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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1화

사실 맥청화는 줄곧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서이당도 궁에서 지내고 있는데, 한 번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하지만 궁이 워낙 넓으니, 마주치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운명과 인연을 믿지 않기도 했다. 언제나 스스로 노력해서 인연을 쟁취해 왔다.조금 전 황제의 표정이 워낙 위엄이 있어, 그는 못내 궁금한 점이 있었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장원급제하면 서이당과의 혼사를 허락받을 수 있는 것인지 확답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어서방은 정사를 논하는 엄숙한 자리이기도 하니, 혼사와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지금 맥청화는 무엇보다도 황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했다. 황제의 손에 그의 행복이 달려 있으니 말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모란꽃 숲 사이로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하늘색 저고리와 연보라색 치마를 입고 있었고, 발랄하고 해맑은 모습이었다.맥청화는 기쁜 마음에 자세히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비록 화사하고 아름다운 소녀였지만, 그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맥청화의 눈빛에서 반짝이던 기쁨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이내 시선을 거두어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맥 공자, 이분은 황제가 가장 아끼는 조양공주네. 폐하와 마마의 적출로, 아주 신분이 귀하네.”어느새 곁에 다시 나타난 목여 태감의 모습에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맥청화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조양공주셨군요. 외간 사내로서 어찌 공주마마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습니까? 실례가 될 수 있으니, 이만 돌아가겠습니다.”“맥 공자, 예라도 올리고 가는 것이 어떠한가?”목여 태감은 그를 살짝 떠봤다. 목여 태감은 일부러 옆에 숨어서, 맥청화가 공주의 절세 미모를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피려 했다. 하지만 맥청화가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신분을 소개하러 나온 것이었고, 신분을 밝혔을 때 반응이 바뀌는지 살펴볼 참이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공주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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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2화

맥청화는 속으로 얼마나 기쁜지, 얼굴에 전부 드러나고 있었다. 바짝 뒤쫓아오던 목여 태감은 몇 마디 하려다 고개를 돌렸다. 그가 가장 아끼는 공주가 복도 한쪽에 숨어 있는 것을 보고, 순간 공주께서 맥 공자에게 외면당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인사도 받지 못하고 돌아섰으니, 혹시나 그녀가 실망하진 않았을까 걱정되었다.목여 태감의 마음속에는 나름의 순위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계란 공주는 가장 첫번째였다. 공주의 희로애락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그는 맥청화와 서이당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당장이라도 위로하러 달려가고 싶었다.‘세상에, 공주께서 외면당하시다니… 저 맥 공자도 못된 인간이구먼.’목여 태감이 복도로 다가가, 공주에게 인사를 건네려는 순간, 갑자기 옆에서 손 하나가 쑥 뻗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어 태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태감, 어서 숨으시오. 지금 몰래 엿보는 중이오.”그제야 태감은 태자와 둘째 황자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세 사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있는 장면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목여 태감도 얼른 그들 뒤에 숨었지만, 그들 뒤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뒤돌아보니... 황제와 황후, 서일과 서일의 부인까지 모두 모여 있었다.다들 눈을 반짝이며, 맥청화와 서이당이 있는 정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맥청화와 서이당은 정원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발을 맞춰 나란히 걷고 있으니, 사탕의 몸은 어느새 맥청화에게 가려져 버리고 말았다. 맥청화는 사탕을 우연히 마주칠 줄 몰랐기에, 아무런 말도 준비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를 본 순간 긴장까지 확 밀려왔다. 그날은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는데, 궁에 있으니 무형의 압박이 느껴지는 듯했다. 맥청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일단 꽃구경 겸 산책을 제안했다. 그리고 계속 머리를 굴리며 함께 대화할 이야깃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무슨 이야기를 해도 유치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사탕은 두 사람이 만날 걸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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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3화

가장 먼저 자리를 뜬 사람은 서일과 다섯째였다. 두 아버지는 결국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특히 서일은 사탕이가 그 남자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고 마음이 뜯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세게 아프진 않지만 아주 불쾌했다.다섯째 역시 씁쓸했다. 만물에는 자연스러운 이치가 있는 법. 해가 지는 것처럼 언젠가 딸도 시집갈 것이며, 결코 주관적인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그는 사탕이를 생각하다, 택란을 떠올렸고, 택란을 생각하다 세상을 떠올렸다. 참으로 웃기는 일 아닌가? 회임부터 출산, 옹알이에서 말대꾸, 미숙함에서 밖으로 나가기까지. 아이가 걸어가는 길은 가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하지만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그녀의 과거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여생을 함께하게 되고, 그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결혼을 한다면, 부모와 가족은 점점 뒷자리로 밀려나게 되니 말이다.힘들게 키운 딸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니? 헛고생한 것인지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이 모든 게 남자에게 되돌아오는 업보일까? 왜냐하면 그도 다른 아버지에게서 딸을 빼앗아 왔고, 그 딸은 그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녀의 아버지도 구석에서 조용히 마음을 치유해야 하고, 사위가 찾아오면 웃음을 지으며,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이런 생각을 하니, 우문호는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폐하, 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습니다."서일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이런 상황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술 한잔을 하며, 사탕이가 어릴 적을 떠올리는 것뿐이다."가자. 옆에서 함께하마."다섯째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이렇게 가슴 아픈 일인데도 기쁜 일이라고 불러야 하니, 속이 뒤집히는구나.""그만하십시오. 저도 울고 싶습니다."서일은 코를 훌쩍이며 뒤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이미 호숫가 정자 안에 앉아 있었고, 사탕이는 아주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서일은 이 나이에 눈이 이렇게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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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4화

아버지를 달래는 일에 있어서, 택란은 나름대로 경험이 있었다. 아버지는 항상 부드럽고 다정한 면을 그녀와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이런 문제에 있어서 아버지는 유난히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웠을 것이다. 사탕이는 서로 마음을 확인한 기쁨에서 빠져나와, 택란의 말을 듣자마자 아버지를 달래러 돌아갔다.서일은 황제와 함께 반쯤 취한 상태로 방으로 돌아왔다. 요즘 그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런 일조차도 경사로 포장되어야 했다. 그는 곧 후작으로 책봉되어 그만의 저택이 생기게 될 것이다. 관직이 올랐으니, 분명 좋은 일이 아닌가?딸의 혼담이 오가고 있고, 장래 사위도 괜찮은 사람이니 이것 또한 기쁜 일 아닌가 생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일은 도무지 기쁘지 않았다. 그는 큰 야망 없이 그저 평온하게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서일은 남에게 밀려도 반항하지 않기에, 황제가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해 앞장서야 했다. 그리고 작위 책봉은 겉보기엔 자손에게까지 복이 내려가는 일이지만, 그가 원하던 평온하고 한가로운 삶을 잃는 대가도 있었다.그는 지금처럼 삶이 계속되길,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바랐다.조금 전 술을 마실 때, 황제가 갑자기 그의 어깨를 툭 치며 한마디 했다. 그 말이 서일의 눈시울을 붉혔다.황제가 말했다.“언젠가는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딸이 시집간 것도 별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그는 가끔 말을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하는 황제가 정말 얄밉다고 생각했다. 어찌 인생의 진실을 굳이 드러내야 하는가? 서일은 그런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선생도 유생의 성향에 맞게 가르치듯이, 황제도 신하의 성격에 따라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사탕은 직접 아버지를 위해 술을 깰 수 있는 국을 끓여주었다. 서일은 침상에 반쯤 기대어, 눈시울을 붉혔다.“제 혼사 때문에 아버지께서 어려움을 겪으시거나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저는 평생 시집가지 않겠습니다. 제게는 세상에서 부모님보다 더 중요한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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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5화

집으로 돌아갈 때는 반드시 선물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원 할머니의 뜻이었다.무상황은 원래 오면 뭐라도 사서 돌아갔었지만, 주로 원 할머니를 위한 것이었다. 원 할머니가 지금 이곳에 있으니, 무상황은 따로 선물을 사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선물을 사는 일행과 함께하지 않고, 줄곧 집에만 있었다.원경릉은 오빠와 주진,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격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파운데이션, 립스틱, 향수, 액세서리 등을 샀다.숙왕부의 어르신들에게 술과 담배를 사줄 생각이었으나, 할머니가 그들은 즐길 자격이 없다며 원경릉을 막았다.하긴 검사와 치료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으니, 어찌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겠는가?대신 그들에게는 좋은 브랜드의 육포, 노인용 분유, 칼슘, 비타민 등을 사주었다.가끔 술을 마시는 것을 허락할 순 있지만, 술을 직접 사주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원 할머니에게는 한두 번 눈감아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원경릉은 이번에 현대로 왔다는 것을 숙왕부에 알리지 않았다. 할머니의 병세를 확인했을 때, 돌아갈 상황이 아니면 그들이 실망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래도 할머니와 함께 돌아갈 수 있어서 너무도 다행이었고, 숙왕부 어르신들에게도 깜짝선물이 될 것이다.일행은 북당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떠나, 저녁이 되어서야 숙왕부에 도착했다.마침 숙왕부는 첫 번째 공사를 끝마쳤고, 안풍 친왕 부부도 자리를 비웠으니, 고기와 술을 사서 집에서 자축하기로 했다. 다들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릴 때, 누군가 크게 외쳤다."또 취한 것이오? 다들 취한 것이오?"그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고,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을 풍겼다.다들 취한 채로 고개를 돌리고, 이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심지어 누군가는 비틀거리며 물을 길어다가 머리에 부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물에 젖어 있었다. 흑영 어르신들은 젖은 옷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줄지어 마당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다들 머리를 숙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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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6화

원경릉은 늘 중재하려고 애쓰곤 했었지만, 이번엔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마당에 버려진 술 단지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으니, 정말 과하지 않은가?원경릉은 주위를 둘러보고 희 상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바로 물었다.“희 상궁은 어디 계십니까?”주 어르신은 머뭇거리며 말했다.“사식이를 보러, 추 상궁과 부인들을 데리고 궁으로 갔습니다.”“집안의 여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으니, 이렇게까지 날뛸 수 있었던 거지.”원 할머니가 냉소를 지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 쉬었다.“숙취에 좋은 국을 끓여오겠습니다.”큰 솥으로 숙취를 풀어주는 국을 끓여오자, 다들 비틀거리며 마시러 왔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해, 토해버린 이들도 있었다. 어르신은 토하고 나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뻗고 말았다.원 할머니는 정말 화가 나서 욕을 퍼부었다.“내가 넋이 나갔지. 그곳에서 편하게 잘 지내고 있다가, 이렇게 괜히 돌아와서 고생이라니?”원 할머니는 말은 그렇게 해도, 침을 넣은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지내며, 그들이 취한 모습은 자주 봤었다. 하지만 이렇게 토하며 쓰러지는 건 처음이라, 보아하니 이번엔 숙취가 심각한 듯했다.원경릉도 가만히 있지 않고, 술에 심하게 취한 몇 명을 골라 수액을 달았다.무상황은 술 단지 개수를 세러 갔다가, 산처럼 쌓인 단지를 보고 혀를 찼다. 보아하니, 한 사람당 적어도 열 근은 마셨을 것이다. 그렇게 고생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원 할머니는 힘들어서 허리고 곧게 펴지 못했고, 원경릉은 그녀의 모습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원 할머니는 그래도 돌아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다들 이대로 계속 마셨다면, 정말 무슨 큰일이 생길지도 몰랐다.원경릉은 할머니에게 쉬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직접 돌보겠다고 나섰고, 돌보는 와중에도 계속 욕을 퍼부었다.그때, 술기운이 올라온 흑영 어르신이 계속 누구에게 침을 놓겠다고 소리쳤다. 보아하니 꽤 취한 모양이었다.무상황도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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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7화

원 할머니는 방 안에서 그들의 말을 듣고 흐뭇하게 웃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정말 술을 끊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조금만 덜 마시고, 취해서 쓰러지는 일만 줄어도, 수명은 더 늘어나는 법이지.”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큼지막한 고기에 술까지 벌컥벌컥 곁들이는 것이, 듣기엔 참 행복한 인생 같지만, 사람은 결국 생로병사의 이치를 벗어날 수 없단다.”원경릉은 할머니가 정말 이들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살면서 진심으로 마음이 맞는 벗이 하나만 있어도 복인데, 이렇게 많으니, 그건 더 큰 복이었다.하지만 ‘오랜 벗’이란 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랜’이라는 말이었다. 이들이 좀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원 할머니는 정말 온 힘을 다해 애쓰고 있었다.예전엔 아무리 욕을 해도 듣질 않던 사람들이, 큰 병을 앓고 온 사람이 돌아오자마자 쓰러지자, 다들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그들이 겁을 먹은 것도, 원 할머니를 정말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원경릉이 조용히 물었다.“뵐래요? 다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들여보내라.”원 할머니는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아까 너무 심하게 야단도 쳤으니, 좀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조심조심 들어왔다. 다들 원 할머니가 눈을 뜨고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놓이는 눈치였다.표현에 서투른 사람들이라, 그저 말없이 조용히 서 있었다. 술에서 깬 흑영 어르신은 사실 말이 제일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제일 먼저 입을 열어, 황후에게 원 할머니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병이 거의 다 회복됐지만, 재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두 해 정도가 중요한 관찰기라, 무리하거나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전했다. 식사도 균형 있어야 하고, 기름지고 짠 음식이나 고기구이 같은 건 절대 안 된다고 설명했다.다들 말은 없었지만, 속으론 잘 새긴 듯했다. 그들은 방을 떠난 후, 바로 사랑방으로 들어가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술을 줄이는 것 외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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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8화

떠들썩하게 설을 보내고, 곧 다가오는 2월 초아흐레에 과거 시험이 있었다.사탕이는 점점 긴장되기 시작했고, 그 긴장감에 설날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그날 어화원에서 만난 후,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대신 택란이 기러기 역할을 맡아 서신을 주고받게 도왔다.사탕은 아버지를 달랜 후, 혼례 전까지 다시 만나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아버지는 자주 만나면 도도하지 못하고, 시집간 뒤 안대군주에게 꼬투리를 잡혀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사실 그녀도 아버지가 맥 공자가 없는 이 시절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마음은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맥 공자가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떨어지기를 바랐다.아버지는 황제에게서 이번에 떨어지더라도 다음에는 꼭 급제할 수 있을 것이라 들었다. 그러니 과거 시험을 넘지 못해도, 몇 년만 더 기다리면 된다.어떤 지역을 다녀온 적 있는 아버지는 그곳의 여인들은 스무 살, 서른 살에 혼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굳이 서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봄 과거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아버지는 민감해졌고, 그녀는 더 이상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사탕은 몰래 택란과 함께 절에 가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고, 길운을 비는 부적 하나와 함께 맥 공자에게 서신을 보내기로 했다.택란은 긴장한 사탕의 모습을 보고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맥 공자께선 재주가 출중하신 분이니, 틀림없이 장원을 따내고, 바로 전시로 나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나도 믿고 있지만, 그저... 그날 만났을 땐 자신만만하더니, 서신에서는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하더라. 확신과 자신감이 사라진 것 같구나. 혹시 그도 긴장하고 있는 걸까? 마음이 흐트러질 수도 있으니, 절대 긴장하면 안 된다고 전해주거라.”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꼭 전하겠습니다. 게다가 언니가 정성껏 준비한 부적도 있으니, 틀림없이 잘될 것입니다.”사탕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얼른 가거라.”택란은 부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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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9화

편지를 다시 사탕에게 전하자, 사탕이는 방에 숨어 반나절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편지들을 몇 번이고 펼쳐보았다.택란이 궁으로 돌아가, 식사하고 낮잠까지 자고 왔는데도 아직 다 보지 못한 상태였다. 택란은 문을 밀고 들어가며 말했다.“이제는 거의 외울 지경 아닙니까?”사탕이는 그녀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를 듣고 얼른 편지를 정리하며 일부러 화난 척했다.“잠시 쉬느라, 아직 다 못 본 것이다.”“그 말을 누가 믿습니까?”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좋으십니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편지를 보내다니요. 무슨 내용입니까?”“별거 아니다. 그냥 병기에 대한 얘기들이야.”사탕이는 편지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접었다. 그리고 값비싼 단목 상자를 꺼내, 받은 편지들을 상자에 넣어두었다. 이건 그녀의 혼수품이었다.“십수 통이나 되는 편지가 전부 병기 얘기입니까? 정말 무료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내에게 시집가면 안 됩니다.”“음… 꽃이나 풀, 달에 대한 얘기도 좀 있었으니, 완전히 재미없는 건 아니다.”택란은 연탑에 비스듬히 누워 발을 가볍게 흔들었고, 그에 따라 치맛자락도 살랑거렸다.“꽃에 달 얘기라… 곧 과거시험인데 아직도 정 타령이라니요? 점잖은 사람이 아닌듯하니, 시집가면 안 됩니다.”사탕이는 이를 악물고 돌아서, 택란을 가볍게 때렸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계속 놀릴 것이냐? 경천황제가 혼담을 꺼내러 오면, 내가 얼마나 비웃을지 기대하거라.”택란은 두 손을 아랫배에 포개 얹고, 먼 곳을 응시했다. 경천제를 떠올리자, 문득 그가 좀 그리워졌다.지금 뭐 하고 있을까? 발작은 없겠지? 이젠 괜찮아졌다고 어머니가 그러셨으니, 아마도 문제없을 것이다. 다만 어머니께서 한 번 더 검진받고, 피도 뽑아서 재검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다시 검사해도 문제가 없다면, 정말 나은 것이다.“무슨 생각 하는 것이냐? 너의 경천제가 보고 싶은 것이냐?”사탕이는 그녀가 멍하니 있는 걸 보고 놀리듯 물었다.오는 말이 있으면, 가는 말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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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0화

과거 시험 기간, 다섯째도 감회가 깊었다. 비록 용모는 늙지 않았지만, 젊은 세대가 차차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물론 이는 좋은 일이었다. 그는 지나간 청춘과 세월을 슬퍼하거나, 애석해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나랏일을 이어받았던 때의 일들이 떠올라, 그는 핑계를 대고 형제들을 궁으로 불러 술자리를 마련했다.술이 오가던 중, 그는 구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구사, 흰머리가 났네. 게다가 꽤 많소. 주름도 생겼고.”구사는 술을 마시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여인들이나 외모를 따지지요. 소신은 여전히 마음도 있고 힘도 있습니다.”그는 넷째 형님을 바라보았다. 넷째 형님은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미안하지만, 그는 흰머리가 없었다.손왕은 술을 한 잔 들이켜며 말했다.“흰머리가 무얼 말해 주겠느냐? 속세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자의 선물이니라. 구사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힘이 있지.”구사는 손왕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뜻은 관직입니다. 전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손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통통한 손으로 주먹을 쥐더니 구사의 가슴을 툭 쳤다.“내 말도 관직 얘기였다. 무슨 생각을 한 거냐?”“요즘 계속 음담패설을 하시니, 대체 무슨 뜻인지 누가 알겠습니까?”“내가 언제 음담패설을 했다고?”손왕은 멈칫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계속하셨습니다.”냉 수보는 느긋하게 다리를 꼬았다. 그의 우아하고 준수한 얼굴은 세월을 비껴간 듯, 젊은 느낌이 감돌았다.“지난번 경천제가 북당에 오겠다고 문서를 보냈는지 물었을 때, 무엇이라 답했는지 기억나십니까?”“내가 ‘그렇다’고 했지.”홍엽이 말을 이어받았다.“전하께선, 량지에 신약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 사내가 잠자리에 강하다고 하시더니, 좀 가져오라고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모두가 깜짝 놀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왕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북당을 방문하는 중요한 상황에, 그에게 신약을 가져오라니?손왕은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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