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일찍, 유변학은 희유가 꽃병에 꽂아 두었던 꽃을 다시 꺼내 창가로 가져가는 모습을 보았다.희유는 꽃줄기를 끈으로 묶어 거꾸로 매달아 창문 밖에 걸어 두고 있었다.이에 희유는 설명하듯 말했다.“이렇게 말리면 드라이플라워가 돼요. 시들지 않고 오래 둘 수 있거든요.”그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희유가 말려 두던 꽃다발이 허공으로 들려 올라가며, 바람 소리 속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끈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팽팽해졌다.희유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소파를 딛고 창틀 위로 올라가 꽃다발을 붙잡으려 했다.손이 꽃에 닿기도 전에, 유변학이 희유를 거칠게 끌어당겼다.곧 유변학은 얼굴을 굳힌 채 낮게 꾸짖었다.“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거야?”희유는 비틀거리며 간신히 균형을 잡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바람 속에서 흔들리는 꽃다발에 가 있었다.유변학은 희유를 한 번 흘겨본 뒤 팔을 뻗어 끈을 움켜쥐었다. 힘을 주자 끈은 그대로 끊어지듯 딸려 내려왔다.희유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치는 순간, 유변학은 꽃다발을 그대로 창밖으로 던졌다.커다란 꽃다발은 순식간에 바람에 흩어졌다. 꽃잎 하나하나가 저항할 틈도 없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이에 희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유변학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유변학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경고하듯 말했다.“무언가가 목숨 걸고 지키고 싶어질 만큼 중요해지면 그때는 가장 먼저 없애야 해.”그 말을 남기고 유변학은 그대로 문을 나섰다.희유는 텅 빈 창가를 바라보았다. 끊어진 채 남아 바람에 흔들리던 끈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게도 마음은 아프지 않았지만 유변학이라는 사람이 몹시 가엾게 느껴졌다.감정을 모르는 사람은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끝내 알지 못하고, 그 사실이 오히려 처연했다.희유는 냉소를 흘리고는 가위를 가져와 창가에 남아 있던 끈의 반쪽을 잘라냈다.유변학은 외출을 마친 뒤 오후가 되어 호텔로 돌아왔다.로비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다가와 말했다.“기용승 어르신이 도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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