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531 - Chapter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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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1화

설계도의 도안은 나비 모양인 것 같기도 또 구름 모양인 것 같기도 했다. 가운데 날개 부분에 에메랄드가 박혀 있었고 주변의 구름무늬엔 자잘한 다이아몬드로 포인트를 줬다. 그 디자인은 단번에 한현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뒤로 넘기자 각 부분의 세부 사항까지 디테일하게 적혀 있었다. “예쁘네요.”한현진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뻐요.”전혜지가 시선을 떨구며 나지막이 말했다. “대표님이 해주신 말에서 영감을 얻었어요.”나비는 새로 태어남을 의미하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의미하기도 했다. 구름은 길조의 뜻이 있으니 나비와 구름은 그녀가 생각했던 느낌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가운데 박힐 에메랄드는 만드는 것마다 다른 문양을 띄기 때문에 모두에게 유일무이한 디자인이 될 것이다. 한현진이 고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전 제가 원하는 걸 얘기했을 뿐이에요. 제가 얘기했던 의미를 섞어 표현한 건 혜지 씨에요. 이거로 하죠. 저장해 둬요. 먼저 샘플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죠.”전혜지는 한현진이 건넨 설계도를 받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머뭇거리더니 나지막이 물었다. “대표님, 이 설계도에 디자이너 이름을 써야 하나요?”“당연하죠. 혜지 씨 작품이니까 당연히 혜지 씨 이름을 써야죠.”한현진은 전혜지가 전 회사에서의 표절 사건 트라우마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혜지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대표님, 아니면 이 디자인엔 다른 디자이너의 이름을 쓰는 게 어떨까요? 민아나 원일이요.”한현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혜지 씨 작품에 왜 다른 사람 이름을 쓰려는 거예요?”전혜지는 말을 꺼내기 곤란한 듯 잠시 주저하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는 이 업계가 처음이시라 모르시겠지만, 저에겐 사정이 좀 있어요.”전혜지는 당시 있었던 일을 하나도 숨김없이 한현진에게 얘기해주었다. “제가 강제로 퇴사 당한 후 다시 취직하려고 애썼지만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어요. 전 그쪽에서 절 업계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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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2화

“네.”디자인 시안만 있으면 조각사들은 빠른 시일 내로 샘플을 만들었다. 이틀 후, 샘플이 한현진에게 보내졌다. 샘플은 시안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눈을 사로잡았다. 한현진은 사진을 여러 장 찍더니 매니저에게 1년 사이 가게에서 재구매한 단골 명단을 리스트업 하게 한 뒤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다. 신제품 발표회는 절찬리에 준비 중이었다. 한현진은 휴대폰을 볼 시간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매번 그녀가 휴대폰 메세지를 확인할 때면 이미 강한서가 전화를 몇 통이나 한 뒤였다. 나중엔 강한서도 아예 전화하지 않았다. 사람을 시켜 음식을 보내지 않으면 아예 가게로 데리러 왔다가 밥을 먹인 후 다시 데려다주곤 했다. 강한서는 돈을 벌든 꿈을 위해 달려들든 상관없지만 건강은 꼭 챙겨야 한다고 했다. 일을 위해 겨우 되찾은 건강을 다시 악화시킬 수는 없다며 말이다. 어떤 사람은 태생적으로 자상했지만 강한서는 하나하나 배운 것이었다. 한현진은 차에 앉아 강한서가 보내온 죽을 먹으며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강한서, 이번 발란타인데이에 혼인신고 하러 가자.”노트북으로 한현진 대신 명단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던 강한서는 그 말에 벙쪄버렸다. 그는 멍해져 말했다. “무슨 신고.”한현진이 죽을 넘기며 고개를 들어 말했다. “혼인 신고.”강한서가 조심스레 숨을 내뱉었다. “너 장난하는 거 아니지?”한현진이 웃으며 속삭이듯 강한서를 놀렸다. “넌 진보가 너무 빨라. 얼른 묶어두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눈독 들일 것 같거든.”강한서가 고개를 숙여 살풋 웃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내일 가서 해.”“안 돼. 첫 번째 혼인 신고도 아무 준비도 없이 했잖아. 이번엔 꼭 제대로 시간 맞춰야 할 거야.”강한서가 말했다. “곧 네 생일인데, 네 생일에 혼인 신고해도 돼.”“그럼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같이 보내야 하잖아.”강한서가 말했다. “하루에 기념일이 두 번이면 행복도 두 배잖아.”한현진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선물도 하나 덜 준비해도 되고,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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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3화

“택배? 나 요즘 뭐 안 샀는데.”양지원이 외투를 내려놓으며 걸어왔다. 테이블 위에 놓인 택배엔 보낸 사람의 정보가 쓰여있지 않았다. 그녀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택배를 뜯었다. 안에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와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거 괜찮네.”양진환이 힐끔 딸을 쳐다보았다. “남자친구 생겼어?”“내가 아빠 몰래 남자친구를 사귈 수나 있어?”양지원이 편지봉투를 뜯자 안에는 초대장과 손으로 그린 디자인 시안이 들어있었다. 초대장을 열어 본 양지원은 드디어 이 물건을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스트레인지에서 곧 신제품 발표회를 열 예정이었고 상자 안의 물건은 단골 손님에게 주는 기념품이며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한 장의 손 그림은 양지원이 전에 제작을 맡겼던 주얼리 디자인 시안이었다. 그날 한현진이 갑자기 자리를 비워 양지원을 놀라게 했다. 한현진의 밀당인 줄 알았는데, 다음 날 양지원의 계좌로 바로 계약금이 환불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한현진은 한 번도 양지원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매주 패션 잡지를 보내올 뿐이었다. 사실 양지원은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당시 그 말을 했을 때, 양시원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는데 한현진이 바로 계약금을 돌려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양지원은 한현진이 보낸 잡지를 처음엔 보지도 않고 거실에 내버려두었다. 친척 아이가 집에 놀려와 놀면서 잡지를 찢어버려 그것을 치울 때에야 잡지 내용을 보게 되었다. 그 잡지는 전부 표기가 되어있었다. 한현진이 표시해 둔 것은 전부 양지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 진심으로 자신과 친구를 하고 싶은 것이든, 아니면 단순히 비즈니스를 하고 싶든 간에, 양지원은 한현진의 세심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양지원이 한현진을 찾아갈 핑계는 이미 계약금을 환불해 주면서 사라져 버렸다. 가게에 갈 이유가 없으니 양지원은 자존심을 굽힐 수가 없었다. 다만 양지원은 한현진이 자신에게 이 초대장을 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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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화

양지원의 말을 들은 양진환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했느냐보다는 그 사람이 한 일이 집중해야 해. 자꾸 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거야. 널 비즈니스 상대로 생각하든, 너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거든, 어쨌든 널 해치지 않았잖니. 심지어 계속 널 도와준 거나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굳이 그런 사소한 문제로 고민할 필요 없어.”“정말 네 친구라면, 널 고객으로 대하지 말라고 할 거니? 만약 친구라면 오히려 자기 사람 비즈니스를 더 챙겨야 하지 않겠어? 네 생각은 애초부터 무순이었던 거야.”“무슨 의도인지 신경 쓰지 마. 너에게 이런 걸 보냈고 초대했어. 좋으면 가면 되고 싫으면 안 가면 그만이야. 너에게 억지로 강요하거나 협박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이까짓 일에 고민할 필요나 있어?”잠시 멍해진 양지원은 곧 꽉 막혔던 마음이 내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스트레인지 신제품 발표 날, 송병천은 일부러 그날 스케줄을 전부 뒤로 미루고 행사에 참석했다. 최근 스트레인지의 매출에 관해 송병천은 들은 바가 있었다. 그는 딸의 사업에 문제가 생겨 충격을 받을까 봐 몰래 한현진에게 자신이 매출 조작을 도와줄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현진인 매출에 꽤 자신감이 있었다. 그녀는 송병천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다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마 송병천은 한현진을 위해 몇 개월의 매출액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족의 돈을 벌어들이는 건 아무런 재미도 없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들켜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창피한 일이기도 했다. 비록 딸이 거절하긴 했지만 송병천은 딸의 첫 사업을 그래도 아빠인 자신이 참석해 응원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이가 가까운 친구들에게 연락해 스트레인지의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하도록 했다. 그러니 발표회가 시작도 하기 전, 한현진은 이미 발표회 현장에 업계의 적지 않은 회장님들이 참석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한현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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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5화

그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렸다. 패셔너블하게 옷을 입은 청년이 다리를 꼰 채 발표회 중앙에 앉아있었다. 새하얀 얼굴에 두꺼운 메이크업을 한 남자는 앉은 자세만큼은 누구보다도 도도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1개월 전 한현진에게 해고당한 하설윤이 있었다. 무대 아래의 두 사람을 본 전혜지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신제품 발표회에 표절이라니, 순간 회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누구야?”“뮤즈 주얼리의 디자인팀 부장인 장희진 같아요.”“동종 업계?”“오늘 동종 업계에서도 많이 왔어요. 스트레인지에서 떠들썩하게 홍보한 덕에 모두들 배우기도 하고 축하도 할 겸 온 거죠. 저도 회사에서 오라고 해서 온 건데, 이런 구경거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무슨 구경거리요?”“스트레인지의 전혜지라는 디자이너, 뮤즈 주얼리의 직원이었었어요. 몇 년 전 뮤즈 주얼리의 수석 디자이너의 표절 논란이 바로 저 전혜지가 폭로한 거였어요. 뮤즈 주얼리가 자기 디자인에 다른 디자이너 이름을 올려서 발표했다면서 뮤즈 주얼리를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 회사와 트러블이 있었죠.”“그래서요, 이겼어요?’“이기긴요. 전혜지도 회사도 함께 망한 거죠. 표절이 폭로되면서 뮤즈 주얼리도 타격이 컸어요. 손해도 많이 봤고요. 전혜지도 당연히 좋을 리 없었죠. 회사를 배신했으니 저런 트러블 메이커를 어느 회사에서 받아들이겠어요? 그러더니 스트레인지에 갔을 줄이야. 메인 제품을 전 회사에서 표절이라고 폭로하다니, 정말 인생은 돌고 도나 봐요.”몇일 전, 기념품인 “길”이 하나둘 단골 손님들에게 보내졌다. 한현진의 예상대로 제품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제품 사진 역시 단골들의 그룹 채팅방에서 돌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디자이너들도 “길”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가 새롭고 특이한 디자인이라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이 제품의 디자이너가 누군지 알지 못했고 모두들 스트레인지에서 유명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했다고 생각했다. 오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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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6화

계 매니저가 나지막이 말했다. “전혜지 씨가 디자인한 제품에 논란이 있어요...”“아직 증거도 없는데 저 사람 말만으로 표절이라뇨? 다른 사람이 함부로 내뱉는 말을 바로 믿으시다니, 함께 몇 년을 일해 온 동료인데 계 매니저님은 전혜지 씨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세요?”말문이 막힌 계 매니저가 나지막이 변명했다. “만약 저분 말이 사실이라면, 괜히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 힘들잖아요. 저도 회사를 생각해서 그러는 거죠.”한현진은 계 매니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방금 시비를 걸어 온 남자에게로 걸어가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전 스트레인지 대표인 한현진입니다. 우선 오늘은 스트레인지 신제품 발표회에요.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방금 저희 제품이 표절 의혹이 있다고요?”“표절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에요. 저희는 절대 그런 수단으로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아요. 오늘 현장에서 공개된 제품의 표절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가져와 저희 디자이너의 표절이 확인된다면 저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증거를 찾지 못하신다면 저희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루머를 퍼뜨린 거라고 여겨 고소할 겁니다.”상대방이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협박하시는 거예요?”한현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전 그저 귀띔해 드리는 겁니다.”장희진이 냉소 지었다. “제가 증거도 없이 헛소리하는 것 같아요?”말하며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제 휴대폰에 저희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시안이 들어있어요. 시안에는 마감 날짜도 적혀 있고요. 이걸 모두가 볼 수 있게 스크린에 공유해도 될까요?”한현진이 장희진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후,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계 매니저에게 말했다. “이분 휴대폰 속 사진, 스크린에 띄우세요.”“대표님...”“얼른요.”계 매니저는 어쩔 수 없이 하려던 말을 삼키고 장희진 휴대폰 속 사진을 스크린을 통해 공개했다. 화면에 사진이 공개되자, 현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세상에, 너무 비슷하잖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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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화

송병천은 입술을 짓이기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딸을 저렇게 얘기하는 것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스크린의 “증거”가 떡 하니 있었지만 그는 딸이 표절했을 것이라고 전혀 믿지 않았다. 설사 표절이 사실이라고 해도, 송병천은 한현진이 그 일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송병천이 옆에 있던 송민준이 먼저 끼어들며 말했다. “이미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웠는데, 지금 현장을 정리하면 그거야말로 우리 디자이너가 표절했다고 인정하는 거잖아요.”서해금이 송민준을 힐끔 쳐다보았다. “상대방이 디자인 시안까지 보여줬어. 만약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발표회에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겠지. 나도 현진이가 디자이너에게 그런 일을 시켰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전말 디자이너에게 문제가 있다면, 이번 발표회의 책임자인 현진이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야.”송민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게 아니면요? 만약 상대방이 일부러 루머를 퍼뜨려 누명을 씌울 생각이었다면요? 나중에 저희 측 억울함이 벗겨지더라도 그땐 이미 해명할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 후예요. 그때 저희가 입장 발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몇 없을 거라고요. 사람들은 이미 자신이 처음 보았었던 것만 기억할 거예요. 나중에 표절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무리 충분해도 그땐 그저 변명에 불과해요.”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리며 몇 마디 더 하려는데 송병천이 서해금의 말을 가로챘다. “조금 더 지켜보고 얘기하지. 현진이가 자신있어 하는데 우리가 먼저 안절부절못하면서 현진인가 아닌 다른 사람을 믿을 수는 없어.”서해금이 입술을 앙다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디자인 시안이 공개된 후 현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장희진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한 대표님, 얘기 좀 해보세요. 우리 회사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 어떻게 스트레인지의 10주년 기념품으로 둔갑한 거죠? 저희에게, 그리고 소비자분들께 설명을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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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8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흥분하며 말했다. “누군가 동종 업계 사람의 기밀을 손에 넣어줬는데 안 볼 수가 있다고?”“그게 표절이잖아.”“상대방은 믿어서 보관해 달라고 한 건데 오히려 자기 걸로 만들어 버리다니.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요?”“이런 부도덕한 인간이 대체 어떻게 팀장까지 된 거예요? 한현진은 정말 인성은 보지도 않나 봐요.”...차미주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욕을 내뱉었다. “동영상일 뿐인데 대체 뭘 증명할 수 있다는 거야? 디자인 시안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저렇게 대충 의자에 올려놨다고?”한성우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비겁한 수단이긴 하지만 좋은 방법이긴 하네. 아무도 그 한 시간 동안 전혜지 씨가 디자인 시안을 봤다고 증명할 수 없지만 본 적이 없다고 증명할 수도 없잖아. 아무렇게나 지어내면 되니까.”차미주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럼 어떡해? 표절 누명을 벗지 못하는 거야?”한성우가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너 설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거야? 네가 이러고도 남자주인공이야?”강한서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닥쳐.”한성우가 입을 삐죽였다. 안 그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강한서의 태연한 표정을 보니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전혜지가 마이크를 잡고 낮게 깐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열어보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요.”말하며 전혜지는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크린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화면은 여전히 카페였다. 다만 시간대는 하설윤이 카페를 나간 후였다. 계산을 마친 전혜지가 서류를 안고 카페를 나서자 화면은 바로 전혜지가 카페를 나서는 장면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화면은 전혜지의 행적을 따랐다. 전화를 받은 전혜지는 자전거를 타고 서류를 어딘가로 가져갔다. 그러더니 그곳에서 서서 누군가를 기다렸고 기다리는 내내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윽고 화면에 또 다른 사람, 하설윤이 나타났다. 전혜지는 바로 디자인 시안을 하설윤에게 넘기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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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강한서는 무대 위에서 득의양양하게 행동하는 한현진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한성우가 이를 악물고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너 이 개자식, 아이븐 시리즈 신상 내가 그렇게 달라고 할 때는 아까워서 사용도 못 하게 하더니. 저런 첨단 기술을 저런 거나 찍게 와이프한테 빌려줘? 의리 없는 놈!”강한서가 한성우를 힐끔 쳐다보았다. “네가 뭐 정상적인 거나 찍겠어?”한성우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도둑이 출근길 호위하게 머리 위에 드론 띄우면 얼마나 멋있어?”강한서가 그에게 디스하는 눈빛을 보냈다. 차미주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뭐야?”한성우가 변명했다. “한서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드론이야. 생체인식이 가능해서 목표물을 지정하면 위치 추적이 가능하거든. 이 드론은 원래 소방 수색대의 보조용으로 개발된 건데, 이 자식이 글쎄 자기 와이프 복수용으로 사용했잖아. 저건 드론에겐 재능 낭비 아냐?”차미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자식 방금 저걸로 내 출근길을 데려다주겠다고 하지 않았어?’‘무슨 염치로 강한서를 뭐라 하는 거야?’‘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강 대표, 현진이 오늘 누군가 소란을 피울 거란 걸 알고 있었어?”이렇게 완벽한 증거라니, 모르고 당했을 리가 없었다. 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의심이었어. 확신은 없었지만 혹시 몰라 준비해 뒀지.”이 일은 2주일 전부터 얘기가 시작되었다. 전혜지가 디자인을 완성한 다음 날 오후. 그녀는 갑자기 한현진에게 전화해 자신이 책상 위에 올려둔 디자인 시안을 누군가 건드린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한현진은 얼른 디자인팀의 CCTV를 확인했고 우연히도 당시 카메라는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져 전혜지의 자리를 찍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디자인 시안을 들춰본 것이 아닌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혜지는 확신했다. 그날 점심 그녀가 배달 음식을 받으러 나갔을 때 서류 위에 올려둔 그 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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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화

전혜지도 처음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설윤이 디자인 시안을 자리에 두고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우는 순간, 그녀는 이상함을 감지했다. 지금 적지 않은 디자인은 전부 컴퓨터로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디자이너들은 직접 손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다. 하설윤을 오랫동안 봐왔던 전혜지도 당연히 하설윤의 습관을 알고 있었다. 회사에 있을 때도 하설윤은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자신의 디자인 시안을 책상 서랍에 넣어 잠그곤 했었다. 그랬던 그녀가 전화 한 통 때문에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까먹다니. 게다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자신에게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다라...그렇게 생각한 전혜지는 얼른 한현진에게 전화했다. 마침 한현진은 강한서와 함께 있었다. 강한서는 바로 그녀를 현장에 데려다줬고 드론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전혜지는 그 디자인 시안을 아예 건드리지 않고 하설윤에게 직접 가지러 오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은 어차피 함정이라면 이번에 낚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어떻게든 또 다른 함정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아예 모르는 척 당해주려고 했다. 그렇게 방금 화면에서 보았던 장면이 있게 된 것이다. 전혜지가 차가운 눈빛으로 하설윤을 쳐다보았다. “조작인지 아닌지, 우리 둘 중 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현장에 전문가를 모셔서 검증하셔도 돼요. 전 처음부터 끝까지 팀장님 서류를 들춰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팀장이 그리신 디자인도 본 적이 없고요. 그런데 표절이라니요?”동영상을 본 하설윤은 그대로 굳어졌다. 전혜지가 디자인 시안을 건드렸다는 증거만 있으면 전혜지가 표절했다는 사실은 그대로 더 이상 발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동영상으로 결백을 주장할 줄이야.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자, 준비했던 모든 말들이 전부 앞뒤가 맞지 않게 되어버렸다. 하설윤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며 장희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이런 동영상이 뭘 증명할 수 있어요? 사적인 만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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