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명의 왕비: Bab 3701 - Bab 3710

3751 Bab

제3701화

그날 밤, 삼대 거두도 마침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실 수 있었다.다행히 오늘은 모두 그들의 사람들뿐이었고, 다른 대신들마저 모두 친족이었기에 황제가 체면을 잃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몇 시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도 대체로 파악되었으니, 이제는 남은 건 먹고 마시는 일뿐이었다.라만은 이미 취기가 올라온듯 우문소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앞을 비추는 익숙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수년이 흘렀건만, 마치 한 번도 이들 곁을 떠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소복도 오늘 크게 취했다. 지금의 그는 말솜씨가 뛰어나, 연회에서 친목을 도모하고 술을 권하는 것에 뛰어났고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그는 이 장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사람은 반드시 원대한 이상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것을 이룰 수 있느냐는 중요치 않으니, 꿈은 크게 꾸어도 괜찮다는 말까지 보탰다. 어차피 돈 드는 일도 아니지 않은가?비록 소복은 내각의 관리지만 오늘 자리에 모인 이는 모두 거두급 인물들이었기에, 이 장군 말고는 어깨동무하며 경험을 전할 만한 상대가 없었다.말하다 흥분이 차오른 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말했다.“난 과거에 그저 숙왕부의 심부름꾼 뿐이었으나, 지금은 내각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데, 대체 누가 나의 체면을 무시하겠소? 폐하도 나를 보면, 고개 숙여 ‘장인어른’이라 부르지 않는가? 소국공도 평소 아주 대단한 인물이네. 국공이자 수보였지만, 내 앞에서는…”그 순간, 무언가가 빛을 가린 듯 눈앞이 어두워졌다. 그는 성가신 듯 고개를 들어보았다.“누가 감히 나를 가로막는단 말이냐?”소국공이 술잔을 들고 그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잔 가장자리를 한번 훑었다. 소국공은 눈을 내리깔고, 무심한 듯 말했다.“직접 소 대감께 술 한 잔 올리려 왔네. 내가 그럴 자격이 있겠는가?”소복의 머리가 잠시 멍해졌다. 왜 자신에게 술을 올리는 것인지 싶었다.하지만 잠시 흐려졌던 머리가 곧 맑아지자, 자신이 방금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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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2화

북당에서의 나날은 빠르게 흘러갔다.이 장군이 당나귀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에, 모두 함께 나서서 찾아주었고 결국 찾긴 했지만 당나귀의 나이가 너무 많다 보니, 돌아오는 길을 자연스레 잊을 수도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다들 돈을 모아, 장군에게 새로운 말을 사주었다. 북당의 수문장으로서, 어찌 말을 얻을 자격이 없겠는가?이 장군은 말고삐를 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참 스스로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 해, 그날, 그 잔치에서 거의 전 재산을 털린 뒤로, 오히려 행운이 끊이지 않았다.역시나 즐거운 날들은 항상 빨리 지나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길을 떠날 날이 다가왔다.북당을 떠나려고 하니, 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성문 밖으로 멀리 나갔지만, 뒤돌아보니 다들 여전히 성루 위에 서 있었다. 극이는 이번에 그들을 뒤쫓아 나오지 않았다. 극이도 이제 성숙한 사내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었고, 그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배불리 먹고 마신 라만은 이미 할 말을 다 마친 뒤였고, 칠성도 더 들을 이야기가 없었다. 칠성은 서둘러 녹음기를 챙겼다. 조금만 더 이야기가 길어졌으면 녹음기가 방전될 뻔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라만에게 절을 하며 경건하게 경의를 표했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북당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만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리고 자리를 떠났다.칠성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차를 시켜 천천히 그 이야기를 곱씹었다.그리고 훗날 그는 다시 적성루를 찾아, 어르신들에게 어찌 혼인하지 않는지 물었는데, 어르신들은 시종 혼인할 생각이 없고, 그런 마음 자체가 들지 않았다고 했다.칠성은 바로 그들의 뜻을 알아차리고 어음 한 장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어르신들을 둘러보며 말했다.“저는 진실을 듣고 싶습니다.”그의 말에 순간 그들의 눈빛이 반짝였다.흑영이 손을 뻗었으나, 칠성은 어음을 누르며 말했다.“우선, 첫 번째 질문입니다. 어찌 제가 물을 때마다 늘 그렇게 대충 얼버무리셨습니까?”흑영이 말했다.“말을 줄여, 힘을 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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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3화

칠성은 궁으로 돌아온 뒤, 계속 말이 없었다. 적성루 사람들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는 생각에 마음속에 깊은 울적함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경릉은 그 모습을 보고, 다섯째를 불러 아들을 위로해 주라고 했다. 부자 간에도 가끔 소통이 필요하지 않은가?다섯째는 작은 술병을 들고 왔다. 그도 이제 다 컸으니, 함께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남자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좋았다.칠성은 아버지에게 적성루 사람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더 좋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 가정을 이루고, 지금 부인과 아이들도 곁에 있었을 텐데 말이다.그의 말에 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네가 어찌 그들이 행복하지 않은지 아느냐?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어찌 정의할 수 있지? 그들에게는, 늙어서도 젊은 날의 벗들과 함께하고, 평생을 함께하는 것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 아들아, 인생에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현대에서도 혼인하지 않는 이들이 있지 않느냐? 아이를 낳지 않는 이들도 있지 않느냐? 그들 또한 혼인하고 아이를 낳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삶에는 양면이 있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세상 사람들이 흔히 혼인해 자식 낳아야만 완전한 삶이라고 하지만, 그 혼인 속에도 갈등과 배신, 상처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삶이 과연 진정한 행복이더냐? 반대로 혼인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자유로운 이들이라 해도, 삶의 고통과 상처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처는 혼인한 사람에게도 닥칠 수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난 오히려 그들의 삶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평생 떠나지 않는 이들이 있고, 치고받고 웃고 떠들며, 북적북적하게 생을 마친다는 것. 그것 또한 행복 아니겠느냐?”칠성은 그의 말이 적성루의 흑영 어르신의 말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인생을 이해하는 폭이 한층 넓어졌다고 느꼈다. 이전에는 늘 부모님이 함께 있을 때의 행복을 보아왔기에, 그것이야말로 참된 행복이라 여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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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4화

파지옥은 굳이 각색팀을 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경험 많은 시나리오 작가 한 명쯤 불러와서 칠성을 도와주는 건 괜찮다고 여겼다.부장은 즉시 한 명의 베테랑 작가에게 연락을 취했고, 모두에게 소개했다.“이분 경력이 대단합니다. 무려 십수 년 동안 원격 집필을 해온 분이시랍니다.”파지옥은 고개를 갸웃했다.“원격 집필이라니?”부장이 웃으며 답했다.“머리로만 시나리오를 쓰는 거죠. 들리는 말로는, 매년 머릿속에서만 열댓 편의 시나리오를 ‘써낸다’더군요.”“머리로만 쓴다니요? 대체 어떻게 하는 거죠?”칠성도 의아해했다.“그러니까… 머릿속에서 한 번 스토리를 쭉 만들어내면 완성인 거죠.”그의 말에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경험 없는 풋내기밖에 쓸 수 없을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 상황인건가?파지옥은 고개를 저었다.“안 돼. 경험 있는 사람을 찾아야지. 내 목적은 손자를 제대로 키우는 건데, 머릿속으로 집필한다니? 게다가 대표작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내 손자를 돕는단 말인가?”하지만 시나리오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고 싶은 칠성은 찬성했다. 베테랑 작가들은 제각각 성향과 고집이 세서 충돌이 생길 수도 있었다. 심지어 싸움이 날 수도 있었다.그래서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조수로 두는 편이 더 나았다. 어차피 칠성은 학교도 다녀야 하니.“작가분 성함이 뭐예요?”칠성이 물었다.“왕유월입니다.”부장은 살짝 시선을 피하며 답하며, 어딘가 찔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왕유월은 부장의 먼 친척이었다. 과거 왕유월의 어머니인 영이 아주머니가 부장이 대학 가는 교통비 3만원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 외진 마을에서 대학까지 간 부장은 그야말로 그 마을에서 개천에서 난 용과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영이 아주머니는 돈을 빌려준 일을 늘 마을에서 떠벌리고 다녔고, 그녀가 아니었으면 부장이 대학도 못 가고 지금의 업적을 이루지도 못했을 것이라 떠벌리고 다녔다.왕유월 본인은 십수 년 전부터 불후의 명작을 쓰겠다며 취직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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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5화

주요 인물들 외에도, 또 한 명의 여주인공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왕유월이었다.칠성은 충격을 받았다.“이건… 부장님이 우리 시나리오를 미리 보여준 건가요?”왕유월은 책상 위에 놓인 간식을 입에 넣으며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시나리오요? 그건 아닌데요. 오늘에야 작가가 필요하다고 연락받았는데, 이미 시나리오가 있는 건가요?”“그럼, 우리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단 말이에요?”칠성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살폈다.이 이름들은 이 세대의 역사에서 나타난 적도 없는 이름이었다. 아무리 우연이어도, 이렇게 다 알 리가 없었다.“네. 회사 시나리오 한번 보여주세요.”칠성은 책상 위의 시나리오를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왕유월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서 들었고, 첫 장을 펼쳐 주요 인물을 보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었다.두 사람은 재빨리 마주 앉아, 서로의 시나리오를 번갈아 읽어 내려갔다.읽으면 읽을수록 칠성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일치하는 건 물론, 다른 인물들마저 겹쳤기 때문이다. 다만, 그와 달리 왕유월의 시나리오는 민간 이야기가 주축이었다. 한 푸줏간 집안이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장사를 잘 해냈는지를 그린 이야기였다.시나리오 속 왕유월은 매우 뛰어난 여성으로 그려져 있었고, 그녀를 사모하는 사람도 많았다. 흑영, 섬전, 귀영조차 그녀를 쫓아다녔고, 심지어 숙왕부의 세자 우문소 역시 그녀에게 호감을 드러냈다.물론, 우문소의 구애는 노골적이지 않았고, 그저 애정이 담긴 그윽한 눈빛 교환으로 표현될 뿐이었다. 반면 흑영은 자주 그녀의 가게 앞을 어슬렁거리며 온갖 핑계를 대고 말을 걸었다. 흑영은 돼지 허파나 돼지 간을 조금 더 달라는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그러나 이런 감정에 관한 요소들은 시나리오의 주제가 아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왕유월이 어떻게 가업을 일으켜 세우는가, 그리고 주변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있었다.이 부분은 오히려 드라마에 좋은 보완이 되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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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6화

그러자 칠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신다니. 작가님 몫은 절대 빠지지 않을 겁니다.”왕유월은 재빨리 곧장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서는 안에서 춤을 추며 축하했다. 드디어 고생 끝에 빛을 보았다. 그녀는 이제 밖에 있는 낡은 오토바이를 바꿀 수 있었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 후, 대본은 점점 더 완벽하게 다듬어졌다. 최종 시나리오에서는 파지옥조차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당시 조정 사람이 아니었기에, 강호를 떠돌며 백성들과 민간을 더 많이 봐왔었다. 그리고 부자들의 돈을 버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다.파지옥은 늘 이곳에 뭐든 다 있으니, 그곳이 그립지 않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면, 여전히 꿈속에서 백성들을 만나고 강호를 떠돌던 그때로, 그 거리로 돌아가곤 했다. 북적거리는 거리, 주루 앞에 걸린 낡은 깃발, 좁은 골목에서 풍겨오는 탁주의 향기…그 당시 비록 돈을 많이 벌긴 했지만, 돈을 쓰는 것을 몹시 아까워했다. 홀몸으로 살아가니, 돈이 많아야만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지난 일은 그저 회상일 뿐,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지금 이곳에는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지만 돌아가면, 결국 또 혼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 쓸쓸한 강호는 이제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노년의 파지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대본이 확정된 뒤, 왕유월은 마치 큰 업적을 이룬 듯, 서둘러 부장에게 찾아가 대본 정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장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업계에선 바로 주는 일은 없어. 일단 반만 정산하지.”왕유월은 주먹을 번쩍 들고 사납게 외쳤다.“기지에 있는 강아지들이 곧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정산해쥐지 않으면, 백 마리가 넘는 강아지를 데리고 부장님 집에서 지낼 겁니다.”부장은 그녀의 주먹을 두려워했다. 손톱 밑에 개똥이라도 숨어 있을까 싶어, 곧장 담당자에게 지시해 전액을 이체하게 했다. 왕유월은 돈을 받자마자 중고차 시장으로 달려가, 중고차를 한 대 샀다. 서류를 마치고는 일부러 회사 건물 앞을 폼나게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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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7화

파 회장은 자료를 아주 진지하게 살펴보았다.첫 번째 후보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대스타였다. 작품 경력도 많은데,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출연료가 비싸긴 했지만, 파 회장에게 돈은 문제 되지 않았다.두 번째는 잘생긴 인기 아이돌 출신 배우였다. 연기력은 좀 애매했지만, 장점은 압도적인 팬덤이었다. 팬들만으로도 드라마의 반은 성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배우를 담당한 팀이 따로 있어, 촬영팀 측에서 그들을 전부 챙겨야 했고, 대역만 해도 세 명 이상은 필요했다.세 번째 배우는 무술 전공 출신으로, 한 작품에서 호감 가는 배역을 맡았던 적이 있긴 했지만, 대표작이라 할 만한 건 그거 하나뿐이었다.네 번째 배우는 신인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사진도 없고, 이름조차도 기입되어 있지 않았다.“신인? 우리 회사 첫 작품이고 대작인데, 감히 신인을 끼워 넣어?”파 회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부장을 바라봤다.“설마 친척은 아니겠지?”“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부장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신인이긴 하지만, 군인 출신이라고 합니다. 두 번 정도 만난 적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이 ‘우문소’ 역에 딱 맞는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치 그를 위해 만든 배역처럼요.”“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남자 주인공으로 넣겠다는 거야?”“성은 압니다! ‘진’ 씨예요. 친구가 소개해줘서 알게 됐습니다. 제 친구와 가까운 사이라, 친구한테 바로 연락하면 됩니다.”“군인인데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겠어?”“일단 물어보는 거죠. 혹시 가능하다면 만나 뵐 수도 있고요. 회장님께서 직접 보셔도 적합하다고 느끼실 겁니다.”파 회장은 더 말할 기운도 없어, 그저 무심히 답했다.“일단 한번 찾아봐. 찾으면 다시 얘기하지.”부장은 업계 인맥이 넓고 친구도 많았다. 게다가 친구들도 모두 그의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는 사이라 했었다. 역시 부장이 설득과 부탁을 거듭한 끝에, 진 씨와의 약속을 잡게 되었다. 그는 즉시 파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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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8화

파 회장과 부장은 돌아온 뒤, 남주인공 문제로 한바탕 논의를 벌였다.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업계가 다 이런 식으로 굴러갑니다. 화제성이 있어야 유행이 되고, 화제가 있어야 인기가 유지되죠. 보십시오, 여주인공도 이미 이름 없는 신인이잖습니까? 그런데 남자 주인공한테까지 화제성이 없다면, 작품 운영이 어렵게 될 겁니다.”“자네가 전문가니, 맞는 말이야.”“네. 게다가 인기 배우로 정하면 우리 쪽에서 힘들게 공을 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화제도 그쪽 팀이 알아서 할 테니, 캐스팅 발표만 하면 곧바로 실시간 검색부터 온갖 이슈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면서, 계속 열기가 이어질 겁니다.”“음, 맞는 말이야.”“게다가 가격도 조금 더 조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걸 그들도 잘 알 겁니다. 그들이 부른 액수를 다 줄 수 있는 회사가 몇 안 되니, 80% 정도만 줘도 괜찮을 겁니다.”“그러자! 역시 전문가네.”“일단, 3억에 계약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회장님께서 문제없으시면 내일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죠?”파 회장이 일어나며 답했다.“그래. 난 문제 없어. 그럼, 내일 호준 씨 불러서 자세한 내용 협의하지.”부장이 웃으며 정정했다.“아니, 호준 씨가 아니라 준호 씨입니다.”“호준 씨로 하지.”“아닙니다, 파 회장님. 호준 씨가 아니라, 준호 씨예요. 앞뒤로 글자 바꾸셔야 합니다.”“분명히 잘 들었어. 호준 씨라며?”부장은 한숨을 쉬었다.“방금 그렇게나 많이 설명했는데, 한마디도 안 들으신 건가요?”파 회장은 놀란 듯 그를 보았다.“다 들었어. 게다가 칭찬까지 했는데! 내 칭찬 못 들었는가?”부장이 원망스레 말했다.“그게 칭찬입니까? 그냥 대충 넘기신 것 뿐이시지요.”“자네도 참. 진심으로 칭찬해줘도 못 믿다니. 자, 다시 따져보세. 방금 계속 호준이네, 준호네 했잖아? 그래서 내가 준호 씨로 하자고 하니까, 자네가 호준 씨라 그러지 않았나? 내가 준호 씨로 하겠다는데, 자네가 호준 씨로 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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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9화

돌아가기 전, 무상황은 일부러 흑영 일행에게 함께 볼건 지 물었다.흑영 어르신은 눈꺼풀이 올리며 답했다.“지금 그럴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여유가 있다고 해도 안 갈 겁니다. 비참한 인생을 다시 보러 간다니, 스스로 자기를 학대하는 거 아닙니까? 젊었을 적, 고통스러운 기억이 얼마나 많았는데. 안 가요.”다른 이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괜히 가서 스스로를 괴롭힐 바에야, 차라리 부두에 가서 짐이라도 나르는 게 더 나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 않겠다 하니, 억지로 권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우문호 일행은 현대로 돌아왔다.원경릉의 친정에서 그는 늘 가장 환영받는 사람이었다. 적어도 장인과 장모가 그의 앞에서는 그렇게 말해주었다.그러나 다섯째는 그렇게 순진하게 믿지 않았다. 어르신들 마음속에서 언제나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는 손주들이니. 게다가 보물 같은 딸, 원 선생도 있지 않은가? 그들은 아마 원 선생이 돌아온 걸 더 반가워할 것이다. 그는 그저 겸으로 함께 총애받는 셈이었다.하지만 그는 원 선생과 총애를 다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그녀를 아껴주기를 바랐다.삼대 거두는 그들의 저택으로 돌아갔고, 도착하자마자 곧장 잠을 청했다.원 교수는 그들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원래는 올 때마다 들떠서 곧장 먹고 마시고 하더니, 이번엔 왜 이렇게 피곤해하는 거지?”그가 원경릉에게 말했다.“이번 기회에 건강검진 알아봐 봐. 아니면 아예 입원해서 정밀검사 시키는 게 낫겠구나. 이 나이면 해마다 한 번정도는 해야지. 어떤 항목은 두 번씩 해줘야 해.”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최근엔 꽤 건강하게 지냈어요. 금연이랑 금주도 했고.”“담배와 술의 해로움이 끊었다고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폐와 간에 입힌 손상은 돌이킬 수 없어.”“알겠어요. 내일 개막식 끝나고, 제가 모시고 병원에 가볼게요.”원 교수가 답했다.“먼저 병원에 연락해 둘게. 모레 바로 입원 절차 밟으면 돼.”그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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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0화

소요공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간사하긴.”그러자 주 어르신이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황후도 다 우리 건강을 생각해서 그런 거네. 좀 사납긴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들 어디 말을 듣겠나?”무상황이 그를 흘긋 보더니 말했다.“그만하거라. 더 말하면 불편해서 토할 지경이니. 아첨이 지나치다.”주 어르신는 대꾸하지 않고, 충전이 끝난 핸드폰을 집어 무상황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방에 감시카메라 있소. 지금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오?’무상황은 핸드폰을 힐긋 보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방안을 훑어보았다. 역시 서북쪽 구석에 카메라 하나가 걸려 있었다. 역시 수보 출신답게, 주 어르신의 관찰력은 대단했다.“그래, 결국은 다 좋은 뜻이니, 됐다.”무상황이 한마디 덧붙였다.소요공은 발끈했다.“어찌 자네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오? 참 가식적이네. 어쨌든 난 안 갈 것이오. 가고 싶은 사람만 가라지. 난 모레 바로 여행갈 것이네. 괜히 이곳이 자기 고향이라고 우리에게 으름장을 놓다니? 난 강하게 나오면 절대 따르지 않는 사람이오. 다르고 얼리면 모를까…”무상황과 수보는 소요공이 쉴 새 없이 떠드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주사 맞을 희생양 하나쯤은 있어야지 않겠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흥분해서 떠드는 와중에, 서북쪽에서 날카로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로 여행을 간다는 말입니까? 제가 티켓을 준비해 드릴테니, 말해보십시오. 지금 당장 사드릴 수도 있습니다.”그 말에 소요공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허겁지겁 주위를 둘러보다가, 뒤늦게야 서북쪽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발견했다.‘이런… 경솔했군.’그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다들 맞는 말이오. 황후도 다 우리의 건강을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네. 검진만 끝나면 기분 좋게 놀 수 있잖소? 참 효녀라니까. 흠잡을 데가 없소.”“흠…”주 어르신과 무상황은 못마땅하다는 듯 그를 흘겨보았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말을 바꾸는 야비한 사람같으니라고!한편, 카메라 화면을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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