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4271 - Bab 4280

4332 Bab

제4271화

화영은 소파에 앉아 강인아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안았다.“엄마, 걱정하지 마요. 내가 있잖아요.”강인아는 딸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화영의 손을 꼭 잡았다.“네 아버지가 끌려가고 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화영아, 다른 방법만 있었어도 너를 추씨 집안에 보내지 않았을 거야.”“너의 꿈이 어떤지 마음이 어떤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데.”그러자 화영은 조용히 말했다.“다른 방법이 없잖아요.”강인아는 눈을 감으며 낮게 중얼거렸다.“왜, 왜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그 말에 화영은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괜찮아요. 여자한테는 여자가 지켜내는 방식이 있어요.”화씨 집안은 늘 조용하고 신중한 방식으로 일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추가와의 결혼 발표는 전례 없이 성대하게 준비되었고 기자회견까지 열렸다.대기실에서 화영은 은회색의 단정한 드레스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고 휴대폰에는 소희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정말 추씨 집안과 결혼하는 게 맞아?]그 문장을 바라보며 화영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갑자기 어깨 위에 무언가 포근하게 내려앉았는데 남자 수트 재킷이었다.그러더니 곧이어 낮고 매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 감기 걸려.”화영은 뒤를 돌아보며 잔잔하게 웃었다.“추신수 씨,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 건 너무 빠르네.”신수는 검은색 맞춤 수트를 입고 서 있었다.균형 잡힌 체격, 반듯한 얼굴, 경성의 고위층 자제들 사이에서 진석이 가장 뛰어난 외모라면 신수 또한 그 뒤를 잇는 수준이었다.신수는 화영의 뒤에 서서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화영아,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결국 너는 내 아내가 될 사람이고, 이렇게 서로 돌고 돌아 다시 만났잖아.”“이건 정해진 운명이야.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운명.”그러나 화영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네가 좋아한 사람이 과연 나 하나뿐이었을까?”그 말에 신수는 즉시 진지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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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2화

이때 한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추신수 씨와 화영 씨 결혼 발표라고 해서 왔는데 지금 청혼 단계인 건가요?”신수는 곧바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화영 씨가 수락만 하면 올해 안에 결혼합니다. 모든 건 화영 씨 뜻에 달렸죠.”그리고 이내 화영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손안의 반지를 내밀며 깊은 울림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화영아, 나와 결혼해 줘. 평생 한결같이 사랑할게.”순간, 모든 조명이 화영에게 쏠렸고 모든 시선이 화영 한 사람에게 박혔다.그때 문득, 며칠 전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이건 장난이 아니야. 한 번 승낙하면 돌아갈 길은 없어.”그러나 화영은 마음속에서 단단히 굳혀 놓았던 결심에 작게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이윽고 화영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손을 들어 반지를 받을 준비를 하려던 그 순간 시선이 한곳에 멈췄는데 바로 무대 뒤편 사람들 사이에 선 누군가였다.기자회견장의 마지막 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또렷한 실루엣, 서늘한 시선, 무수한 사람들 너머로 오직 화영만을 바라보고 있던 그 남자는 바로 우행이었다.‘왜 여기에 있는 거지?’화영은 잠시 착각인지 의심했지만 분명히 우행이 거기에 서 있었고 입술은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안 돼. 받지 마.”분명한 입 모양이었다.신수 역시 화영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고 여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따라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이내 이해한 듯,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반지 케이스의 윗부분을 살짝 젖혔다.케이스 안쪽에는 얇은 칸막이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아래는 사진이었다.작은 사이즈의 사진이었으나 놀랍도록 선명했고, 그 사진은 화영과 우행이 차 안에서 키스하는 장면이었다.이에 화영은 그대로 숨이 막혀 고개를 들자 신수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였다.하지만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화영아, 오늘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거절하면 이 사진은 바로 퍼질 거야.”“약혼자가 있는 여자가 몰래 다른 남자와 밀회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어떻게 될까?”“너희 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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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3화

호텔 맞은편 카페 안에서, 우행은 검은색 롱코트를 걸친 채 창밖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렸고 시선은 곧장 화영에게 닿았다.화영이 그 맞은편에 앉았다. 며칠 보지 못했을 뿐인데 마치 몇 년이 지난 듯한 거리감이 스쳤다. 함께 지내던 시절의 여유와 친밀함은 이미 아득한 과거처럼 멀게 느껴졌다.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날 왜 자기한테 다가갔냐고 물었죠? 맞아요. 목적이 있었어요.”“아버지는 높은 자리에 계시긴 하지만 우리 집안의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여전히 할아버지세요.”“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걸어온 길도, 나와 사촌오빠가 가야 할 길도 전부 그분이 미리 정해 놓으셨죠.”“하지만 나는 앞이 다 보이는 인생이 싫었고, 답답해서 강성에서 도망치듯 나왔던 거고요.”“겉으로는 내가 소희 대신 지엠을 맡아 운영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내 꿈을 뒤에서 붙들어 준 사람은 소희였어요.”“할아버지가 나를 아낀다고 해서 모든 걸 나한테 맡긴 건 아니에요. 특히 결혼은 오래전부터 추씨 집안과 정해 둔 상태였고요.”“지난번 추신수 스캔들이 터졌을 때, 할아버지는 화가 나면서도 결국 나더러 용서하라는 뉘앙스로 말씀하셨고요.”“그래서 그분의 뜻을 거스르려고 당신과 사귀었던 거예요.”우행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왜 하필 나였어요? 유연성이나 이신혁이 아니고?”화영은 우행은 연성까지 조사했을 거라 생각하며 담담하게 말했다.“유씨 집안도, 이씨 집안도 배경이 너무 복잡해서 얽히기 싫었어요. 그에 우행 씨 쪽은 가장 단순해 보였거든요.”“물론 예상외로 복잡한 일도 많았지만 말이죠.”우행의 입꼬리가 옅게 비틀렸다.“그래서, 나도 결국 버려진 카드가 된 거네요.”화영이 말했다.“그냥 우리가 연애하다가 서로 맞지 않아서 정리한 걸로 생각하죠. 예전에 우행 씨도 그런 연애를 했잖아요.”그 말에 우행은 화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만약 이번엔 다르다고 하면요?”이에 화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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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4화

화영의 눈빛이 단단해졌다.“좋아.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나를 존중해줘.”신수의 시선이 잠시 흔들리더니 다시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그 정도는 문제없어. 결혼 전까지 네가 허락하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을게.”그때 화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할아버지.”화성국의 목소리는 밝았다.[방금 추병국이 전화해서 너 보고 싶다더구나. 신수가 데리고 온다고 하니 잘 다녀오거라.]“알겠어요. 안 그래도 지금 뵈러 가는 길이에요.”[그래, 그래.]화성국이 만족스러운 어조로 전화를 끊자 신수는 옆에서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화영을 바라봤다.“네가 할아버지 말을 이렇게 잘 듣는 줄 알았으면, 진작 우리 할아버지를 보내서 결혼을 진행해야 했나 봐.”그러나 화영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우행이 강성에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밤이었다.접대를 마치고 막 집으로 들어온 순간, 수호의 전화가 급히 걸려 왔다.[우행아, 서원혁 죽었어. 희문이 그 사람을 죽였어.]그 말에 우행은 술기운이 단숨에 사라졌다.우행과 수호가 급히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조사실 안에서는 희문에 대한 심문이 한창이었다.밖의 의자에는 배기윤이 앉아 있었다.여자 경찰이 건넨 외투를 어깨에 둘렀지만, 안쪽 옷은 곳곳이 찢겨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 전체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기윤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호소하고 있었다.“그 남자가 저한테 막 덤벼들었어요. 제 남자친구는 저를 구하려고 그랬던 거예요. 제발 그 사람을 잡아가지 말아 주세요.”“정말 부탁드려요.”경찰이 기윤을 진정시키려고 말했다.“남자친구분이 사람을 죽인 건 사실이라 조사가 필요해요. 절차일 뿐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상황이 사실대로라면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어요.”기윤은 온몸을 떨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우행과 수호가 도착하자 기윤은 급히 일어섰다.“우행 씨, 수호 씨.”“울지 마요. 괜찮아요. 희문이는 문제없을 거예요.”수호가 서둘러 달랬다.그때 우행은 기윤의 발치에 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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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5화

경찰서를 떠난 뒤, 우행이 기윤에게 물었다.“언제부터 그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한 거예요?”기윤은 여전히 공포가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정신이 분산된 듯 멍하니 있다가 잠시 후 낮게 대답했다.“일주일 전부터요. 요즘 제가 몸이 안 좋다고 희문이 요가 개인 레슨을 끊어 줬어요.”“매일 퇴근하면 운동하라고 하고, 자기는 매일 그 식당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야식 먹고 집에 가고요.”말을 들은 우행의 얼굴빛이 바로 굳어졌고 수호 역시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그러자 기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우행이 낮고 깊은 톤으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니까 우선 집에 데려다줄게요.”“정말 괜찮겠죠?”기윤의 목소리는 이미 울음으로 갈라져 있었다.“괜찮을 거예요.”우행이 단호하게 말하자 기윤은 눈물을 쏟으며 흐느꼈다.“저를 구하려고 그렇게 된 건데, 죄가 있다면 차라리 저를 잡아가라고 해도 좋아요.”수호는 그런 기윤을 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눈빛에는 연민이 서렸지만 딱히 할 말은 없었다.“일단 집에 가죠.”기윤을 집까지 데려다준 뒤, 새벽의 도로를 달리던 차 안에서 박수호가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희문이 서원혁이 거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기윤은 예쁘고 집안도 좋으며 늘 명품을 입고 다녔다.한밤중 피트니스 센터를 오가는 모습은 누군가 노리기에 충분했다.‘하지만 희문은 어떻게 서원혁이 그 근처에 있을 거라 확신했을까?’우행이 말했다.“강변 정원 쪽에 트리하우스가 몇 개 있어. 노숙자들이 밤에 들어가 잠을 자기도 하지. 희문이 분명 그 남자의 움직임을 미리 눈치챘고 그래서 계획을 세운 거야.”신호 대기 중이던 수호가 억눌린 감정처럼 핸들을 한 번 내리쳤다.“그 남자는 죽어 마땅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불편해.”우행은 팔을 창틀에 걸치고 바깥을 바라봤고 목소리는 허스키하게 내려앉았다.“희문이도 제정신은 아니었어.”수호가 날 선 어조로 말했다.“혹시라도 타이밍 못 맞춰서 배기윤이 크게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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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6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화씨 집안과 추씨 집안은 결혼 준비로 분주했다.아침 일찍, 화성국은 화영을 불러 당부했다.“오늘 신수가 주문한 예물 반지가 도착한다더구나. 둘이 같이 가서 맞춰 봐.”그러나 화영은 머뭇거리며 말했다.“할아버지, 정말 연말 전에 결혼해야 해요? 제 결혼식에 아버지가 자리도 못 하시는데, 오히려 사람들한테 괜한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화성국이 차분히 답했다.“이미 다 생각해 뒀어. 네 아버지는 해외 순방 중이라는 기사로 정리할 거야. 그리고 의심받을 일 없게 할 테니 걱정 마.”“결혼식은 조용히 치를 거라서 기자도 부르지 않고 손님도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 부를 거야.”그 말에 화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할아버지가 괜찮으시다면 저도 괜찮아요.”오전 열 시, 신수가 직접 화영을 데리러 왔다.둘은 먼저 점심을 함께 먹고 그다음 예물 반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호화롭고 고풍스러운 레스토랑 2층.신수는 잘 맞는 정장을 입고 등장했고 자연스럽게 와인을 따르며 말했다.“2층 전부 내가 예약했으니까 방해할 사람 없어. 그러니 편하게 먹고 이야기하자.”화영이 가볍게 웃었다.“네 할아버지가 알면 밖에서 이렇게 사치 부린다고 혼내시겠네.”그러나 신수는 개의치 않았다.“지금 내가 쓰는 돈은 전부 내가 번 돈이야. 누구도 간섭 못 해.”그러고는 잔을 들고 건넸다.“걱정 마. 전부 깨끗한 돈이야. 난 항상 정당하게 일했어. 아니었으면 우리 할아버지가 먼저 날 가만두지 않았겠지.”화영이 잔을 부딪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럼 너의 정의로움을 위해 건배.”신수는 입꼬리를 살짝 씰룩이며 와인을 단번에 마셨다.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신수는 술기운이 돌자 말이 많아졌다.“네가 스무 살일 때였나? 우리 할아버지가 네 사진 보면서, 이 아가씨 예쁘지 않냐, 나중에 네 아내로 어떻겠냐고 그러셨지.”신수는 얼굴에 아쉬움과 후회를 뒤섞은 표정을 지었다.“내가 철없어서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나중엔 네가 늘 경성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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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7화

신수는 다른 손으로 화영이 들고 있던 차를 빼앗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곧바로 화영을 끌어당겨 소파에 눌러 앉혔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일방적으로 입을 맞추려 하자 화영은 고개를 돌려 피했다.“전에 나를 존중하겠다고 했잖아.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겠다고 했고.”그러나 신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우린 어차피 부부가 될 사람들이야. 왜 기다려야 해? 화영아, 나는 정말로 너 좋아해. 며칠 동안 매일 밤 네 꿈만 꿨다고.”화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 거야.”신수의 눈에서 불길 같은 욕망이 사라지고 곧 분노가 번졌다.“뭘 그렇게 점잖은 척이야. 진우행이랑 결혼도 안 한 상태로 동거했으면서. 그 남자랑은 질릴 만큼 놀아 놓고 나한테는 청순한 척하는 거야?”화영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술 좀 취했다고 내가 다 넘어가 줄 줄 알아?”신수는 상반신을 일으키며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고 표정은 이미 뒤틀려 있었다.“오늘은 반드시 널 내 사람으로 만들 거야.”그러자 화영은 순식간에 다리를 들어 신수를 밀쳐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뛰었다.이때 신수가 재빠르게 손을 뻗어 화영의 팔을 붙잡았다.곧 화영의 몸은 다시 소파로 거칠게 내던져졌고, 신수는 위에서 몸을 눌렀고 손은 화영의 옷깃을 잡아 아래로 세게 당겼다.여자와 남자의 체력 차이는 분명했기에 화영은 제대로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신수는 화영의 턱을 움켜잡고 억지로 입을 맞추려 했고, 여자는 공포가 치밀어 손을 뻗어 남자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이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울림이 방안에 퍼졌다.신수는 완전히 격분했고 더는 말도 없이 화영의 두 손을 제압한 채 옷을 벗기려 들었다.그 순간, 문이 걷어차이듯 열렸고 화가 잔뜩 나 보이는 한 남자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곧 남자는 신수의 옷깃을 움켜쥐고 단번에 주먹을 날리자 신수의 몸은 소파에서 떨어져 바닥으로 굴러갔다.신수가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남자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배를 걷어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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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8화

화영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나도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어요.”우행은 오늘 자신의 감정이 지나쳤음을 자각한 듯, 깊게 숨을 내쉬며 차분해지려 했다.“나랑 같이 강성으로 돌아가요.”화영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못 가요.”“아버지 일 때문에요?”우행이 묻자 화영은 말없이 시선을 떨궜고 둘 사이에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잠시 후 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당신은 당신 일 하면 돼요.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정말 그 사람한테 시집갈 거예요?”우행이 다시 묻자 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우행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그럼 조금만 미뤄요. 우리 모두 당신 아버지 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니 지금 결정할 필요 없잖아요.”화영은 우행을 바라보며 문득 웃었다.“전 여자친구한테도 이렇게 해줘요?”그러자 우행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이세라든 그 외에 내 여자친구였던 사람들까지, 다 헤어졌을 때 끝이었어요. 한 번 끝난 인연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고요.”화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네요. 깔끔하고 미련도 안 남기고요.”우행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근데 화영 씨는 한 번도 끝났다고 생각한 적 없거든요.”이에 화영은 순간 고개를 들었다.둘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고, 우행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감정이 파도처럼 일었다.“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고요.”화영의 목소리가 조금 쉬었다.“난 당신을 이용했는데 화 안 나요?”이에 우행은 단단히 응시했다.“이용할 거면 끝까지 해요. 중간에 멈추지 말고요.”화영의 눈가가 조금 뜨거워졌다.“미안해요. 그런데 나랑 추신수 일은 이미 정해진 일이라 더는 도와주지 말아 줘요. 나 누구한테 신세 지는 거 싫거든요.”말을 마친 화영은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빠른 걸음은 마치 자신의 결심을 보여 주려는 듯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영은 소희의 전화를 받았다.[경성 쪽 상황은 어때?]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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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9화

화영은 화성국의 팔을 잡으며 걱정스레 말했다.“결혼식 연기되는 건 괜찮아요. 사람만 무사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요.”그때 화성국은 화영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이건 어떻게 된 거냐?”그러자 화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까 욕실에서 미끄러져서 토너 병을 깨뜨렸어요. 그때 팔이 좀 긁혔거든요. 지금은 괜찮아요.”이에 화성국은 못마땅한 듯 말했다.“평소엔 침착하더니 너도 이런 허둥댈 때가 있구나.”화영은 작게 흠칫 웃으며 말했다.“집에 오면 긴장이 풀려서 그래요. 게다가 신수랑 점심때 술도 조금 마셨더니 머리가 살짝 띵했어요.”“마침 잘 됐다. 병원 가는 김에 약이라도 발라. 덧나면 안 되니까.”화성국이 단단히 일렀다.“네. 할아버지 말 들을게요.”화영은 얌전히 대답했다.병원에 도착하니 추씨 일가가 모두 모여 있었다.집안의 유일한 손주가 크게 다쳤다니 모두 얼굴이 굳어 있었다.신수의 상태는 꽤 심각해 보였다.다리는 고정돼 있고 얼굴에도 멍이 짙게 퍼져 있었는데도 화영을 보자 장난스럽게 윙크까지 했다.화영은 조용히 눈길을 돌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우행이 때릴 때 내가 옆에서 한 발 더 보탤걸.’화성국과 추병국이 이야기하는 사이 화영은 침대 가까이 가서 관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어쩌다 이렇게 다친 거야?”“내 잘못이지. 너무 서두른 탓이야.”신수는 씁쓸하게 웃었다.“화영, 너 화 안 났지?”“안 났어. 결혼식 미루는 것뿐인데, 사람만 괜찮으면 됐지.”화영이 차분하게 말하자 신수는 활짝 웃었다.“급하면 휠체어 타고 결혼식 할 수도 있어.”“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화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 기다릴게.”“화영아, 너만 고생이구나.”추신수의 어머니 김아란이 다가와 미안해하며 말했다.“내가 전에 신수한테 결혼식 전에는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간 모양이야.”“저도 책임 있어요. 술 마신 거 알았으면 제가 더 챙겨야 했는데.”화영이 일부러 자책하듯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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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0화

설날까지 이틀 남았을 무렵 희문이 무죄로 풀려났다.가윤은 이미 희문이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죽은 사람이 서원혁이라는 건 알려주지 않았다.그래서 가윤은 속으로 여자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도 내던진다고 희문을 비웃기까지 했다.세라와 가윤은 상의해 희문을 위해 작은 환영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무사히 풀려난 걸 축하하는 의미였고 장소는 세라의 집으로 정했다.“내가 이 집으로 이사 올 때 초대도 못 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다들 불러서 집들이도 하자.”그러나 가윤은 조금 불안해하며 물었다.“할머니 일 이후로 우행이 나한테 아직 한마디도 안 했어. 이번에도 안 오는 거 아니야?”그러자 세라가 손을 잡아주며 달랬다.“수호도 오고, 희문이도 올 거야. 그럼 진우행도 분명 올 거야. 그러면 이번 기회에 다들 오해도 풀고 예전처럼 지내면 돼.”가윤은 기대 어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화영도 떠났으니까, 우리 몇 명이라도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겠지.”세라는 부드럽게 웃었다.“그럴 거야.”그날, 박수호가 이희문을 데리러 갔지만 기윤은 보이지 않았고 그게 이상했다.기윤이야말로 가장 먼저 와 있어야 할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수호는 냉담하게 말했다.“그건 네가 직접 기윤 씨한테 물어봐.”희문은 바로 기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신이 오늘 유치장에서 풀려났다고 전했다.그러자 기윤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축하해. 우리 자주 가던 카페에서 기다릴게.]이희문은 기윤이 자신에게 뭔가 이벤트라도 준비한 줄 알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세라도 나 초대했대. 이따 같이 가자.”그러나 기윤은 단호하게 말했다.[일단 와서 얘기해.]전화를 끊은 희문은 수호에게 카페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고 투덜거리듯 말했다.“여자들은 왜 이렇게 이런저런 걸 꾸미는 걸 좋아하냐.”수호는 무심히 희문을 한번 흘겨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카페 앞에 희문을 내려주고 수호는 바로 차를 돌렸다.안으로 들어가자 기윤이 구석에 앉아 있었고 희문은 아무렇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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