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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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위독한 태상황
원경능은 현실과 꿈이 구분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달달 떨리는 손으로 약상자를 침대 밑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그 순간, 침대 밑에서 약상자가 사라져버렸다.원경능은 삼 초 동안 숨을 내쉴 수가 없었다. 손을 뻗어 침대 밑을 더듬어보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다.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천천히 침대위로 올라가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최근에 발생한 사건들은 그녀가 정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그녀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도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은 미지의 일에 공포를 느끼기 마련, 원경능은 정말 두려움을 느꼈다.‘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원경능은 고개를 들기도 전에, 냉기가 주위를 맴돌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두피로부터 고통이 느껴지더니, 그녀는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본왕 앞에서 죽은 척하는 것이냐? 지금 당장 죽던지, 아니면 기어 일어나서 본왕과 함께 궁으로 가야 한다.”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꼭대기에서 울려 퍼졌다. 초왕은 다시 원경능을 거칠게 뒤집었다. 등이 바닥에 닿자 그녀는 고통에 온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곧장 억센 남자의 손이 그녀의 턱을 잡았다. 턱을 으스러뜨릴 것 같은 힘이었다.원경능의 고통스러운 눈빛이 초왕의 광기 어린 눈에 들어오자 냉혹하고도 난폭한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혐오와 멸시가 짙게 드리워졌다. “본왕이 경고하는데, 다른 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말거라. 만일 또 태후마마 앞에서 허튼 소리를 지껄인다면 너를 살려 두지 않을 것이다.”원경능은 너무도 아픈 나머지 화가 치밀었다. 그들에게는 인간의 목숨이 이렇게나 하찮은 것인가? 심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도무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원경능은 젖 먹던 힘까지 모아 우문호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무릎으로 몸을 지탱한 뒤 머리로 있는 힘껏 그의 얼굴을 들이받았다. 죽기 전 마지막 일격과도 같은 행동이었다.우문호는 원경능이 반격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더더욱 머리로 들이 받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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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자금탕
약을 마시니 위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원경능은 몸이 훨씬 개운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씨 어멈은 나지막하게 말했다.“왕비, 황궁에서 돌아오시면 소인이 차츰 몸조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먼저 눈을 감으시고 잠시 휴식하십시오.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 지실 겁니다.”원경능은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불꽃이 춤을 추며 터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잡한 소리들이 귓전에 울렸다.‘너는 증오할 가치도 없다. 본왕은 그저 너를 혐오하는 것뿐이니라. 본왕에게 있어서 너는 악취를 따라다니는 파리처럼 혐오스러울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너와 잠자리를 하는데 약까지 마시진 않았겠지.’초왕 우문호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는 원망과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원경능은 그렇게 무정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또 누군가가 귓전에서 ‘흑흑’ 울어댔다. 머리 속의 불꽃은 구불구불한 핏물로 변했다. 점차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마치 머릿속에 얽히고 설켰던 실들이 드디어 정리된 것 같았다. 고통도 점차 사라져왔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마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원경능은 눈을 떴다. 녹아가 침대 앞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왕비, 괜찮아지셨습니까?”녹아는 그녀가 눈을 뜨자, 재빨리 물었다.“이젠 아프지 않구나.”원경능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온몸은 두려울 정도로 마비된 상태였다. 원경능은 볼을 꼬집었으나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마취제보다도 약효가 강했다.“그렇다면 소인이 부축하겠습니다. 의복을 갈아입지 않으신다면 왕야께서 화를 내실 겁니다.”녹아는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였다. 기씨 어멈도 두 손으로 의복을 받친 채로 밖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원경능이 깨어난 것을 발견하자 이렇게 말했다.“빨리 의복을 갈아입으십시오. 왕야께서 재촉하십니다.”원경능은 무덤덤하게 서있었다. 녹아와 기씨 어멈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새 의복을 갈아 입혔다. 상처를 조여 맸으나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의복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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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입궁
주먹 절반정도 되는 크기의 그 상자는 분명히 침대 밑에서 사라진 그녀의 약상자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약상자가 왜 작아져서 내 소매 속에 숨어있지?'순간, 마비되었던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원경능은 재빨리 약상자를 소매 안으로 집어넣었다.“소인이 왕비를 모시고 가겠습니다.”녹아는 그녀를 부축했다.“소인이 왕야께 사정 드리고 왕비와 함께 입궁하겠습니다.”원경능은 심란한 나머지 녹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무턱대고 머리를 끄덕이고는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아치형으로 된 문 몇 개를 지나 회랑에 들어섰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걸어서야 앞채에 있는 문에 도착하였다. 마차는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문호는 마차에 앉지 않고 검은 준마(骏马: 좋은 말)를 타고 있었다.그는 옅은 보라색 의복을 입었는데 금과 옥으로 만든 관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마치 칙칙한 날씨와도 같았다. 눈에는 성가신듯 한 노여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가 다가오자 흘끗 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출발할 채비를 하거라.”“왕야, 입궁하는데 소인이 필요하십니까?”녹아는 눈을 딱 감고 한 마디 물었다. 우문호는 녹아를 흘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렇게 하거라. 태후마마가 합방한 일을 물어보면 네가 증명을 할 수도 있으니.”왕부 문 앞에는 하인들이 열명 정도 있었다. 함께 입궁하여 시중을 들어줄 사람들이었다. 그중 가신인 탕양도 있었다. 우문호는 그들 앞에서 원경능이 얼마나 비참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이런 말들을 뱉았다. 원경능은 무표정이었다. 근육이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아무리 난처해도 난처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녹아는 그녀를 부축하면서 마차에 올랐다. 발이 닿는 순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우문호의 증오 섞인 눈빛과 얄밉게 웃고 있는 하인들의 표정을 발견하였다.원경능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귓전에는 우문호가 뱉은 말들이 떠올랐다.원주인 원경능은 외모가 뛰어났다. 우문호는 도대체 얼마나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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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저명취
마차는 우문호의 인솔하에 곧장 궁문을 들어섰다. 원경능은 황궁이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녀의 발 사이로 깊고 긴 복도와 얼룩진 궁궐의 붉은 담장이 보였다.멀리 쳐다볼 수 없었지만 높은 누각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기와로 만든 지붕은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게 화려했다. 마차가 멈추자 원경능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녹아의 부축을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햇살은 궁궐의 붉은 담장을 내리쬐었고 먼 발치의 유리기와에 눈부신 금빛 햇살이 반사되었다. 원경능은 마치 빛을 두려워하는 유령처럼 저도 모르게 손으로 햇살을 가렸다.우문호도 말에서 내렸다. 마차와 말을 남겨둔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건곤전(乾坤殿) 밖에 다다르자 녹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왕비, 소인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원경능은 건곤전이 태상황이 거주하는 궁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밖에는 이미 각부의 시녀와 하인들로 붐비었다. 원경능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우문호의 걸음에 맞춰 안으로 들어갔다.초목이 우거진 정원을 지나 정전(正殿)에 도착했다. 정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원경능은 잠시 그들을 관찰해보았는데 모두 화려한 의복에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원경능은 남아있는 원주인의 기억에 의해 대부분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숙연하고 엄숙한 얼굴에 청색 비단 의복을 입은 이는 기왕(纪王) 우문군(宇文君)이었다. 명원제의 진비(秦妃)가 낳은 장자였는데 서른 살이고, 마후의 적녀를 부인으로 맞이했었다. 진비와 마씨, 두 명의 아이가 그의 곁에 나란히 서있었다.위왕(魏王) 우문위(宇文蔚), 손왕 우문두(宇文杜), 주왕(周王) 우문안(宇文安) 모두 각자의 왕비와 자녀들을 데리고 입궁하였다. 왕야들은 그저 서로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원경능은 우문호가 순간 흠칫하고는 시선을 돌리는 걸 느꼈다. 그 모습은 몸이 뻣뻣하게 굳어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문 어구로 시선을 돌려보니 한 쌍의 부부가 들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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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병상 앞
원경능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저명취의 부드럽고도 관심 어린 눈빛과 마주쳤다.“앉아서 잠시 쉬겠어요?”저명취는 물었다. 원경능은 고개를 저으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손을 뺐다.“괜찮아요. 고맙네요.”제왕 우문경은 저명취를 이끌더니 불쾌한 시선으로 원경능을 흘깃 보았다. 그러더니 저명취에게 말했다. “저런 사람을 왜 걱정해?”저명취는 다시 제왕의 곁으로 돌아갔다. 담담하게 원경능을 흘끔 보고는 마치 의아하다는 듯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다 한 가족이잖아요.”“당신은 마음이 착한 게 탈이야.”제왕은 저명취의 손을 잡고 나란히 섰는데 마치 한 쌍의 원앙새와 같았다.원경능은 순간 우문호의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 ‘자신이 사모하던 여인이 다른 남자 곁에 서있는데 어찌 화나고 슬프지 않겠는가?’이때 내전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깜짝 놀라며 일제히 문 어구를 바라보았다.백발의 환관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그의 눈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는데 처량하고도 낙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어명이오. 비빈들과 왕야, 왕비는 내전으로 들어오시오.”그는 사십오년 동안이나 태상황의 시중을 들어온 상공공(常公公)이었다. 다들 비통하고도 쓸쓸한 표정으로 상공공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누구도 발 소리를 내지 않았고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원경능은 우문호의 뒤를 따르면서 억지로 어지러움을 참아냈다. 내전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태후와 황제는 침상 곁에 앉아있었고 황후도 한 켠을 지키고 있었다. 태상황의 형제, 즉 토지를 분봉 받은 왕야들도 궁궐에 들어왔다. 어젯밤에 일찍이 입궁하여 쭉 내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궁궐에 있던 대부분 태의들이 모여 있었다. 두 줄로 서있었는데 다들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원경능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금색 휘장을 올리자 박달나무로 만든 침상 위에 안색이 초췌한 한 노인이 누워있었다. 베개를 매우 높게 받쳤는데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입은 마치 검은색 동굴 같았고 눈 주위는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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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구할 것인가, 구하지 않을 것인가
태상황은 새까만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고 있는 사람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한마디 말도 내뱉지 못하고 그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매우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원경능은 이곳에 무릎을 꿇은 사람들이 태상황의 임종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올 때의 태상황은 목숨이 간들간들하여 금방이라도 떠날 것만 같았다.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생명을 다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호흡도 한결 힘찬 듯했다. 하지만 아마 태의들이 전에 사용한 약효가 든 것일지도 모른다. 태상황은 심장병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전에 중풍이 온 적도 있었다.‘지금 이 모습은 심부전인 것 같은데?’심부전, 호흡곤란…그녀의 약상자에는 도파민이 있었다.원경능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녀는 우문호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한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사건을 맞닥뜨렸다. 단, 원경능이 아무리 아둔하다 할지라도 지금 그 누구도 자신을 믿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태상황의 병을 치료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그러니 결국 태상황이 숨을 거두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는 의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매우 부자연스럽고 딱딱한 자세로 십 오분 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상처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비된 몸을 앉은 채로 움직였다. 그녀는 곁눈으로 우문호를 보았다. 자신과는 다르게 그는 꼿꼿하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슬픔에 젖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황실 가문이 무정하다고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명원제와 어의원의 원판(院判)이 걸어 나가더니,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경능은 희미하게 몇 마디 들을 수 있었다. 명원제는 태상황의 상황이 호전되자 원판에게 약을 더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물었다. 그러나 원판은 죽을 무렵에 잠깐 정신이 맑아지는 것뿐이라고 하였다. 아마 한 시진 내에 곧 수명을 다하실 것이라고.명원제는 다시 들어와서 금색 휘장을 내리도록 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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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분노를 마주할 준비
원명제의 네 번째 자식인 우문안부부가 들어갔다. 그 다음이 우문호와 원경능이 들어갈 차례였다. 원경능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갔다. 그녀는 몸이 불편하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지라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이때 상공공(常公公)이 말했다.“초왕, 초왕비, 들어가십시오.”원경능은 우문호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우문호는 앞서서 휘장을 걷어 올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우문호가 침상 옆에 꿇어앉자 원경능은 그의 뒤에 꿇어 앉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약상자를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약상자가 바닥에 닿자 순식간에 커졌다. 그녀는 약상자가 왜 커졌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마취제를 꺼내 주사기에 주입하였다. 슬픔에 빠진 우문호는 그녀의 거동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태상황을 불렀다.“황조부….”원경능이 그의 손을 잡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혐오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원경능은 그 사이 마취제를 그의 팔 안쪽에 주사하였다.우문호는 깜짝 놀라더니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원경능을 쳐다보았다. 원경능은 손을 빼고 그를 보았다. 그러나 입으로는 “황조부, 손자며느리가 인사를 올립니다.” 하고 말했다.원경능은 속으로 초를 셌다.‘일초, 이초, 삼초….’우문호는 쓰러졌으나 눈을 크게 부릅뜨고 있었다.원경능은 속으로 놀랐다. ketamine은 사람을 재빨리 마취상태에 이르게 한다. 의식이 없어야 할 우문호는 몸이 마비된 상태에서 억지로 의식을 잡고 있었다.태상황도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흐릿했던 눈이 천천히 초점을 맞추며 원경능을 보았다.원경능은 입으로 계속 인사를 올리겠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직접 제작한 주사기를 꺼냈다. 포도당과 도파민을 희석하고 태상황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정맥을 찾아낸 후 몸을 숙여 태상황의 귓가에 말했다.“어르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구하러 왔습니다.”강아지 복보는 원경능이 침으로 태상황을 찌르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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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대치
마취제의 양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문호는 측전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 뒤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원경능은 그의 곁에 앉았다. 그녀는 시중을 드는 사람들도 모두 물렸다. 측전 안은 매우 적막했다. 억센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을 조였다. 원경능은 숨을 쉴 수 없었다. 우문호는 마치 화난 맹수처럼 눈에서 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이를 갈면서 물었다.“네가 감히 황조부를 독살해?”원경능의 머리는 그의 힘에 따라 움직여졌고 얼굴은 순식간에 충혈되었다. 그녀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힘겹게 말했다.“왕야께서 고개를 숙여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우문호는 순간 바늘이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난생 처음보는 특이한 모양의 바늘이 그의 허벅지 살을 뚫었다. 그 바늘에는 물이 담긴 작은 관이 달려져 있었다.“당신이 제 목을 졸라 죽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제가 죽기 전에 당신이 먼저 죽을 거예요. 그러니 저의 말을 먼저 듣는 것이 어떤가요?”원경능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배짱 있는 눈빛을 하고. 우문호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러나 눈에 비춰지는 분노는 더 활활 타오르는 듯했다. 준수한 얼굴은 분노로 하여 일그러졌다. 그는 억지로 분노를 삼켰다.“말해, 무슨 독을 탄 것이냐?”그는 원경능이 독을 사용한다는 것을 몰랐다. 이 여인을 얕잡아 본 것이었다. 원경능은 주사기를 뽑고는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황궁에서 태상황을 독살하다니, 제가 미쳤다고 그렇게 하겠어요?”“말해!”우문호는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원경능은 심호흡을 하고 대답했다.“독이 아니라 약이에요. 태상황의 상황은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저는 그를 구하고 있는 거고요.”우문호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살의가 번뜩였다.“본왕이 명의를 부인으로 맞이한 걸 몰랐구나.”그는 몸을 일으키고 그녀의 손을 비틀었다.“가자, 본왕과 함께 부황에게로 가서 죗값을 치르거라.”우문호가 세차게 끌자 원경능은 바닥에 넘어졌다. 그의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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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태상황이 좁쌀죽을 드시려 하다
원경능은 겨우 몸을 이끌고 우문호가 누웠던 침상에 쓰러졌다. 정신을 되찾고 보니 온몸이 달달 떨리고 있었다. 요 며칠동안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만 발생했다.대뇌개발의 성공은커녕 일이 요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과학과 신학의 끝은 같다고 말했었다. 만약 대뇌가 어느정도 개발된다면 의식만으로도 물건을 옮길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도 있었다. 대뇌는 자동으로 각종 정보들을 읽을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모시는 신처럼 말이다.원경능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소매 속으로 뻗었다. 약상자라도 만져야 조금이나마 든든해질 것 같았다. 소매가 흘러내리면서 새하얀 손목이 드러났다. 그러자 뜻밖에도 처음보는 빨간 상처자국이 있었다. 그녀는 조금 의아했다. ‘언제 부상을 입은 것이지? 아까 우문호와 싸울 때?’아니었다. 상처 끝부분의 혈액은 이미 응고되었고 소매에도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최소 반 시진전에 생긴 상처일 것이다.‘반 시진 전이라?’원경능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내전 밖에서 기다릴 때 우문호가 자신의 손을 뿌리쳤었다. 그때 저명취가 자신을 부축했던 것이 떠올랐다.‘설마 그냥 부축한 게 아닌 건가?’그는 저명취가 제왕 곁으로 돌아갈 때 조금 의아한 눈빛을 했던 것이 기억났다. 원경능은 그제야 확실히 깨닫았다.저명취는 일부러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 다만 그녀가 자금탕을 복용하고 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에 상처 입은 것을 몰랐다. 만약 예전의 원경능이였더라면 분명 면전에서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이렇게 엄숙한 장소에서 그렇게 했다면 죽을 죄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옥에 갇힌 뒤 이혼을 당했을 것이다. 원경능은 온몸이 다 서늘해졌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나 악독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원경능은 다들 멸시의 눈빛으로 자신을 볼 때 유독 다가와 안부를 물었던 저명취를 좋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아름답고 부드러운 얼굴 뒤에 이렇게 악독한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니.원경능은 그녀가 저명취 자신과 초왕의 관계를 망가뜨려 어쩔 수 없이 제왕에게 시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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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초왕을 부르다
모든 태의들이 멍해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태상황이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가?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심장 쇠약 현상이 아주 심해서 물도 한 모금 삼키지 못할 것 같았는데.원판은 재빨리 들어가서 태상황을 진맥하였다. 그러더니 울면서 말했다.“하늘이 북당을 도왔습니다. 하늘이 태상황을 도왔습니다!”병세가 호전되고 있었다. 금색 휘장이 들려지고 청색 휘장이 열렸다. 태상황은 나른한 표정으로 내전 안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전부 꿇어앉아서 무엇들 하느냐? 일어나거라!”그 목소리는 비록 모기 소리처럼 가늘고 힘이 없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우레와도 같았다. 다들 뛸 듯이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렸다가 일어났다. 태상황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입술에 어렸던 적홍색이 서서히 옅어졌다. 그는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소리를 늘어뜨리면서 물었다.“다섯째는?”상공공은 재빨리 대답했다.“초왕께서는 상심이 크셔서 혼절하셨습니다. 지금 측전에서 휴식하고 계십니다.”"다섯째를 부르거라."태상황은 복보의 머리를 토닥이고서는 담담한 미소를 머금었다.“가보거라, 착한 아가야. 과인이 당장 죽지는 않을 것 같구나.”복보는 침상에서 뛰어내리더니 꼬리를 흔들며 떠났다.“빨리 초왕을 부르거라!”상공공이 분부했다.“그리고 그의 부인도….”태상황은 마치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력을 다한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바짝 바른 입술로 몇 글자를 더 뱉아냈다.“함께 부르거라.”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모두 의아해했다. 특히 저명취는 더 멍해보였다. ‘태상황이 원경능을 만나려 하시다니?’태상황이 호전되자 명원제는 친왕들을 모두 밖으로 내쫓았다. 그들은 모두 내전 밖으로 나가 기다렸다. 내전에는 명원제와 예친왕 그리고 태상황 곁을 지키는 상공공만 남겨졌다. 당연히 어의원 원판도 함께 남겨졌다.****우문호의 마취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태상황의 부름이 도달하기도 전에 진작 깨어났다. 원경능은 그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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