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이 말했다.“그때 학교 과제가 금 액세서리 공예 발전에 관한 내용이었어요.”“중세 헝가리 작가 모르의 저서를 읽었는데, 거기서 고법 제련과 금 액세서리 제작 방식이 소개돼 있었죠.”“그걸 보고 영감이 와서 황금 장신구 세트를 디자인해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린 작품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그날 화영은 학교에서 바로 추씨 저택으로 향했고, 심심해서 다시 그 디자인 노트를 꺼내 보았다.볼수록 마음에 안 들어서 꽃이 있는 정원 테이블 위에 무심코 내려두고 자리를 떴다.그리고 돌아왔을 때, 노트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화영은 현장에 있던 도우미들에게 물었으나 다들 신수가 방금 그 자리에서 화영을 찾아다녔고 말했다.이에 화영은 그 말만 듣고 디자인 노트를 신수가 가져갔다고 확신했다.나중에 신수에게 물었을 때 남자는 장난스레 부정했다.그 태도 때문에 화영은 신수가 일부러 자신을 놀리며 쉽게 돌려줄 생각이 없다고 오해했다.애초에 마음에 안 들던 작품이라 화영은 그냥 포기하고 잃어버린 셈 치고 넘어갔다.그런데 정말 잃어버린 것이었고, 그것도 가장 뜻밖의 사람 손에 들어가 있었다.우행이 생각지도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그때 우연히 모르의 책을 접했어요. 그래서 화영 씨 디자인 노트를 봤을 때, 이 반지에 홀린 것처럼 빠져버렸죠.”“화영 씨 디자인이 당시의 미감을 그대로 되살려낸 느낌이었으니까요.”화영의 마음에 기묘한 기쁨이 퍼졌다.“신기하게도 정말 딱 맞아떨어졌네요.”우행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그래서 나는 줄곧 이 반지를 끼고 다녔어요. 정말로 좋아하기도 했지만, 다른 번거로운 일들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거든요.”“그리고 무엇보다 화영 씨가 이 반지를 보면 언젠가는 떠올릴 거라 기대했는데...”하지만 화영은 이미 다 잊어버렸고, 오히려 예전 디자인을 못마땅해했다.그 말에 화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날 내가 물어봤을 때 왜 말 안 했어요?”우행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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