 관계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쉽게 부르지는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이화룡은 밝고 적극적인 목소리로 답했다.“은 선생님께서 이미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늘 저녁 다이아몬드 스테이는 김 선생님 성함으로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최고급 코스도 모두 준비해 두었고, 제가 직접 해븐 스프링스에 나가서 김 선생님과 손님분들을 모실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늘 식사는 전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김상곤은 그 말을 듣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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