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희유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표정이 잠시 굳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희유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듯 희유의 손등에 이마를 대고 낮게 흐느꼈다.반쯤 열린 문밖에는 유변학이 한동안 서 있었다.유변학은 방 안의 두 사람을 담담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아무 말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방 안에서 희유는 손을 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원망하지 않는 건요, 제가 그 입장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거라서예요.”이곳에서는 신뢰나 의리 같은 건 의미가 없었다.살아남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누구든 영혼을 악마에게 팔 수 있는 곳이었다.그러니 누가 더 고결하고 누가 더 비열하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이었다.희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용서할 수는 있지만 다시 친구가 될 수는 없겠네요.”희유는 이성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이성의 입장에 있다고 해도 그러한 결정 내렸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고 신뢰는 무너졌기에 처음처럼 이성을 아군으로 여기는 일은 다시는 불가능했다.그러자 이성은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오늘은 그냥 상태가 어떤지 보러 온 거야. 앞으로는 우리는 만난 적 없는 것처럼 지낼게.”이성은 희유의 팔에 남아 있는 주사 자국들을 보고 걱정스레 말했다.“홍서라가 주사 놓는 거 더는 맞지 마. 정말 위험해.”희유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눈빛은 여전히 텅 빈 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지금 그냥 죽게 해줘요.”집에 돌아갈 수 없다면, 살아 있는 하루하루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러자 이성은 급히 말했다.“희유야. 제발 그러지 마. 우리의 희망은 기억 안 나?”희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강하고, 용감하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그 희유는 결국 완전히 무너진 것일까?홍서라는 여전히 매일 희유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히게 했다.그래서 희유는 피부뿐 아니라 몸도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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