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311 - Chapter 4320

4328 Chapters

제4311화

“우행 씨 사촌 동생이라던데.”소희의 말에 화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희유 씨?”화영은 사실 확인차 우행에게 연락했고 예상대로 희유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지엠을 나온 뒤 우행이 직접 화영을 데리러 와 둘이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마침 주강연도 막 퇴근해 도착해 있었고, 간병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낮에는 간병인이 돌보고 밤에는 주강연이 직접 지키고 있다고 했다.불과 보름 남짓이지만 처음 화영이 보았던 단정하고 지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10년은 훌쩍 늙은 듯한 초췌함이 얼굴 가득 배어 있었다.“화영 씨 왔네요? 둘이 이렇게 같이 다니는 거 보는게 요즘 가장 큰 위로예요.”주강연의 목소리는 애써 밝았지만 말 속의 떨림은 숨겨지지 않았다.그러자 화영은 조용히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희유는 반드시 꼭 깨어날 거예요.”주강연은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그 믿음을 잃지 않았다.“그래. 우리 희유는 꼭 깨어날 거야.”화영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잠든 희유의 차가운 손을 조심히 감싸 쥐고 부드럽게 불렀다.“희유 씨, 희유 씨.”그러나 아무런 대답은 없었고 손끝도 움직이지 않았다.그 모습에 화영의 가슴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대학교 졸업을 앞둔 나이, 인생이 막 꽃피려는 시기에 피지 못하고 그대로 멈춰버린 현실이 더없이 잔혹하게 느껴졌다.우행은 침대에 앉아 희유의 손등을 가볍게 쓸었다.“희유야, 네가 화영 씨를 새언니로 맞이하고 싶다 했잖아. 화영 씨가 돌아왔어. 들려?”그 말에 화영은 눈물이 차올랐고 목이 메었다.잠시 병실에 머문 뒤 두 사람은 주강연에게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차 안에서도 화영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희유 씨가 절벽에서 떨어진 게 정말 사고 맞아요?”우행은 담담히 대답했다.“경찰은 그렇게 결론 내렸어요.”“같이 있던 친구들은요?”“다 조사했죠. 이상 없었어요.”우행은 시선을 전방에서 떼지 않은 채 덧붙였다.“사고 난 뒤에도 자주 병문안을 왔어요. 감정이 서툴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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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2화

다음 날 점심 무렵, 우행은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다가 휴대폰이 울렸다.이에 화면을 확인한 우행의 손은 허공에 멈추었다.전화 화면에는 세라의 이름이 떠 있었고 우행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혹시 방해한 건 아니지?]세라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아니야.”우행이 차분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오늘 기윤 씨를 만났어. 잠깐 얘기했는데, 아직도 희문을 못 잊은 게 딱 느껴지더라. 희문도 기윤 씨한테 마음이 남아 있고.][그래서 저녁에 둘을 불러서 얘기 좀 시켜보면 어떨까 싶어. 혹시라도 다시 이어질 수도 있잖아.]우행은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감정 문제는 둘이 스스로 해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근데 둘이 헤어진 건 결국 서원혁 때문이잖아. 그 일은 가윤의 일하고도 얽혀 있고, 우리도 같이 해결하려던 문제였고.][지금은 희문이 알아서 정리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역할도 안 하면 너무 차가운 거 아닌가? 너는 안 그렇게 생각해?]세라의 말은 묘하게 반박하기 어려웠는데 그렇다고 외면하면 모든 부담을 희문에게 떠넘기는 꼴이 되기도 했다.[다른 뜻은 없어. 그냥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야. 우리 다 친구잖아. 둘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나도 마음이 아프거든.]우행은 잠시 말을 고르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면 저녁에 네가 배기윤을 불러. 나는 희문한테 얘기해 볼게. 둘이 만나서 어떻게 되든 그건 희문의 진심에 달린 거고, 나는 거기까지야.”[그래, 기회만 만들어주면 돼. 친구로서 그 정도면 충분하지.]“응.”우행이 짧게 대답했다.“내가 바로 전화해 볼게.”[기윤 씨 쪽은 내가 알아서 할게. 저녁에 보자. 잘되면 좋겠어. 우리 둘이 좋은 일 하나 한 셈이니까.]우행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그럼 끊을게.”[그래, 일해.]세라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희문과 기윤을 이어주는 일에 크게 내키지 않았던 가윤도, 세라의 차분한 설득을 들은 끝에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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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3화

세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사장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차를 가져와서 괜찮아요. 다만 퇴근하고 넘버 나인에서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해서요. 그래서 날씨가 좀 걱정됐어요.”문세윤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방금보다 한층 더 친절한 말투로 물었다.“인사팀 부장이 그러던데, 세라 씨가 임씨 그룹의 진우행 부사장과 아는 사이라면서요.”“방금도 진우행 부사장님 비서와 통화를 했는데, 오늘 저녁 약속이 있다더라고요. 혹시 그게 세라 씨와의 약속인가 보네요.”“보니까 두 분이 단순한 친구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세라는 순간 당황한 듯 말을 고르다 조심스럽게 답했다.“사장님, 오해예요. 정말로 그냥 친구예요.”그러나 세라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오히려 ‘회사 때문에 공개를 못 하는 사이다'라는 인상을 주었다.이에 문세윤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따 부사장님 만나면 우리 회사 얘기도 조금만 해주세요. 저희는 임씨 그룹과 협업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품질 기준도 충분히 맞출 자신이 있으니까요.”세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네, 꼭 전달할게요.”그 말은 사실상 우행과 저녁 약속이 있는 것을 인정한 셈이나 다름없었다.이에 문세윤은 금세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오늘은 일찍 가봐요. 밖도 어둡고 비도 올 것 같으니까. 우리 회사는 그런 건 이해해 주는 분위기니까요.”“사장님, 너무 잘해주시네요. 그래도 제가 아직 인턴이라 조퇴나 조기퇴근은 어렵죠. 자료 정리하고 다시 들어가 볼게요.”세라는 서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세윤은 직접 일어나 세라를 문까지 배웅했는데 남자의 태도에는 은근한 조심스러움까지 섞여 있었다.세라가 나간 뒤, 문세윤은 곧바로 비서를 불렀다.“세라 씨는 업무 성과도 좋고 학력도 훌륭하니까 인턴 절차 밟을 필요 없어요. 이번 주 안으로 정규직 전환 서류 준비하세요.”그 말에 비서는 놀란 눈으로 보고는 바로 대답했다.“네.”퇴근 후, 세라는 차를 몰아 넘버 나인으로 향했고 도착했을 때 가윤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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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4화

희문은 고개를 돌리며 짧게 말했다.“별거 아니야. 연인끼리 흔히 있는 싸움이지.”세라는 서둘러 분위기를 수습했다.“우리 오늘은 희문이랑 기윤 씨 다시 잘되게 도와주려고 모인 거잖아. 우리끼리 왜 싸우고 있어.”그리고 바로 물었다.“화해 선물 준비한 거 있지? 보여줘. 우리도 같이 봐줄게.”희문은 잠시 머뭇거리며 가방에서 상자를 꺼냈다.그 선물은 예전에 기윤이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함께 사러 가겠다고 약속하고도, 일이 바빠 신경 쓰지 못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몇 사람은 어떻게 선물을 건네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며 작은 이벤트처럼 꾸밀 방법을 고민했다.그러나 세라는 중간중간 휴대폰을 확인하면서도 집중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지금쯤이면 우행이 도착할 때였는데 혹시 또 오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아니야. 걔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야. 오기로 했다면 반드시 올 사람이니까.’세라는 스스로 마음이 조급해졌다는 걸 깨달았다아마도 우행과 화영이 헤어진 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정작 자신은 남자를 보는 것조차 번번이 어려웠고 두 사람의 관계 또한 아무런 진전이 없어서였다.세라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자 수호가 말했다.“기윤 씨는 누가 부른 거야? 왜 아직도 안 오지?”“내가 불렀어. 금방 도착한대.”세라가 답하자 가윤이 물었다.“우행이는?”수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가윤에게 시선을 한번 준 뒤,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벌써 도착했대. 지금 올라오고 있대.”그 말에 세라는 비로소 안도했다.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열렸다.세라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나 두 걸음쯤 움직인 순간 걸음이 뚝 멈췄다.문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본 순간 숨이 턱 막혔다.우행이 한쪽 팔에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누군가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바로 경성에 있어야 할 화영이었다.이에 수호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왔네? 늦길래 혹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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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5화

가윤은 갑자기 불안해진 듯 세라를 뒤로 살짝 밀어 보호하듯 서더니, 매섭게 화영을 바라보았다.“화영 씨, 경성에서 약혼했다던데 축하해요.”“누가 그러던가요?”화영은 곧장 묻자 가윤은 입술을 달싹이다 말이 막혔다.뉴스를 본 건 사실이지만, 기사 어디에도 그 여자가 화영이라고 명시된 적은 없었다.그저 자기들끼리 추측만 했던 것이다.화영은 잔잔하게 웃었다.“제 일에 대해 가윤 씨가 더 잘 아는 것 같네요.”우행은 자연스럽게 화영의 손을 감싸 쥐고는 방 안에 있는 이들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좋은 소식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려줄게.”그 말은 두 사람이 약혼했다는 소문을 바로 부정하는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를 모두에게 공식적으로 알리는 선언이었다.노란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세라는 얼굴빛이 희미하게 차갑게 변했다.눈동자 깊은 곳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다들 앉아 이야기해요. 오늘 모임은 화영 씨 환영하는 자리기도 하니까.”곧 기윤도 도착했다.오늘 모임의 목적은 기윤과 희문을 다시 이어주기 위한 것이었기에, 들어오자마자 남자는 준비해 둔 꽃을 내밀었다.기윤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꽃을 받지 않은 채 말했다.“꽃가루 알레르기가 좀 있어서.”그 말을 듣자 희문은 뒤늦게야 떠올렸다.초봄만 되면 기윤은 항상 피부가 예민해져 힘들어했는데, 희문은 그 사실조차 깜빡하고 있었다.이에 희문은 멋쩍게 꽃을 내려놓고 대신 따뜻한 음료를 건넸다.“밖에 비 와서 춥지? 이거 마시면서 좀 따뜻하게 녹여.”“고마워.”기윤은 예의를 지키며 받았다.가윤은 원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희문이 기윤을 챙기고 또 챙기는 모습을 보자 결국 못 참고 중얼거렸다.“전엔 안 그러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그러자 세라는 가윤의 손목을 가볍게 잡으며 눈짓으로 말렸다.바로 옆에서 지켜보던 화영은 그제야 희문이 서원혁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 고개를 들었고, 표정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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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6화

희문은 노래를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기윤의 앞에 섰다.그러고는 준비해둔 또 다른 선물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기윤아,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뭐든 네가 먼저야.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세라는 기윤의 옆에서 손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다.“희문이 마음 진심이니까 한 번만 풀어줘요.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이렇게 바로 끝내버리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그리고 천천히 덧붙였다.“일단 기회를 주고 그다음은 희문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면 되지 않을까요?”“희문이 또 상처 주면 우리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세라는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말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희문도 고개를 숙이며 다시 말했다.“기윤아, 정신을 잠깐 놓은 거였어. 정말 미안해.”기윤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꼬았다.입술은 꽉 다물려 있었고 감정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화영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기윤은 분명 희문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었다.곧 세라는 기윤의 손을 잡았다.“오늘 우리가 다 이렇게 비 맞아가면서 온 이유가 뭐겠어요? 희문이 마음이 진짜라고 믿으니까 온 거예요. 기윤 씨, 우리도 믿어주면 안 될까요?”그 말을 들은 기윤은 순간 더 불안해졌다.기윤은 지금 단순히 희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선의까지 함께 짊어진 기분이었다.그때 화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머리가 좀 아파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다들 계속 얘기해요.”이에 우행도 곧바로 일어났다.“나도 같이 나갈게.”그렇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그 순간 기윤도 정신이 번쩍 든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화장실 좀 다녀올게.”그러고는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남겨진 희문은 허공에서 멈춘 손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고개를 숙였다.세라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우행은 결국 화영 없이는 안 되나 봐. 둘이 더 단단해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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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7화

화영은 눈가에 옅은 웃음을 머금고 낮게 말했다.“나를 알고 난 뒤로 우행 씨 시선엔 나밖에 없었잖아요. 그래서 점점 친구들과 멀어진 거죠.”우행은 잠시 미간을 좁혔다.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화영 눈 속에 담긴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자 그의 입가도 저절로 풀렸다.“맞아요. 내 눈엔 화영 씨만 보이거든요. 가윤이도 가끔은 머리가 돌아가나 봐요. 꽤 일찍 알아챘던데요?”화영이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누군가 있는 방향을 스치듯 보더니 갑자기 앞으로 다가갔다.그러자 화영은 우행의 넥타이를 잡아 올리듯 손끝에 감아올렸고, 아주 희미하게 고개를 들어 남자를 올려다봤다.“키스해요.”두 사람은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서 있었다.우행은 화영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볼 수 없었기에, 여자가 이런 말을 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럼에도 우행은 1초도 주저하지 않고 손을 들어 여자의 턱을 감싸고 조용히 입을 맞췄다.약속을 한 사람이고 마음이 있는 사람과의 키스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처음엔 화영도 어딘가 신경이 분산된 듯했지만, 우행의 뜨겁고 깊은 키스가 이어지자 곧 모든 집중이 남자에게로 쏠렸다.화영의 넥타이를 쥔 손이 풀리며 여자는 앞으로 팔을 둘러 우행의 허리에 천천히 감아올렸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세라는 그 장면을 꽤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손가락을 움켜쥐고 있던 손바닥에 아픔이 느껴질 때야 조용히 몸을 돌렸다.다시 방으로 돌아오자 어둑한 조명 아래 세라의 얼굴은 감정이 가라앉아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자리에 앉자마자 반쯤 남은 술잔을 들어 올려 꿀꺽 들이켰다.이때 가윤이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왜 그래?”세라는 손끝이 하얗게 질린 채 잔을 쥐고 있었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아무것도 아냐.”그러나 가윤은 세라의 기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화영 씨는 약혼까지 했으니까 우행이한테 시집갈 일 없어. 너 아직 기회 있어.”가윤 또한 최근 쌓였던 모든 불만과 질투가 화영 때문에 한꺼번에 무너졌고, 그러는 사이 우행이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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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8화

화영은 두 사람의 잔에 조심스레 술을 따르며 잔잔히 웃었다.“나는 여전히 같은 생각이에요. 둘이 함께 있을 때 편안해야 그게 사랑이고, 그게 기윤 씨가 진정으로 원하는 감정이에요.”기윤은 잔을 들고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희문이랑 헤어지고 나서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홀가분했어요.”“데이트 도중 갑자기 전화 하나에 버려지는 느낌도 없고, 희문이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요.”“그런 불안이 없어지니까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어요.”그제야 기윤은 알게 되었다.누군가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 이미 그 관계는 기형적인 관계라는 것을.화영은 잔을 들어 기윤과 부딪쳤다.“새로운 삶 얻은 기념으로 건배하시죠.”그 말에 기윤은 쓴웃음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난 일 생각하면 정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기분이에요.”그리고 잔을 기울이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는지 반짝거렸다.“그래도 희문이 덕분에 화영 씨를 알게 됐잖아요. 그래도 제일 큰 수확이 있으니까 괜찮아요.”화영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고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심 어린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그 말에 화영은 다시 술을 따랐다.“그럼 우리 인연을 위해서 한 잔 더 하시죠.”그때 우행이 와서 화영의 잔을 빼앗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무슨 얘기해요? 석 잔 연속 마시는 분위기인데, 혹시 혈맹이라도 맺는 거예요?”그러자 기윤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우행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여자친구인데 걱정하는 게 이상한가요?”화영은 눈빛이 맑게 빛났고 따뜻한 기운이 스쳤다.“과일주라서 안 취해요.”“맞아요. 괜히 오버하지 마요.”기윤은 조금 들떴는지 오늘 처음으로 우행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그래도 우행은 잔을 가져가 과일주 대신 과일 주스를 앞에 두었다.“오늘 날씨도 안 좋으니까 조금 이야기하다가 들어가죠.”“그래요.”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세라는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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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9화

가윤은 얼굴을 잔뜩 굳힌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던졌다.“희문이 늘 나만 감싸니까 화영이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일부러 기윤 씨더러 용서 못 하게 만드는 거지.”희문은 즉시 고개를 들었다.“화영은 방금 돌아온 사람이고 그런 뜻 아니니까 괜히 추측하지 마.”몇 마디 더 오가고 있을 때, 우행이 화영과 함께 돌아왔다.“날씨가 좋지 않아서 우리 먼저 갈게. 계산은 끝냈으니까 너희끼리 편하게 이야기해.”곧 기윤도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나도 이제 집에 가볼게요.”“나도 갈게.”수호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외투를 챙겼다.일곱 명 중 네 명이 일어서거나 이미 나가려 하니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세라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그럼 우리랑 같이 나가자.”그리고 우행을 향해 말했다.“원래 내가 사려던 자리였는데 결국 네가 계산하게 됐네.”우행은 담담했다.“괜찮아.”몇 사람은 함께 넘버 나인을 나섰다.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공기는 한층 더 촉촉해져 있었다.희문이 기윤이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운전기사가 곧 도착하니까 내가 데려다줄게.”하지만 기윤은 고개를 세게 저었다.“아니야. 택시 이미 잡아놔서 금방 와.”희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조심해서 들어가.”기윤은 눈길도 주지 않고 아주 조금 고개만 끄덕인 뒤,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며 서둘러 빗속으로 향했다.그 사이, 우행은 검은 우산을 펼쳐 화영의 어깨 위로 기울였다.비는 굵었고 우행은 거의 절반 이상이 빗물에 젖고 있었지만, 남자의 시선과 몸은 오로지 화영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그 모습은 빗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산 같았다.폭우가 쏟아져도 우행은 화영을 지키는 자세를 계속 유지했다.세라는 건물의 계단 위에서 그 둘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차갑고도 엷은 빛이 번득였다.가윤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둘은 결국 안 돼. 그러니까 너무 좌절하지 마.”세라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집에 가자.”말을 마치고 조용히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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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0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행은 화영이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걸 눈치챘는지 여자의 손가락을 감싸 쥐며 웃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요?”화영은 손가락을 가볍게 맞물리며 미소를 띠었다.“내일 시간 있으면 우리 희유 씨 보러 가고, 그다음에 할머님 뵈러 가요.”“좋아요.”우행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창밖의 비는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하늘 어딘가 구멍이 터진 듯 빗물이 쏟아졌고, 강성의 밤은 거대한 빗속에 잠겨 버렸다.유리창은 끊임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시야가 흐릿해졌고 차는 속도를 최대한 줄여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그리고 화영은 우행의 어깨에 기대어 거칠게 부딪지는 빗소리를 들었다.하지만 불안함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묘한 안정감이 차분히 스며들었다.우행은 팔을 들어 화영의 어깨를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화영 씨.”“응?”화영은 고개를 들어 우행을 바라봤다.“아니에요.”우행은 손끝으로 화영의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이마를 톡 건드리며 다시 어깨에 기대도록 조심스레 눕혔다.화영이 이렇게 자신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행은 충분히 만족했고, 진심으로 편안했다.집에 도착한 뒤, 두 사람은 나란히 샤워를 마치고 서로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침실로 향했다.우행은 화영의 허리에서 욕실 수건을 잡아 빼고. 턱을 들어 올리듯 손가락으로 여자의 턱선을 감싸 연달아 입술을 포개 왔다.밖에서는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쳤고 퍼붓는 빗줄기는 유리벽 전체를 쉼 없이 두드렸는데 밤새도록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이에 우행의 목소리가 낮고 거칠게 내려앉았다.“추신수 씨 아기 얼굴 귀여운 거 봤어요?”번쩍하고 한 줄기 번개가 방 안을 밝히고 몇 초 뒤, 귀 가까이를 울릴 만큼 큰 천둥소리가 울렸다.그 소리에 화영의 목소리가 거의 묻힐 정도였다.“귀여워요.”“갖고 싶어요?”“음.”우행의 음성이 더 깊어지자 화영은 입술을 세게 물고 작은 숨을 삼킨 뒤 작게 답했다.우행은 고개를 숙이며 화영의 입술을 천천히 벌리듯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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