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4251 - Bab 4260

4336 Bab

제4251화

문정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동창회 하나 보네? 그러면 방해 안 할게. 나도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왔거든. 다음에 또 연락하자.”세라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언니.”문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지나가는 길에 화영 쪽을 스치듯 바라보고는 기분 좋다는 듯 산뜻하게 걸어가 버렸다.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루나가 화가 난 듯 툭 내뱉듯 말했다.“이게 뭐 하는 시츄에이션이야, 진짜.”그 말만 남기고 휙 돌아서서 가버렸다.다른 동창들도 표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흩어졌다.조금 전까지 화영에게 퍼부었던 말들이 뒤늦게 부끄러웠고, 동시에 가윤과 세라에 대한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자기들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오해하게 만들어 총알받이로 세운 셈이니까.“진짜 너무한다.”“우릴 이용해?”“인생 오래 살 것도 없네. 더 볼 것도 없어.”동창들은 그렇게 하나둘 자리를 떴다.가윤 역시 사람들이 세라를 눈치 주는 걸 견디지 못해 여자의 팔을 잡고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그 와중에 한 여자가 끝까지 참지 못하고 따라가 가윤을 붙잡고 따졌다.“가윤아, 세라 사정이야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왜 우리한테 그딴 식으로 오해하게 만든 거야?”가윤은 눈을 치켜뜨며 반박했다.“세라 이혼했잖아. 화영이 우행을 붙잡고 질질 끌어놓고 있는데 그게 제삼자가 아니면 뭐야?”그 말을 들은 여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너 진짜 정신병 있는 거 아니야?”그 순간 희문이 뛰어왔다.“누굴 보고 미쳤다고 하냐?”희문은 회사에서 전화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자마자 사람들이 노가윤을 몰아세우는 모습을 본 참이었다.그러자 세라는 재빨리 희문을 막았다.“희문아, 가윤이 데리고 가서 뭐 좀 먹여. 일 커지면 우리만 손해야. 다 같은 동창이잖아.”희문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이었지만 가윤의 팔을 잡고 자리를 벗어났다.세라는 남은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말했다.“가윤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드린 것 같아. 내가 대신 사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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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2화

일이 전부 밝혀지고 나자 몇몇 동창들이 먼저 다가와 화영에게 호의를 보였다.그리고 화영도 마치 어떤 일도 없었던 듯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받았다.그러나 수호는 차갑게 중얼거렸다.“입만 열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밝혀지면 슬쩍 와서 미안하다면 그게 다야?이미 생긴 상처는 누가 책임지는데?”“이런 인간들이랑 같은 동창이라는 게 창피하다.”화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중요한 건 오해가 풀렸다는 거죠. 이제 다시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둘이 얘기하고 있어요.”화영이 떠나고 난 뒤 우행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세라였다.[원래 가윤이 기분 전환하라고 데리고 온 건데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그 결혼은 정말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야. 지우고 싶은 흑역사고. 모든 사람에게 설명할 수도 없으니까 화영 씨가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야.][내가 오면 항상 사람들이 오해하고 말들이 생기니까 나도 오지 말았어야 해. 특히 화영 씨를 다치게 했다니 너무 미안해.]그러나 우행은 메시지를 읽고도 답하지 않았다....그 시각, 화영은 화장실 앞에서 우연히 가윤과 마주쳤다.가윤은 문을 닫고 들어오자마자 화영만 있는 걸 확인하더니 얼굴을 확 굳혔다.“그 무슨 문정이라는 사람이랑 아는 사이죠?”화영은 거울을 보며 머리를 고치다가 도리어 조용히 비웃었다.“그렇게 머리가 빠르게 돌아갈 리 없을 텐데. 누가 귀띔해 줬나 보네요?”“역시 당신이었네요.”가윤은 서늘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네가 얼마나 음흉하고 교활한지 우행이는 왜 그걸 모를까요?”화영은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가윤을 바라봤다.“이 동창회라는 판을 깐 의도가 순수했나요? 심지어 희문 씨까지 시켜서 날 끌어내려 했죠. 이런 유치한 판을 짰는데 내가 응수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가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눈빛은 이글거렸다.그러나 화영은 가윤보다 한 뼘 더 큰 키로 고개를 내려다보며 담담히 말했다.“가윤 씨,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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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3화

화영에게 말을 걸러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우행은 오히려 신경에 거슬렸다.그래서 아무 핑계나 만들어 화영을 데리고 자리를 빠져나왔고, 수호 혼자 그 상황을 감당하도록 두었다.두 사람은 펜션 안으로 들어섰고 우행은 화영과 함께 위층으로 향했다. 화영은 통창 너머로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수호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띠었다.“수호 씨 고생 많네요.”우행이 가볍게 웃었다.“쟤는 저게 좋은 거야. 잘하면 남자친구 없는 동기라도 하나 만나서 평생 문제 해결할지도 모르지.”화영이 물었다.“수호 씨는 왜 여자친구를 안 사귀는 거예요?”“사업 때문에 바쁘다는 게 그 사람 이유지.”우행의 말에 화영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딱 봐도 변명이네요.”두 사람은 3층으로 올라갔다. 우행은 화영을 데리고 복도와 작은 휴게실을 지나, 구석에 있는 조용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책장과 소파가 놓여 있었고 한편에는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작은 조리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넓은 통창은 펜션 뒤편의 정원을 향해 열려 있어 앞마당의 소란이 완전히 차단됐다.그리고 방 안은 햇빛만이 은은하게 스며들어와 따뜻하게 채우고 있었다.우행이 입을 열었다.“예전에도 여기서 모임을 하면 나는 늘 이 방에서 혼자 책을 읽었어요. 보통 사람들은 잘 안 오는 자리거든요.”화영은 창가에 다가가 바깥 풍경을 바라보자 마음 한쪽이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풀리고 가벼워졌다.이에 곁으로 다가온 우행이 물었다.“고문정이라는 사람을 알아요?”화영은 눈을 돌리며 가볍게 웃었다.“우행 씨도 내가 얍삽하고 교활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그러나 우행은 화영의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그리고 가까운 거리에서 조용히 눈을 맞추며 말했다.“나는 왜 화영 씨만큼 머리가 안 돌아가는지 그게 아쉬운 거죠. 알았으면 나도 사람 하나 불렀을 거거든요.”화영은 낮게 웃었다.“우행 씨 머리는 다른 데 써요. 이런 작은 일은 내 잔머리면 충분하고요.”우행은 잠시 화영을 보고 있다가 이마를 맞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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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4화

오후, 세라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원에 갔다. 병실에 들어가니 침대 위의 남자는 잠들어 있었는데 세라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누나!”세욱이 기쁘게 일어나 다가왔다.“아버지 주무시고 있어. 조금 기다려.”세라는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고 이철운의 병세를 물었다.이철운은 뇌경색으로 입원했으며 상황이 조금 심각하다고 말했다.아버지의 상황을 말한 뒤 세욱은 바로 말했다.“의사 말로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아버지는 여전히 회복될 가능성이 크대. 그리고 내가 아버지를 돌볼 거니까, 절대 누나에게 부담 주지 않을 거야.”세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여자친구는 있어?”“아직 없어!”세욱은 머쓱하게 말했다.“집이 이런 형편인데 나도 누가 나 때문에 고생하길 바라지 않아.”세욱은 세라를 마주할 때 알 수 없는 어색함이 있었다.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남매였음에도, 세욱은 친밀한 느낌을 찾지 못했다.세라는 침대 옆에 앉았다.“세진이는 어때?”“세진이는 1년만 지나면 대학 졸업이야. 그때 되면 우리 둘이 함께 돈을 벌면 아버지를 충분히 모실 수 있어.”세욱은 미래에 대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있다.이에 세라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고 별도로 말은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이렇게 조용히 30분 동안 앉아 있었다.그때 이철운이 깨어났다. 이철운은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하고 있어 말할 수 없었으나 세라를 보자 약간 흥분한 듯 눈을 크게 떴다.세라는 이철운의 옆에 앉아 손을 잡고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나예요. 알아보시겠어요?”이철운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고 세라는 뒤돌아 세욱을 보며 말했다.“나랑 아버지만 잠깐 몇 마디 할 수 있게 해줘.”세욱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나도 마침 전화하러 나가야 해. 누나가 아버지 곁에 있어.”세라는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병실 문이 닫히자 이세라는 침대 위의 남자를 보며 말했다.“아버지 많이 늙으셨네요.”이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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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5화

이에 화영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나 혼자 가면 돼요. 우리가 같이 가면 또 사람들 눈에 띄잖아요.”우행은 약속을 다시 지키지 못한 것에 마음이 쓰였다.[최대한 빨리 처리할게요. 시간이 되면 화영 씨한테로 갈게요.”“난 그냥 얼굴만 비추고 나올 거라서 굳이 오지 않아도 돼요.”몇 마디 더 나눈 뒤, 화영은 손에 쥔 일을 마무리하고 스스로 운전해 호텔로 향했다.세라는 블루드 본사 맞은편 카페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우행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세라는 흰색 단정한 옷차림이었지만 얼굴은 야위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미안해. 근무 시간에 불러냈네.”세라가 조용히 말하자 우행이 맞은편에 앉았다.“가윤이 일 때문이야?”세라는 그제야 참아온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방금 병원에서 나왔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우행은 순간 멈칫했고 낮게 말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게.”세라는 티슈로 눈가를 한번 훔치고 말을 이었다.“아버지 장례를 치르려고 오늘 집에 가봐야 해. 세욱이도 혼자 감당하기 힘들 거고, 희문도 며칠 동안 강성에 없어서 가윤이는 네가 좀 신경 써줘야겠어.”“너도 일 때문에 계속 같이 있어줄 수는 없으니까 신서란 할머니 댁에서 이틀 정도만 지내게 해줘. 이틀 뒤에 내가 데리러 갈게.”“알겠어.”우행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눈물이 고인 세라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고마워.”“가윤이는 네 일만이 아니야. 나도 책임이 있어.”우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바로 데리러 갈게.”“같이 갈게. 집에 들러 챙길 것도 있어.”두 사람은 차례로 차에 올랐다.마침 도로 맞은편에서 한 차량이 지나갔고 그 안에서 화영이 눈을 크게 뜬 채 뒤를 돌아보았다.빠르게 멀어지는 차였지만 화영은 절대 착각하지 않았다.그 차도, 그 사람도, 그리고 옆자리에 탄 그 여자도 확실히 알았다.그렇게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화영의 눈빛은 서서히 가라앉았다.우행은 신서란이 가윤이를 보고 싶어 한다는 이유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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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6화

우행은 화영의 말에 순간 멈칫하자 여자는 짧게 웃으며 설명했다.“블루드 본사 앞을 지나가다가 봤어요. 둘이 같이 차에 타고 떠나더라고요.”우행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랑 세라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세라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거든요. 그동안 가윤이를 내가 챙겨달라길래 데리러 간 거고요.”화영이 조용히 물었다.“왜 우행 씨가 가윤 씨를 챙겨요? 스스로 생활도 못 하는 아이는 아닐 텐데요?”우행의 미간이 아주 얕게 좁혀졌고 손끝은 책상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이에 화영은 우행을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혹시 나한테 말 못 할 일인가요?”한동안 눈이 마주치자 곧 우행이 낮은 톤으로 말했다.“아니요.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죠.”그제야 우행은 가윤의 사정을 모두 말했다.최근 원혁이 가윤이를 뒤쫓고 있다는 사실까지 숨김없이 털어놓은 뒤, 진우행은 덧붙였다.“가윤이 일이 아니었다면 세라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어요. 나랑 걔는 정말로 끝났으니까요.”화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가윤 씨가 불행한 건 맞지만 그게 세 사람 책임까지는 아니죠. 세 사람 모두 너무 오래 죄책감에 묶여 있는 것 같아요.”그러나 우행의 목소리가 깊게 내려갔다.“지금 가윤이가 이렇게 날카롭고 예민해진 건 예전 사고의 결과예요. 예를 들어서 화영 씨가 아끼던 친구가 본인 때문에 병원에 오가다 사고를 당했다고 해봐요.”“그렇다면 화영 씨는 그걸 전부 그 사람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요? 정말 아무 가책도 못 느껴요?”화영은 한참 말이 없더니 조용히 대답했다.“못 그러죠. 그건 나도 못 해요.”우행의 목소리엔 피로와 진심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가윤이가 지금 이렇게 된 데엔 분명 이유가 있어요. 그걸 둘로 떼어 생각할 수가 없고요. 화영 씨, 그건 이해해 줬으면 해요.”“알겠어요.”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우행 씨는 평생 가윤 씨에게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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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7화

“세욱이는 어떻게 된 거야?”가윤이 조심스럽게 묻자 세라는 깊은숨을 쉬며 대답했다.[세욱이가 여자친구랑 연애를 했거든. 원래 올해 말에 결혼하려고 했는데, 우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우리 지역 풍습상, 적어도 1년은 상을 치러야 결혼을 못 해.]가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그런 규칙이 있어?”[응. 우리 동네 규모는 작아도 규칙은 유난히 많아. 특히 집안이 클수록 더 엄격하고.]세라의 목소리엔 걱정이 짙게 깔려 있었다.[세욱이가 결혼하면 나도 마음 한켠이 놓일 텐데, 1년이 미뤄지면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서로 멀어질 수도 있고 헤어질 수도 있으니까.]가윤은 듣는 동안 마음 한쪽에 이상한 생각이 번쩍 스치고, 그 생각에 스스로 놀라 즉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때 세라가 부드럽게 말했다.[가윤아, 할머니는 평소에도 거의 혼자 지내셔. 그러니 네가 여기 있는 동안 잘 챙겨드려. 아버지 장례만 치르고 나면 바로 데리러 갈게.]이에 가윤은 멍한 듯 대답했다.“알겠어.”전화를 끊고 나서도 마음이 뒤숭숭했다.창밖의 달빛이 깊어가고 신서란의 방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가윤은 한참을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그러다가 샤워하고 방에서 나오니 휴대폰에 세라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아까 세욱이 여자친구가 왔어. 둘이 방에서 크게 다투더라. 결혼을 미루는 문제 때문인 것 같아. 내가 걱정하던 일이 벌어진 거지.]가윤의 눈빛이 흔들렸다.[누구도 이런 상황 바라는 사람 없어. 그 여자분이 이해심이 없으면 헤어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니까.][정말 헤어질 것 같아. 그 여자분은 기다릴 생각이 없는 모양이야.]세라의 답장이 이어지자 가윤은 몇 마디 더 위로를 건넸다.[가윤아, 그럼 먼저 자.]이 말을 끝으로 그날의 대화는 마무리됐다.다음 날 아침.가윤이 부엌 쪽을 지나가는데, 주혜영 아주머니가 싱크대에서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주혜영 아주머니는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님이 가윤 씨가 요즘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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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8화

세라는 눈가가 젖어 들며 울컥했지만 신서란 앞에서 울고 싶지 않은 듯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세라가 나가고 가윤이 과일 접시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서란은 창가 쪽으로 걸어가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바람이 부네. 내 난초가 다 상하겠어.”닫힌 창에 비친 햇빛이 과일 옆에 놓인 과도에 번쩍 박혀 들어왔는데 그건 날이 서린 빛이었다.그 순간, 가윤의 시선이 흔들렸고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과도를 집어 들었다.손끝은 떨리고 눈은 신서란의 등 한가운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칼끝이 신서란의 등 뒤를 향해 절묘한 각도로 겨눠졌다.또한 가윤의 머릿속에는 아까 주방에서 본 생선의 잘린 머리가 번쩍 스쳐 지나갔다.회색빛 눈동자가 크게 뜨여 칼날의 핏자국을 응시하던 그 장면이 떠오르자 가윤의 눈도 따라서 커졌다. 그렇게 그 칼을 그대로 내리꽂으려던 그때 비명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세라가 뛰어들었다.“가윤아!”신서란을 감싸안은 순간 날카로운 칼끝이 세라의 어깨를 깊게 파고들면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곧 하얀 스웨터가 순식간에 붉게 퍼져 나가며 눈을 찌를 듯한 장면이 방 안을 채웠다.“악!”가윤은 뒤로 주저앉았다.방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두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내려다보았다.공포에 질린 얼굴에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세라야!”신서란이 허둥지둥 돌아서며 세라를 끌어안으며 창백해진 채 외쳤다.“여기 빨리 와봐!”주혜영 아주머니가 달려오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손을 입에 대고 굳어 버렸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주머니는 허둥대며 세라를 부축했지만 칼을 빼지는 못했다.그저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찾아 눌러 지혈을 시도했다.“빨리, 빨리 119 전화해!”신서란이 목소리를 높이자 주혜영 아주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걸었다.“우행이도 불러! 당장 불러!”신서란은 세라를 붙들고 애타게 말했다.“세라야, 버텨. 곧 병원 갈 거야.”세라는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고 등 한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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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9화

세라는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알아. 할머니는 우행에게 정말 소중한 분이니까. 그래서 설령 내 목숨을 대신해야 한다 해도 나는 기꺼이 할 거야.”우행의 얼굴은 깊게 가라앉았다.“안으로 들어가.”우행은 일어서서 간호사에게 세라를 수술실로 옮기라고 말했다.수술실 문이 닫히는 순간, 우행이 몸을 돌리자 멀리서 화영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엇갈렸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고 남은 건 말라버린 침묵뿐이었다.잠시 뒤 우행의 가족들이 하나둘씩 병원에 도착했다. 모두 신서란의 상태를 묻기 바빴고 사건의 경위를 듣는 순간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 가득했다.가윤은 울음 범벅이 된 얼굴로 거듭 머리를 숙였다.“정말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때 제 머릿속이 텅 비었어요.”“제가 왜 그랬는지 왜 할머니를 죽이려 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송혜라는 분노에 얼굴이 창백해졌다.“가윤아, 할머니가 너를 얼마나 아꼈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니!”가윤은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저, 저는 그냥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우행이 상을 치러야 하니까 그러면 화영 씨랑 결혼을 못 할 거라고 그렇게만 생각했어요.”가윤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그리고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화영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미쳤어요?”희유가 그대로 뛰어와 가윤의 뺨을 세게 후려치자 찰싹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우리 할머니를 해하려고 해요? 당신은 정말로 내가 가만 안 둘 거예요!”가윤은 뺨을 감싸며 벽에 기대 덜덜 떨고 있었고 평소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었다.그때 막 도착한 수호와 희문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 그러고는 희문은 깜짝 놀라 가윤을 끌어안았다.“무슨 일인데?”희유가 이를 갈며 외쳤다.“무슨 일이냐고요? 이 사람이 우리 할머니를 죽일 뻔했어요!”희유는 흥분해 다가가려 하자 희문이 서둘러 막아섰고 수호도 나서서 말렸다.“희유야, 진정해.”그때 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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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0화

수술은 두 시간가량 더 이어졌고 결국 세라는 고비를 넘겼다.목숨을 건졌다는 소식에 모두가 병실로 옮겨갔다.세라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의사는 우행에게 부상 정도와 이후 치료 계획을 차분히 설명했다.이에 간호사는 병실을 둘러본 뒤 부드럽게 말했다.“한두 분만 남아서 간병하시면 돼요. 사람이 너무 많으면 환자분이 쉬지 못하거든요.”세라가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에 우행의 가족들도 비로소 숨을 돌렸다.그렇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모두에게 평생 씻기 어려운 짐이 되었을 것이다.우행은 이미 간병인을 불러둔 상태였고 신서란을 집으로 모실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 잠들어 있던 세라가 마치 악몽에 시달리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진우행...”“진우행...”“할머니...”희미한 목소리는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미간도 깊게 찌푸려져 있었다.그러자 가윤은 깜짝 놀라 세라의 손을 붙잡았다.“세라야, 세라야! 제발 정신 좀 차려봐.”하지만 세라는 깊은 혼수 상태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오직 본능처럼 우행의 이름과 신서란만 찾고 있었다.그 모습에 무너지듯 가윤은 우행의 앞에 무릎을 꿇었고 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 울부짖었다.“우행아, 제발 세라 곁에 있어 줘. 오늘만, 오늘 밤만이라도 세라를 지켜줘. 제발 할머니를 대신해서 세라가 몸을 던졌잖아. 그 은혜 생각해서라도 부탁이야.”사고가 일어난 뒤 계속 울어온 탓에 가윤의 눈은 이미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고, 목소리도 갈라져 있었다.우행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서 있었다.그때 송혜라가 앞으로 나섰다.“우행이는 해야 할 일이 있어. 내가 남아서 세라를 지킬게.”가윤은 죄책감 때문에 송혜라의 말을 반박할 여력도 없었고 우행에게 더 조르지도 못했다.그러자 희문이 다가와 가윤을 조심스레 일으켰다.“인제 그만 울어. 더 울면 눈 다 상해.”결국 병실에는 송혜라와 가윤만 남아 세라를 돌보게 되었고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갔다.진세명은 우행과 화영을 데리고 먼저 출발했고, 본인은 신서란을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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