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은 소파에 앉아 강인아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안았다.“엄마, 걱정하지 마요. 내가 있잖아요.”강인아는 딸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화영의 손을 꼭 잡았다.“네 아버지가 끌려가고 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화영아, 다른 방법만 있었어도 너를 추씨 집안에 보내지 않았을 거야.”“너의 꿈이 어떤지 마음이 어떤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데.”그러자 화영은 조용히 말했다.“다른 방법이 없잖아요.”강인아는 눈을 감으며 낮게 중얼거렸다.“왜, 왜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그 말에 화영은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괜찮아요. 여자한테는 여자가 지켜내는 방식이 있어요.”화씨 집안은 늘 조용하고 신중한 방식으로 일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추가와의 결혼 발표는 전례 없이 성대하게 준비되었고 기자회견까지 열렸다.대기실에서 화영은 은회색의 단정한 드레스를 입고 기다리고 있었고 휴대폰에는 소희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정말 추씨 집안과 결혼하는 게 맞아?]그 문장을 바라보며 화영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갑자기 어깨 위에 무언가 포근하게 내려앉았는데 남자 수트 재킷이었다.그러더니 곧이어 낮고 매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 감기 걸려.”화영은 뒤를 돌아보며 잔잔하게 웃었다.“추신수 씨,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 건 너무 빠르네.”신수는 검은색 맞춤 수트를 입고 서 있었다.균형 잡힌 체격, 반듯한 얼굴, 경성의 고위층 자제들 사이에서 진석이 가장 뛰어난 외모라면 신수 또한 그 뒤를 잇는 수준이었다.신수는 화영의 뒤에 서서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화영아,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결국 너는 내 아내가 될 사람이고, 이렇게 서로 돌고 돌아 다시 만났잖아.”“이건 정해진 운명이야.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운명.”그러나 화영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네가 좋아한 사람이 과연 나 하나뿐이었을까?”그 말에 신수는 즉시 진지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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