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Chapter 5081 - Chapter 5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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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1화

병실로 돌아오자 의사는 윤정겸에게 명빈의 검사 결과를 설명했다.그리고 이신아는 병문안을 온 사람들을 집에 보내고 있었다.“명빈이 상태가 안 좋아서 쉬어야 해요. 시간도 늦었으니까 다들 먼저 돌아가세요. 내일 다시 와서 봐도 되잖아요.”이신아는 무용단의 중심 같은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말을 꺼내자 다른 사람들도 더 머물지 못하고 하나둘 돌아가기 시작했다.희유와 석유는 병상 곁을 지키고 있었다.명빈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얼굴의 핏자국은 이미 깨끗이 닦여 있었지만 안색은 창백했다.날카롭고 또렷한 이목구비에서 평소의 거칠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사라졌고, 지나치게 조용한 모습만 남아 있었다.괜히 마음만 더 아팠다.석유는 한동안 멍하니 명빈을 바라보다가 의사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의사는 윤정겸을 안심시키고 있었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현재 검사 결과로는 가벼운 뇌진탕 증상이고 왼쪽 갈비뼈 세 번째가 골절됐어요. 그 외에는 대부분 찰과상이고요.”석유의 시선은 다시 명빈에게 향했다.명빈은 원래 유난스러운 사람이었다.골절에 뇌진탕은 말할 것도 없고, 작은 상처 하나만 나도 엄청 아프다며 난리를 치는 사람이었다.그러니 깨어나면 얼마나 호들갑을 떨며 아프다고 할지 눈에 선했다.설명을 마친 의사가 떠난 뒤 윤정겸이 병상 곁으로 다가왔다.이신아는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래도 큰일 아니라서 다행이에요.”윤정겸은 일부러 가볍게 웃었다.“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죠. 우리 명우였으면 아마 소리 하나 안 냈을 거예요.”그 말에 희유가 조용히 웃었다.“명빈 씨도 아프단 소리 안 했잖아요.”순간 병실 안 분위기가 조금 풀렸고, 희유 특유의 담담한 농담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이신아는 다시 얼굴을 굳혔다.“아까 다 알아봤어요. 사고 낸 사람 남편이 이름이 고건하래요. 상장회사 운영하는 사람이고요.”“저 여자는 세 번째 결혼으로 데려온 아내래요. 열다섯 살이나 어리고 결혼한 지도 한 달 조금 넘었다네요. 운전면허도 얼마 전에 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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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2화

오철훈의 아내답게 이신아 말투에는 강한 위압감이 담겨 있었고, 한마디 한마디가 단단하게 꽂혔다.고건하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했고, 식은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말씀 맞아요. 저희도 이번 일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어요. 반드시 교훈 삼아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요.”여자 역시 급히 입을 열었다.“다 제 잘못이에요. 국장님, 저 혼내셔도 되고 때리셔도 돼요. 대신 제 남편만은 미워하지 말아주세요.”윤정겸은 더 이상 저들의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이신아가 이미 충분히 몰아붙였기에 굳이 말을 더 얹지도 않았다.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짓누르는 위압감은 여전했다.“나머지는 경찰한테 가서 이야기하세요. 법대로 처리될 거예요.”“네, 네...”고건하가 뭔가 더 말하려던 순간 밖에서 사복 경찰 몇 명이 들어왔다.경찰들은 윤정겸 곁을 지키며 더 이상 방해하지 말라고 막아서자, 결국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떠났다....한 시간 뒤 명빈이 눈을 떴다.눈을 뜨자마자 병상 앞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는 게 보였다.아직 초점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시선은 곧장 석유가 서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그리고 명빈은 인상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아파요...”다들 긴장한 얼굴로 명빈을 보고 있었는데, 그 한마디가 나오자 이상하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이신아가 웃으며 말했다.“안 아프겠어? 갈비뼈까지 부러졌는데.”말 끝으로 갈수록 이신아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우리 명빈이가 언제 이런 고생을 해봤다고.”“갈비뼈요?”명빈은 눈을 반쯤 내린 채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제 갈비뼈... 누가 뽑아간 거 아니에요? 가슴이 텅 빈 것 같은데.”그 말을 들은 순간 석유 심장이 묵직하게 조여왔고 둔탁한 통증이 천천히 번져갔다.윤정겸은 바로 호통쳤다.“헛소리하지 마. 갈비뼈 하나 부러진 걸로 뭘 죽네 사네야.”“난 전쟁터에서 갈비뼈 다섯 개 부러지고도 계속 뛰어다녔어. 넌 진짜 하나도 날 안 닮았어.”이신아는 윤정겸을 향해 타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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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3화

그렇게 정리가 끝나자 사람들은 몇 가지를 더 당부한 뒤 병원을 떠날 준비를 했다.희유는 명빈 침대 앞으로 다가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푹 쉬어요. 내일 다시 보러 올게요.”명빈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늘 웃음기 넘치던 눈매에도 피곤함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맛있는 것도 꼭 사 와야 해요.”희유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먹고 싶다는 말 나오는 거 보면 괜찮은 거네요.”명빈은 천천히 웃었다.“그리고 우리 형한텐 말하지 마요. 분명 걱정하긴커녕 반응 느려서 차 한 대도 못 피했다고 비웃을 거니까요.”희유의 눈가가 붉어졌다.“난 알아요. 그때 명빈 씨 먼저 날 밀어내려고 했잖아요. 다 알고 있어요.”심지어 왜 명빈이 그 몇 초 동안 멍하니 멈춰 있었는지도.명빈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가 곧 옅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이니까요. 그래서 질투도 안 하고 서운하지도 않아요. 다들 무사한 걸로 됐죠.”희유는 결국 눈물이 차오르는 걸 참지 못해, 급히 허리를 숙인 채 애써 감정을 눌러 삼켰다.뒤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숨을 고른 뒤 일부러 편하게 웃었다.“내일 석유 언니랑 같이 보러 올게요.”그 말을 들은 순간 명빈 깊고 짙은 눈빛 위로 옅은 웃음이 번졌다.“고마워요, 형수님.”희유는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명빈은 분명 아프고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이름만 들어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 순간 희유는 마치 명빈 마음을 직접 들여다본 기분이 들었다.맑고 투명하면서도 깊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었다.희유는 석유도 하루빨리 그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이런 명빈이라면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희유는 다시 한번 눈물을 참으며 조용히 말했다.“푹 쉬어요.”“그래요.”명빈은 맑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병실을 떠났고, 승일만 남아 밤을 지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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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4화

두 사람은 명빈이 좋아하는 아침 메뉴를 사서 병원으로 향했다.오늘 당장 먹을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어젯밤 약속은 했으니 적어도 기분은 좋아질 것 같았다.병실 문은 살짝 열려 있어 희유가 가볍게 노크하자 간병인이 와서 문을 열어주었다.병실은 VIP 특실이었다.바깥 응접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병상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승일이 아니라 명길이었다.명빈은 링거를 맞은 채 잠들어 있었고, 명길은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에 명길은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고개를 들었다.“형수님.”명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희유를 불렀다.“네가 왜 여기 있어?”희유는 웃으며 말하고는 석유를 향해 소개했다.“명길 씨에요. 명빈 씨 동생이죠. 아 동생 중 한 명이에요.”이어서 명길에게도 석유를 소개했다.석유가 명빈의 다른 형제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명길, 이름이 뭐랄까 차분하고 깊게 가라앉은 사람같이 느껴졌다.날카로움을 모두 숨긴 채 절제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침착한 태도 속에서도 명씨 집안 특유의 서늘한 기세가 느껴졌다.명길 역시 몇 초 동안 석유를 바라보다가 희유에게 말했다.“휴가 내고 명빈 형 챙기러 왔어요. 승일이는 출근하라고 돌려보냈고요.”그때 병상 위 명빈이 천천히 눈을 떴는데 아직 잠기운이 남은 흐릿한 눈빛이었다.명빈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얘기 중이었어요?”희유는 병상 앞으로 다가가 몸을 살짝 숙였다.“오늘은 좀 어때요?”명빈은 긴 눈매를 들어 희유 뒤에 서 있는 석유를 바라보고는 팔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려 했다.“움직이지 마요.”희유가 급히 말렸다.“의사가 아직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어요.”“괜찮아요.”명빈은 침대 머리맡에 비스듬히 기대앉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계속 누워 있는 게 더 불편해요.”희유는 쿠션을 가져다 명빈 등 뒤에 받쳐주었다.“머리도 부딪혔잖아요. 의사 말 좀 들어요, 고집부리지 말고요.”그때 명길이 입을 열었다.“저 간호사 선생님한테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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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5화

명빈의 눈빛은 짙고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제가 석유 씨한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앞으로 알게 되겠죠.”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는데, 모습보다 먼저 이신아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 왜 아무도 안 보여?”명빈은 눈을 한번 굴리더니 낮게 웃었다.“전 사람 아니에요?”“내 말은 승일이랑 간병인 어디 갔냐는 거야.”이신아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고, 오철훈과 윤정겸도 함께 들어왔다.이신아는 석유를 보자 놀란 얼굴로 웃었다.“석유 씨. 이렇게 일찍 왔어요?”석유는 어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희유랑 같이 왔어요. 희유는 약 받으러 갔고요.”“그럼 우리가 늦게 온 거네요.”이신아는 말하면서 들고 온 보온통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아침부터 직접 끓인 갈비탕이야. 명빈아, 따뜻할 때 먹어.”오철훈이 옆에서 말했다. “당신 갈비탕 기다리느라 늦어진 거잖아.”이신아는 바로 받아쳤다.“일찍 와서 뭐 하게요? 우리 늙은이들 얼굴 몇 번 더 본다고 명빈이가 빨리 낫기라도 해요?”순간 병실 안에서 웃음이 터졌다.윤정겸은 병상 앞으로 다가가 오늘 맞고 있는 링거 약품들을 한번 확인했다.“몸은 좀 어떠냐?”명빈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웃었다.“의사만 허락하면 지금 바로 걸어 다닐 수도 있어요.”윤정겸은 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명길이 온다더니 어디 갔어?”“약 가지러 갔어요.”명빈이 대답했다.그사이 이신아는 갈비탕을 그릇에 담아 명빈 앞으로 가져왔다.“링거 맞고 있어서 불편하니까 내가 먹여줄게.”명빈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어떻게 절 먹여줄건데요?”“지금은 환자니까 이 정도 호강은 누려도 돼.”이신아는 웃으며 말했다.“나중에 내가 늙어서 움직이기 힘들어지면 그때 네가 효도하면 되잖아.”명빈은 시선 끝으로 석유를 바라보며 입으로는 계속 말했다.“그래도 안 돼요. 어른이 직접 먹여주시면 저 수명 깎이는 거 아니에요?”“큰일 안 당하고 살아남았으니까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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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6화

석유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요.”명빈이 낮게 웃었다.“다음 말은 이거죠? 차라리 더 세게 치였어야 했다고. 아예 의식 못 차리게 됐으면 귀찮게 안 했을 텐데, 그런 생각이요.”석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낮게 말했다.“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요.”명빈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무언가 더 말하려던 순간, 석유는 그대로 숟가락을 명빈 입술 쪽으로 밀어붙이고는 한 글자씩 또렷하게 말했다.“국 마셔요.”명빈은 환하게 웃는 눈으로 석유를 바라보고는 얌전히 고개를 숙여 국을 받아먹었다.어느새 석유 굳어 있던 등이 조금씩 풀려 있었고, 차갑던 눈매 역시 서서히 부드러워졌다.마치 천천히 내려앉는 햇살 같았고 차가운 창문을 통과해 조금씩 온기를 띠는 빛 같아 보였다.이신아 일행은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중 윤정겸만 가끔 두 사람 쪽을 바라봤다.눈빛에는 알 수 없는 생각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었다.국을 반쯤 먹였을 때 희유와 명길이 돌아왔고, 사람들은 다시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희유는 석유가 명빈에게 국을 먹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한 그릇을 다 먹이고 나자 석유는 눈에 띄게 안도한 얼굴이었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침 링거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간호사가 약을 갈아주러 들어왔고, 명빈 역시 다시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명길은 휴가를 내고 계속 병실에 남아 명빈을 챙기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은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형수님.”명빈이 희유를 부르고는 느릿하게 웃으며 말했다.“꼭 보러 오셔야 해요.”희유는 곁눈질로 석유를 한번 바라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요.”석유는 아무 말 없이 희유 옆에 선 채 그대로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병실에는 명길만 남았다.명길은 연고를 가져와 명빈 팔에 난 찰과상 부위를 천천히 발라주다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 석유 씨가 형이 좋아하는 여자예요?”명빈은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어떻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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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7화

다음 날.오전 내내 링거를 맞고 있던 명빈은 누워 있는 게 지루해 어느새 다시 잠들어 있었다.잠결에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리자 명빈은 천천히 눈을 떴다.눈앞에는 어제 자신을 들이받았던 여자가 병상 옆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명빈 얼굴에는 짜증이 그대로 드러났다.“누가 들어오랬어요? 그리고 왜 울어요?”여자는 명빈이 깨어난 걸 보자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사장님, 제 남편만은 좀 봐주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저 이제 다시는 운전 안 할게요. 제발요, 사장님...”...명빈은 듣고 있을수록 더 짜증이 났다.“나가요.”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더니 석유가 들어왔다.하지만 석유는 명빈을 보지도 않고 곧장 여자 쪽으로 걸어가 휴지를 건넸다.그리고 조용히 달랬다.“울지 말아요.”여자는 곧바로 석유 팔을 끌어안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석유 씨가 사장님한테 좀 말해주세요. 사장님은 석유 씨 말 제일 잘 듣잖아요.”석유는 다정하게 여자 눈물을 닦아주었다.“제가 도와줄게요.”“석유 씨!”명빈은 눈앞에서 벌여지는 장면에 그대로 자극받아 버럭 소리쳤다.석유는 그제야 명빈을 바라보더니 눈빛은 순식간에 차갑고 싸늘해졌다.“갈비뼈 하나 부러진 걸로 이렇게까지 사람 몰아붙여야 해요?”명빈 상처 부위가 갑자기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해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석유 씨. 꼭 이렇게까지 절 아프게 해야 하나요?”‘낯선 여자 하나가 나보다 더 중요하다니...’그러나 석유의 표정은 더욱 냉담해졌다.“제때 안 피한 건 본인 잘못이잖아요. 그게 왜 남 탓이죠?”울고 있던 여자는 순진하고 연약한 얼굴로 석유를 올려다봤다.“석유 씨, 저 도와줘서 고마워요.”석유 역시 부드러운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걱정하지 말아요.”명빈 얼굴은 완전히 싸늘하게 굳더니 눈을 감은 채 이를 악물었다.“나가요. 둘 다 당장 나가요!”“석유 씨.”이때 명길 목소리가 들려왔고, 명빈은 그대로 눈을 번쩍 떴다.아직도 눈빛에는 잠기운과 혼란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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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8화

명빈은 순간 말문이 막혔으나 곧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죠. 석유 씨가 직접 사서 준 게 중요하죠.”석유는 조금 떨어진 의자에 가서 앉았다.“물 마시고 싶으면 부르세요. 몸 뒤집거나 물건 필요해도 바로 말하시고요.”명빈은 낮게 코웃음을 쳤다.“간병인보다도 더 딱딱하네요.”석유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전 간병인이 아니니까요.”명빈은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다.“제가 아까 무슨 꿈 꿨는지 알아요?”석유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명빈은 천천히 말했다.“날 친 여자 있잖아요. 그 여자가 남편 살려달라고 와서 울고 있었어요.”“근데 석유 씨는 절 위로하는 게 아니라 그 여자 편을 들더라고요. 저한테 엄청 매정한 말도 했고요.”석유는 미간을 좁혔다.“그럴 리 없어요.”단호한 석유의 말에 명빈 눈빛이 흔들렸다.“뭐가요?”“제가 왜 그 여자 편을 들어요?”명빈 눈빛은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졌고 가슴 답답했던 것도 바로 사라졌다.“그러면 역시 꿈은 반대네요.”석유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명빈의 시선은 점점 더 부드럽고 깊어졌다.“조금만 더 가까이 와요.”석유는 담담하게 말했다.“여기서도 말 잘 들려요.”“물 마시고 싶어요.”석유는 명빈을 한번 바라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따라서 병상 옆으로 다가가 컵을 건넸다.곧 명빈은 억울한 얼굴로 웃었다.“자기야. 팔이 안 올라가는데요?”일부러 들으라는 듯 말끝은 느긋했고, 어딘가 억울하고 서운한 기색까지 섞여 있었다.곧 석유 눈빛이 서늘해졌다.“또 이상하게 부르면 이 물을 마시는 용도로 안 쓸 거예요.”“그러면 어디에 쓰는데요?”명빈이 싱긋 웃으며 묻자 석유는 차갑게 웃었다.“그냥 이참에 씻겨드리려고요.”명빈 눈빛이 번쩍 빛났다.“좋죠. 그럼 먼저 옷부터 벗겨주세요.”능글맞은 명빈에 석유는 그대로 말을 잃었다.석유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물었다.“마실 거예요? 말 거예요?”“마실 거예요.”명빈은 순식간에 다시 얌전해졌다.석유는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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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9화

석유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명빈의 깊고 집요한 시선을 마주한 순간, 마음이 전혀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하지만 석유는 끝까지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전 연애할 생각 없어요. 결혼도 안 할 거고요.”학창 시절에도 석유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마음이 움직인 적은 없었다.오히려 남자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질 뿐이었다.그중에는 정말 괜찮은 남자도 있었다.대학교 2학년 때부터 몇 년 동안 꾸준히 석유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졸업할 때는 사람들 앞에서 공개 고백까지 했지만, 결국 석유에게 거절당했다.주변 사람들은 석유를 두고 유난 떤다느니, 괜히 고고한 척한다느니 수군거렸지만 석유는 단 한 번도 해명하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석유는 혼자였다.친구도 필요 없었고 연애도 필요 없었다.외로움조차 석유에게는 익숙하고 편안한 감각이었다.희유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겉으로 보기엔 석유가 희유를 더 챙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더 의지하고 있던 건 석유 자신이었다.그 감정을 통해 석유는 처음으로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여자를 좋아한다는 걸.석유는 희유 곁에 평생 그렇게 남아 있을 줄 알았다.그래서 굳이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아도 괜찮았다.연애도 필요 없고 결혼은 더더욱 필요 없었다.그냥 서로 곁에 있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희유가 결국 명우에게 돌아간 것도 사실 예상안의 일이었다.석유는 희유가 얼마나 명우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그동안 희유가 겪었던 상처들이 떠올랐고, 다시 상처받게 될까 봐 걱정됐다.석유는 희유를 안쓰러워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듯한 슬픔은 느끼지 못했다.어차피 혼자인 삶에는 이미 익숙하니 희유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명빈을 만나고 몇번의 관계를 가진 뒤로 석유는 자기 성향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진 적이 있었다.명빈과 함께 있었던 건 남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이제는 벗어난 건지, 아니면 단순한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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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0화

여자는 명빈의 병실로 들어가는 사람이 보일 때마다 바로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간호사나 의사가 지나가면 곧바로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고 통화하는 척했다.마치 병문안 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다.그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고급 보양식을 들고 병실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여자는 눈빛을 번뜩이며 급히 휴대폰을 들었다.막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툭하고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건드렸다.“꺅!”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돌아서 뒤에 서 있는 차가운 눈빛의 석유를 보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석유는 쓸데없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여자 팔을 붙잡고 그대로 끌고 걸어갔다.석유는 다리가 길어 걸음도 빨랐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비틀거리며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여자는 불안한 얼굴로 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어디 데려가는 건데요? 아파요 좀 놔줘요. 말로 하면 되잖아요.”...하지만 석유는 전혀 멈추지 않았다.곧장 아래층 주차장까지 여자를 끌고 내려갔고, 자기 차 앞에 도착하자 문을 열어 그대로 안으로 밀어 넣었다.여자의 얼굴은 더욱 겁에 질려 있었고, 몸을 웅크린 채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석유도 차에 올라탔고 눈빛은 서늘하고 날카로웠다.“고건하 씨의 아내, 정선리 씨 맞죠? 그건 제가 묻고 싶은데요. 무슨 짓 하려던 거죠?”여자는 시선을 피하며 말을 더듬었다.“저... 저는 그냥 사장님 병문안 온 거예요. 휴대폰 꺼내세요.”석유는 무표정하게 말했고 여자는 급히 휴대폰을 끌어안았다.“왜요?”“전 같은 말 두 번 안 해요. 꺼내세요.”석유가 차갑게 말했지만 여자는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그 순간 석유는 그대로 주먹을 들어 여자 얼굴 쪽으로 내리쳤다.여자는 전에 한 번 석유에게 맞은 적이 있었기에, 진짜 때릴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여자는 바로 비명을 질렀다.“때리지 마요! 줄게요!”여자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석유 쪽으로 던졌다.석유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여자의 손을 잡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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