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4261 - Bab 4270

4336 Bab

제4261화

화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세라는 다음 날 오전이 되어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송혜라가 밤새 병실을 지킨 것을 알자 세라는 몹시 불편해하며 말했다.“어떻게, 어떻게 여사님이 절 돌보시는 거예요?”송혜라는 부드럽게 손을 잡아 주었다.“네가 우리 어머니를 살려줬잖아. 우리 가족이 고마워해야 하는 건 오히려 우리야. 그러니 너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야.”세라는 여전히 창백하고 초췌했지만 물기 어린 눈빛은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다.“지난번 이후로는 말씀하신 대로 진씨 저택에 간 적 없어요. 이번에도 가윤이를 데리러 간 것뿐이에요.”세라는 숨을 가다듬으며 원혁이 가윤을 뒤쫓던 사실과 왜 진씨 저택에 가윤이를 피신시켜야 했는지 천천히 설명했다.송혜라는 이미 우행에게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듣자 분노가 치밀었다.“그 서원혁이라는 사람, 정말 사람이 맞긴 한 거야?”세라는 지금 말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로 쇠약했다.“저를 나무라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만약 제가 아니었다면 할머니가...”송혜라는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젊어서 회복력이 강한 이세라였기에 이 정도로 버텼지만, 만약 같은 상처를 신서란이 입었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것이다.잠시 뒤, 가윤이 병실로 들어왔고 밤새 하나도 못 잤는지 어제보다 더 초췌했다.이윽고 송혜라는 자리를 비켜 두 사람을 남겼다.그러나 가윤은 병실 안에서도 눈치를 보았다.우행의 집안에서 자신을 향한 태도가 얼마나 냉랭했는지 본인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가윤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세라야, 나 정말 어디가 고장 난 걸까? 어떻게 할머니를 그렇게...”가윤은 숨을 들이쉬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너까지, 너까지 다치게 하고. 너 죽을 뻔했잖아.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나는, 나는 정말...”세라는 힘겹게 손을 들어 가윤의 손을 감싸 쥐었는데 아픔을 참는 듯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가윤아, 넌 아픈 게 아니야. 그냥 너무 충동적이었던 거야. 네가 누군가를 해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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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2화

이틀 동안 모두가 각자의 일로 분주했다.송혜라는 매일 집에서 보양식을 챙겨 병원으로 보내 세라를 살폈고, 가윤은 거의 잠도 자지 않은 채 침대 곁을 지키며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그날 오후, 화영은 회의실을 막 나오는 길이던 그때 세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화영 씨, 혹시 병원에 와줄 수 있을까요? 할 말이 있어요.]이에 화영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좋아요. 지금 바로 갈게요.”그렇게 화영은 자료를 비서에게 맡기고 바로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복도에서 기다리던 가윤이 화영을 가로막았다.“지금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우행이 안에서 세라를 돌보고 있어요. 두 사람이 감정을 못 추스르면 화영 씨도 보기 불편할걸요?”화영은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자 가윤이 낮게 말했다.“화영 씨, 우행이 끼고 있는 그 반지 누구한테 받은 건지 알아요?”화영의 발걸음이 멈췄고 가윤은 입꼬리를 올렸다.“세라가 준 거야.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세 개나 뛰어서 번 돈으로 산 생일 선물. 우행은 그걸 몇 년째 내내 끼고 있어요.”“세라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고요. 화영 씨는 그냥 대체품일 뿐이죠.”복도 위의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고 화영은 짧게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쉬었다.“가윤 씨는 정말 불쌍하네요.”“뭐라고요?” 가윤이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았지만 화영은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서 병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병실 안에서는 우행이 막 들어온 참이었다.방 안에는 세라 혼자 있었고 여자는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며칠째 누워 있으니까 좀 앉고 싶어. 우리 이야기라도 하게 침대 좀 세워줄래?”그러자 우행은 버튼을 눌러 침대를 천천히 올려주었다.“혹시 베개 하나 더 가져다줄 수 있어?”병실의 등 아래, 세라는 더 야위어 보였고 눈매는 더욱 커져 상처받은 사람처럼 보였다.곧 우행은 부드러운 베개를 가져와 세라의 등 뒤에 받쳐주었다.세라가 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여자는 갑자기 우행의 셔츠를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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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3화

세라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하얘졌다.“화영 씨 때문이야?”그러자 우행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리가 여기서 더 얽혀 있으면 가윤이는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할 거야. 네가 우리 할머니를 구한 거 알아.”“내가 이런 말을 하면 정 없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앞으로 모두의 생활이 제자리로 돌아가려면 필요 없는 인연은 끊어야 해.”진우행이 말을 이었다.“너는 할머니가 다쳤기 때문에 병원비가 필요하겠지. 치료비 전부는 내가 책임질게. 그리고 필요한 보상이 있으면 말해.”세라가 갑자기 가슴을 누르면 두 번 크게 기침했다.아물지 않은 상처가 당겨와서인지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얘졌고 헐떡이며 말했다.“그렇게 말할 필요 없어. 내가 할머니를 구한 건 나한테 잘해주셨기 때문이야. 다른 이유는 없어. 네가 화영 씨가 오해할까 걱정된다면 앞으로 안 만나면 돼.”“굳이 말까지 이렇게 끊어내듯 할 필요는 없어. 이건 내가 네 관심 끌려고 이러는 것 같다는 말로 들리거든.”그러고는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돌렸다.“이제 가. 앞으로도 오지 마.”우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성을 떠나고 싶다면 경제적인 부분이든 인맥이든 지원은 해줄게.”그 말에 세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고 슬픔과 당혹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나를 내쫓는 거야? 내가 뭐 잘못했는데?”“내가 한 건 제안일 뿐이야. 네 앞길은 네가 결정해. 나는 먼저 갈게.”우행이 병실을 나서자 세라는 남자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반쯤 내려앉은 눈에서는 희미한 빛이 일었다.우행은 원무과 수납 창구에 들러 앞으로의 치료비를 한꺼번에 결제했다. 이후 회사로 돌아왔고 곧바로 회의가 잡혀 있어 금세 업무에 몰입했다.노한철이 돌아와 노가윤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우행은 그제야 이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는 오직 일과 화영만 남겨두기로 했다.밤에는 약속이 있었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열 시였다.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은은히 켜져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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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4화

우행은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오므렸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반지는 이세라 혼자 준 게 아니에요. 그때 우리 모두 대학생이었고 가윤이도 우울한 시기를 막 벗어났을 때였죠.”“다시 예전처럼 밝아지고 다들 패기 넘치던 시절이었어요. 내가 그리워하는 건 그때의 청춘일 뿐이에요. 나중엔 그냥 습관처럼 끼고 있었을 뿐이고요.”화영의 눈빛이 투명하게 가라앉았다.“하지만 그 청춘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그 안에 세라 씨가 있어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우행이 깊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화영을 바라보았다.화영은 여전히 침착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처럼 차분했다.“깨진 거울이 다시 붙으면 흔적이 남지만 그래도 다시 거울은 거울이에요. 한때 사랑했던 여자가 순간의 충동으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다시 돌아왔죠.”“우행 씨가 거리감을 두는 건, 어쩌면 미련이 아니라 못 잊은 마음일 수도 있고요.”이에 우행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화영 씨,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그러자 화영이 분명하게 말했다.“우리 그만해요. 아니, 어쩌면 애초에 사귄 적도 없던 거겠죠. 나는 우행 씨 마음속에서 비워지지 않은 자리를 단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으니까요.”공기가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고 창문은 닫혀 있는데도 차가운 바람이 어디선가 스며드는 것처럼 몸 전체가 서늘해졌다.우행은 입술을 꽉 다물었고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내가 가윤의 일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건 알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세라에 대한 내 감정은 이미 끝났다는 거예요.”화영은 식어버린 커피를 단숨에 마시고는 고개를 낮추며 조용히 말했다.“이 복잡한 관계들에 지친 것뿐이에요. 이제는 이런 감정들이 피곤해졌어요.”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방 안으로 향했다.잠시 뒤, 화영은 캐리어를 끌고 거실로 나왔고 이미 마음을 정한 듯한 걸음이었다.우행이 집에 오기 전부터 짐은 모두 정리해 둔 상태였고, 밤에 운전해 나가기 위해 일부러 커피만 준비해 두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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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5화

그러자 연성이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턱을 살짝 들었다.“이 얼굴인데 굳이 뭘 더 설명해야 해요?”그러자 화영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고 화영은 누가 왔나 싶어 문으로 향했다.오후에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고, 집에 오래 사람이 없어서 맡아둔 택배가 있다며 밤에 들르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관리사무소 직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사람이 서 있었다.문밖에 선 사람을 본 순간 화영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우행이 문 앞에 서 있었고 눈길을 들어 화영을 바라보았다.“화영 씨.”“화영 씨, 누가 왔어요?”연성이 성큼성큼 걸어 나오자 화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묘하게 미간을 좁혔다.연성은 문가에 서 있는 남자를 보자마자 눈빛이 번쩍했다.그러더니 입꼬리를 올린 채 현관 테이블에 팔꿈치를 얹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화영 씨, 누구예요? 소개 좀 해줘요.”우행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방금 샤워하고 나온 듯한 잠옷 차림의 연성, 게다가 도발적인 말투, 그걸 본 순간, 우행의 얼굴빛이 변했다.이에 목소리에는 건조하고 서늘한 비웃음이 섞였다.“내가 화영 씨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나 보네요. 이렇게 빨리 다른 선택지가 생길 줄은 몰랐네요. 아니면 애초에 내가 예비 후보였던 건가요?”화영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소개할 필요 없으니까 방으로 들어가요.”연성은 능청스럽게 눈을 찡긋했다.“그럼 빨리 와. 다 씻었거든.”그 말에 화영은 얼굴이 더욱 굳어졌고 할 말을 잃었다.우행의 표정은 차갑게 굳었고 어둠을 머금은 눈동자가 깊고 날카로웠다.그러고는 화영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우리가 헤어진 게 저 사람 때문이에요?”화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니요.”우행은 납득하지 못한 듯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바로 이어진 건가요?”화영의 음성은 여전히 고요했다.“우리 헤어졌고 이에 대해 설명할 의무는 없어요.”우행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실례했네요.”그 말만 남기고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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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6화

화영은 말을 마친 뒤, 문득 연성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호텔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바로 여기로 왔다고 했죠? 그런데 캐리어에는 왜 잠옷이 들어 있어요?”그러자 연성은 멈칫하며 자기 잠옷 차림을 내려다보았다.“이거요? 화영 씨 집 욕실에 있던 건데, 몰랐어요?”그 말에 화영은 기억이 번쩍 났다.그 잠옷은 우행을 위해 사둔 것이었다.그런데 우행이 입어볼 기회도 없이 남자의 집으로 옮겨버리면서 그대로 방치된 것이었다.화영은 잠시 민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연성 씨가 쓸 방은 오른쪽 작은 방이고 오늘 밤엔 절대 나오지 마요. 나한테 쫓겨나고 싶지 않다면요.”“알았어요.”연성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화영은 연성의 잠옷 차림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는데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그래서 입을 떼려다가 결국 삼키고는 대신에 이렇게 말했다.“요즘 새로 들인 20캐럿짜리 최고급 루비 있죠? 그거 매입가에서 10퍼센트 깎아서 나한테 넘겨요. 오늘 방값이다 생각해요.”그러자 연성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너무하네요.”그런 반응에 화영은 두 팔을 가볍게 끼고 눈썹을 들어 올렸다.“그게 싫으면 지금 바로 나가시면 되고요.”연성은 답답한 듯 눈을 굴리며 말했다.“화영 씨 지금 아까 그 남자한테 내가 도발한 거 때문에 복수하는 거죠?”화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렇게 생각하세요.”연성은 콧노래를 섞어 말했다.“화영 씨 같은 성격은 방금 같은 남자한테 딱 맞아요. 화영 씨 같은 사람 다루는 데는 그런 타입이 최고니까요.”화영의 표정이 단숨에 굳더니 테이블 위의 컵을 들어 연성에게 던지려는 듯 들어 올렸다.이에 연성은 소리도 없이 재빠르게 몸을 틀며 작은 방으로 도망쳤다.물론 화영이 진짜 던지지는 않았다.그저 연성이 황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실소를 터뜨리고는 컵을 제자리에 놓고 방으로 돌아가 샤워했다.깊은 밤, 이희문이 서둘러 강성의 한 바에 도착했다.소파에 앉아 머리를 떨군 채 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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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7화

다음 날, 우행은 평소처럼 출근했다.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보였지만 회의 도중 구택은 바로 눈치챘다.그래서 중간 휴식 시간에 조용히 물었다.“왜 그래요? 얼굴이 너무 안 좋은데요?”“위가 다시 아파서 그래요.”우행은 자료를 넘기며 고개를 숙였으나 이마에는 잔땀이 맺혀 있었다.“병원 가봐요. 억지로 버티지 말고요.”구택의 말에 우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남은 건 사장님께 맡기고, 나는 약 좀 먹고 집에 가서 쉴게요.”“그래요. 얼른 가요.”우행은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사무실로 돌아가 위장약을 몇 알 삼켰다.조용히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왔다.“사장님께서 부사장님이 위가 아프다고 들으시고,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하셨습니다.”“괜찮아요. 심한 건 아니에요. 잠깐 쉬면 나을 테니까 볼일 보러 가세요.”그러자 비서는 더 말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우행은 관자놀이를 눌렀고 눈을 감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위가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지엠 빌딩.화영이 3층 VIP 라운지를 지나던 중, 두 여성분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세라 씨가 어제 공유했던 원피스 어디 있었더라? 도무지 못 찾겠네.”한 여자가 휴대전화를 뒤적이며 말하자 옆의 박하설이 말했다.“그거 이 유닛 아니고 필수 아이템 유닛에 있던데.”“아, 맞네. 여기 있네. 찾았다.”...화영은 눈썹을 살짝 올리고는 서빙 직원에게서 차 트레이를 받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고운 미소로 인사했다.“김은숙 사모님, 박하설 사모님.”두 사람은 화영이 직접 온 걸 보고 급히 일어섰다.“화영 씨.”“화영 씨.”화영은 트레이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두 분께서 주문하신 연말 맞춤 드레스가 거의 완성됐어요. 이따가 피팅해보시면 되시고요.”“그거 때문에 온 건데 너무 잘됐네요.”김은숙이 기뻐하며 말하자 화영은 여자의 휴대전화 화면을 슬쩍 보았다.“이세라 씨가 두 분의 단톡방에 있어요?”박하설이 잽싸게 맞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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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8화

김은숙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화영 씨,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화영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아니에요. 두 분은 홍차 조금 더 마시고 계세요. 제가 곧바로 드레스를 가져오게 할게요.”“그래요. 화영 씨 일 보세요.”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영을 환하게 배웅했다.화영은 휴게실을 나서며 단단한 걸음으로 걸었으나 평소의 온화한 얼굴 위에 차가운 기운이 어른거렸다.이틀 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화영에게 집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화성국의 목소리는 무겁고 가라앉아 있었다.[화영아, 네 아버지한테 일이 생겼다. 빨리 돌아와.]화영의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고 그 어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바로 갈게요.”전화를 끊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화영은 곧바로 소희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한 시간 뒤, 둘은 자주 만나던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화영은 미리 주문해 둔 커피를 소희 앞으로 밀어주고 차분히 말했다.“두 시간 뒤 비행기야. 바로 공항으로 갈 거고, 내 업무는 전부 인수인계했어. 최대한 빨리 내 자리 대체할 사람을 찾아.”소희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아예 돌아올 생각이 없는 거야?”“아버지 일은 단순하지 않아.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야 해.”화영의 시선이 단단하게 빛났다.“아버지 문제만 해결되면 반드시 돌아올게.”소희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네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 난 네가 돌아오길 기다릴 거야.”화영이 가볍게 웃었다.“나처럼 너를 받아주는 사람은 없긴 하지.”소희가 눈썹을 올렸다.“그런데 어떻게 다른 사람한테 지엠을 맡길 생각을 해?”그러다 문득 물었다.“근데 너 이렇게 가면 우행 씨는 어떻게 되는 거야?”화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우리 이미 헤어졌어.”소희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구나. 이 며칠 우행 씨 상태가 별로라 하길래 이유가 그거였네.”화영은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 없어.”소희가 부드럽게 말했다.“왜 아니라고 생각해?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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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9화

병원.가윤은 들뜬 얼굴로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세라야, 우행이랑 화영이 헤어졌대.”세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지만 감정을 숨긴 채 조용히 물었다.“누가 그래?”“희문이 알려줬어.”가윤은 기세등등하게 턱을 들었다.“틀림없대.”세라는 방금 단톡방에서 본 화영이 강성을 떠났다는 글이 떠올랐다.마음속으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고개만 살짝 젖히며 물었다.“아무 일도 없어 보였는데 왜 갑자기 헤어졌지?”가윤은 그날 화영에게 던졌던 말이 떠올랐는지 입꼬리를 올렸다.“아마도 그 여자가 눈치챘겠지. 진우행이 평소부터 그렇게까지 좋아한 건 아니었다는걸.”세라는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그날 우행이 나 보러 왔잖아. 그걸 오해한 건 아닐까?”“뭘 오해해?”가윤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너는 할머니를 구하다 다친 거잖아. 그러니 우행이 너 보러 오는 게 당연하지. 그걸로 삐져서 헤어졌다면 그 여자가 너무 유치한 거야.”“그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세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말했다.“희문이한테 전화해서 시간 되면 잠깐 오라고 해줘. 우행이 왜 그랬는지 직접 묻고 싶어.”“왜 굳이 확인하려 해? 설령 너 때문이라면 그게 뭐 어때서? 우행이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너라는 뜻이잖아.”가윤이 어깨를 으쓱하자 세라는 부드럽게 웃었다.“확실히 알아야 마음이 정리되지.”“알았어. 시간 나면 부를게.”가윤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고 표정에는 자신이 이긴 듯한 흥분이 가득했다.하루가 지나고 희문은 가윤의 말대로 병원에 들렀다.가윤과 간병인은 자리를 비운 상태라 병실에는 세라 혼자였다.희문이 들어섰을 때 세라는 눈가가 붉어진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세라야, 왜 그래?”희문이 놀라 급히 묻자 세라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어색하게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영화 보다가 감정이 좀 올라왔어.”“무슨 영화 봤는데?”희문이 묻자 세라는 잔잔한 목소리로 설명했다.“법률 홍보 영상이었어. 남자가 여자친구가 모욕당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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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0화

화영이 경성으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났다.화성국은 아직 경성에 없었고 아버지 역시 보기 어려웠다.화영은 어머니 강인아와 함께 하루 종일 소식만 기다려야 했다.밤이 깊어져 갈 무렵, 강인아가 조용히 말했다.“할아버지 돌아오셨대.”화영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쳐두고 있었다.“할아버지 방에 가볼게요.”단 이틀 사이 강인아의 관자놀이에는 하얀 머리카락이 더 늘어 있었다.곧 강인아는 화영의 옷깃을 손으로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든 우선 듣기만 해. 나중에 우리끼리 다시 상의하자.”화영의 눈빛이 굳게 가라앉았다.“알겠어요.”화영은 2층 서재 앞에 섰다.문고리를 잡을 듯 말 듯 손이 떨렸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화성국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오거라.”화영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할아버지.”개량한복 차림의 화성국은 머리가 온통 희었지만 기세는 여전히 강단 있었고 웃음소리는 크고 힘찼다.“전화받고 바로 너 아버지 일 때문에 해성까지 다녀왔다. 기다리느라 애가 탔겠지.”화영은 재빨리 물었다.“아버지 일은 어떻게 된 거예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은 있어요?”화성국은 잠시 미간을 접고 말했다.“아직 조사 중이야. 결과가 언제 나올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장담 못 해.”“아버지는 원칙에 엄격하시고, 공정하고...”화영이 말하자 화성국은 손을 들어 조용히 막았다.“화영아, 지금은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어떤 결과를 원하느냐야. 그걸 알아야 해.”화영의 얼굴빛이 서서히 하얘졌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화성국이 계속 말했다.“아직 공식 발표 전이라 여지가 있지만 바깥에 이미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있어. 네 아버지는 공직을 오래 하면서 알게 모르게 적이 많았어.”“지금처럼 흔들리는 때에는 누군가가 틈을 타서 더 밀어붙일 수도 있고.”화성국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나랑 추씨 집안의 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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