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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1화

다음 날 이른 아침, 파 회장은 직접 승합차를 몰고 와서 황제와 삼대 거두를 마중 나와주었다. 부장은 우문 작가의 가족이 오는 것뿐이니, 성대하게 맞이하지 않고 그저 운전기사만 보내려 했었다.이 말에 파 회장은 그 자리에서 불호령을 내렸다. 그는 우문 작가가 바로 회사의 진짜 주인이라고 알렸다. 파지옥은 부장에게 입사한 지도 꽤 되었는데, 그 정도도 알아채지 못했다면 부장 자리에 있을 자격도 없다며 말을 이었다.부장은 파지옥의 욕설에 넋을 잃고 말았다. 비록 우문 작가가 회사에서 일정한 발언권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파 회장은 여태껏 우문 작가가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한적이 없었다.‘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하지만 업계가 불황인 데다, 그의 능력으로 회사 부장이 된 것도 파 회장의 과대평가가 한몫했기에, 만약 다른 회사에 간다면 그저 평범한 자리에 만족해야 할 게 뻔했다.부장은 준비하러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쪽에도 친척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자, 그는 직접 차를 보내 파 회장과 동행하도록 했다. 우문 작가의 외조부모와 외삼촌까지 모두 모셔 온 것이다.칠성은 전날 밤부터 다 같이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집에 돌아가지 않고 바로 촬영장에 와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무상황을 따로 만나지 못했다.환타와 찰떡은 약속대로 함께 촬영장에 도착했다. 이미 와 계신 부모님을 보자마자, 그들은 침착하던 모습을 거두고 곧장 어머니에게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칠성은 두 주연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족이 도착한 걸 보고는 기쁜 얼굴로 말했다.“저 먼저 가봐야겠어요, 집안사람들이 왔거든요.”모자는 행복에 겨운 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상황이 못마땅한 듯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아이들은 어르신들도 자리에 계신 걸 깨닫고 황급히 달려가 인사를 올렸다.한편, 다섯째는 근처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다. 영화와 드라마 세트장이라 규모는 컸지만, 황금빛 장식들이 다소 조악하고 가짜 티가 많이 났다. 우문호는 서일이 좋아할 것 같아, 괜히 데리고 오지 않은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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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2화

우문호는 곧장 그를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파 회장은 걸음을 옮기다 말고 잠시 멈췄다. 어찌 황제가 직접 배우들을 만나러 간다는 말인가? 그들이 황제를 뵈러 와야 맞는 것 아닌가?황제는 북당을 이끄는 사람인데, 어찌 신분을 낮춘단 말인가? 절대 안 되는 법이었다. 우문호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어찌 안 가는 것인가?”“차라리 제가 그들을 불러, 여기로 오게 하는 게 어떨까요?”“앞장서게.”우문호는 웃으며 답했다. 어찌 저렇게 고지식한 생각을 하는 거지?두 주연 배우는 막 의상을 갈아입은 참이었다. 의상과 소품이 제법 잘 만들어져 있었기에, 우문호는 멀리서 보고 흡족해했다.주연 배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파 회장이 먼저 소개를 해주었다.“우문 선생님, 이 두 분이 바로 우리 드라마의 주연인 호준 씨와 이보인 씨입니다.”이어서 두 배우에게도 소개했다.“이분은 우문 선생님으로, 우문 작가의 아버님이자 이번 작품의 최대 투자자이십니다.”호준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우문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그의 미소는 친절했고, 대스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동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화려한 관복 차림이 그를 더욱 위엄 있어 보이게 했다.우문호는 그를 바라보았다. 비록 고조부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막상 연기에 몰입하면 비슷한 기운이 느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파 회장은 다시 여주인공 이보인을 소개했다. 그리고 귀띔하듯 우문호의 귀에 속삭였다.“보인 씨는 대스타는 아닙니다. 신인이라 가격이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고, 가능성도 크죠.”이보인은 최대 투자자가 왔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했다. 사실 이번에 주연으로 뽑힌 것도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인지 그녀는 어색하게 인사를 올리며, 땀으로 가득 찬 손을 내밀었다.우문호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긴장 말고, 열심히 하거라. 짐… 나는 네가 잘 해낼 거라 믿는다.”우문호는 이 소녀를 보니, 왠지 조카 안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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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3화

파 회장은 이런 일을 자기가 처리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대신 딱 맞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 인물은 바로 부장이었다.부장은 파 회장의 얘기를 듣자마자 가슴을 치며 당당하게 말했다.“저한테 맡기십시오.”파 회장은 환한 그의 표정을 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자네에게 맡기지.”파 회장은 두 손을 뒤로 하고 걸어가며 속으로 부장을 더는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이런 이상한 일에 신나서 달려드니, 그는 일이 끝나자마자 부장을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회사에서는 이런 더러운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개막식이 끝난 후, 부장은 곧장 이보인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우문 선생님께서 내일 밤 보래 호텔에서 보의 씨를 만나,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배역에 빨리 몰입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하시네요.”전화를 끊은 매니저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무슨 시나리오 얘기를 호텔에서 해? 이미 촬영 들어갔으니 그냥 현장에서 하면 되지, 이건 딴마음이 있는 게 분명해!”그러자 이보인이 물었다.“그 투자자 우문 선생님 말씀인가요?”“당연히 그 사람이겠지. 설마 작가겠어? 심지어 작가는 아직 학생이라, 나이가 어리다던데.”“근데 우문 선생님은 나쁜 분 같지 않아요. 인상이 반듯하고 눈빛도 올곧고, 저한테도 따뜻하게 대해주셨잖아요. 어쩌면 진짜 시나리오 얘기만 하려는 걸 수도 있죠.”“너 참 순진하구나? 시나리오 얘기하려고 호텔에 가는 경우는 없어. 호텔로 부른다는 건 다…”매니저는 순수한 표정의 그녀와 마주치자, 자연스레 말끝을 흐렸다. 업계의 어두운 면을 이보인에게까지 알려주고 싶지 않았지만,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진실을 알아야 했다. 결국 그녀는 이보인을 앉히고 업계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조심히 이야기해 주었다.다 듣고 난 이보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 얘기들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 우문 선생님이 그런 사람 같지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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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4화

다음날, 파지옥은 병원으로 발령받아 삼대 거두와 함께 건강 검진을 받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건강 검진을 너무도 싫어했기에,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어젯밤 보래 호텔 사건은 전적으로 부장이 멋대로 한 짓이지,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설명했다.나이가 들면 아이처럼 단순해지는 법이다. 파지옥은 해명만 하면, 황제가 반드시 믿어줄 것이라 여겼다.게다가 황제도 그를 꽤 존중해 주지 않았는가?하지만 황후는 아무 말도 없이 입원 수속을 밟아버렸기에, 황제도 굳은 안색으로 호되게 명을 내렸다.“명을 두 번 내리진 않을 것이니, 바로 따르는 게 좋을 것이네.”파지옥은 황제에게 끌려, 병원 화장실에서 이야기를 들었고, 어명도 화장실에서 내려졌다. 그는 억울한 듯 화장실 바닥을 내려다보며, 무릎을 꿇고 어명을 받으려 했다.그러자 우문호가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명을 따르기만 하면 되네. 일 봤으면, 이제 병실에 가서 누워 있게.”“감사드립니다!”파지옥은 마지못해 응했다. 하지만 황제가 나가자마자, 그는 곧바로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장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자 화가 치밀어, 전화기 너머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이런 상황이라면 전 사직하겠습니다. 더는 못하겠습니다. 저도 가슴속에 꿈을 품은 사람인데, 그저 엉뚱한 일만 시키시고, 큰 권한은 쥐여주지도 않으시는데 제가 어떻게 일을 합니까?”부장은 말을 마치자마자, 퍽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파 회장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감히 자신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더구나 사직이라니?아직 자기가 해고하겠다는 말도 먼저 꺼내지 않았는데?안 된다. 부장을 해고하면 몰라도, 사직 따위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파 회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 더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사직 신청해도 결재는 안 할 거야. 만약 출근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고소할 테니, 두고 보자고!”한편, 부장은 전화를 끊고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다행히 파 회장의 성격을 미리 파악했기에, 강하게 나오면 오히려 세게 대하지 않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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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5화

다섯째는 분량을 빨리 끝낸 덕분에 며칠 여유가 생겼다. 그는 효성 깊은 사위가 되어, 장인 장모를 모시고 거리 구경을 나섰다.물론 삼대 거두도 함께였다.그들은 사흘 동안 검진을 받고 퇴원했다. 다들 결과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무상황의 간에 작은 혹이 있었으나 심각하지 않아 재검만 하면 되었다. 심장도 썩 좋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앓고 있던 병인 데다 원경릉이 계속 그의 상황을 챙겨온 덕에 악화하지는 않았다.소요공은 지방간이 있었다. 예전 검사에서도 이미 발견했던 것이라 원 할머니가 술과 고기를 금하게 했다.주 어르신은 새로 빈혈이 발견되었다. 비록 주 어르신은 의술을 잘 모르지만, 지방간인 십팔매와 빈혈인 자기를 보기만 해도, 지난 세월 누가 여유롭게 고기와 술을 즐겼고, 누가 조정일에 진을 다했는지 충분히 증명된다고 여겼다.이 일로 주 어르신은 화까지 냈었다. 자신과 여섯째는 일에 치여 큰 병까지 얻었는데, 십팔매는 그저 지방간 뿐이라니 말이다. 같이 고생하고 복을 누린다더니, 십팔매만 복을 누린 셈이었다.소요공은 어깨를 으쓱하며 바르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사람마다 뜻이 있는 법이지. 나는 때 맞춰 물러났고, 자네는 힘든 것을 알면서도 맞섰네. 그래서 역사에 자네의 공이 기록되었고, 난 그저 소요공으로만 기록되지 않았나?”무상황은 가슴을 움켜쥐고 눈을 흘겼다.“나를 자극하지 말거라. 당장이라도 심장병을 발작할 수도 있으니.”소요공이 말했다.“아이고, 그만! 앞으로 10년 동안 내가 자네들한테 보신탕을 끓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희 상궁도 잊지 마시게.”주 어르신이 그를 노려보았다.“걱정하지 마시게. 난 돈이 많으니.”소요공은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금덩이를 두 개 꺼내 보였다. 그는 요즘 어딜 가든 이걸 챙겨 다녔다. 특히 이곳에서는 금덩이가 꽤 값어치가 있었다.소요공은 늘 모두에게 잘해주고 싶었다. 돈 내고 힘쓰는 것도 개의치 않았지만, 재물은 드러내면 안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돈이 많은 걸 알게 되면 도둑맞기 십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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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6화

북당으로 돌아온 후, 우문호는 곧장 어서방으로 돌아가 밀려 있는 상소문을 확인하려고 했다.무려 열흘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분명히 탁자 위에 상소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저 몇 권만 남아 있었다. 게다가 모두 이미 주필이 되어 있었고, 그가 그냥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태였다.내용은 각지의 수리 공사와 관련된 상소문이었는데, 평가도 아주 훌륭했다. 처음에는 수보가 처리한 줄 알았지만, 필적을 자세히 보니 태자의 필적이었다.우문호는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즉시 목여 태감에게 수보를 불러오게 했다.어서방에서 냉 수보와 한 시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우문호는 자리를 비운 열흘 동안 조정에서 일어난 일들과 태자의 섭정 상황을 들었다. 우문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아들이 유능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자신보다 더 탁월했다.그렇게 그날 밤, 우문호는 한 가지 문제를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하지마 원 선생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기적이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자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다. 비록 아직 미숙한 면도 있긴 하지만, 오래 연습하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았다. 비록 우문호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태자가 마음 놓고 단련할 수는 있지만, 진정한 단련은 권력을 직접 쥐어야만 가능하다.한참 생각에 빠져 있다가, 원 선생이 계속 방에 돌아오지 않자, 그제야 서재에서 바삐 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원 선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돌아올 때, 그녀는 새로 개발한 약의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예전에 실험한 약도 판매가 곧 시작될 수 있었기에, 자료를 한 아름이나 들고 왔다.이런 생각이 들수록, 그는 점점 더 권력을 태자에게 바로 내어주고 싶어졌다. 그래야 원 선생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 선생은 늘 그 때문에 희생하고 있다. 그녀처럼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은 마땅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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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7화

우문호는 여전히 태자에게 섭정을 맡겼다. 그리고 이 일을 무상황에게 서둘러 말하지 않고, 먼저 상황을 지켜본 뒤 말하려 했다. 너무 큰일이라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사실 우문호는 젊을 때 조금 일찍 물러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역대 군주들을 보더라도, 젊을 때는 힘써 정사를 돌보다가도, 말년이 되면 독단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사람은 늙으면 죽음과 잃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며, 손에 쥔 권력을 어떻게든 놓지 않으려 하기에 남의 도전조차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태상황도 당시 그런 기미가 보였다. 게다가 처리하는 일에도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었다.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신이 지금 그저 변명거리만 찾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만약 변명이라면,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찌 원 선생이 꼭 그를 위해 희생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부모와 친척들은 다른 시공간에 있고, 그곳에서의 삶과 일도 있는데, 북당의 가족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어쩌면 강제로 그녀를 남겨두는 것이 아닌가?그렇게 뻔뻔할 수는 없었다.이후 반 달쯤 태자를 관찰하자, 그는 물러나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결국 궁을 나와 무상황과 상의하기로 결심했다.삼대 거두는 항상 함께 지내며, 서로 비밀이 없었다. 그래서 우문호는 무상황만 따로 만나지 않고, 다른 두 사람도 함께 부르게 했다.무상황은 우문호 말을 듣자, 진지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사람 역시 침묵했다. 주 어르신은 깊이 사색하며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이내 무상황과 소요공도 주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조정의 상황을 그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주 어르신은 비록 겉으로는 조정 일에 손을 떼겠다고 했지만, 여유를 부릴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시간만 생기면 유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빌비를 찾아 신하들의 집을 찾아갔다. 게다가 옛 신하들과도 계속 알고 지냈다.게다가 태자의 동궁에 어떤 사람이 드나드는지도 주목했으며, 상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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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8화

비록 다섯째가 명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태상황은 여전히 우문호의 행동이 미인을 위해 강산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나라를 안정적으로 다스리고, 백성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것이 아닌가? 태상황은 그 외의 것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잘하고 있고, 마음과 힘도 있으니, 그는 우문호가 계속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국면을 유지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집권자를 바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기에, 우문호는 아버지에게 비록 위험은 있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새로운 집권자와 함께하면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고, 아마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완전히 물러나는 것도 아니었다.그래서 결국 태상황이 말했다.“이미 결정했고, 무상황도 찬성한다면, 아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태자가 아직 젊으니, 반드시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우문호가 약속했다.태상황은 아들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비는 네 결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널 지지하고 믿는다. 너도 상황을 다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겠지.”비록 태상황은 찬성하지 않았으나, 결국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이 다섯째가 이해한 태상황의 뜻이었다. 그의 행동에 우문호는 가슴이 뭉클해졌고, 문득 원 선생이 돌아오기 전,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역시 당시에 감정이 북받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었다.“아버지,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우문호는 멈칫했다. ‘사랑한다’ 라는 말이 도저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은 원 선생 앞에서만 말할 수 있기에, 우문호는 그저 무릎 꿇은 채로 앞으로 다가가 아버지를 안으며 말했다.“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태상황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가 그렇게 안게 내버려두었는데, 순간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아들은 황제다. 그가 이렇게 감정을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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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9화

연말 가연 전, 우문호는 태자에게 그의 뜻을 말했었는데, 당시 태자는 그의 말을 듣고도 놀라거나 충격 받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엄숙하게 말할 뿐이었다.“아바마마, 저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기셨으니… 북당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전력을 다해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백성들이 풍요롭게 지낼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계속 강대하게 길러, 북당의 국토가 침범당하지 않도록 지켜내겠습니다.”만두는 변방 요새, 군사 요충지, 지방 주둔 군무를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최근 2년간 민생과 관료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과거 안풍 친왕이 쓴 제왕술도 여러 번 읽기를 반복했었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유능한 학자들을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조언을 들었다.그렇게 만두는 1년 전, 정식으로 동궁에 인재를 들였다. 모두가 각지에서 유능한 학자들이었으며, 일부는 조정에, 일부는 재야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늘 서신으로 의견을 교환했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상경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태자는 섭정 동안, 시험 삼아 참신한 생각을 가진 신하들을 발탁했다. 그리고 그들을 각 관아로 보내, 기존의 오래된 제도를 깨뜨리고자 했다.이 모든 것은 아버지가 물러날 뜻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물러나려는 첫째는,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게다가 어머니가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유익한 일이기에, 아버지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둘째는, 북당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이제 북당이 강해졌으니, 조정 신하들은 암묵적으로 안정을 지키려는 정책만 제시하고 있었다. 다들 나라의 발전을 순리에 맡기며, 굳이 큰 변화를 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지금도 북당은 충분히 부유하고 안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굳이 일을 벌이다가 행여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지 않는가? 그러니 신하들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그래서 황제와 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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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0화

그 뒤로도 다섯째의 안색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있었다. 어떤 날은 창백했고, 또 어떤 날은 누렇고, 심지어는 퍼렇게 질리거나 빨갛게 달아오를 때도 있었다. 어쨌든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다.조정에서 정사를 의논할 때에도 태자의 의견을 묻는 일이 잦아졌고, 어떤 일은 아예 태자에게 결정을 맡기기도 했다.연말, 올해의 마지막 조회 날.경조부윤 제왕이 설날 기간에 관아와 민간의 경축 행사 준비 상황을 아뢰던 중, 갑자기 어딘가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신하들은 엄숙한 조회 자리에서 감히 졸고 있는 자가 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찌 이런 불경을 저지른 다는 말인가?다들 침묵을 지키며, 불경을 저지른 사람을 잡아내려 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던 사람들은 이내 시선을 용좌에 앉아 있는 황제에게로 옮겼다.황제는 머리를 살짝 기울고 있었고, 눈을 감은 채, 몸까지 편하게 가누고 있었다. 그리고 코 고는 소리도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황제가 잠들었다고? 황제가 정말 조회 도중에 잠에 드셨다니?’그러자 목여 태감이 다급히 나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조용히 하십시오. 폐하께서 어젯밤 기침이 심하셔서, 삼경이 넘도록 잠들지 못하셨습니다. 피곤하여 잠깐 졸리신 듯하니, 오늘 조회는 여기서 마치시지요.”신하들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황제의 병세가 점점 심각해지다니? 처음에는 그저 기침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도 기침이 낫지 않고, 안색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다. 황후의 의술이 그토록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인가?조회가 끝난 후, 신하들이 태자를 에워싸고 자세한 상황을 물었다.태자는 침착히 답했다.“아바마마께서는 그동안 나랏일에 몰두하셨고, 젊은 시절 출정해서 입은 상처로 인해 계속 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그간 어마마마의 세심한 보살핌 덕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든 탓에 작은 병에도 옛 상처가 도지니, 상황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신하들은 태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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