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291 - Chapter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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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1화

우행이 갑자기 몸을 돌렸고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다시 한번 경고할게. 화영을 함부로 모욕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가윤은 그 기세에 순간 얼어붙었다. 우행의 눈에는 분명한 분노와 냉기가 서려 있었고, 마치 자신을 더 이상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닌 불쾌한 낯선 사람 보듯 응시하고 있었다.그제야 가윤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최근 자신이 한 행동들, 말들, 억지 같은 것들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우행과의 인연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심지어 이대로 한마디라도 더 내뱉으면 우행이 자신을 향해 때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스쳤다.가윤은 당황과 두려움, 그리고 되돌릴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인 채 멍하니 서 있었다.우행의 뒷모습은 한 치의 미련도 없는 듯 차갑게 멀어졌다. 마치 더 이상 자신에게 건넬 말 따위 없다는 듯이.학생 시절, 순수했던 우정은 결국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정말 화영 때문인가?’창백한 얼굴로 자리로 돌아간 가윤을 본 세라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우행이 믿지 않아?”가윤의 눈가가 붉어졌다.“걔 변했어. 완전히 화영한테 홀려버렸어.”세라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가윤의 손을 잡았다.“조금 시간을 줘.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들은 이야기를 바로 받아들이긴 힘들어.”가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우행이, 우리한테로 다시 돌아올까?”세라는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말했다.“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스스로 알게 될 거야.”그 말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은 가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결국엔 화영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거야.”잠시 후 파티가 시작되었다.가윤은 아예 세라를 끌고 우행의 옆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그의 주변은 전부 남자 동기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할 수 없이 가까운 자리로 물러났다.연회 중, 한 남자 동기가 세라에게 음식도 챙겨주고 술잔도 막아주며 눈치가 보일 정도로 호의를 보였다.원래라면 가윤이 나서서 막아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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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2화

우행은 휴게 공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업무 관련 메시지가 뜬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고, 옆자리에 앉은 세라는 남자에게 물 한 컵을 건네며 은근히 미소 지었다.“휴일인데도 계속 일하고 있어?”“응.”우행이 짧게 응답했다.잠시 뒤, 우행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세라를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어?”세라는 가볍게 니트 소매를 걷어 올려 손목에 찬 다이아몬드 시계를 드러냈다.“이 시계, 기억나?”우행은 시계를 흘긋 보고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을 뿐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세라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어 말했다.“전에 고장 났었는데 화영 씨가 고쳐 줬어.”화영의 이름이 나오자 우행은 시계를 다시 한번 살폈다. 시곗바늘은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우행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세라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빛났다.“화영 씨는 정말 마음이 넓어. 이 시계는 신서란 할머니가 준 거라 나한테 아주 소중하다고 말했더니, 일부러 고칠 수 있는 장인을 찾아줬거든.”“난 그냥 포기하려 했는데 화영 씨가 있어서 가능했지.”우행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아주 살짝 가라앉았다.“화영 씨가 직접 고쳐준 거야?”“어.”세라는 우행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우리 사이에 예전 일이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더라고. 오히려 이렇게 도와줄 만큼 따뜻한 사람이야.”우행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화영 씨는 원래 이런저런 걸 따지는 성격이 아니야. 그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고.”“맞아.”세라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한테는 정말 중요한 물건인데 화영이한테는 그냥 작은 일일뿐이겠지.”우행은 휴대전화를 다시 집어 들었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세라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맞다, 희문이랑 기윤 씨 헤어졌다는 얘기 들었어? 서원혁 일 때문이라던데. 기윤 씨도 알게 된 걸까?”“잘 모르겠어. 안 물어봤거든.”“최근에 희문이 많이 가라앉아 있던데 둘이서 2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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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3화

세라는 이번에는 고개를 저어 거절하지 않고 대신 조심스레 기대를 담은 눈으로 우행을 바라봤다.하지만 우행은 곧바로 뒤쪽에 서 있던 희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희문아, 네가 데려다줘. 마침 세라가 너한테 할 얘기가 있다고 하니까.”그러자 세라의 눈빛이 바로 흐려졌고 이유를 모르는 가윤이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러나 우행은 이미 먼저 걸음을 옮겼다. 차는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었고 비서가 내려와 문을 열자 남자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차에 올랐다.세라는 도로 끝을 향해 빠르게 사라지는 차량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다물었다.그리고 얼굴에는 어쩔 수 없이 참아낸 난처함이 옅게 번졌다.이에 가윤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말했다.“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세라는 서둘러 해명했다.“내가 진짜로 희문이에게 물어볼 일이 있어서 그래.”“무슨 일인데?” 가윤이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자 세라는 시선을 살짝 내리며 낮게 웃었다.“내가 이력서를 넣었는데 새로 들어가려는 회사가 있거든. 그 회사 사장이랑 희문이가 아는 사이래. 그래서 회사 분위기나 전망을 좀 물어보고 싶었어.”“아.” 가윤은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지 그저 짧게 대답했다. 그것보다 세라가 새로운 직장을 알아본다는 말 자체가 탐탁지 않은 듯 불만스럽게 말했다.“근데 아까 파티장에서 왜 안 물어봤어?”“깜빡했지. 우행이가 상기시켜줘서 다행이야.” 세라가 은근히 웃자 그 말을 들은 가윤은 바로 말했다.“그러면 우행이 그래도 네 일을 신경은 쓴다는 거네.”세라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그렇지.”가윤은 곧장 희문을 데려왔지만, 남자는 술을 꽤 마셔서 이미 비틀거릴 정도로 취해 있었다. 그 모습에 세라는 자연스럽게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희문을 먼저 귀가시키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그렇게 다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흩어졌다.세라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손목에 찬 다이아몬드 시계를 내려다보았다.다이아몬드의 날카로운 광채가 눈동자에 비쳤는데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대학 시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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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4화

화영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목소리는 담담했다.“착각이에요. 예전에 만나고 있을 때도 그런 적 없었는데 지금은 더더욱 그렇죠.”[나 집이에요. 혼자고요.]우행이 화영의 말을 끊듯 차분히 설명했다.[동창 결혼식이 곧 있을 예정이라 오늘 초대를 받았어요. 파티 끝나자마자 바로 들어왔고요.]“음.”화영이 아주 작게 대꾸했다.“그럼 일찍 자요. 잘 자요.”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 우행이 낮게 말했다.[언제든 생각나면 전화해요. 깨우는 거 신경 안 쓸 거고 번거로운 것도 괜찮으니까요.]화영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묘한 감정이 가슴 한구석으로 스며들어 잔물결처럼 퍼졌다.[자요.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요.]우행이 이어서 말했다.[화영 씨 아버지 일도 곧 해결될 거예요.]그러자 화영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잘 자요.”그렇게 화영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에서 스며드는 은빛 한 줄기를 바라보았는데 마음속까지 맑고 잔잔한 빛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어둠이 깊어도 빛은 스며들기 마련이고 새벽은 반드시 온다.세라는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신서란을 찾아갔다.주혜영 아주머니는 장을 보러 나가고 없었고 집에는 신서란 혼자 있었다.세라는 가져온 과일을 씻어 정갈하게 썰어 접시에 담아 건넸다.“가윤이가 원래 직접 오고 싶어 했어요. 마음이 불편해서 선뜻 못 오겠다고 해서 대신 제가 왔어요.”그러자 신서란은 아쉬운 듯 말했다.“가윤이는 예전이랑 완전히 달라졌구나.”세라는 조용히 말했다.“겉으로는 저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이미 우행이랑 가능성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거든요. 그래서 가윤이가 정말 저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느껴져요.”신서란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럼 우행이랑?”세라는 미간을 좁혔다.“확신할 수는 없어요.”그러자 신서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앞으로 우행이는 가윤이랑은 가급적 거리를 두는 게 좋겠네.”세라는 신서란에게 차를 따라 드리며 낮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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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5화

이에 세라는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내가 말씀드렸어. 어르신도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 내가 덜컥 말해버렸네.”그러자 희유는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다른 사람이 말하는 건 그렇다 쳐도 세라 언니는 예전에 우리 오빠랑 사귀었잖아요. 그런 사람이 화영 언니 뒷말을 하는 게 맞아요?”젊은 사람이 특유의 직설로 내뱉자 세라는 얼굴이 붉어질 만큼 난처해졌다.“내가 경솔했어.”세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르신, 제가 이런 말 드리면 안 됐어요. 죄송해요. 먼저 가볼게요.”그러자 신서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희유야, 나 대신 세라 배웅해 줘.”이에 희유는 짧게 응답하고 세라를 집 밖까지 데려다줬다.문 앞에 이르자 희유는 차갑게 말했다.“세라 언니, 언니랑 우리 오빠는 이미 끝났어요. 앞으로 굳이 할머니 보러 안 와도 될 것 같아요.”그러나 세라는 화내지 않고 오히려 차분했다.“희유야, 우리 예전엔 사이좋았잖아. 그런데 요즘은 나한테 너무 적대적인 것 같네.”그러자 희유는 솔직하게 세라를 바라봤다.“예전엔 언니가 우리 오빠 여자친구였잖아요. 근데 이제 아니잖아요.”“헤어진 사람끼리 친구가 될 수도 없고 그러면 언니랑 나도 예전 같을 수가 없죠. 내가 틀린 말 했나요?”세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화영 씨도 우행이랑 헤어졌잖아. 게다가 걔를 속이기까지 했고. 그런데 너는 화영 씨를 감싸잖아. 그러는 이유가 화영 씨 집안이 좋고 나는 평범해서 그래?”희유는 휘둘리지 않았다.“그건 내가 이미 우리 오빠한테 확인했어요. 오빠는 화영 언니가 속이지 않았다고 했고 난 오빠 말을 믿어요. 그리고...”희유의 어조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화영 언니는 우리 가족 앞에서 언니 험담한 적 없어요.”세라는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금세 부드럽게 웃었다.“난 그냥 어르신이랑 이야기하다 나온 말이야. 너처럼 깊이 생각한 건 아니야.”희유의 눈은 순하고 맑았지만 똑똑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어떤 말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언니가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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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6화

세라는 이력서를 제출한 다음 날, 아침 일찍 면접을 보러 갔다.명절이 지나고 구직자가 많아져 회사 규모를 막론하고 열 명만 채용하는데도 면접자는 백 명이 넘었다.세라는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면접관을 만났다.세라의 면접관은 인사팀 부장 공지형으로, 학력은 만족스러웠지만 2년 동안 무직 상태였다는 점을 보고는 잠시 머뭇거렸다.“저희 업계는 변화가 매우 빠른데 이세라 씨께서 지금 환경에 잘 적응하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그때 세라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자 여자는 미안해하며 말했다.“죄송해요. 전화 잠깐 받을게요.”지형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세라는 휴대폰을 열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우행, 요 며칠은 시간이 없을 거예요.”“그래요, 제가 전할게요.”“그럼 끊을게요.”몇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자 지형은 놀란 듯한 얼굴로 물었다.“방금 말씀하신 진우행이라는 분은 혹시 임씨 그룹의 진우행 부사장님이신가요?”세라는 잔잔하게 웃었다.“맞아요.”지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두 사람은 어떤 사이신가요?”“제 대학 동창이에요. 대학 때부터 사귀었고요.”세라가 부드럽게 말했다.지형은 아까 통화에서 드러난 자연스러운 말투와 친근함을 떠올리며 둘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고 직감했다.이내 곧바로 태도를 바꾸며 웃음을 가득 띠었다.“아, 진우행 부사장님의 동창이셨군요. 저희 사장님도 그분과 가까운 사이에요. 아까는 실례했네요.”세라는 겸손하게 웃으며 말했다.“편하게 대해 주세요. 사실 우행이 네가 저더러 임씨 그룹으로 오라고 했는데, 혹시 부담을 줄까 봐 몰래 면접을 보러 온 거예요.”“그러니 우행이 앞에서는 제가 여기 왔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절대 말씀드리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지형은 세라의 말에 더 확신을 품으며 바쁘게 다짐했다.우행의 버프로 세라는 의심할 여지없이 면접에 합격했고 언제든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면접을 마치고 회사를 나온 순간 전화가 다시 울렸는데 바로 가윤이었다.[세라야, 희유한테 큰일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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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7화

세라는 신서란 곁으로 가 앉아 무겁게 입을 열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희유는 꼭 괜찮아질 거예요.”신서란은 초조하게 수술실 쪽만 바라보며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나이가 들면 세상사 대부분은 내려놓게 된다지만, 자식과 손주의 평안만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수호와 희문도 잇따라 병원에 도착했다.둘 역시 희유가 어릴 때부터 지켜본 사람들이라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둘은 벽 쪽에 선 남학생들을 보며 당장이라도 달려가 따지고 싶은 표정이었다.이에 경찰은 분위기가 격해질까 조심하며 말했다.“저희가 철저히 조사할 테니 일단 진정하시죠.”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시간이 흐르자 희유는 그제야 수술실에서 나왔다.수술 집도의가 진씨 집안 사람들을 바라보며 설명했다.“환자 전신에 골절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다행히 내장 손상은 없는 데 가장 큰 문제는 머리입니다.”“충격이 심해 두개골 내 출혈이 있었고 저희가 응급으로 지혈했습니다. 목숨은 구했지만 깊은 혼수상태라 깨어날 수 있을지는 회복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합니다.”희유의 어머니인 주강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져 몸이 휘청거렸고, 송혜라가 뒤에서 붙잡아주었다.송혜라는 어린 시절부터 희유를 친딸처럼 키워 왔기에 슬픔을 견디기 어려웠다.신서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희유 못 깨어날 수도 있는 건가요?”“지금 당장은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환자 경과를 지켜보면서 최대한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해 보겠습니다.”의사가 진정시키듯 말했다.그러나 주강연은 입을 틀어막은 채 울음을 삼켰고 떨리는 손으로 희유의 손을 붙잡고 놓지를 못했다.희유의 아버지인 진세혁도 눈가가 붉어졌지만 눈물을 참아내며 아내를 다독였다.그러고는 간호사들과 함께 의식을 잃은 희유를 병실로 옮겼다.모든 정리가 끝났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희유의 부모는 병실에 남아 그녀를 지키고, 다른 사람들은 잠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이에 세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다들 일도 있고 바쁘잖아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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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8화

깊은 밤, 우행은 아직도 바 안에 있었다. 저녁 내내 접대가 있었고 마무리하고 나오니 이미 밤 열한 시가 다 되어 있었다.하지만 집에 돌아가도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차라리 조용한 술집에 들어와 술을 들이켰다.자정이 가까워질 때, 밴드의 음악은 점점 더 낮고 서늘해졌고, 남아 있는 손님들은 취해 있거나 속삭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 전체는 희미하고 복잡한 조명 아래 가라앉은 분위기였다.우행은 바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빛이 얼굴 한쪽을 비추자 선명한 명암이 생겼고, 그 모습에서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냉기가 퍼져 있었다.그때 부드러운 향을 남기며 한 여자가 다가와 우행의 옆에 앉았다.그러더니 따뜻한 손이 우행의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닿았다.“우행아, 조금만 힘내.”세라의 낮은 목소리였다.우행은 술에 많이 취해 머릿속이 흐릿했고 동작은 느렸다.이에 우행을 고개를 들어 세라를 바라본 뒤 천천히 몸을 비켜 어깨에서 손을 떼냈다.“여기서 뭐 해?”콧소리가 짙게 섞인 목소리였다.세라는 눈가에 은근한 감정을 담고 살짝 촉촉해 보이는 듯한 입술로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새 회사 면접 봤는데 당분간 야근이 많대서, 기분 전환하러 잠깐 들렀어. 그런데 네가 있을 줄은 몰랐네.”우행은 아무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술을 마셨다.세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희유 일 때문에 힘든 거지? 나도 마음이 아파. 아직 어린리고 이제 곧 졸업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우행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낮게 물었다.“세라야, 너 왜 강성으로 돌아온 거야?”잠시 멈칫한 세라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우행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때문에.”우행의 어둡고 흐릿한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세라의 눈가가 젖어 있었고 목소리는 더 부드럽고 절절했다.“결혼하고 나서 후회했어. 내가 진짜 사랑한 사람은 너였고, 널 잊은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래서 힘들게 이혼하고 다시 널 찾으러 온 거야.”“그런데 네 옆에는 이미 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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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9화

세라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고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나는 못 믿어. 우리 사이가 얼마나 깊었는데, 네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잊었다는 말을 나는 믿을 수 없어.”우행의 표정에는 이미 피로가 선명했다.하지만 그 속에서도 오랜 시간 다져진 예의와 이성은 남아 있었고, 우행은 목소리를 낮추어 담담하게 말했다.“그때 내 마음은 대부분 학업에 쏠려 있었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집착 같은 건 없었어. 네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솔직히 네 선택이 맞다고 느꼈고.”세라는 멍하니 우행을 바라보았다.우행의 말은 세라를 난처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그러니까 너한테 사랑은 언제나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는 말이야?그럼 화영 씨는? 화영 씨는 너한테 뭐였는데?”우행은 화영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외투를 집어 들고는 차갑게 말했다.“우리가 이미 끝났다는 것만 알면 돼. 다른 건 너하고 상관없어.”그렇게 우행은 인사조차 남기지 않고 돌아섰다.세라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서서히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눈시울은 붉게 변했고 그 눈빛에는 억울함과 슬픔이 한꺼번에 뒤섞였다.우행이 집에 들어섰을 때, 남자는 불을 켜지 않았다.창밖에서 흘러드는 희미한 빛만 의지해 거실로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그러고는 TV를 켜고 게임기를 연결하자 곧 화면에는 화영과 함께 하던 게임이 펼쳐졌다.화면 속 두 캐릭터, 하영과 진행이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마치 다음 스테이지로 달려가라며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듯 보였다.게임 설정 속에서 두 사람은 부부였다.다툼이 깊어져 이혼을 앞두고 있었고 그 때문에 딸은 슬픔에 잠겨 둘을 게임 속 세계로 보내버렸다.그래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반드시 협력해야만 했다.함께 위험을 넘고, 함께 길을 찾고, 함께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었다.또한 그 모든 설계가 둘이 함께일 때만 완성되는 구조였다.혼자서도 스테이지를 넘길 수는 있지만, 그때는 게임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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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0화

남자는 말했다.“짐은 안 챙겨도 됩니다. 저쪽에 모든 게 준비돼 있으니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가시면 됩니다.”“아, 네.”이윤은 허겁지겁 대답하고 자신을 돌보던 가사도우미에게 한마디 전한 뒤 서둘러 나왔다.네 사람은 아파트를 나섰고 운전기사는 이미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남자는 좌우를 확인한 뒤 다가가 문을 열어주며 이윤에게 타라고 했다.배가 불러 걸음이 느린 강이윤은 계단을 내려오다 말고, 옆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강이윤 씨.”이윤이 돌아보자 순간 표정이 굳었다.화영이었다.이윤은 예전에 화영을 찾아간 적이 있어 얼굴을 알고 있었다.트렌치코트를 입은 화영은 단정하고 시원스러운 분위기였다.화영은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며, 마치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어디 가는 길이에요?”이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몸을 움츠렸고 반사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다.“네.”화영은 차와 남자들을 훑어보고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가지 말고 나랑 먼저 얘기 좀 해요. 나랑 먼저 같이 가요.”“저, 그게...”이윤은 자신을 데리러 온 남자를 바라보며 머뭇거렸고 남자는 화영을 알아보는 듯 공손하게 말했다.“화영 씨, 저희는 강이윤 씨를 급히 데려가야 하는 상황입니다.”“임산부한테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그러시죠?”화영은 이윤의 차가운 손을 가볍게 잡았다.“그럼 다들 여기서 기다리세요. 이야기 끝나면 바로 데려다줄게요.”그 말과 동시에 화영은 이윤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걸음을 옮기자 남자는 난감한 표정으로 앞을 가로막았다.“화영 씨, 이러시면 저희도 난처합니다.”“내가 안된다고 그러면요?”화영의 기세는 단단했고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내 손에서 사람을 뺏어가겠다는 뜻인가요?”“감히 어떻게 그러겠습니까?”남자는 즉시 고개를 숙였다.화영은 그런 남자를 한번 쓸어보듯 바라보고 그대로 이윤을 데리고 떠났다.차에 타자마자 화영은 짧게 숨을 내쉬고 바로 시동을 걸었다.이윤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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