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441 - Chapter 4450

5040 Chapters

제4441화

그건 영화나 영상이 아닌 이 건물 어딘가의 방을 비추는 감시 카메라 화면이었다.희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려 했지만, 문이 갑자기 열리며 홍서라가 들어왔다.홍서라는 희유의 얼굴을 움켜쥐고 화면을 보게 만들었다.“똑똑히 보고 배워.”희유는 거세게 몸부림치자 홍서라는 손을 들어 희유의 뺨을 세게 때렸다. 어둡고 흐릿한 조명 아래 눈빛은 음침하고 냉혹했다.“유변학 사장님한테 버릇없이 응석받이로 길러졌나 본데 나까지 그렇게 대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목숨을 살려둔 건 앞으로도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서야. 하지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면 이런 것부터 다 배워야 해.”“이제 더는 곱게 자란 아가씨 흉내는 그만둬. 앞으로는 절대 여기서 나갈 수 없으니까.”“집에 돌아갈 생각은 아예 접는 게 좋을 거야.”홍서라는 차갑게 희유를 한 번 훑어보고는 몸을 돌려 나갔다. 그리고 나가면서 사람을 시켜 문을 잠그게 했다.희유는 소파에 앉아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귀까지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여전히 귓속을 파고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이렇게까지 더럽고 역겨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홍서라는 희유를 길들이고 있었고 남자를 상대하는 법을 배우게 하려는 것이었다.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혔고, 그럴수록 희유의 피부는 점점 더 좋아 보였고, 몸매도 더욱 도드라졌다.홍서라는 희유를 완전히 남자들의 장난감으로 만들어 자기 뜻대로 쓰고 이곳에 발붙이고 살게 하려 했다.그날도 희유는 막 주사를 맞은 참이었다. 직원이 나간 뒤 문이 다시 열리자 이번에는 이성이 들어왔다.침대 위의 희유는 흰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검고 짙은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피부는 창백했으나 이목구비는 오히려 더 또렷해져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텅 비고 무감각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도자기 인형 같았다.“희유야.”이성은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괜찮아.”희유는 듣지 못한 듯 눈동자조차 움직
Read more

제4442화

이성은 희유가 자신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표정이 잠시 굳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희유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진심으로 죄를 고백하듯 희유의 손등에 이마를 대고 낮게 흐느꼈다.반쯤 열린 문밖에는 유변학이 한동안 서 있었다.유변학은 방 안의 두 사람을 담담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아무 말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방 안에서 희유는 손을 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원망하지 않는 건요, 제가 그 입장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거라서예요.”이곳에서는 신뢰나 의리 같은 건 의미가 없었다.살아남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누구든 영혼을 악마에게 팔 수 있는 곳이었다.그러니 누가 더 고결하고 누가 더 비열하다고 말할 수 없는 곳이었다.희유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용서할 수는 있지만 다시 친구가 될 수는 없겠네요.”희유는 이성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이성의 입장에 있다고 해도 그러한 결정 내렸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고 신뢰는 무너졌기에 처음처럼 이성을 아군으로 여기는 일은 다시는 불가능했다.그러자 이성은 괴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오늘은 그냥 상태가 어떤지 보러 온 거야. 앞으로는 우리는 만난 적 없는 것처럼 지낼게.”이성은 희유의 팔에 남아 있는 주사 자국들을 보고 걱정스레 말했다.“홍서라가 주사 놓는 거 더는 맞지 마. 정말 위험해.”희유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눈빛은 여전히 텅 빈 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지금 그냥 죽게 해줘요.”집에 돌아갈 수 없다면, 살아 있는 하루하루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러자 이성은 급히 말했다.“희유야. 제발 그러지 마. 우리의 희망은 기억 안 나?”희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강하고, 용감하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그 희유는 결국 완전히 무너진 것일까?홍서라는 여전히 매일 희유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히게 했다.그래서 희유는 피부뿐 아니라 몸도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강제
Read more

제4443화

유변학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기용승 어르신 앞에서는 대놓고 원망 못 하니까 그러는 거지.”그러자 홍서라는 피식 비웃었다.“맞아요. 그러니까 그 분풀이가 전부 사장님 쪽으로 향하는 거죠. 전동헌 사장님 살아 있을 때부터 시비 걸었잖아요.”“강이협도 그건 알고 있으니까요. 전동헌 사장님은 용기도 계략도 없지만 강이협은 용기만 있고 머리가 없죠.”“한마디로 앞만 보고 달리는 타입이니까요. 뭐 어쨌든 조심 좀 하세요.”홍서라의 말에 유변학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곧 홍서라는 화제를 돌리며 살짝 웃었다.“내일 뉴 페이스 들어와요. 미리 확인했는데 사장님 취향에 맞는 타입 하나 있더라고요. 남겨둘까요?”검은빛 문양이 은은하게 들어간 셔츠를 입은 유변학은 창가 한쪽을 바라봤다.유변학의 얼굴은 창밖에서 스치는 불빛으로 인해 더 냉담하게 보이게 했다.남자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필요 없어. 요즘은 신경 쓸 시간이 없어서.”홍서라가 문득 물었다.“진희유 소식, 궁금하지 않으세요?”희유의 이름이 나오자 유변학의 눈길은 홍서라 쪽으로 천천히 옮겨갔다.“죽였어?”“아니요. 나 그 애 꽤 마음에 들어 했는데 어떻게 그리 쉽게 죽이겠어요?”홍서라는 가볍게 웃었다.그러나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가 급히 흔들리더니 한 경호원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와 외쳤다.“누님, 그 여자 자살 시도했어요!”그 말에 유변학이 순간 굳어지더니 바로 고개를 돌려 경호원을 노려봤고 그 얼굴에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어디지?”경호원은 긴장한 기색으로 홍서라를 힐끗 보았다가 답했다.“9층이요!”유변학은 곧장 일어나 계단을 향해 달려갔는데, 홍서라 또한 이 상황을 예상치 못한 것 같아보였다.며칠이나 굴복시키려고 눌러 뒀는데 희유의 뼛속까지 박힌 고집은 여전했다.그리고 그것보다 더 뜻밖인 건 유변학의 반응이었다.방안에 남자 몇 명이 가운데 쓰러진 희유를 두고 어쩔 줄 몰라 서 있었다.문이 벌컥 열리고 유변학이 급한 걸음으로 들어오자
Read more

제4444화

홍서라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유변학을 바라보다가 남자의 품에 안긴 희유까지 훑어보며 냉소를 띄었다.“정을 붙인 거예요? 아님녀 정말 마음이 간 거예요?”유변학은 시선을 살짝 떨구자 얼굴에는 냉담함만 남아 그 속을 읽기 어려웠다.“어쨌든 지금 얘는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야.”홍서라는 비웃음을 그치지 않았다.“충고 하나 할게요. 정신 좀 차리세요. 장난이라면 딱 거기까지만 하시고요. 확신할 수 있는데 저 아이는 줄곧 사장님을 이용해 왔어요.”“그러니 어린애한테 휘둘리지 마세요.”말을 마친 홍서라는 비켜섰고 쓰러진 채 잠든 희유를 힐끗 보며 날카롭게 말했다.“이번 일을 교훈 삼고 다시는 만날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그러나 유변학은 대답 없이 희유를 더 단단히 안고 방을 나섰고 향한 곳은 37 층이었다.방 안에는 이미 의사가 대기하고 있었고 곧바로 희유의 상태를 살폈다.천만다행으로 희유는 벽에 머리를 부딪친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것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비슷한 상처를 수도 없이 다뤄본 의사는 손놀림이 익숙했고, 신속하게 상처를 처치하고 붕대를 감은 뒤 낮고 공손하게 말했다.“저녁 무렵이면 깨어날 거예요. 혹시 그때까지도 의식이 없으면 추가 검사를 해야겠죠.”유변학은 침대 곁에서 희유를 내려다보았다.표정은 어두웠고 그 눈빛 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거움이 스며 있었다.의사의 말에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한밤중에 눈을 뜬 머리는 지끈거렸고 눈앞은 아직 어두웠다.방향 감각도 확실하게 돌아온 것 같지 않았고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그때 희유의 코끝에 익숙한 냄새가 스쳤는데 바로 유변학이 가까이 다가와 여자를 살며시 끌어안았다.이에 눈물이 이유도 없이 터져 나왔다.몸은 무겁고 머리는 멍해져 지금 마음이 어떤지조차 정리되지 않았다.그렇게 희유는 다시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이틀이 지나고 사흘 동안 유변학은 방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았다.유변학은 직접 약을 갈아주고 직접 몸을 씻겨주었다.그 손길은 차분하고 섬세
Read more

제4445화

“스스로 죽으려고 하는 건 굉장히 바보 같은 짓이야.”그 말에 희유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려 유변학의 가슴을 축축하게 적셨다.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은 채 잠들었다.하지만 다음 날 해가 뜨기 전, 유변학은 갑작스레 눈을 떴다.희유는 유변학에게 바짝 기대어 있던 몸은 화끈하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이는 발열과는 느낌이 달랐다.유변학은 희유의 이마를 짚어보더니 곧장 얼굴을 살짝 터치했다.“희유야.”희유는 입술을 깨문 채 가늘게 응답했다.“으.”목소리로 보아 설명하기 힘들만큼 아찔하고 달아올라 있어 보였다.공기 속에는 은근한 향이 퍼졌는데 그건 희유에게서 흘러나오는 체취였다.유변학은 그제야 미간을 찌푸렸다.홍서라가 주사한 약의 효과가 올라온 것이다.희유 또한 이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주사를 맞으면 가끔 이렇게 밤마다 참기 힘들어졌고 지금처럼 유변학이 곁에 있으면 더 견디기 어려웠다.“사장님...”유변학의 향이 너무 가까이에서 나서 그런지 곧 희유의 의식은 흐려졌고 본능처럼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유변학은 희유를 끌어올려 품에 얹었다.몸은 전보다 더 부드럽고 더 연약했으며 더 유혹적이었다.곧 유변학은 희유의 허리를 손으로 받치고 고개를 들더니 여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희유는 단단한 유변학의 가슴을 짚으며 입술을 맞댄 채 울먹였다.“다시는 나를 다른 사람한테 넘기지 마요.”유변학은 몸을 일으킨 채 희유의 얼굴을 감싸 쥐고는 깊고 뜨거운 눈빛으로 희유를 바라봤다.곧 거친 숨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그래. 누구도 널 내 곁에서 빼앗을 수 없어.”...새벽빛이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스며들자 방 안은 흐릿한 어둠과 옅은 빛이 뒤섞여 있었다.유변학은 몸을 숙이며 낮게 속삭였다.“널 누구에게도 넘긴 적 없어. 지난 며칠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나를 찾는 놈들이 있었지. 날 찾지 못하니까 네게 손을 댄 거야.”유변학은 희유를 밖으로 빼낼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틀어지자 일단
Read more

제4446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희유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 고개를 돌렸다.방 안은 순식간에 현실로 되돌아온 듯 모든것들이 또렷해졌고 어슴푸레하게 보이던 빛조차 초점이 맞춰진것만 같았다.유변학이 바깥에서 돌아와 침대 곁에 섰다가 허리를 살짝 숙여 희유의 볼을 꼬집듯 만졌다.“일어나. 점심 먹을 시간이야.”어젯밤 이후, 둘 사이를 가로막던 벽은 모두 사라진 듯 보였다.희유는 조금 익숙하지 않은지 불안한 표정으로 이불을 더 꼭 끌어안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저 계속 이렇게 되는 거예요?”그 질문에 유변학의 눈빛은 살짝 달라지더니 이내 다정하게 대답했다.“주사 한동안 끊으면 조금씩 괜찮아져.”희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다시 물었다.“얼마나 걸리는데요?”유변학의 미간을 좁혔다.“막 개발된 약이라 임상 데이터가 없어. 그래서 얼마나 지속되는지 나도 정확히는 몰라.”희유는 그 말만 듣고도 홍서라가 자신을 실험체로 썼다는 걸 알았고 곧 걱정이 밀려왔다.“해독제는 없나요?”“없어.”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답하는 유변학에 희유는 미간을 찌푸렸다.곧 유변학은 희유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어요.“그러니까 당분간 내 곁을 떠나지 마.”희유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내가 정신없을 때 무슨 말을 하거나 무슨 행동을 해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요.”선을 긋는 듯한 희유의 말에 유변학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게 좀 어려워.”남자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려 뜨더니 곧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을 나갔다.희유는 그런 유변학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굳어졌고 이불을 쑥 끌어 올리더니 얼굴까지 덮었다.마치 죽어버리고 싶어 하는 것만 같았다.이틀 정도 몸을 추스른 뒤, 희유는 우한을 보러 갔다.우한은 희유를 보자마자 뛰어와 꽉 안더니 말을 속사포처럼 내뱉었다.“어디 있었던 거야? 진짜 걱정했어!”며칠 동안 희유가 오지 않자 우한은 잘못됐을까 두려웠다.여러 방법을 써서 홍서라를 찾으려 했지만 경호원들이 막아섰었다.홍서
Read more

제4447화

우한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날 홍서라를 찾으러 갔을 때 봤어. 뒷모습만 봤는데 경호원한테 이끌려서 방으로 들어가더라고. 너무 충격이라 따라가려고 했는데 경호원이 막았어.”“뒷모습뿐이었지만 절대 잘 못 본 건 아니야. 혜경이가 재가 된다고 해도 난 알아볼 수 있거든.”그 말에 희유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여길 어떻게 온 걸까?”그때 불현듯 유변학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혜경이 자신의 언니를 위해 희유와 우한을 속여 이곳까지 끌고 왔다면, 언니라고 해서 무사히 돌아갔을 리 없다고.‘그렇다면 혜경은 언니를 찾는다며 스스로 이 위험한 곳에 뛰어든 걸까?’그렇다면 제 발로 죽으러 온 셈이었다.우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정말 여기 있다면 언젠가는 마주칠 거야. 그때 꼭 붙잡고 진짜 이유를 물어봐야 해.”그러나 희유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어 보였다.“감정적으로 움직이면 안 돼. 걔 때문에 네가 위험에 빠져서는 안 돼.”그러자 알았다는 듯 우한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어요.“알았어.”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우한은 일하러 가야 했고 희유가 물었다.“홍서라한테 괴롭힘당하지는 않았어?”희유는 홍서라와 사이가 예전 같지 않았기에 걱정됐다.혹시 자신에 대한 불만을 우한에게 돌리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였다.이에 우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없어요. 예전이랑 거의 똑같아. 나는 원래 홍서라를 자주 볼 일도 없잖아.”그 말에 희유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곧 희유는 우한의 옷깃을 다듬어주며 조용히 말했다.“방심하지 말고 늘 조심해.”“알았어.”우한은 이제 딜러 일에 익숙해졌는지 처음처럼 벌벌 떨지는 않았다.방으로 돌아온 희유는 계속 도혜경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해는 서서히 저물어갔고 희유는 혼자 저녁을 먹고 소파에 기대 포커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으나 유변학은 돌아오지 않았다.이 호텔은 밤이 되면 가장 소란스러워지는데 그중에서도 지하 1층의 카지노는 언제나 제일 활기찼다.희유는 고민하다 카드를 내려두고 옷을 갈아입
Read more

제4448화

우한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얼버무렸다.“대타를 구해놓긴 했는데 오래 비울 순 없어서 그런데 다시 만나면 그때 자세하게 얘기하자.”“알았어.”혜경이 조용히 당부했다.“조심해.”“너도.”희유는 그림자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반쯤 내려앉은 속눈썹 아래로 빛이 스치듯 흔들렸고, 우한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걸 보자 재빨리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방으로 돌아온 희유는 침대에 누운 지 얼마되지 않아 유변학이 들어왔다.희유는 침대 머리맡에 작은 조명을 하나 켜둔 상태라 유변학은 불을 더 밝히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돌아온 유변학은 조용히 희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깊은 밤의 정적 속에서 거친 숨과 키스를 하는 소리가 유난히 적나라하게 들려왔다.희유는 유변학의 팔을 붙잡았다가 갑자기 몸을 뒤집더니 남자의 가슴 위에 엎드렸다.몸을 반쯤 일으킨 희유의 눈동자는 노란 조명 아래서 물기를 머금은듯해 보였고 살짝 흔들리는 동공, 촉촉한 입술은 괜히 야릇한 느낌을 자아냈다. 유변학의 손가락이 희유의 뺨을 스치더니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그러자 희유의 긴 속눈썹이 떨렸다.“사장님은 홍서라 언니랑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어요?”유변학은 말없이 희유를 바라봤는데 그 눈빛 속에는 알 수 없는 어둠이 감돌았다.이에 희유는 약간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홍서라 언니 얘기 좀 해줘요. 말해도 되는 것만이라도요.”유변학은 얇은 입술을 잠시 다물었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정확하게 아는 건 많지 않아. 다만 예전에 홍서라에게 아이가 있었어. 3살이었는데 기용승 어르신의 원수에게 납치당했어.”“많은 인력을 동원했지만 결국 아이는 죽었지.”희유는 침착하게 물었다.“남편은 없었어요?”“홍서라는 결혼한 적 없어.”희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기용승 어르신은 홍서라 언니를 믿잖아요.”유변학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홍서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어르신 곁에 있었어.”그 말에 희유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
Read more

제4449화

희유는 장난기가 어린 눈빛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근거요? 매일 밤마다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희유는 유변학의 몸에서 굴러 내려오며 웃음을 참았다.“아빠라고요.”말을 끝내자마자 희유는 재빨리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끝까지 덮었는데 마치 그렇게만 하면 안전해지는 것처럼 굴었다.“진희유.”유변학이 또박또박 이름을 불렀다.희유는 이불 속에서 유변학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걸 상상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덧붙였다.“위험에 처했는데 누가 자기 아빠부터 안 챙겨요?”말끝에 웃음이 새어 나왔고 유변학은 움찔거리는 이불을 보며 그 아래의 표정을 상상했다.‘은근히 기고만장한 눈빛이겠네.’이에 유변학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손을 뻗어 이불을 걷어 올렸다.이불이 들춰지는 순간 희유는 벌떡 일어나 유변학이 화를 낼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은 채 냅다 입술에 입을 맞췄다.희유는 유변학의 어깨를 잡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유변학의 눈이 잠깐 흔들리자 희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 모습에 유변학의 목울대가 한 번 움직이더니 곧 희유 위에 올라타고는 몸을 숙였다. 다음 날, 희유는 우한을 찾아갔다.그리고 우한은 희유를 보자마자 전날 혜경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지만 희유는 서둘러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침대에 앉아 한참을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만약 정말 숙소 주인이 우리 셋을 따로 팔아넘긴 거라면 다른 사람들 손에 갔을 텐데 걔가 어떻게 홍서라 언니를 통해 다시 이 호텔에 와?”‘게다가 멀쩡한 상태로 도착했잖아?’희유는 속으로 생각했다.‘물론 가능할지도 몰라. 모두 운이 좋았다면 살아남았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럴 확률은 얼마나 될까?’그 말에 우한의 미간이 좁혀지며 말했다.“그래도 혜경을 의심하는 거야?”이에 희유는 우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너 말고는 이제 아무도 못 믿어.”우한은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희유가 장롱과 벽 모서리를 스치듯 바라보자 곧장 하려던 말을 삼켰다.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Read more

제4450화

희유는 의자에 앉아 장부를 보기 시작했다.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며 꼼꼼히 살피다가 첫 장에서 벌써 허점 두 군데를 찾아 표시한 뒤, 장부를 들고 홍서라 앞으로 갔다.“여기 순액으로 처리된 항목이 있어요. 총액을 다시 계산할 때 산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어요.”홍서라는 전혀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미묘하게 웃으며 말했다.“적어두기만 하면 돼.”희유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더 말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아 장부를 보기 시작했다.반 시간 정도 지났을 때, 홍서라가 먼저 자리를 뜨려 하자 희유도 함께 일어났다.“언니, 이 장부들 방에 가져가서 봐도 돼요?”희유는 주위를 둘러보며 표정을 조용히 움츠렸다.“언니가 없으시니까 저 혼자 있으면 좀 무서워서요.”그 말에 홍서라는 코웃음을 쳤다.“뭐가 그렇게 무서워?”희유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을 잇지 못했고 홍서라는 여자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읽고 낮게 비웃었다.“그렇게 겁 많아서야 어디 버티겠어? 됐어, 방에 가져가서 해.”“감사드려요, 언니. 내일 다시 갖다드릴게요”희유는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고개를 숙였고 그렇게 둘은 함께 방을 나섰다.나란히 복도를 걸어가자 희유가 장부를 들고 있는 모습은 곳곳의 경호원과 직원들에게 눈에 띄었다.누가 봐도 홍서라가 맡긴 일인 게 분명했다.밤, 유변학이 돌아왔을 때 희유는 아직 장부를 보고 있었다.“어디서 난 거야?”이에 희유는 머리를 들고 솔직하게 말했다.“홍서라 언니가 저한테 좀 부탁하셨거든요.”유변학은 차탁에 앉아 장부를 아무렇게 툭 넘겨보다가 시선을 희유에게 고정했다.“또 무슨 꿍꿍이야?”그 질문에 희유는 깊게 숨을 들이쉬곤 쓴웃음을 지었다.“나를 그렇게 머리 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요.”그러나 유변학은 희유의 턱을 잡아 들어 올리며 눈을 응시했다.“희유야, 홍서라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이에 희유는 눈을 굴리며 물었다.“제가 그 사람을 왜 속이겠어요?”자기 말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Read more
PREV
1
...
443444445446447
...
50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