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명의 왕비: Bab 3591 - Bab 3600

3603 Bab

제3591화

저녁에는 연회가 없었다. 금나라 사절단은 오랜 여정으로 지쳐 있었고, 북당 황제를 알현한 후 거처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저녁 식사도 당연히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우문호와 경천은 몇몇 친왕들과 함께 식사하였고, 작은 연회처럼 자리가 마련되었다. 태자, 둘째 황자, 냉 수보, 이리 나리, 홍엽, 서일도 자리를 함께했지만 모두 남자였기에 원경릉은 참석하지 않았다.원경릉은 딸과 함께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공주가 봉황을 데리고 궁을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그제야 원경릉은 택란이 며칠 전 오늘 과제가 있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모녀는 그녀가 그런 일을 하러 나갈 때면 ‘과제를 하러 간다’고 말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과제였다.원경릉은 택란이 처음 궁을 나선 날이 떠올랐다. 그녀는 궁에서 다섯째와 함께 애가 타도록 기다렸고, 택란이 돌아오면 그녀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려 했었다.원경릉도 사람을 죽인 일이 떠올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가 죽인 것은 아니고, 형벌 집행을 감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빈 비가 자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이 남아, 그녀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래서 원경릉은 택란이 처음으로 그런 일을 할 때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을까 걱정했다. 그렇게 부부는 몇 시간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딸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고, 정말 과제만 하고 온 것처럼 보였다.아무래도 여린 딸이라, 다섯째는 도저히 그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어찌 택란을, 형벌을 집행하는 자와 동일시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딸이 무사하니 다행이었다.원경릉이 딸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택란은 상대가 죽어 마땅한 사람이니,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은 그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처음 사람을 죽인 모습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딸이 제멋대로 행동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고, 딸에게 믿음을 주기로 했다.해시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연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때, 택란이 돌아왔다. 전각에 들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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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2화

우문호 일행은 자시가 되어서야 연회를 마쳤고, 서일은 금나라 황제를 화휘전으로 호송했다. 우문호는 술을 많이 마셨지만 조금도 취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태자와 둘째 황자에게 돌아가 쉬라고 한 뒤, 전각을 나섰다.목여 태감이 마중 나와 발을 구르며 말했다.“폐하, 어찌 이 시각까지 술을 드셨습니까? 어서 전각으로 돌아가십시오.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황후가 화난 것인가? 그럴 리 없는데.”우문호는 그가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원 선생은 이런 일로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고, 게다가 그는 이제 술에 취하지도 않는다.“황후마마가 아니라, 공주마마께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우셨습니다.”목여 태감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 말을 내뱉었다. 공주가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황후마마는 전혀 다급해하지도 않았고, 긴장하는 기색도 없었다. 마치 공주가 자기 자식이 아닌 양했다.우문호는 순간 멈칫했다. 그는 정말 큰 일이구나 싶어, 다급히 물었다.“무슨 일 때문에 울었는가? 혹시 황후에게 혼난 것인가?”“혼내시지 않았습니다. 그저 돌아오자마자 울었고, 마마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습니다…”목여 태감이 말을 끝내기도 전, 우문호는 벌써 뛰기 시작했다.그는 먼저 택란을 찾으러 가지 않고, 일단 원경릉을 찾아갔다. 원 선생이 그녀가 울었는데도 묻지 않았다는 건, 계란이가 겪은 일이 부모에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비록 마음은 조급했지만, 우문호는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부부는 아이들 문제에 대해서는 함께 상의하기로 약속했었다.급히 전각으로 돌아와 보니, 원 선생은 붓글씨를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그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원 선생은 항상 마음이 복잡하거나 흔들릴 때, 이렇게 붓글씨를 쓰곤 했었다.“무슨 일이요?”우문호는 탁자에 두 손을 올리고 몸을 기울인 채, 원 선생을 바라보았다. 술기운에 붉었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얘졌다.원경릉은 고개를 들어, 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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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3화

택란은 연한 월백색의 치마를 입고, 비단옷을 입은 경천과 나란히 어둠이 드리워진 어화원을 걸었다.궁중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켜져 있는 어화원의 풍등은 수가 아주 적었다. 멀리 있는 등불들은 마치 물안개 속에 갇힌 듯 흐릿했고, 빛도 안개 속에 갇혀 정원 안까지 닿지 못했다.“그녀를 죽이려 했을 때, 그녀의 부모가 달려 나왔습니다. 힐긋 보니, 아바마마와 너무 닮았더군요. 그녀의 부모는 무릎 꿇고 제발 딸을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녀의 아버지가 우는 걸 봤습니다… 아버지를 닮은 자가, 딸을 잃는 고통을 겪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괴로웠습니다.”택란의 목소리에는 자책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그 여자가 죽어 마땅하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감정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정말 손을 쓸 수 없었다.택란은 아버지가 딸의 죽음을 지켜보게 하는 것이 너무 잔혹한 일인 것을 알고 있었다.경천은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네 마음속에서 부모와 가족은 네 영원한 약점인가 보구나.”“다들 그렇지 않습니까?”택란은 쓴웃음을 지었다.경천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그 여인은 무슨 죄를 지은 것이냐? 어찌 관아에서 잡지 못한 것이냐?”“그 여인은 이미 혼사를 정한 사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남자의 약혼자를 죽이라고 했고, 죽이기 전에 고문과 모욕까지 지시했습니다. 약혼자를 죽이고, 그녀는 범인을 산으로 유인해, 낭떠러지에서 밀어 죽였지요.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고, 모든 게 완벽했고, 관아는 그녀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그 남자는 약혼자를 잃고 슬픔에 젖어, 매일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주변의 시선을 무릅쓰고 그를 곁에서 돌봤고, 결국 그녀의 정성에 감동한 사내는 그 여인의 집안에 혼사를 제안했지요. 혼례는 다음 달입니다.”경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자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2년이 되었습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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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4화

향을 피운 뒤, 그는 부인의 밧줄을 풀고 그녀를 침상으로 옮겼다. 등불을 끄자, 어둠이 방 안을 덮었다.택란과 경천은 곧바로 떠나지 않고, 아래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들었다.아직 잠들지 않은 두 사람의 숨소리 하나하나가, 응어리처럼 느껴졌다.이 집에는 숨 막힐 듯한 억압감이 감돌았고, 그 상처는 평생 그들을 따라다닐 것이다.범인이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한을 조금 풀고, 작은 위로를 건넬 뿐. 고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택란과 경천은 그 집을 떠나, 궁이 아닌 청란 거리를 따라 걸었다. 범인의 아버지가 무릎 꿇고 애원하던 모습보다, 피해자 부모님 무언의 고통이 택란에게 더 크게 와 닿았다.그리고 이 사건에서, 범인의 부모는 피해자가 아니었다. 자식을 가르치지 못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지 않은가? 딸이 사람을 죽인 가해자인 이상, 그들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아니면... 먼저 궁으로 돌아가세요. 저는 좀 볼일을 봐야겠습니다.”택란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느꼈다. 오늘 밤 죽였어야 했던 사람이니, 더는 지연해선 안 된다.경천은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함께 가마.”택란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이런 일에 끼지도, 증인이 되어서도 안 됩니다.”경천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고, 함께 가마. 네가 손을 쓰지 못한다면, 내가 하마. 둘이니, 일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비록 다정한 말이었지만, 하려는 일은 조금도 다정하지 않았다. 택란은 더 말하지 않고, 그가 따라오도록 두었다.지옥령을 시행하는 일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었다. 죽임을 당하는 자와 이 사건에 연관된 자들이, 왜 그녀가 죽는지를 알게 해야 한다. 그것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였고, 가해자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택란은 지옥의 사자처럼 나타났다. 그녀는 가해자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고, 범인을 숲으로 끌고 왔다. 지옥령 팔찌를 움직이자, 은은한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가해자는 진가교가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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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5화

깊은 밤.택란은 경천제를 화휘전까지 배웅한 뒤, 혼자 어화원을 거닐었다.봉황이 날아와 그녀 어깨에 내려앉자, 택란은 손을 뻗어 깃털을 쓰다듬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을 죽인 뒤, 사실 그녀의 마음은 무척 홀가분했지만, 그래도 겉으로 어느 정도 심각한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가 무거웠으니.악을 처단함으로써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건 그녀에게는 일종의 해방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임무를 마칠 때마다, 유난히 평온하고 여유로움을 느꼈다. 마치 세상이 조금 더 깨끗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깊이 생각할수록, 두려움도 있었다. 그녀는 살인의 쾌감에 빠져드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택란에게 성장해야 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옳았다.어화원에서 반 시진쯤 걷고 나서야, 택란은 잠자리에 들었다.이미 사경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침상을 떠나기 싫어하는 공주였다. 사탕이가 진시에 찾아왔지만, 택란은 아직도 자고 있었다. 사탕이는 자신이 정성껏 끓인 전복죽을 내려두고, 택란이 일어나면 꼭 마시게 하라고 궁녀에게 당부를 건넸다. 그리고 정오에 함께 안지 군주를 만나러 궁 밖에 나가는 것을, 잊지 말라고 전했다.다들 오래전부터 안지가 수도로 돌아오면, 함께 놀러 나가기로 약속했었다.비록 오늘 궁 안에서 연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어른들 일이라 그녀들은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았다.사탕이가 다녀가고 얼마 되지 않아, 택란은 잠에서 깨어나 전복죽을 먹고 곧장 어머니를 찾아갔다.오늘 어머니가 경천제의 진료와 동시에, 약을 쓸 수도 있다고 했기에, 그녀는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좀 더 일찍 가려고 했지만, 경천제가 먼 길을 달려 경성에 왔고, 어젯밤 함께 외출했으니, 푹 쉬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본청에 도착하자, 경천제가 다섯 경에 아버지에게 끌려 나갔다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 택란이 말했다.“다섯 경이라고요? 거의 쉬지 못한 것 아닙니까? 아바마마는 어찌 그렇게 일찍 그를 찾으신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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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6화

우문호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숙왕부에 술과 고기를 좀 보내라고 명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이를 막았다. 원경릉이 설명하고 나서야, 다섯째는 얼마 전 그들이 금주를 외치던 일이 떠올랐다. 며칠이나 갈까 싶었는데, 이렇게 오래 버틸 줄은 몰랐다.게다가 무상황은 며칠 전부터 경천제가 언제 도착하는지를 계속 물어보고 있었다. 무상황의 고집스러운 성격상, 웬만한 사람은 그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철저히 제압당하고, 강제적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술을 금하겠다고 하다니?오늘 밤의 경성은 온통 술향으로 가득했다. 택란과 사탕이, 안지도 계화주(桂花酒)를 마셨다. 계화주는 향이 은은하고, 쉽게 취하지 않는다. 살짝 취기가 돌자, 소녀들끼리 은밀한 이야기를 하기에 딱 좋았다.궁 안은 풍악과 춤, 술이 끊이지 않았고, 매우 떠들썩했다.하지만 우문호와 경천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했다. 오늘 밤은 정사 이야기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결국 말을 꺼내고 말았다. 바로 택란이 전에 제안했던 일이었다. 우문호는 처음엔 급하게 의논할 생각도 없었고, 먼저 상업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던 참이라, 경천의 말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택란의 제안이라는 말에, 다섯째는 오늘 당장 의논하자고 말했다.그리하여 이 이야기는 술상 위에서 오갔고, 양측 관리들이 의견을 하나둘 내기 시작했다.양국 모두 추진 의사가 있었지만, 세부 조정이 필요했다.원경릉과 궁중의 내명부 부인들은 자리를 떠나, 별채에서 담소를 나누며 막걸리를 마셨다. 경성에서 지내는 부인들은 자주 모였다. 하지만 어쩌다 안왕비가 돌아왔기에, 더욱 화기애애했고, 밤이 새도록 이야기꽃이 피는 법이다.부군이 있는 여인들이라, 대부분 부군 이야기를 하였다. 다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고, 젊은 부군도 어느새 연세가 있는 아저씨가 되었다. 부부 사이에 작은 다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다들 주로 부군 험담으로 분위기를 띄웠다.하지만 다들 부군을 사랑하기에, 그저 말로만 투덜댈 뿐, 행복감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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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7화

북당의 경성은 저녁에도 통금이 없어, 늦은 밤에도 거리가 떠들썩했다. 거리에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오락거리가 넘쳐났다.경천은 낮에는 마음껏 즐기기가 조심스러웠지만, 해가 질 무렵 주루에서 식사와 함께 술을 조금 마시자, 금세 취기가 올라 마음을 놓고 즐기게 되었다.그는 오랜만에 평범한 백성처럼 마음껏 뛰놀고, 웃으며,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택란도 조금 술을 마셨다. 평소엔 조용한 그녀였지만, 오늘 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시끌벅적하게 놀았다. 택란은 번화한 청란 거리를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는 얼굴들이 보였고, 그녀는 마음엔 자부심이 피어올랐다. 이 시대는, 정말 북당에서 가장 찬란한 시대가 아닌가?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경천은 택란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며, 마음속에서 격한 감정이 솟구쳤고, 본능적으로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뛰었다.만두와 경단은 서로 눈을 마주친 뒤, 그저 참기로 했다. 워낙 즐거운 날이고 아버지도 이 모습을 보지 않았으니, 그냥 넘어가려 했다.이날 밤, 궁문은 그들을 위해 문 닫는 시간을 늦췄다. 그들이 궁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자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서일은 궁문 앞에서 계속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돌아오자, 급히 뛰어가 황제에게 알렸다.우문호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겉옷을 벗고 잠자리에 들었다.우문호는 아들을 걱정한 적은 없었다. 다만 딸이 걱정이었다. 경천이 함께 갔기에, 혹시라도 이상한 마음을 품고, 손이라도 잡고, 뽀뽀라도 하면 어찌한다는 말인가?경천이 북당에서 머무는 동안, 자유로운 시일도 오늘뿐이었다. 이후에는 두 나라가 논의에 들어갔고, 변경 무역 협정 체결을 위한 육체와 정신적 소모전이 시작되었다.우문호는 모든 것을 태자에게 맡기고,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상업과 경제는 이리 나리가 직접 나서야 했고, 수보 역시 때때로 상황을 살펴야 했다.모두 이렇게 바쁘니, 원경릉은 수라간에 특별히 보신할 음식들을 준비하라고 명해, 그들의 기력을 회복시키고자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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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8화

서일은 한숨을 쉬며 따라붙으며, 여전히 황제를 설득하려 했다.“폐하, 폴짝이가 크고 혼례를 올리면, 충용후부에서 지내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황후 마마의 친정에 갔을 때, 며느리가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저도 궁에서 머물러야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 제가 필요하실 때, 언제나 편히 부리실 수도 있고, 얼마나 좋습니까?”우문호는 다음부터 원경릉이 바쁠 땐, 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다 서일의 잔소리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서일을 궁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을 내렸으니,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아쉬움은 있지만, 서일에게는 아들이 있고, 앞으로는 손자도 생길 것이다. 그러니 서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집안을 세우고 자손을 위해 가업을 번창시키고 인맥을 다져야 했다.목여 태감은 황제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뒤에서 서일을 천천히 설득하며, 그가 황제의 뜻을 알아차리기를 바랐다.우문호는 앞에서 걸으며, 뒤에서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햇살은 포근하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이런 평범한 오후가 하나하나가 모여, 그의 드문 평범한 나날들을 이루고 있었다.우문호는 이런 시간이 좋았다.우문호는 충용후부를 떠나, 말도 없이 바로 남대영(南大營)으로 향했다.군 출신인 그는 군영에 특별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남대영의 장군들과 병사들은 깜짝 놀랐다. 금나라 황제가 북당에 머무는 중인데, 어찌 이런 시기에 군영을 방문했을까? 게다가 사전 통지도 없이 왔기에, 병사들은 정신없이 황제를 영접할 수밖에 없었다.남대영에는 그의 옛 부하들이 많았다. 우문호는 익숙하고 감격스러운 그들의 얼굴을 보자,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수년이 지나도록 그들과 한 번도 모이지 못했으니 말이다.흥이 난 우문호는 즉시 술을 사 오라고 명했고, 장군들과 함께 실컷 마시자고 했다.서일도 더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도 오랜만에 장군을 보니,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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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9화

금나라 사절단은 북당에 열흘 동안 머물렀고, 체결할 협정도 모두 체결되었다. 북당과 금나라는 만족스러운 변방 무역 협정은 맺었고, 양국의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금나라 사절단을 송별하는 연회가 시작되기 전, 우문호는 경천과 어서방에서 반 시진 동안 대화를 나눴다.열흘 내내 우문호는 그가 공개적으로 혼담을 꺼낼까 봐 경계했지만, 막상 떠나는 날이 되었음에도 경천은 단 한 마디도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우문호는 괜히 그를 의심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우문호는 작별 인사를 하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네가 혼사를 청할지 늘 걱정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구나. 무슨 생각이냐? 혹시 이제는 택란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것이냐?"정말이지, 그 말이 딱 맞았다. 소중한 딸을 데려갈지 걱정되면서도, 정작 안 데려가겠다고 하면 또 서운한, 복잡한 마음이었다.택란 이야기가 나오자, 경천의 눈빛은 부드러운 빛을 내뿜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닙니다. 택란이 북당으로 돌아오기 전, 함께 이야기를 나눈 적 있습니다. 확실히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저는 택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직 혼인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첫째는 폐하와 마마 곁을 더 지키고 싶은 마음이고, 둘째는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제가 철이 없어, 모두를 곤란하게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인하고 싶은 사람이 택란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택란이 원하는 일을 하기를 바라고, 언제든 묵묵히 기다릴 것입니다."다섯째는 그의 말에 위로받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생각하다니, 참 기쁘구나. 하지만 한 가지 미리 말해두마. 네가 기다린다고 해도, 택란이 꼭 너에게 시집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마음의 준비는 해두어야 한다. 결국 기다림이 헛된 것이 될 수도 있다."경천은 멈칫하다 말했다."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녀가 저와 혼인하지 않는다면, 분명 그녀에게 정말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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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0화

금나라 사절단이 떠난 후, 태자는 바쁜 일상에 허덕였다. 그는 아침 일찍 침소를 떠나, 밤늦게까지 일을 계속했다. 금나라 체결한 상업 협약은 조정의 향후 몇 년간의 정책이 서북부 개발에 집중될 것임을 의미했다.워낙 큰 전략이니, 이리 나리와 자주 회의를 열고 향후 조치를 논의해야 했다.나라가 부유해지려면 먼저 길을 닦아야 한다는 법칙은 어느 시대든 변하지 않는다.길을 닦으려면,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북당의 비단, 곡식, 차 같은 상품들은 금나라로 대량 운송될 수 있고, 금나라의 광물도 북당으로 대량 수입될 것이다.길이 통해야 돈도 통하니, 길을 만드는 것은 시급한 과제였다.이전에도 길을 만들 계획은 있었지만, 작업이 크지 않으니,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동안 궁핍했던 강북부는 항상 개발에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태자는 강북부를 금속 중심지로 삼자는 제안했다. 중공업을 그곳에 집중시키고, 금나라에서 원광(原鑛)을 수입해 강북부에서 가공 후 북당 각지로 판매하자는 것이다.한편, 적동은 무서울 정도로 지식과 배움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자 공부를 마친 뒤에는 요리까지 도전했다. 만두 오라버니가 요즘 계속 일에 바빠, 늦게 귀가하기 때문이었다. 늦게 돌아오면 조금이라도 배고픔을 달래야 하니, 적동이 한 수 뽐낼 때가 되었다.적동은 무슨 일이든 늘 진지하게 임하고, 특히 만두 오라버니의 식사에 더 정성이었다.적동은 희 상궁의 요리 실력이 뛰어난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볶음 요리가 강했기에, 볶음 요리를 좋아하는 만두 오라버니를 위해, 그녀는 직접 숙왕부에 찾아가 희 상궁에게 요리를 배워왔다.적동은 수라간에서 신선한 고기를 골라 설랑에게 주기도 했다. 요즘 만두의 설랑도 피곤한 탓인지 살이 빠졌다. 만두 오라버니와 함께 있으면서 좋은 식사를 못 했을 것이다.원경릉은 특별히 수라간에 만두를 위한 보양식을 마련하게 했지만, 적동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는 수고를 덜었다.적동은 참으로 착하고 효심 깊은 아이였다. 자신이 만든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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