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Bab 4301 - Bab 4310

4332 Bab

제4301화

화영은 이윤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이윤은 방금 통화 내용을 통해 상황을 모두 파악했고, 신수에게 무사하다는 연락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곧장 떠올려지는 건 조금 전 자신을 데리러 온 낯선 남자들이었다.배 속의 아이를 본능적으로 감싸던 순간이 되살아나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이었다.그래서 더더욱 화영에게 마음이 기울어졌다.“화영 씨, 정말 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우리 모두 목적이 있으니까요. 단지 지금은 방향이 같을 뿐이에요.”화영은 잔잔한 미소를 띠자 이윤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화영 씨는 신수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저를 데리고 가는 건가요? 추씨 집안을 압박해서 결혼을 깨려는 거죠?”지난번 그때처럼 그러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화영은 가볍게 웃었다.“비슷해요. 그런데 지금 당장은 파혼할 수 없고, 둘의 일도 밖으로 드러날 수 없어요. 그래서 잠깐만 불편을 감수해 줘야 해야 하고요.”이윤의 검은 눈동자는 또렷했다가 잠시 흔들렸다.그러고 곧장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오히려 정말 감사드려요.”화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두 사람은 경성에 있는 화영의 거처로 향했다.방이 세 개라 과하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이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공기가 가득한 공간이었다.화영은 집 안을 안내하며 주변 시설을 설명했다.“여긴 경성에서 제일 좋은 산부인과랑 가까워서 혹시라도 상황이 생기면 바로 갈 수 있어요.”“그리고 이윤 씨를 돌볼 도우미도 한 명 더 부를 거예요. 만약 출산할 때까지 나와 신수의 일이 정리되지 않더라도, 이 집은 산후도우미랑 같이 지내기엔 충분해요.”이윤의 눈빛이 촉촉히 흔들렸다.“왜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시나요?”화영은 맑고 온화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웃었다.“우리 아버지 일 때문에 추씨 집안이 지금 우리 편에 서 준 건 사실이에요.”“그리고 이윤 씨 아이는 신수의 아이고, 추씨 집안의 아이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제가 추씨 집안의 은혜를 이렇게나마 갚는 셈이죠.”이윤은 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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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2화

월말 무렵, 화성헌이 집으로 돌아왔다.직위는 그대로였고 몸도 어디 아픈 데 없었다.겉으로는 해외 조사를 두 달 다녀왔다며 조용히 복귀했다.수면 아래에서 크게 일렁이던 것들이 이렇게 아무 일 없던 듯 지나간 셈이었다.화영은 아버지를 보자 눈가가 금세 젖었고 조용히 걸어가 아버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고생 많으셨어요.”화성국의 머리에는 전보다 흰머리가 늘고 살도 조금 빠져 있었지만 표정은 밝았고 정신도 또렷했다.이에 화성국은 화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걱정했니?”곁에 있던 화성헌은 몰래 눈가를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됐어요.”그날 저녁, 화영네 가족은 신수네 가족까지 초대해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이번 일 내내 추씨 집안은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화씨 집안과 끝까지 함께했고, 화성국을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힘을 보탰다.그랬기에 화씨 집안에서는 그 고마움을 잊기 어려웠다.식사 자리에서 화성국은 술잔을 들고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신수야, 다리는 이제 괜찮지? 멀쩡하면 너희 할아버지하고 상의해서 너랑 화영이 결혼 날짜를 잡을까 해.”추병국도 따라 웃으며 거들었다.“마침 신수도 돌아왔으니 호사 두 개가 겹쳤구나.”신수가 말하기도 전에 화영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할아버지, 신수랑 제 결혼식 날짜를 정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기쁜 소식을 말씀드리고 싶어요.”“기쁜 소식?”화성국이 눈썹을 올렸다.식탁에 앉은 모두의 시선이 화영에게 쏠렸다.화영은 휴대전화에서 사진 한 장을 찾아 추병국에게 건넸고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축하드려요, 이제 증손주가 생기셨어요”순간, 방 안이 고요해졌다.사진 속에는 막 태어난 신생아가 포대기에 싸여 있었다.아기는 아직 눈도 뜨지 못했지만 작은 코와 입매가 놀라울 만큼 추신수를 닮아 있었다.그러자 신수의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다.놀람과 불안이 뒤섞인 표정으로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급히 밖으로 나갔다.“이건...”추병국이 얼굴을 굳히며 화성국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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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3화

두 집안 사람들은 신생아를 둘러싸고 서 있었고 잠깐이였지만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렸다.추병국은 신수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가진 사실에 화도 났지만, 막 태어난 아기를 보자 모든 감정이 순식간에 녹아버렸다.김아란 역시 갓난아기를 안아보았다.어릴 적 추신수와 똑같은 얼굴을 마주하는 동안 마음 한켠이 저릿하게 흔들렸다.반면 화영네 가족은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큰 소란을 피우는 건 체면에도 맞지 않았다.게다가 이번 일에서 추씨 집안이 화씨 집안을 위해 힘껏 도와준 상황이라 비난의 말조차 쉽지 않았다.그때 화영이 조용히 화성국을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 추씨 집안이 저 아이를 두고 놓아줄 것 같으세요? 제가 그 집에 시집가서 사랑하는 사람 사이를 갈라놓은 채 아이의 새엄마가 되라고요?”화성국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길게 내쉬었다.“저 집안에서 모든 일을 처리했다고 했어. 그런데 이게 그 처리법인 거야?”화영이 재빨리 말했다.“추씨 집안이 잘못한 건 아니에요. 아이가 이미 생겼고, 없애는 건 죄를 짓는 일이에요. 그 아이는 결국 추씨 집안의 피니까요.”화영의 말이 일리가 있는지 화성국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이제는 추씨 집안이 어떻게 말하는지 보자.”이윤은 막 출산을 마친 상태라 더 휴식이 필요했다.아기를 본 뒤, 사람들은 병원을 떠났고 신수만 남아 직접 이윤과 아이를 돌보았다.병원 밖으로 나온 뒤, 화성국과 추병국이 앞서 걸었다.추병국의 얼굴에는 짙은 미안함이 깔려 있었다.“아이 문제로 내가 뭐라 할 말이 없네.”화성국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결정을 내렸다.“화영이와 추신수 결혼은 그만두지. 추신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고, 아이까지 생겼는데 우리 화영이까지 그 집에서 마음고생하게 둘 수는 없으니.”“그때 사고 났을 때 다리를 진짜로 부러뜨려야 했어.”추병국이 씁쓸히 말하자 화성국은 오히려 담담히 웃었다.“사돈을 못 맺어도 두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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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4화

하루가 지난 뒤, 화성국은 화영을 서재로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너와 신수 결혼은 취소하기로 했어. 다만 두 집안의 혼사 소식이 이미 밖으로 알려진 만큼, 파혼하는 것도 시기를 잘 보아 정식으로 알릴 생각이야.”화영은 마음 깊이 눌러두었던 돌덩이가 완전히 내려앉는 것처럼 편안해졌다.“네.”추병국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네 뜻대로 된 거지. 혹시 진우행이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거냐?”화영은 할아버지가 우행과의 일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담담히 되물었다.“그날 사진은 할아버지가 보내신 거죠?”얼마 전 술집에서 받은 소포에는 화영과 우행이 함께 드나드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처음엔 신수가 보낸 줄 알았지만 곧 생각을 바꿨고, 그럴 사람은 따로 있었다는 사실에 화영은 확신했다.할아버지는 아직 자신을 추씨 집안에 보내려 한다는 뜻을 완전히 접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그 사진은 분명 경고였다.경성에 있는 일들을 잊지 말고 지나치게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였다.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이 시점에 화영이 묻자, 화성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이것도 맞혀봐. 그 사진을 내가 어떻게 구했을 것 같냐?”화영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신수가 보낸 건가요?”“아마 그럴 게다. 나는 걔가 사진을 보내 내게 너를 경성으로 데려오라고 압박하려는 줄 알았어.”“그런데 사건이 지나고 보니 나에게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더라고.”“그래서 더는 너를 억지로 묶어두지 말라는 뜻이었겠지.”화성국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우리는 두 집안이 워낙 오랜 인연이라 너와 신수가 결혼하면 서로에게 이롭기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추씨 집안은 너를 함부로 대하지도 못할 것이고, 경성에서 지내며 우리도 곁에서 도울 수 있을 테니 너도 편안할 거라 여겼어.”“그런데 결국 내가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구나.”화영은 급히 머리를 저었다.“아니요. 저 할아버지 뜻 이해해요. 단 한 번도 할아버지를 원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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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5화

화영이 병원을 떠나려던 그때, 신수가 문 앞까지 마중 나왔다. 신수는 평소보다 훨씬 편해진 얼굴로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강성 돌아가면 우행 씨에게 나 대신 사과 좀 전해줘. 그날 진짜 너를 해칠 생각은 없었는데, 분명 그 사람한테는 상처였을 거야.”화영이 미묘하게 눈썹을 올렸다.“이미 화풀이는 끝났어. 서로 비긴 셈으로 해.”신수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야. 누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날 일은 꽤 큰 트라우마일걸?”화영이 웃음을 흘렸다.“그 사람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약하지 않아.”신수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고 대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그날 강이윤 데려간 건 마지막 판을 네가 주도하려고 그런 거라는 거 알아.그래도 고마워.”“그동안 이윤을 지켜줘서. 출산할 때까지 혼자 버티게 하지 않아서.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 네가 부탁하면 뭐든 할게.”그 말 톤에는 겉으로 담담한 척해도 실제로는 마음 깊이 새긴 빚이 있었다.화영은 담백하게 답했다.“그럴 필요 없어. 아빠 일도 추병국 할아버지가 도와주셨잖아.”“그건 우리 집안일이고, 이윤의 일은 내 개인적인 일이지. 둘을 같다고 보면 안 되지.”신수는 허심탄회하게 웃었다.“나중에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네.”화영도 같은 웃음으로 받았다.“다음에 경성 돌아왔을 때는 너랑 강이윤 결혼식 축배를 들었으면 좋겠네.”신수는 크게 웃었다.“그건 무조건이지!”그때 화영이 준비해 온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아기 돌보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미리 주는 거야. 만약 내가 강성에서 못 올라오면, 얘한테 주는 내 첫 축하 선물이야.”그러자 신수는 손사래를 쳤다.“정말 괜찮아. 받기 미안해.”“일단 열어봐.”신수는 멈칫하다 상자를 열었다.순간, 눈빛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웃음으로 번졌다.“그래도 이건 받아야겠네. 고마워.”화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이제 들어가. 이윤 씨하고 아기 챙겨야지. 그럼 난 갈게.”신수는 답하려 했지만, 화영은 이미 가벼운 발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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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6화

퇴근하려던 그때, 소희가 다시 한번 당부했다.“일은 하루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그러나 화영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며칠이나 쉬었더니 오히려 손이 근질거려서 그래. 이 보고서들만 정리하면 바로 나갈게. 걱정하지 마.”그러자 소희는 더 말하지 않고 구택과 함께 건물을 나섰다.사무실 밖은 이미 어둑해졌고, 시간이 훌쩍 흘러 어느새 밤 여덟 시 가까이 되었다.조용한 사무실 문이 다시 열리고 비서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총괄 디자이너님, 이제 퇴근하셔야죠. 첫 출근날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면 내일 더 피곤해져요.”화영이 허리를 펴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래요. 이제 정리하고 나갈게요.”책상을 정돈하던 화영은 문서 더미 사이에 끼워져 있는 뭔가를 발견했다.그 표지엔 깔끔한 임씨그룹의 로고가 있었다.이는 구택이 방금 와서 두고 간 자료였는데 아무래도 급하게 나가느라 챙기지 못한 모양이었다.화영은 바로 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소희여, 임 사장님 파일 하나가 사무실에 있는데 청원으로 갖다줄까?”소희는 잠시 말이 없더니 뒤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넘기는 듯한 소리가 났다. 곧 구택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자료는 진우행 부사장에게 전달해야 하는 거라서요. 화영 씨만 괜찮다면, 좀 번거롭겠지만 대신 전해주실래요?]우행의 이름에 화영이 짧게 눈썹을 올렸다.“네. 그럴게요.”[고마워요. 화영 씨.]“별말씀을요. 제가 해야 할 일이죠”전화를 끊은 화영은 잠시 그 문서를 바라보다가, 다시 휴대폰을 들어 우행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어디 있어요?”전화가 연결되자 낮게 가라앉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오늘 돌아왔어요?]“오늘 오전에요.”우행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차분히 말했다.[집에 있는데 화영 씨가 가져올래요? 아니면 내가 그쪽으로 갈까요?]화영은 짧게 고민하다가 말했다.“내가 갈게요.”[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화영은 가방을 정리해 차에 올랐다.강성의 야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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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7화

화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놀란 눈빛이 고스란히 눈동자에 담겼다.이윽고 우행이 손을 내밀었다.“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여기 있어 줘요.”우행은 손가락은 길었고 관절의 선이 고르게 드러나 있었는데 예쁘면서도 힘 있는 손이었다.화영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우행은 계속해서 흔들림 없는 태도로 손을 뻗은 채 기다렸다.잠시 후, 화영이 아주 미세하게 입술을 다물었다 풀며 조심스럽게 손을 남자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그 순간, 우행은 곧바로 힘 있게 화영의 손을 감싸 쥐고는 그대로 자신의 품으로 단단히 가뒀다.넓고 단단한 가슴에 몸이 닿자 화영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우행의 숨결이 귓가에 내려앉았다.“말했잖아요. 나는 한 번도 당신이랑 끝났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고요.”그 목소리는 낮고 확신에 차 있었고 화영은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웃었다.“자신감이 대단하네요?”“당연하죠.”우행의 대답은 조용하지만 흔들림이 없었다.화영은 남자의 품에 편안하게 기대었다.두 사람은 잃었다 다시 찾은 보물인 듯 서로를 오래 안고 있었다.잠시 후, 화영이 낮게 속삭였다.“우리 이렇게 현관에만 서 있을 거예요? 안 들어가고요?”우행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화영의 손을 끌며 방 안으로 향하면서 문을 자연스럽게 닫았다.거실로 향하던 화영이 고개를 돌려 우행이 장식장 위에 내려두고 간 자료를 보았다.“임 사장님이 오늘 퇴근하고 꼭 줘야 한다고 한 자료잖아요. 지금 처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안 해도 돼요.”우행이 무심하게 뒤돌아보며 말했다.“내일 회사에서 해도 충분하거든요.”그 말에 화영은 말없이 숨을 골랐다.거실에 들어서자 우행은 화영을 다시 끌어당겼다.두 손으로 화영의 얼굴을 감싸고 뜨겁고 집요한 시선으로 여자를 내려다보았다.이윽고 천천히 입을 맞추려 하자 화영은 남자의 손을 보고 살짝 고개를 비틀었다.“반지 뺏네요?”우행이 움찔하며 손을 바라보다가 검은 눈동자가 마치 뭔가 생각났다는 듯 번쩍였다.우행은 화영을 소파에 앉히고 말했다.“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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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8화

화영이 말했다.“그때 학교 과제가 금 액세서리 공예 발전에 관한 내용이었어요.”“중세 헝가리 작가 모르의 저서를 읽었는데, 거기서 고법 제련과 금 액세서리 제작 방식이 소개돼 있었죠.”“그걸 보고 영감이 와서 황금 장신구 세트를 디자인해 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그린 작품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그날 화영은 학교에서 바로 추씨 저택으로 향했고, 심심해서 다시 그 디자인 노트를 꺼내 보았다.볼수록 마음에 안 들어서 꽃이 있는 정원 테이블 위에 무심코 내려두고 자리를 떴다.그리고 돌아왔을 때, 노트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화영은 현장에 있던 도우미들에게 물었으나 다들 신수가 방금 그 자리에서 화영을 찾아다녔고 말했다.이에 화영은 그 말만 듣고 디자인 노트를 신수가 가져갔다고 확신했다.나중에 신수에게 물었을 때 남자는 장난스레 부정했다.그 태도 때문에 화영은 신수가 일부러 자신을 놀리며 쉽게 돌려줄 생각이 없다고 오해했다.애초에 마음에 안 들던 작품이라 화영은 그냥 포기하고 잃어버린 셈 치고 넘어갔다.그런데 정말 잃어버린 것이었고, 그것도 가장 뜻밖의 사람 손에 들어가 있었다.우행이 생각지도 못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그때 우연히 모르의 책을 접했어요. 그래서 화영 씨 디자인 노트를 봤을 때, 이 반지에 홀린 것처럼 빠져버렸죠.”“화영 씨 디자인이 당시의 미감을 그대로 되살려낸 느낌이었으니까요.”화영의 마음에 기묘한 기쁨이 퍼졌다.“신기하게도 정말 딱 맞아떨어졌네요.”우행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그래서 나는 줄곧 이 반지를 끼고 다녔어요. 정말로 좋아하기도 했지만, 다른 번거로운 일들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거든요.”“그리고 무엇보다 화영 씨가 이 반지를 보면 언젠가는 떠올릴 거라 기대했는데...”하지만 화영은 이미 다 잊어버렸고, 오히려 예전 디자인을 못마땅해했다.그 말에 화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날 내가 물어봤을 때 왜 말 안 했어요?”우행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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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9화

우행은 화영을 내려놓으며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옷 찾아줄게요.”이에 화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이 화영의 어깨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화영은 고개를 들어 물줄기를 받아내며 오늘 밤 벌어진 일들을 자연스레 떠올렸다.뜻밖의 전개 같으면서도 어쩌면 이미 예상된 흐름이었다.경성에 있는 내내 생각보다 더 많이 우행을 떠올렸고 특히 설에 경성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리움은 더 깊어졌다.그래서 이번에 돌아오면서부터 화영의 목적은 분명했다.하지만 오늘 밤의 모든 일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흘러갔다.아마 우행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화영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일 것이다.오늘 저녁 우행이 잡은 모든 타이밍은 정확했다.또한 우행의 결심은 너무나 단단하고 확실해서 피할 수 없었다.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데 우행이 다가와 화영의 허리를 감싸안았다.그러자 화영의 허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우행의 품으로 쓰러져 파고들었다.물줄기는 우행의 넓고 단단한 팔에 부딪혀 흩어졌고 튄 물방울은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는 순간을 적당히 가려 주었다.그렇게 욕실 안은 점점 달아올랐다.우행은 화영의 허리를 감아 끌어안고 있었는데, 젖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감은 눈을 지나 높은 콧날을 타고 두 사람의 얽힌 입술 사이로 스며들었다.분위기도 감정도 이미 최고조에 닿던 그때 우행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우행은 화영의 젖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넘겼고 이마에 입맞춤을 여러 번 남겼다.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둘의 숨결이 조금 가라앉았다.그러나 물안개 가득한 욕실 안에서 남자의 몸은 여전히 뜨거웠다.우행은 수건으로 화영의 몸을 닦아주고 머리도 말려준 뒤 자신의 셔츠를 건넸다.“오늘은 이걸로 입어요.”화영의 얼굴은 뜨거운 수증기 때문인지 더욱 붉고 청초해 보였다.“그래요.”우행이 문을 나가자 화영은 머리를 대충 묶고 남자의 셔츠를 걸쳤다.셔츠는 아주 크고 편안했고 가릴 데는 다 가렸지만 거실로 나오자 우행의 시선은 화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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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0화

무의식중에 화영은 우행이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조깅을 다녀온 뒤 아침을 사 와서 자신의 잠을 깨워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출근 걱정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고 오랜만에 깊고 편안하게 잠들었다.하지만 눈을 뜬 순간, 시계는 이미 아홉 시에 가까워져 있었다.그리고 놀라기도 전에 뒤에서 우행의 팔이 화영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우행 역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방은 커튼이 완전히 쳐져 있어 어둠이 감돌았다.금방 깨어난 우행은 다정하게 화영을 끌어안으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더 자도 돼요. 조금 전에 사장님한테 휴가 냈으니까요. 물론 화영 씨 것도 같이 냈어요.”그러나 화영은 이미 잠이 달아난 상태였고 우행의 어깨에 기대 웃었다.“어제 두 사장님한테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다음 날 바로 무단결근을 해버렸네요.”“그게 어떻게 무단결근이에요?”우행이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다.평소의 차분하고 냉정한 톤과 달리 지금은 나른한 여운이 섞여 있어 듣는 사람을 간지럽히듯 설레게 했다.이에 화영의 귀 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임 사장님이 이유는 안 물어보셨나요?”그러자 우행은 턱으로 화영의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사흘이면 되겠냐고 물어보던데요?”화영은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곧 우행의 팔이 더 꽉 조여들자 화영의 등과 남자의 가슴에 꼭 밀착되었다.그리고 이내 화영의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고는 낮고 거친 숨으로 말했다.“어젯밤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잖아요.”화영은 순간 시선을 피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우행의 입술이 다시 뜨겁게 화영을 탐했다.눈가를 따라 속눈썹을 스치며 마치 물기를 닦아내는 듯한 키스가 이어졌다.“나 속인 거 아니죠?”뭔지 모를 말에 화영은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뭘 속였다는 건데요?”“내 몸을 위해서 속인 건 아니냐는 뜻이죠.”우행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어젯밤의 상황이 떠오르자 평소에 그렇게나 침착하던 화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리고 눈을 뜨는 순간, 우행의 어두운 눈빛과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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