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은 갑자기 불안해진 듯 세라를 뒤로 살짝 밀어 보호하듯 서더니, 매섭게 화영을 바라보았다.“화영 씨, 경성에서 약혼했다던데 축하해요.”“누가 그러던가요?”화영은 곧장 묻자 가윤은 입술을 달싹이다 말이 막혔다.뉴스를 본 건 사실이지만, 기사 어디에도 그 여자가 화영이라고 명시된 적은 없었다.그저 자기들끼리 추측만 했던 것이다.화영은 잔잔하게 웃었다.“제 일에 대해 가윤 씨가 더 잘 아는 것 같네요.”우행은 자연스럽게 화영의 손을 감싸 쥐고는 방 안에 있는 이들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좋은 소식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려줄게.”그 말은 두 사람이 약혼했다는 소문을 바로 부정하는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를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알리는 선언이었다.노란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세라는 얼굴빛이 희미하게 차갑게 변했다.눈동자 깊은 곳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다들 앉아 이야기해요. 오늘 모임은 화영 씨 환영하는 자리기도 하니까.”곧 기윤도 도착했다.오늘 모임의 목적은 기윤과 희문을 다시 이어주기 위한 것이었기에, 들어오자마자 남자는 준비해 둔 꽃을 내밀었다.기윤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꽃을 받지 않은 채 말했다.“꽃가루 알레르기가 좀 있어서.”그 말을 듣자 희문은 뒤늦게야 떠올렸다.초봄만 되면 기윤은 항상 피부가 예민해져 힘들어했는데, 희문은 그 사실조차 깜빡하고 있었다.이에 희문은 멋쩍게 꽃을 내려놓고 대신 따뜻한 음료를 건넸다.“밖에 비 와서 춥지? 이거 마시면서 좀 따뜻하게 녹여.”“고마워.”기윤은 예의를 지키며 받았다.가윤은 원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희문이 기윤을 챙기고 또 챙기는 모습을 보자 결국 못 참고 중얼거렸다.“전엔 안 그러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그러자 세라는 가윤의 손목을 가볍게 잡으며 눈짓으로 말렸다.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화영은 그제야 희문이 서원혁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 고개를 들었고, 표정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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