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전연이 눈을 비볐다. “휴대폰 소리에 깼어요. 미안해요, 오빠. 오래 기다리셨죠? 바로 깨우지 그랬어요.”심원이 말했다. “그리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닌데요. 안 그래도 깨우려던 참이었는데 깼네요.”말하며 시동을 끈 심원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요, 밥 먹어요.”전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심원의 뒤를 따랐다. 밖에는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전연이 가방을 머리를 위로 올려 비를 막으려던 그때, 심원이 우산을 들고 나타나 전연에게 씌웠다. 심원은 흔히들 말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직 몇 번 만난 사이는 아니었지만 심원은 당연하다는 듯 전연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고 우산 밖으로 비쭉 튀어나와 비를 맞고 어깨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제쪽으로 걸어요. 물웅덩이 조심하고요.”전연이 갑자기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모든 여자에게 다 이렇게 다정해요?”멈칫한 심원이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다 자신이 물러선 그 한 걸음 때문에 전연이 비를 맞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또 얼른 전연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심원은 그렇게 온전히 비를 맞으며 말 한 마디를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말을 더듬던 심원이 겨우 한 마디 내뱉었다. “미안해요...”전연이 우산 손잡이를 잡고 심원에게 다가갔다. 심원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지만 뒤에 주차된 차 때문에 더는 물러설 곳 없이 전연과 차 사이에 갇혀버렸다. 전연이 우산을 높게 들어 두 사람의 머리 위를 가렸다. 고개를 들어 심원을 쳐다본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오빠가 우산 들어요. 키가 커서 이렇게 들고 있으면 팔이 너무 아파요.”“아, 네.”번뜩 정신을 차린 심원이 얼른 우산을 건네받았다. 전연이 심원을 향해 웃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오빠. 전 오빠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거예요.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오빠가 자신을 의심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오빠는 사격 실력도 엄청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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