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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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전화 저편에는 침묵이 흘렀다.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배경원은 구현수의 무표정한 얼굴을 짐작할 수 있었다.희노애락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마크니..."형!"배경원이 말을 이었다."형은 할 말 없어요?""어떤 말?"구현수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었다."그건 내가 선물한 것이니 이젠 그녀의 물건인 거야. 어떻게 처리하는가 또한 그녀의 일이기도 하고.""그래도 형님 증조할머니께서 쓰셨던 '금풍옥로' 인데..."구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덤벨에 무게를 가했다."그 팔찌를 얼마에 팔았어?""형수님이 안 팔던데요!"구현 수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어젯밤부터 그는 강서연이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서랍 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아마도 그녀가 장신구를 팔 거라 예상했다. 혼수를 강유빈한테 빼앗기고 어머니 병원비도 마련해야 하니 장신구를 팔지 않고서는 당장 이 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팔찌를 그대로 가지고 올 줄은 몰랐다."형, 나 오늘 마침 가게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팔찌 꺼내자마자 이내 알아봤지 뭐예요. 난 또 어느 간 큰 도둑이 훔친 줄 알았는데, 형수님이었네요! 형수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 같아요. 난 일부러 점원에게 비싼 값을 쳐주라고 했는데... 아, 물론, 금풍옥로의 원래 가치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형수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는 값이 많았을 거예요!""어, 그리고?"배경원은 머리를 긁적였다."그런데 저당 안 하겠대요!"구현수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강서연의 걱정스러운 모습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이미 부부가 되었는데도 그녀는 아직도 그에게 마음 줄 생각이 없는 건가?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고... 구현수는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이 일은 더 신경 쓰지 마."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땅이나 잘 관리해. 난 그 땅이 강 씨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강명원 그 늙은이에게 압력 더 가해봐. 그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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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저녁 식사 후, 강서연은 과일 접시를 들고 구현수 옆에 와서 앉았다.한참이나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구현수가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들여다보았더니 외국어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화면 속 양복 차림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공한 사람들처럼 보였다.이때 구현수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두 사람은 코끝이 서로 닿을 뻔하였다. 갑작스레 생긴 일이라 둘은 한참이나 이렇게 서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강서연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은 바로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렸다."왜 그래?"구현수가 물었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강서연은 어색한 듯 두 손을 꼬면서 말을 돌렸다."뉴스 보고 있나요?""경제 신문을 읽는 중이야.""그런 것도 봐요?"구현수는 얼굴에 옅은 웃음을 띠더니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서연을 바라보았다."그럼 당신은 싸움도 하고 감옥에도 갔다 온 나 같은 사람이 어떤 것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그런 뜻이 아니에요!"강서연은 얼굴이 빨개졌다."전 그저 현수 씨가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는 줄 몰랐어요."갑자기 조용해지는 바람에 주위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약간 긴장했던 강서연은 구현수의 태연한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부질없는 걱정을 한 거로 생각했다.분명 합법적인 부부인데 같이 있을 때 이렇게도 어색하다니...강서연은 자신이 너무 멍청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며 작은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때렸다.이 작은 동작은 구현수의 눈에 들어왔다.그의 입가에는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구현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과일을 먹으며 물었다."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네? 없어요."강서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돈이 모자라지 않아?""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요?""아무 얘기라도 하고 싶어서."구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부부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지? 모두 이런 사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아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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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서연은 한동안 반응이 없었다.윤찬은 병원비뿐만 아니라 엄마를 이미 VIP 병실로 옮겼고, 지금은 전담 간병인이 옆에서 도울 뿐만 아니라, 최첨단 수입 약품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누나, 사실 누나 아버지는 아직 엄마를 마음에 두고 계신 것 같아."윤찬은 단순하게 웃으며 말했다."참, 인제 그만 끊어야겠어. 야간 자습 가야 해! 그리고 누나, 내 책값 잊지 마, 지금 반에서 나 혼자만 안 낸 것 같단 말이야!”"알았어..."강서연은 윤찬이 전화를 끊을 때까지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강유빈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라도 한 걸까?아니면 강명원이 엄마에 대해 아직 옛정이 남아있는 걸까?하지만 이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그날 강 씨 가족이 그녀에게 대하던 태도를 돌이켜보기만 하면 혼수는 물거품이 된 게 분명했다.강서연은 혼수를 다시 받을 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다.그녀는 서둘러 침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팔찌를 상자에 넣어두었다.'저당하지 않길 잘했어!'그녀는 웃으며 손으로 상자 안의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앞으로 너희들을 잘 보호할게. 절대 너희들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을 거야!"구현수가 문밖에서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여자의 장난스러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의 입꼬리에도 따스한 미소가 어렸다.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배경원이 보낸 메시지에는 '완료' 라는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알았어, 나중에 보상해 줄게.」구현수는 항상 말을 아꼈고 오직 기분이 좋을 때만이 답장을 보내곤 했다. 배경원도 이렇게 많은 회답을 받아본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주말, 강서연은 집 청소를 하고 있었고 구현수는 마당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리듬 있는 타격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웃었다. 남자들은 왜 이런 폭력적인 운동에 푹 빠져 매일 연습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운동을 막을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매우 지지했다.집에서 샌드백을 치는 편이 오히려 나가서 싸우는 것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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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배경원은 다리를 툭 치며 그제야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아챘다.“찬... 찬혁아, 제발 나 좀 도와줘!”배경원이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난 연준 형 여자를 뺏을 생각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게다가 강서연 같은 앳된 여자는 내 스타일도 아니라고! 연준 형 진짜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런 스타일을 좋아할 수 있지?”유찬혁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다.그도 그럴 것이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고 늘 차갑고 단호하던 최씨 일가 셋째 도련님께서 어느덧 구현수로 변신해 강서연 같은 어린 여자에게 이토록 신경 쓰다니, 실로 의아할 따름이었다.“연준 형이 말했잖아. 이 결혼을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결혼을 빌미로 잠시 은신하는 것뿐이라고 말이야...”“넌 그 말 믿어?”유찬혁이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두고 봐. 강서연 절대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야. 어쩌면 그때 가서 연준 형이 오성에 돌아가지 않으려 할지도 몰라!”...점심을 먹고 난 후 구현수는 강서연에게 인사하고 바로 외출했다.이 마을은 그다지 크지 않다. 강서연이 시집오기 전에 구현수는 마을 오솔길을 따라 자주 산으로 갔었다. 그곳엔 인적도 드물고 공기가 신선하여 혼자 있기 참 좋은 장소였다.구현수는 본인만의 시간을 가지며 앞으로의 일을 세심하게 계획하곤 했다.다만 오늘은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강유빈이 전화로 내뱉었던 험한 말들이 줄곧 귓가에 맴돌았다.구현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계속 산 정상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불쑥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요, 현수 씨!”한 젊은 남자가 팔을 휘두르며 아래에서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구현수는 흠칫 놀라더니 미간을 살짝 구겼다.“아까 산기슭에서부터 현수 씨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올라왔어요? 저 겨우 쫓아왔잖아요! 아 참, 몸의 상처는 거의 다 나았어요? 제가 가서 약을 더 구해드릴까요?”구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고마워요, 다 나았어요. 그땐 제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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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어이, 예쁜 색시, 팬케이크 할 줄 알아?”몇몇 남자들이 구현수의 집 앞에 서서 강서연에게 음흉한 미소를 날렸다.주위에 구경꾼들도 꽤 있었지만 이 건달들이 악명이 자자하다 보니 아무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다들 쌀쌀맞게 구경만 할 뿐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예쁜 강서연을 홀로 집에 두고 나가버린 구현수가 죄인이었다. 대놓고 딴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격이 돼버렸으니까!강서연은 심장이 빨리 뛰고 낯빛도 창백해졌지만 꿋꿋하게 버텨냈다.“듣자 하니 이 어여쁜 색시가 재벌 집 따님이라면서?”“어쩐지, 재벌 집 따님께서 주방일을 할 리가 있겠어? 팬케이크가 웬 말이냐고!”“이봐, 색시, 아직 여기 룰을 모르나 봐?”건달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강서연을 아래위로 흘겨봤다.“우리 여기서는 갓 결혼한 여자들이 직접 팬케이크를 만들어 집집이 돌려야 해! 결혼한 지가 며칠인데 왜 우린 아직도 못 먹어봤지?”“죄송해요, 그런 규칙이 있는 줄 몰랐어요.”강서연은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다 만들면 집집이 돌릴게요. 저희 남편이 곧 오니 다들...”강서연이 대문을 닫으려 할 때 한 남자가 불쑥 문 사이에 무릎을 끼워 넣었고 다른 두 남자도 옆에서 거들먹거렸다. 강서연은 당황하여 손이 떨렸다. 세 건달은 문을 박차고 마당에 뛰쳐 들어가 음흉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거 참 생각 밖이야. 구현수 그 빌어먹을 자식이 이렇게 예쁜 여자를 얻어!”남자들의 눈빛이 점점 더 음침해졌다.강서연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겨움을 느끼며 두 손으로 가슴을 껴안고 경계심 가득한 눈길로 그들을 쳐다봤다.“여긴 우리 집이에요. 당장 나가란 말이에요!”그녀는 일부러 언성을 높였다.“남편이 곧 있으면 돌아와요! 우리 남편 어떤 사람인지 다들 잘 알고 있죠!”남자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알지 그럼, 싸움만 나면 지리고 도망치잖아!”“이봐, 예쁜이, 아직 잘 모르나 본데! 구현수는 예전에 참 찌질해 빠졌어. 매번 우리가 싸울 때마다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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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괜찮아, 내가 왔잖아.”구현수는 그녀더러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으라고 했다.강서연은 순순히 그의 말대로 했다. 한편 구현수는 그녀를 뒤따라가지 않았다. 강서연은 방에 들어가 쿵쾅대는 문밖의 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건달들의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그녀는 창밖 너머로 건달들이 한바탕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은 모습을 지켜봤다. 다들 바닥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마당의 모랫바닥은 피로 흥건해졌다.구현수는 아직 직성이 안 풀렸는지 좀 전에 그녀가 잡았던 몽둥이로 한 남자의 다리를 힘껏 내리쳤다...“한 번만 더 내 아내를 건드려. 그땐 다리를 부러뜨리는 거로 끝나지 않을 거야!”구현수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싸늘하게 한 글자씩 내뱉었다.건달들은 지리며 허겁지겁 도망쳤다.강서연은 방 안에 숨어 쿵쾅대는 심장을 겨우 추스르며 호흡까지 가빠졌다.이때 구현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남편의 몸에 묻은 핏자국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움직였지만 결국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아까 많이 놀랐지?”구현수가 다가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졌다.강서연은 머리를 내저으며 두 팔을 벌려 그를 안고 작은 얼굴을 그의 품에 기댔다.다소곳하게 품에 안긴 그녀를 보니 구현수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던데.”구현수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그 자식들이 집 마당에 쳐들어왔을 때 몽둥이를 들고 내쫓을 엄두가 났어?”“안 그럼 어떡해요?”강서연이 고개를 들고 예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주위에 날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당신도 집에 없는데 내가 용감해질 수밖에 없잖아요...”“그래, 다 내 탓이야. 너와 함께 집에 있어 줘야 했어.”구현수가 나지막이 말했다.“하지만 그 인간들 앞으로 더는 찾아오지 못할 거야.”강서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작은 손으로 탄탄한 그의 가슴 근육을 무심코 어루만졌다. 남자의 튼실한 몸매가 순간 그녀를 설레게 했다.구현수가 싸움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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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둘은 동시에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구현수는 강서연에게 먼저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곁눈질한 후 홀로 가서 문을 열었다.신석훈은 문밖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현수 씨가 사람을 때렸다고 들었...”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구현수의 옷에 묻은 핏자국을 보더니 그는 식겁하여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헐, 진짜였네요!”“건달들 몇 명일 뿐이에요.”구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게다가 너무 심하게 때린 것도 아니에요. 안 죽어요, 그 사람들.”“안 심하다고요?”신석훈은 그를 한쪽 옆으로 끌고 와 나지막이 말했다.“내장까지 파열돼서 지금 강주시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요!”구현수는 눈썹만 들썩일 뿐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그들은 죽음을 자초한 거나 다름없었다. 감히 겁도 없이 강서연에게 집적거렸으니 죽어도 쌀 목숨이었다.“그리고 또 한 명은 다리가 부러졌다던데!”신석훈은 안달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 사람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요?”“그걸 내가 알아야 해요?”“현수 씨, 그 사람들 틀림없이 복수하러 올 거예요!”구현수는 핏자국이 묻은 웃옷을 벗어 한쪽 옆에 내던지고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실은 그도 몇몇 건달들이 집안 배경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마을 이장의 아들, 면장의 조카 등등 보잘것없는 이따위 집안 세력을 믿고 마을에서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구현수는 진작 이런 건달들을 다스리고 싶었다.“아내분 데리고 일단 여길 떠나는 게 어때요? 다른 곳으로 가서 잠시 피해 있어요!”신석훈이 그에게 제안했다.“그 사람들은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니에요. 보복을 당할 게 뻔한데 여기서 이러고 있지만 말고 얼른 떠나요. 그 사람들과 절대 정면충돌해선 안 된다고요!”구현수는 그런 그가 너무 시끄러웠다.이제 막 거절하려던 참에 그는 곁눈질로 침실 문 앞에 서 있는 강서연을 보게 되었다.“내 생각엔... 우리가 피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강서연이 나지막이 말했다.구현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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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그날 오전의 회의는 유난히 견디기 어려웠다.강서연은 왠지 방진영이 줄곧 야릇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고 이에 성소원은 적의에 찬 눈빛으로 날카롭고 예리하게 자신을 쏘아보는 것만 같았다.회의가 끝난 후 방진영이 먼저 찾아와 말을 꺼내기 전에 강서연이 재빨리 깍듯하게 웃으며 핑계를 둘러대고 회의실을 나섰다.문을 나서기 전 성소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대체 뭐 하는 거야? 여우 같은 년한테 아주 시선을 못 떼던데!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강서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점심시간에 이 일을 임우정에게 알리자 그녀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 큰 회사에서 하필이면 그 두 원수와 마주치다니, 임우정도 기막힌 우연에 한탄했다.“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조심스럽게 상대해.”임우정은 나지막이 그녀에게 말했다.“서연아, 난 이미 영업팀에서 나오다 보니 널 챙겨주기가 힘들어. 게다가 그 성소원 씨 외삼촌이 이 회사 대주주라 평소에 그것만 믿고 기고만장하게 날뛰어... 아무튼 앞으로 네가 갈 길이 험난할 거야.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해!”“알았어요, 걱정 말아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었다.“나만 실수하지 않으면 성 매니저도 딱히 날 어떻게 하지 못할 거예요.”다만 그날 오후 성소원은 일부러 그녀에게 미션을 하나 주었다.“잠시 후에 티타임이 있을 예정이야. 이건 참석자 명단이고. 전부 우리 회사의 중요한 바이어들이니 준비 제대로 해.”강서연은 머리를 끄덕였다.명단에 대략 십여 명 인원이 적혀 있었다. 이번 티타임은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깔끔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참 그리고, 진안 그룹의 은 대표를 많이 신경 써야 할 거야.”성소원이 입꼬리를 올렸다.“모든 방면에 막강한 여자 대표인데 유독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서 디저트 준비할 때 절대 땅콩이 들어가면 안 돼.”“네, 명심하겠습니다.”강서연은 명단을 들고 자리를 나섰다.비록 첫 출근한 신인이지만 그녀는 조리 밝고 꼼꼼하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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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영업팀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 중 하나에요.”성소원이 일부러 회사 정기 회의에서 야유 조로 비아냥거렸다.“누구든 영업에 천부적 재능이 없으면 자리만 떡하니 차지하지 말고 다른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남겨줘야죠! 우리 회사는 노후 보내러 온 장소가 아니란 걸 다들 잘 알고 있겠죠? 오더를 한 개도 내리지 못한 채 기본 수당만 받는 사람은 앞으로의 진로를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요!”강서연은 줄곧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오후 내내 그녀는 구겨진 미간을 펴지 못했다.다만 종일 지쳐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구현수가 양반처럼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주방은 텅 비었고 목을 축일 따뜻한 물조차 없었다.강서연은 오랫동안 참은 서러움이 그 순간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당신... 밥을 안 지었어요?”구현수가 흠칫 놀라더니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눈앞의 그녀는 작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강서연은 맑고 커다란 두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다만 질문 조의 말투가 전혀 질문처럼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서러움에 북받친 새신부가 제 남편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것만 같았다.구현수는 가슴이 움찔거려 그녀를 더 지그시 바라봤다.“왜 그래?”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무고한 표정으로 물었다.“결혼한 뒤로 줄곧 당신이 밥을 했잖아?”강서연은 머뭇거리다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구현수의 체구에서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녀 앞에 서 있으니 덩치가 훨씬 더 커 보였고 순간 강서연은 마냥 연약해 보였다.게다가 그녀의 성격이 온순하고 너그럽게 포용해주다 보니 구현수를 탓할 것도 없었다.다만...“그래요, 맞아요.”강서연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말했다.“줄곧 내가 밥을 했죠. 하지만 이젠 출근도 해야 하잖아요. 현수 씨가... 현수 씨가 집안일을 좀 분담하면 안 되나요? 이 집에 나만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오늘 늦게 돌아왔는데 현수 씨가 밥을 짓지 않더라도 최소한 식자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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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서연은 이 제안을 미처 거절할 새도 없이 구현수에게 이끌려 집 문을 나섰다.가는 길에서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머릿속엔 오직 이까짓 월급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다.그녀는 구현수를 힐긋거리며 생각했다.‘현수 씨는 줄곧 가난하게 살아서 강주시에 어떤 음식점들이 있는지 모를 거야! 현수 씨 소비 수준이라면 길거리 음식으로도 대충 끼니를 때울 수 있어. 그리고 어떤 음식점들은 주식이 무한 리필이라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거야.’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씩 웃었다.그녀는 결혼한 이후로 줄곧 아껴 쓰며 검소하게 생활했다. 평소 끼니를 준비할 때도 저렴한 채소만 골라서 샀다. 다만 전에 강씨 일가의 연장자 도우미가 말하기를 젊은 부부는 열정이 식어가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가끔 나가서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는 것도 부부의 감정을 더 승화할 수 있다고 했다.‘그럼... 오늘 아예 현수 씨를 데리고 밖에서 거하게 한 끼 먹을까?’강서연은 생각에 푹 빠져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어느덧 구현수와 함께 가장 번화한 거리의 제인 호텔 입구에 떡하니 서 있었다!“여기로 해.”구현수는 마치 재래시장에서 배추 고르듯 홀가분하게 말했다.“뭐라고요?”강서연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여기서 먹자고.”구현수가 실눈을 뜨고 가볍게 웃었다.“이 호텔 괜찮은 것 같아.”강서연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심코 가방을 꽉 잡았다.이곳은 강주에서 가장 비싼 오성급 호텔이라 그녀는 평소 문 앞을 지나면서도 고개 들어 간판을 쳐다보지 못했다.이런 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그녀의 월급으로 아마 밑반찬 한 접시도 사지 못할 것이다!구현수가 그녀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자 종업원 두 명이 깍듯하게 90도 경례를 했고 매니저가 앞으로 마중 나오며 노련하게 미소 지었다.“어서 오세요.”“현수 씨!”강서연은 불쑥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왜 그래?”“우리...”‘우린 돈이 모자란다고요. 딴 곳으로, 저렴한 곳으로 바꾸면 안 될까요? 우리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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