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4731 - Chapter 4740

4790 Chapters

제4731화

윤후는 성 마당에 있는 열기구를 가리켰다.“형한테 갈 거예요. 나도 올라갈래요.”“명우 삼촌이 데려다줄게.”명우는 윤후를 안고 몸을 일으키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열기구 안에는 다섯, 여섯 명의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윤성이 명우를 보자 신이 나서 팔을 흔들었다.“명우 삼촌.”명우는 늠름하고 잘생긴 윤성을 바라보자 문득 어린 시절의 임유민을 떠올렸다.처음 구택의 곁에 왔을 때, 유민은 지금의 윤성과 같은 또래였다.윤후를 안아 열기구 안에 올려주고 명우는 한 걸음 물러섰다.전문 인력이 열기구를 띄우기 시작하자 윤성에게 말했다.“위에서는 조심해. 장난치지 말고 서로 챙겨.”윤성은 동생들을 감싸안듯이 보호하며 대답했다.“알겠어요.”열기구가 반공으로 떠오르는 것을 확인한 뒤 명우는 돌아섰다.구택을 찾으러 가는 길에 진우행과 마주쳤다.예기치 못한 조우에 잠시 서로 말이 없었다.그러나 먼저 입을 연 쪽은 우행이었다.“언제 돌아오셨나요?”정중한 말투였다.“며칠 됐어요.”명우가 답하자 우행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저 평범한 동료가 스쳐 지나가며 안부를 묻는 듯한 분위기에 곧 돌아서려 했다.그때 화영이 아이를 안고 다가왔다.우행의 아들은 26개월이 되었다.활발하면서도 얌전했기에 우행을 보자 두 팔을 벌려 안아 달라고 했다.우행은 팔을 내밀어 아이를 안고는 부드러운 얼굴로 물었다.“아빠랑 놀러 갈까?”그제야 화영이 명우를 보았는지 놀란 표정이 스쳤다가 곧 가라앉았다.“명우 씨.”“두 분 아드님인가요?”명우의 차분한 눈빛이 잠시 흔들렸고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다.“귀엽네요.”화영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명우는 아이를 한 번 더 바라본 뒤 고개로 인사를 대신하고 혼자 자리를 떠났다.화영은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진행에게 물었다.“명우 씨 언제 돌아온 거지? 희유는 알아요?”“아마 모를 거야. 알 필요도 없지. 예전 일은 이미 오래 지났고, 희유도 지금은 자기 삶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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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2화

화영은 1층에서 희유를 기다리고 있었고, 희유를 보자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희유는 계단 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만큼 화려한 풍경에 연신 감탄이 흘러나왔다.“임구택 사장님은 정말 딸을 끔찍이도 아끼네요. 임씨 그룹의 막내딸은 정말 행복하겠네요.”화영은 검은 벨벳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우아한 자태로 나선형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며 가볍게 웃었다.“임 사장님이 딸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몇 년 동안 딸이 생기면 어떻게 사랑해 줄지 수없이 상상했을 거예요.”“이제 정말 딸이 생겼으니, 그동안 품어왔던 생각을 하나하나 다 현실로 만드는 거죠.”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희유는 또렷하고 화사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다. 벽에 걸린 세계적인 명화를 바라보다가, 성모의 품에 안긴 아기를 잠시 응시했다.그러다 고개를 돌려 화영을 보며 옅게 웃었다.“이 그림은 우리 관장님이 오래전부터 갖고 싶어 하셨거든요. 진품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걸려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화영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다음에 관장님 데리고 와요.”“좋죠.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죠.”희유는 어깨를 으쓱하며 걸음을 재촉했다.2층 응접실에 들어서자 공간은 넓고 품격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예전에 본 적 있는 연희, 청아 등도 자리하고 있었다. 단정하면서도 품위 있는 차림이었고, 두 사람이 들어오자 모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유진은 희유를 처음 보는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어디 집 아가씨예요? 예전에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유진은 최근 쌍둥이 남매를 낳으면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성격은 여전했다.밝고 잘 웃었고, 외모도 희유와 크게 차이 나 보이지 않았다.“희유는 진우행 부사장님의 동생이야.”연희가 유진에게 소개한 뒤, 다시 희유에게 유진과 유정 등을 차례로 소개했다.한쪽 소파에는 덕망 높은 어른 몇 분이 앉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 장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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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3화

희유가 막 몸을 돌렸을 때, 복도 안으로 키 큰 남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남자는 조금 전 응접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방 안에서 그 모습을 본 연희가 소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참 묘하네. 또 이렇게 엇갈리네.”소희는 맑은 눈빛으로 크리스탈 방울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대한 잔치는 밤이 깊도록 이어졌고 밤이 되자 불꽃놀이는 더 화려해졌다.말리연방과 소희의 매곡리에서도 사람을 보내 축하했고, 규모는 마치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던 그날과 맞먹을 정도였다.9시가 되자 희유의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먼저 돌아가야 한다는 연락이었다.소희 곁에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어 희유는 방해하지 않았다. 그저 화영에게만 인사를 건넨 뒤 성을 나섰다.강성의 3월은 이미 봄기운이 완연했고 밤바람은 살짝 차가웠다. 오늘 하루는 얻은 것도 많았고 마음은 충만한 데다가 걸음걸이마저 가벼웠다.길가에 서서 차를 기다렸는데 머리 위 해당화 나무가 활짝 피어 있었다. 바람이 한 번 스치자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희유는 손을 들어 머리 위 꽃잎을 털어냈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몇 미터 떨어진 곳, 한 남자가 해당화 나무에 기대서 있었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쥔 채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었다.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이 눈을 가리고, 각이 선 턱선만이 또렷이 드러났다. 가로등 불빛이 높게 솟은 콧대를 비추며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리고 얇게 다문 입술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희유는 한동안 그 남자를 바라보다가 비로소 확신했다.정말 명우였다.예상치 못한 재회였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서서 명우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명우가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들어 검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희유를 발견한 순간 멈칫하더니 시선이 더욱 깊어졌다.전화기 너머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지만, 명우는 짧게 몇 마디를 하고 통화를 끊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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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4화

희유가 걸음을 멈춘 순간, 은색 마세라티 한 대가 정확히 눈앞에 멈춰 섰다.설호영이 차에서 내렸고 손에는 외투 한 벌이 들려 있었다. 그러고는 투덜거리듯 희유에게 다가왔다.“밤 되면 기온 떨어지는 거 몰라? 이렇게 얇게 입고 나오면 어떡해?”호영은 외투를 희유의 어깨에 걸쳐 주고,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고개를 들다가 멀리 서 있는 그림자를 보고 잠시 시선이 멈췄다.“친구야?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이미 명우는 돌아서서 걸어갔고 어두운 가로등 아래에서 뒷모습은 흐릿해져 있었다.희유는 한 번 바라본 뒤 고개를 돌려보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설호영은 더 묻지 않고 문을 닫고는 운전석에 올라탔다.차가 출발하자 호영이 웃으며 말했다.“임씨 그룹 막내딸 돌잔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했지? 눈 돌아갈 만큼.”그 말에 희유의 표정이 단번에 살아나 과장된 손짓까지 곁들였다.“성안에 있는 유물 하나만 박물관에 가져다 놔도 대표 전시품급이야.”“우리 관장님이 왔어도 스스로 세상 물정 모른다고 느꼈을걸? 진짜 너무 사치스러워. 임구택 사장님, 딸 사랑이 장난 아니야.”연달아 감탄을 쏟아냈다.“평생 한 번 보기 힘든 명화도 몇 점이나 걸려 있고. 같이 가자고 했잖아. 안 온 건 설호영이야. 후회해도 늦었어.”설호영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안 가고 싶어서 안 간 줄 알아? 내가 맡은 입찰 건이 오늘 개찰이었어. 어쩌겠어.”“이해해, 이해해.”진희유가 웃으며 어깨를 툭 쳤다.“괜찮아. 사진 엄청 찍어 왔어. 집 가서 다 보내 줄게.”호영이 힐끗 바라보며 반쯤 농담으로 물었다.“거기서 잘난 남자들이 말 걸고 그러진 않았어?”오늘 잔치에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재력가나 권력가였다. 젊은 재벌 2세들도 많았을 터였으니 호영은 솔직히 조금 불안했다.하지만 팀이 오늘 입찰을 위해 석 달을 준비했기에 혼자 빠질 수는 없었다. 모두의 노력을 책임져야 했으니까.희유의 검은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굴리더니 입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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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5화

설호영은 자기 외투를 희유 위에 덮어주었다.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호영의 시선은 희유의 얼굴 위에 오래 머물렀다.초록불이 켜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고 차를 출발시켜 붐비는 사거리 한복판을 지나갔다.조금 전 보았던 그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호영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30분 뒤, 차가 아파트 단지 아래에 멈췄고 마침 희유도 눈을 떴다.희유는 기지개를 켜고, 몸 위에 덮인 외투를 밀어내며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데려다줘서 고마워. 돌아가는 길 조심해.”“코트 입고 가.”호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희유는 이미 내린 뒤 문을 닫았다.설호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외투를 집어 들고 따라 내렸다. 몇 걸음 만에 진희유를 따라잡아 다시 어깨에 걸쳐 주었다.“입고 가. 바람 차.”진희유가 돌아보았다. 누런 가로등 아래에서 또렷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알겠어. 얼른 들어가.”설호영은 옷깃을 한 번 더 여며 주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옆에 있을게. 진희유가 필요하면 언제든 나타난다.”진희유는 순간 멈칫했다. 설호영이 무엇을 눈치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더 묻지는 않았다.“설호영은 이미 나 많이 도와줬어.”“진짜 친구는 누가 얼마나 더했는지 계산하지 않아.”호영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오늘 피곤했지. 올라가서 푹 자.”“응.”희유는 옅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돌아섰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석유와 마주쳤다. 석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중에 시선이 희유의 어깨 위 코트를 스쳤다.“임씨 그룹 막내딸 돌잔치 갔다 온 거 아니었어?”희유는 뜻을 알아차리고 설명했다.“아침에 차가 고장 나서 서비스센터에서 견인해 갔어요. 그래서 호영이 데리러 왔어요.”석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곧장 희유 집 쪽으로 걸어갔다.“야식 사 왔어.”희유 눈이 반짝이며 물었다.“나 배고픈 거 어떻게 알았어?”그러나 석유는 한 번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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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6화

닭백숙에는 버섯과 마 대추가 함께 들어 있었다.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고기는 오래 푹 삶아 뼈에서 자연스럽게 분리될 만큼 부드러웠다. 한눈에 봐도 정성껏 오래 끓인 국물이었다.우한은 석유를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성격에 말수도 적고, 어딘가 남자 같은 분위기인데도 요리만큼은 손맛이 뛰어났다.지난 몇 년 동안 희유를 챙기기 위해 하석유는 일부러 디저트와 탕 요리를 배웠다.그 덕분에 실력은 더 늘었다.셋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각자 있었던 일을 나눴다.우한은 오늘 회사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거래처 책임자라는 이유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했던 남자 이야기를 했다.“얼굴에 여드름이 잔뜩 나서 달 표면처럼 울퉁불퉁했어. 말할 때마다 침은 왜 그렇게 튀는지.”“자기 젓가락으로 반찬 집어서 내 접시에 얹어 주는데, 일부러 그러는 것 같더라. 뭔가 성희롱 같은 느낌이었어.”우한은 흥이 올라 연달아 흉을 보았다.그때 석유가 갑자기 희유를 바라보더니 물었다.“무슨 일 있어?”이에 희유가 고개를 번쩍 들었고 표정은 잠시 멍해졌다.“뭐요?”이에 석유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오늘 행사장에서 누구 만났어?”희유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곧 웃어넘겼다.“왜 그렇게 예민해요? 그렇게 쳐다보니까 무섭잖아요. 아무도 안 만났어요. 성이 워낙 커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그냥 좀 피곤한 거예요.”“진짜?”석유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진짜요.”희유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석유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얼른 먹고 쉬어.”식사가 끝나자 석유는 소매를 걷고 바로 정리를 시작했다.“내가 할게.”그러자 우한이 일어섰다.“괜찮아요.”석유는 말이 적은 대신 손이 빨랐다. 식탁을 금세 정리하고 냄비와 그릇을 씻고는 쓰레기까지 버리고 돌아왔다.모든 일을 마친 뒤 희유에게 꿀물 한 잔을 내밀었다.“새로 산 거야. 잠 잘 온대.”희유는 소파 위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얼굴을 찡그렸다.“꿀물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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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7화

밤이었다.꿀물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희유는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잠이 들었다. 그러나 꿈을 많이 꾸었다. 뒤섞이고 어지러운 장면들이 이어졌고, 깊이 잠들었지만 몸은 오히려 더 피곤했다.눈을 떴을 때는 하늘이 막 밝아 오고 있어 흐릿한 새벽빛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순간 시간이 분간되지 않았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느껴졌고, 곧 여름방학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이른 아침, 희유와 석유가 막 집을 나서려는 순간 호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지금 집 앞이야.]“무슨 일 있어?”희유가 묻자 외투를 들고 있던 석유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차 고장 났다면서. 며칠 동안은 내가 출퇴근 데려다줄게. 아침도 사 왔어. 바로 내려와.]그러자 희유는 석유를 한 번 보고 대답했다.“괜찮아. 석유 언니가 데려다줘.”그러나 호영은 물러서지 않았다.[석유 씨는 일부러 돌아가야 하잖아. 내가 가는 길이니까 내가 데려다줄게. 말 안 할게. 아래에서 기다린다.]호영은 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자 희유는 석유를 바라보았다.“먼저 가요. 호영이가 데려다준대요.”이에 석유는 별말 없이 외투를 입고 나서면서 낮게 말했다.“설호영, 그거 확실히 너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마음 없으면 빨리 정리해.”희유는 시선을 떨구었다.“요즘은 오히려 호영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그 말에 석유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예전엔 그렇게 단호했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달라진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진짜로 생각해 본 거야?”그러자 희유는 웃었다.“지금은 편해요. 그게 좋아요. 나중에 설호영이 진지하게 말 꺼내면 그때 생각해 보죠. 뭐.”석유는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너는 늘 뭘 원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스스로 결정해.”그 말에 희유는 잠시 멈칫했다가 문을 열었다.“가요. 지각하겠네요.”아래로 내려가 호영의 차에 올랐고 남자는 먼저 아침을 건넸다.“밖에서 파는 거 그만 먹어. 우리 집 아주머니가 만든 거야. 앞으로 매일 챙겨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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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8화

사무실에 도착하니 동료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고 있었다.희유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오늘 스케줄을 먼저 훑어본 뒤, 아침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이때 동료 유백하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향 진짜 좋네요. 뭐 가져왔어요?”희유는 서류 한 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집중해서 읽고 있었다. 말을 듣고는 무심하게 아침을 앞으로 밀어 놓았다.“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요.”백하는 찐만두 하나를 집어 들자 밑에 깔린 기름종이가 하트 모양인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남자친구가 챙겨준 거예요? 엄청 세심하네요.”예전에 박물관에서 누군가가 진희유에게 고백한 적이 있었고, 희유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핑계로 거절했었다. 지금 막 부인하려다가 그때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얼버무렸다.“네.”“회식할 때 남자친구 데려와요. 우리도 좀 보고 싶거든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우리 박물관의 퀸카를 데려갔는지.”박물관의 퀸카라는 말에 희유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먹을 거면 얼른 먹어요. 안 그러면 진백호 교수님 오셔서 농땡이 피운다고 혼나요. 그때는 난 변명 안 할 거예요.”진백호 교수는 청동기 복원 분야의 권위자이자 문화재 복원팀 책임자였다. 학생들을 아끼지만 화가 나면 무서울 만큼 엄했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진백호 교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희유 씨, 잠깐 와봐요.”유백하는 희유에게 눈짓하며 속으로 웃었다.“우리 교수님이 첫 번째로 찾은 사람이 희유 씨네요.”희유는 코웃음을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금 갈게요.”진백호 교수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며 말했다.“관장님이 찾아요.”진백호가 아닌 관장님이 찾는다는 말에 희유는 숨을 들이켰다.“관장님이 왜 저를요?”희유는 그동안 묵묵히 유물 복원에만 집중해 왔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많았고, 바쁜 관장님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나도 정확히는 몰라요. 가 보면 알겠죠. 걱정하지 마요. 최근에 성과가 좋으니 칭찬하려는 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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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9화

지금 생각하니 정말 마음이 무거워졌다.갑자기 날카롭고 깊은 시선 하나가 자신에게 꽂히는 것을 느낀 순간, 희유의 가슴이 조여 들었고, 몸짓도 한층 더 어색해졌다.관장님은 온화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못 본 건 알고 있었어요. 다음부터는 그렇게 빨리 뛰지 말아요. 넘어질 수 있으니까.”희유는 입꼬리를 올렸고 자신의 경솔함이 부끄러워 어색했다.“네,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관장님은 웃으며 희유에게 소개했다.“이쪽은 명우 사장님이에요.”그리고 다시 명우에게 말했다.“이 아가씨가 내가 말씀드린 고화 복원 전문가예요. 이름은 진희유라고 하고요.”“나이는 어려 보여도 고화 복원에 재능이 뛰어나고, 이미 열 점이 넘는 고화를 독립적으로 복원했어요. 전문성도 있고 책임감도 강하고요.”명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희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내 검은 눈동자가 희유를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복원사님, 안녕하세요.”희유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상태였고, 두어 초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기문식은 오십 대 중반으로, 학식이 깊고 마른 체구에 단정한 인상이었다.박물관 관장님이자 국보급 문화재 감정 전문가였다.또한 미소는 부드럽고 단아했다.“희유 씨, 명 사장님께서 고화 한 점 복원하고 싶다고 하니 도와주면 좋겠어요.”희유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입을 열었다.“관장님, 현재 맡은 업무가 많아요.”“초수 유적지에서 운반된 유물도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았고, 작업량이 상당해요. 그러니 다른 복원사에게 맡겨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기문식은 희유가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최근에 일이 많은 건 알고 있어요.”희유가 다시 말을 꺼내려는 순간, 옆에 있던 명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그림은 외할머니가 어머니께 주신 거예요.”“오랫동안 다락방에 보관해 두었는데, 제가 돌아와 정리하다 보니 여름에 다락에 물이 새어 비가 나무 상자 안으로 스며들어 그림이 손상된 걸 발견했어요.”“어머니는 예전에 전우분들의 유가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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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0화

내내 말이 없던 두 사람은 희유의 작업실에 들어섰다.곧 희유가 돌아서며 말했다.“앉으세요. 물을 가져올게요.”명우가 낮게 답했다.“번거롭게 하지 않아도 돼요.”그러나 희유는 그대로 정수기로 가 물 한 잔을 따라 명우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어 어지럽게 놓여 있던 작업대를 정리해 빈 공간을 만들고 고개를 들었다.“그림은 이쪽으로 가져오세요.”말투는 예의 바르고 전문적이었고 동시에 분명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명우의 눈빛은 깊은 바다처럼 짙었다. 그러고는 상자를 열어 그림을 꺼내 테이블 위에 평평하게 펼쳤다.곧 희유의 눈이 순간 밝아졌으나 곧 아쉬움이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장갑을 낀 뒤 조심스럽게 두루마리 가장자리를 어루만졌다.“이는 옛 궁중 여인도 계열을 연상시키는 그림이네요. 이 작품은 위아래 두 폭으로 되어 있는데, 현재 보고 있는 것은 윗폭이고, 아랫폭은 경성의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올해 봄 특별전 때는 저도 진백호 교수님과 함께 직접 관람했었죠.”이 그림은 달빛이 비치는 밤에 남녀가 몰래 만나는 장면을 묘사했다.인물의 자세와 시선, 몸의 방향 등을 통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했다.또한 여성의 옷 색과 인물의 선을 부드럽게 표현하여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이는 신윤복 특유의 세련된 도시 문화와 사랑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그림으로 알려진 그림이었다.곧 희유가 설명했다.“재질은 한지고 안료도 최고급 광물성 재료를 사용했네요. 본래 방수가 잘 되게 보관을 잘 하신 듯 하지만, 물에 닿아 손상이 생겼네요.”명우가 물었다.“복원 가능한가요?”희유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는데 눈은 맑고 또렷했다.“가능하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박물관 업무가 많고 인력도 한정되어 있어서 제가 단독으로 복원한다면 최소 몇 달은 걸릴 거예요.”명우는 희유를 바라보았다.“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복원만 가능하다면 얼마가 걸려도 기다릴게요.”명우의 시선은 깊고 어두웠고 말투는 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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