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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1화

“증조할머니.”“증조할머니.”밖에서 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사람은 아직 안 보였지만 목소리가 도착했다.곧이어 꼬마들이 앞다투어 뛰어 들어왔다. 막내가 맨 뒤에 있었는데 어제 전하연이 오빠들을 쫓아가던 모습 그대로였다.너무 급한 나머지 형들을 쫓아가며 소리쳤다.“형, 형, 나 좀 기다려!”몇 번을 더 부르다가 오빠들이 멈춰 서서 기다려 주지 않자 전철빈은 울먹이며 소리쳤다. 가장 어린 사촌 동생이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전경준은 몸을 돌려 사촌 동생에게 손짓했다.“철빈아, 얼른 와. 내가 기다릴게.”전철빈은 오빠가 자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울음을 그치고, 깡충깡충 뛰어왔다.“형.”전경준이 전철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자, 들어가자. 증조할머니께서 우리 같이 아침 먹자고 기다리신대.”모두 돌아오니 전씨 할머니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매일 같이 할머니와 함께 식사하러 왔다.다들 매일 세 끼를 큰아버지 댁에서 먹었다.전씨 가문은 대가족이지만 화목하게 지냈고 평소에 누구 집에서 밥을 먹든 상관없었다.전씨 할머니는 보통 중심 본채에 계셨기에 모두 중심 본채 쪽으로 와서 식사했다.두 아이가 집 안으로 들어올 때 마침 전시우가 계단을 내려오다가 동생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더니 곧바로 뛰어 내려갔다.하예정이 뒤에서 따라왔다.“먼저 아침 먹자. 배부르게 먹고 잠시 쉬었다가 나가서 놀아야지.”하예정이 계단을 내려오며 아들에게 당부했다.“큰어머니.”“큰어머니.”아이들이 하예정을 보자 하나같이 달콤하게 인사를 건넸다.그리고 전태윤에게도 인사했다.하예정이 계단을 내려오다가 뒤에서 들어오던 전철빈을 안아 올리며 웃었다.“철빈이도 이렇게 일찍 일어났구나. 엄마, 아빠는 오셨니?”“낮에 신나게 놀아서 밤에 일찍 잤거든요. 일찍 자니까 일찍 일어나서 동이 틀 무렵에 벌떡 일어나더니 여기 오겠다고 보채더라고요. 형이랑 여동생이 아직 안 일어났다고 했더니 삐져서 입을 삐쭉 내밀더군요.”전우 부부가 집 안으로 들어서며 구소율이 웃으면서 하예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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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2화

강성에서 돌아올 때 하예진은 일반적으로 먼저 시댁으로 갔다.그녀는 노동명을 존중하기 때문에 시댁에 먼저 들러 시부모님과 인사를 나눈 뒤에야 자신의 집으로 가고 그다음에 서원 리조트로 향했다.“우빈아, 꼬물아.”윤미라는 아침 일찍부터 작은아들 부부가 오늘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집사가 넷째 도련님이 돌아왔다고 알리자 윤미라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집 밖으로 나왔다.마침 우빈이가 이다빈을 안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계단을 내려가다가 아직 차에 다다르기도 전에 두 팔을 쭉 뻗으며 손녀를 안으려 했다.“할머니.”이다빈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할머니를 불렀다. 손녀의 말랑말랑한 목소리를 듣자 윤미라의 마음조차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몇 걸음 서둘러 걸어가 우빈의 품에서 어린 손녀를 받아 안았다.“꼬물아, 할머니 안 보고 싶었어? 할머니는 우리 꼬물이가 정말 보고 싶었단다.”윤미라가 손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웃어 보였다.“할머니.”우빈도 다정하게 윤미라를 불렀다.윤미라가 한 손으로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빈아, 요즘 오는 횟수가 줄었구나. 오랜만에 보니 훨씬 키가 컸네. 좀 마른 것 같은데 밥을 더 먹어야겠다.”하예진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우빈이는 밥을 꽤 많이 먹어요. 지금 키가 쑥쑥 자라는 시기라 사람이 커 보여서 상대적으로 말라 보이는 거예요. 사실 몸무게는 정상이에요.”우빈의 체중은 표준이었다.“우빈이는 정말 많이 컸어.”하예진은 차에서 내린 후 가져 온 각종 영양제를 차에서 꺼냈다.윤미라가 그녀에게 말했다.“자기 집에 오는 건데 그렇게까지 격식 차릴 필요 없어. 좀 봐, 올 때마다 이렇게 잔뜩 사 오고. 집에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데... 나랑 너희 아버지가 둘이서 얼마나 먹겠어? 다른 식구들한테 나눠 줘도 집에 너무 많다며 다 못 먹겠다고 하더라. 정말 못 먹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그런 거야.”네 아들이 모두 결혼하여 각자 가정을 꾸렸고 평소에는 윤미라 부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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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3화

윤미라는 이다빈을 칭찬하고 나서 우빈을 칭찬하기 시작했다.우빈은 얼굴이 붉어지며 머쓱하게 웃었다.“할머니, 그만하세요. 제가 그렇게 잘하는 애가 아니에요.”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그만 칭찬하세요. 자꾸 그러면 우빈이 오만해질지도 몰라요.”“우리 애들은 원래 뛰어나. 오만해진다 해도 그건 실력으로 오만해지는 거야. 남들은 오만해지고 싶어도 그럴 자격이 없어.”하예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때 노동명이 큰 쇼핑백들을 안고 들어오며 한마디했다.“엄마, 진짜 칭찬받아야 할 사람은 저예요. 당신의 아들이라고요. 제가 없었으면 엄마한테 이렇게 훌륭한 며느리도, 예쁜 손녀도, 똑똑하고 잘생긴 손자도 없었을 거 아니에요.엄마도 참. 며느리랑 손주들만 데리고 쏙 들어가시네요. 저 혼자 짐 나르게 하시고.”그가 가져온 물건들은 탁자와 소파 위에 가득 쌓였다. 탁자 하나로는 모자랄 지경이었다.윤미라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네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내 손주들이 잘난 건 그 엄마가 잘나서 그런 거지 너랑 무슨 상관이야.”“저도 아이 만드는 데 한몫했잖아요. 당연히 제 유전자도 물려줬죠. 저도 뛰어나다니까요. 아이고, 무거워 죽겠네. 너무 많이 샀어요.”노동명이 팔을 휘저으며 투덜대자 윤미라가 핀잔을 줬다.“누가 이렇게 많이 사 오랬냐? 집에 뭐가 그리 부족하다고. 차라리 네가 집으로 좀 가져가.”“며느리가 효도한 거랍니다.”윤미라가 표정은 갑자기 환해지기 시작했다.“역시 우리 며느리가 마음이 따뜻하고 효심이 깊지. 올 때마다 우리 노인네 걱정하면서 이것저것 사 오고.”노동명은 할 말을 잃었다.역시 친어머니였다.윤미라의 기준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노동명이 산 것은 돈 낭비라며 잔소리하지만 하예진이 산 것은 효도라며 칭찬하고 있었다.윤미라는 평소 먹기 싫어하던 영양제까지 싹 비우고는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다.자기 며느리는 맛있는 걸 사 오고 저 며느리는 좋은 걸 사 왔다면서.주얼리 세트나 옷도 마찬가지였다.윤미라는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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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4화

윤미라 부부가 우빈에게 베푸는 정성은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가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물론 그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도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잘해 주었다.나이도 든 데다 주형인이 서현주와 이혼할 생각이 없고 서현주가 아직 복역 중이라 나중에 나와도 이미 늙은 뒤일 터였다.따라서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하여 우빈은 주형인의 외아들이자 주씨 집안의 유일한 손자가 되었다.그제야 주경진 부부는 우빈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하며 더는 주서인의 자식들을 도우라는 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주서인은 가끔 두어 마디 꺼내기도 했지만 주경진 부부가 들으면 바로 호되게 꾸짖어서 나중에는 주서인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그녀의 세 아이와 우빈은 지금 거의 연락하지 않고 살고 있다.맏이와 둘째 아이는 우빈보다 열 살이나 많아 이미 성인이 되었지만 대학에 가지 못하고 전문대를 나왔다.앞으로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주서인이 바라고 있는 것은 우빈이가 노동명 앞에서 사촌들을 위해 좋은 말이라도 해 주어 취업 자리를 하나 얻어 주는 것이었다.그러면 졸업하자마자 취직할 수 있고 큰 그룹에 들어가면 승승장구하여 월급도 오를 여지가 컸다.아니면 전씨 그룹에라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우빈은 그녀의 부탁을 한 번도 들어준 적 없다.가끔 사촌 형을 만나면 형은 그때 자신이 우빈을 때린 점에 대해 사과하며 사촌끼리 가깝게 지내자고 했다.우빈은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그 외의 일에 대해서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우빈은 아직도 어린아이라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만 말했다.전씨 그룹이든 노씨 그룹이든 직원에 대한 요구는 상당히 높았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는지 아는가.우빈의 사촌 형과 누나가 어떤 사람인지 우빈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하예정 부부나 노동명이 허락하지 않을뿐더러 우빈에게 회사가 있다고 해도 그들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회사에서 함부로 나대면 얼마나 곤란하겠는가.주서인 일행의 성격이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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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5화

노동명이 웃으며 대답했다.“할머니 마음가짐을 보면 십여 년은 더 사시는 건 문제없을 거예요. 증손녀가 생긴 이상 어떻게든 십여 년은 더 사셔서 그 귀한 증손녀가 크는 모습을 꼭 보셔야죠.”윤미라도 웃으며 말했다.“그래.”전씨 할머니 같은 어르신은 누구나 오래 사시길 바라는 법이다.“할머니, 배고파요.”이다빈이 갑자기 윤미라에게 말하며 자기 배를 만졌다.“배가 많이 고파요.”윤미라가 바로 안쓰러운 듯 말했다.“할머니가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구나. 자, 할머니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하예진의 가르침 덕에 두 아이는 간식을 전혀 먹지 않았다.이미 먹어서 더 먹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어느 쪽이든 아이들의 태도에 윤미라는 매우 만족했다.사실 어린아이들은 간식을 적게 먹는 편이 더 낫다.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밥을 안 먹으려 들지 않으니까.윤미라는 아들 가족을 데리고 다이닝룸으로 들어갔고 그때 노진규가 위층에서 내려오며 말했다.“누가 왔어? 이렇게 많은 물건을 사 오고. 집에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데.”“할아버지!”벌써 밥을 먹고 있던 이다빈이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리더니 깡충깡충 뛰어나갔다.평소 하예진 부부는 시간이 날 때만 이다빈을 관성에 데려왔다.우빈은 자주 관성을 찾았지만 하예진 부부는 어린 딸을 그가 혼자 데리고 다니는 것이 마음에 걸려 우빈만 관성에 보내고 이다빈은 강성에 두는 편이었다.하지만 이다빈은 할아버지를 유독 좋아해서 할아버지와 가장 친했다.“꼬물아, 그렇게 빨리 뛰지 마.”윤미라가 당황하며 뒤따라가려 했다.하예진 부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침을 먹고 있었고 우빈 역시 태연했다.노진규는 어린 손녀가 뛰어나오는 모습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그러나 이내 기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가 달려드는 손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우리 꼬물이가 돌아왔구나! 할아버지는 훨씬 늦게 올 줄 알았는데 벌써 왔네.”“할아버지!”“꼬물아, 할아버지가 정말 보고 싶었단다.”“할아버지, 나도 정말 정말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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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6화

지금도 우빈은 하예진을 많이 닮았다. 살을 빼고 난 하예진의 외모는 여동생 못지않았기에 우빈도 자연스레 멋지게 변했다.그의 친아버지 주형인 역시 못생기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현주가 그에게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함께하지 않았을 테니까.“칭찬 감사합니다.”“할아버지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란다. 시간 참 빨리도 지나가는구나. 너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꼬물이만 했는데 벌써 중학생이 되다니.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꼭 가거라. 그럼 할아버지가 큰 상을 주마!”우빈이 받아 말했다.“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꼭 갈게요.”노동명 부부가 함께 인사했다.노진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녀를 안고 중간 자리에 앉더니 손녀를 무릎 위에 앉혔다.“꼬물아, 할아버지가 먹여 줄게.”“할아버지, 저 혼자 먹을 수 있어요. 벌써 혼자 밥 먹을 줄 알아요. 엄마가 말하셨어요. 크면 혼자 밥 먹어야 한다고요.”하예진은 딸에게 매우 엄격했다.노동명은 너무 부드러워 이다빈은 아빠를 무서워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빠와 노는 것을 좋아했다.다만 꼬마는 엄마가 무서웠다. 엄마는 정말 엄격했다.하예진이 이씨 가문을 맡은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 그녀는 이씨 가문의 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여 이윤미가 흔쾌히 가주 자리를 돌려준 것도 이해가 갔다.너무 힘든 짐이었다.권력에 대한 욕심이 강하지 않은 사람은 정말 이 짐을 지고 싶어 하지 않을 터였다.이윤미도 더 이상 이씨 가문을 맡을 수 없었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녀를 따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일찍이 이은화의 가주 자리가 빼앗은 것이라면 이모의 후손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하예진도 어쩔 수 없이 이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되었다.이다빈은 그녀의 유일한 딸이며 앞으로 이씨 가문의 후계자다.어릴 때부터 키워야 하니 당연히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이다빈과 전하연은 모두 온 집안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라고 있었다.하예진이 엄격하게 키우지 않으면 자기 딸이 버릇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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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7화

한 가족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하예진의 휴대폰이 울렸다.주형인이 걸려 온 전화였다.하예진은 받지 않고 휴대폰을 바로 우빈에게 건네며 아들이 받게 했다.주형인이 전화하는 이유는 대부분 아들 때문이었다.하예진은 이미 전 남편과 거의 대화하지 않았고 가끔 몇 마디 나누어도 빠짐없이 우빈 이야기뿐이었다.그들이 지금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오직 아들에 관한 일뿐이었다.두 사람은 각자 새로운 삶을 살게 되자 전태윤도 더는 주형인을 압박하지 않았다.따라서 주형인도 이제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 다니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꼈고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하루 종일 차를 모는 것이 좀 더 자유롭다고 여겼다.차를 빼고 싶지 않을 때는 그냥 쉬어도 되었고 벌어들이는 돈도 생활비로 충분할 뿐만 아니라 조금씩 남기도 했다.해마다 우빈에게 양육비를 주는 것 외에는 큰 지출이 없었고 예전처럼 돈을 물 쓰듯 하던 버릇도 고쳐서 매년 수백만 원씩 저축할 수 있었다.그는 매달 하루를 짬 내어 아내 서현주를 면회하러 갔는데 그때마다 서현주에게 잘못을 뉘우치고 모범수로 생활하여 조금이라도 일찍 나오라고 격려했다.그녀가 나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주형인은 늘 기다리겠다고 했다.그의 부모도 서현주와 이혼하라고 수없이 그를 설득했다.서현주도 이혼을 요구했지만 그는 여전히 듣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 두 여자를 전부 망쳤고 자신도 망쳤다고 말했다.지금 이렇게 된 것은 하늘이 내리는 벌이자 그에게 주는 개과천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주형인은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싶지 않아 서현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서씨 집안은 이미 서현주와의 관계를 끊었던지라 한 번도 감옥으로 면회하러 간 적 없었다. 그런데 그까지 서현주를 버린다면 서현주는 나중에 나와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는가.결국 주형인이 서현주를 망친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는 밖에서 돈을 벌고 서현주는 감옥 안에서 벌을 받고 있었다.그는 그녀가 나올 때쯤이면 그동안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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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8화

“아빠, 저희 관성에 도착했어요.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있어요. 방금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아침 먹었어요. 잠시 후 집에 갈 거고 저녁에는 이모 집에 가서 밥 먹을 거예요. 아빠, 내일쯤 되어야 아빠랑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 갈 수 있을 것 같아요.”주형인은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그래, 그럼 아빠는 내일 차 안 낼게. 집에서 너 맛있는 거 해 줄게. 내일 같이 놀자. 무슨 반찬 먹고 싶어? 아빠가 내일 다 해 줄게.”우빈이 대답했다.“아빠가 해 주시는 반찬이면 다 좋아요. 아빠, 저는 가리는 거 없어요.”지금 우빈의 부모는 모두 부유하지만 집에서 매일 사치스러운 음식을 차려 먹는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노동명 부부는 집밥을 더 좋아했다.주방 도우미에게도 네 식구가 먹을 때면 네 가지 반찬에 하나의 국만 차려도 된다고 일러두었고 집 반찬도 평범한 집밥이지만 자주 바꿔서 싫증 나지 않게 해서 너무 좋았다.우빈 남매는 모두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어서 키우기 쉬웠다.“그럼 아빠가 알아서 살게. 내일, 너 혼자 올 거야? 꼬물이도 데리고 올 수 있어? 아빠가 꼬물이도 정말 보고 싶구나.”이다빈은 노동명의 친딸이었다. 주형인도 이 꼬마를 몇 번 만난 적 있는데 너무 사랑스러웠다.이 아이는 부모님의 좋은 점만 골라 닮아 너무 예뻤다. 그런데 예전에는 낯을 심하게 가려서 자기가 안아 주려고 해도 싫어했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을지 주형인은 궁금했다.이다빈도 이제 두 살쯤 되었을 터였다.이다빈은 하예정의 딸보다 반 살이 많았지만 주형인은 하예정의 딸은 본 적이 없었다.전씨 가문에서 아이들을 철저히 보호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형인은 그냥 하예정의 전 형부일 뿐이라 하예정이 아이를 보여 줄 리가 없었다.하예정의 아들 전시우도 본 적이 없었다.우빈은 주씨 집안에서 하예정의 두 아이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우빈이가 전시우를 두 번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주씨 집안 사람들이 너무 캐묻는 바람에 그 뒤로는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그때 전시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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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9화

우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아빠의 누나시니까 아빠가 부르고 싶으면 부르세요. 그래도 예전처럼 그러시면 저는 밥만 먹고 바로 나올게요.”주형인은 누나의 버릇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됐어. 안 부르는 게 낫겠다. 누나가 오면 우리 밥맛이 다 떨어져. 그놈의 입! 하는 말마다 사람 속만 뒤집어 놓지.”주로 주서인이 우빈에게 자기 자식들 일자리를 좀 봐 달라고 조르는 것이 문제였다.우빈이 나이가 몇인데 어찌 그런 능력이 있겠는가.게다가 그 회사들은 우빈의 것도 아니었다. 전태윤 일행이 우빈의 체면을 봐서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해도 주형인은 자기 외조카들이 제대로 일할지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더군다나 게으름 피우고 노력 없이 얻으려는 버릇 때문에 우빈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장래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하였다.우빈이가 크면 노동명이나 전태윤이 일자리를 마련해 줄 터였고 그 인맥은 우빈의 미래를 위한 자산인지라 주형인은 두 외조카 때문에 아들의 앞길이 막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모한테 드릴 선물을 하나 준비할게요. 내일 가져갈 테니까 아빠가 대신 전해 주세요.”우빈은 주서인 집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견딜 수도 없었고 사촌 형과 누나들의 위선도 싫었다.임정한은 예전처럼 여전히 거만해서 만나기만 하면 항상 시기와 증오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너는 왜 운아? 이모가 부잣집에 시집가서 좋아?”그러면서 자기 누나에게도 나중에 부잣집에 시집가야 자기 집에 돈이 많아진다고,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해도 평생 쓸 돈이 넘칠 거라고 했다.주서인은 제법 예쁘장한 딸을 보며 막내아들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우빈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돈이 자기 몫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고 우빈에게 큰아들 일자리를 부탁해도 매번 거절당하니 우빈 덕을 보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그보다는 딸이 부잣집에 시집가는 게 더 현실적이었다.딸이 잘만 시집간다면 집안이 신분 상승할 수 있을 터였다. 문제는 부잣집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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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0화

“엄마, 저 내일 아빠한테 가서 이틀 놀다 올게요.”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했다.“며칠 더 놀다 와도 괜찮아. 할아버지, 할머니도 너 보고 싶어 하시잖아.”주서인만 오지 않으면 우빈은 주씨 집안에 가는 걸 꽤 좋아했다.주씨 집안 식구들은 지금 우빈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여워했다.어쨌든 우빈은 유일한 손자이지 않은가.“너희도 먼저 들어가서 쉬어. 꼬물이는 우리가 봐 줄 테니까 저녁에 서원 리조트로 갈 때 데리고 갈게.”윤미라는 아들과 며느리가 본가에 묵지 않고 이틀만 왔다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세 식구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어린 손녀만 본가에 두기로 했다.다른 손주들은 이미 다 컸지만 이다빈은 막내인 데다 겨우 두 살이라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때였다. 하여 노진규 부부는 이다빈을 무척 귀여워했다.노동명과 하예진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예진이 시부모님께 정중하게 인사하며 말했다.“어머님, 아버님, 그럼 꼬물이는 부탁드릴게요. 곧 잠들 시간이에요.”“걱정하지 마, 우리가 잘 돌볼게.”젊었을 때 윤미라 부부는 자식 키우는 데 소홀히 하며 애들을 모두 유모에게 맡겼다.손주가 생겼을 때도 아직 은퇴하지 않아서 손주들을 무척 아꼈지만 가끔 안아 주는 정도였고 직접 돌본 적은 없었다.그런데 은퇴하고 보니 손주들이 어느새 다 커서 진정한 손주와의 즐거움을 놓친 것을 깨닫게 되었다.다행히도 하예진이 이다빈을 낳아 주었고 이 작은 손녀는 두 어른과 무척 친해서 그 아쉬움을 이다빈을 통해 많이 달랠 수 있었다.“우빈아, 너도 우리 집에서 잘래?”윤미라가 다정하게 물었다.우빈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할머니, 저는 집에 가서 가져온 물건들 좀 정리해야 해요. 숙제도 조금 남아서 방학 숙제를 빨리 끝내고 싶어요. 오후에 이모 댁에 가면 용정도 있으니까 용정이랑 같이 신나게 놀고 싶어요.”윤미라가 얼굴 가득 웃으며 말했다.“그래, 얼른 들어가서 숙제해. 숙제 다 끝내면 놀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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