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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서연은 한동안 반응이 없었다.

윤찬은 병원비뿐만 아니라 엄마를 이미 VIP 병실로 옮겼고, 지금은 전담 간병인이 옆에서 도울 뿐만 아니라, 최첨단 수입 약품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누나, 사실 누나 아버지는 아직 엄마를 마음에 두고 계신 것 같아."

윤찬은 단순하게 웃으며 말했다.

"참, 인제 그만 끊어야겠어. 야간 자습 가야 해! 그리고 누나, 내 책값 잊지 마, 지금 반에서 나 혼자만 안 낸 것 같단 말이야!”

"알았어..."

강서연은 윤찬이 전화를 끊을 때까지도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강유빈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강명원이 엄마에 대해 아직 옛정이 남아있는 걸까?

하지만 이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그날 강 씨 가족이 그녀에게 대하던 태도를 돌이켜보기만 하면 혼수는 물거품이 된 게 분명했다.

강서연은 혼수를 다시 받을 수 있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녀는 서둘러 침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팔찌를 상자에 넣어두었다.

'저당하지 않길 잘했어!'

그녀는 웃으며 손으로 상자 안의 장신구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앞으로 너희들을 잘 보호할게. 절대 너희들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 않을 거야!"

구현수가 문밖에서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여자의 장난스러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의 입꼬리에도 따스한 미소가 어렸다.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배경원이 보낸 메시지에는 '완료' 라는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알았어, 나중에 보상해 줄게.」

구현수는 항상 말을 아꼈고 오직 기분이 좋을 때만이 답장을 보내곤 했다. 배경원도 이렇게 많은 회답을 받아본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

주말, 강서연은 집 청소를 하고 있었고 구현수는 마당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리듬 있는 타격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웃었다. 남자들은 왜 이런 폭력적인 운동에 푹 빠져 매일 연습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운동을 막을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매우 지지했다.

집에서 샌드백을 치는 편이 오히려 나가서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강서연이 집 정리를 마치고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강유빈의 날카롭고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정말 대단하구나! 배 씨네 도련님한테까지 꼬리치다니, 정말 천한 계집의 유전은 어쩔 수 없는가 봐!"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원인도 모르고 욕을 얻어먹은 강서연은 전화를 끊으려는데 이때 강유빈이 화를 내며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씨 가문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아빠가 그 땅을 빼앗길 것 같아? 배 씨 도련님이 아빠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딸의 혼수까지 빼앗는 아버지가 어떻게 파트너에게 잘할 수가 있겠냐고 했단 말이야! 그래서 결국 그 땅을 빼앗기고 말았어! 넌 아빠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나 피 타는 노력했는지 전혀 모르지? 몇 달 동안의 심혈이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고! 이 천한 년, 이게 다 네가 한 짓 맞지?"

"뭐라고?"

배 씨 도련님이고 뭐고 땅이고 뭐라고 하는데 강서연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너 설마 미친 거야? 분명 네가 먼저 병원에 가서 찬이한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주고선 인제 와서 배 씨 도련님이고 뭐고 하는 거야? 난 이런 사람을 전혀 몰라!"

"너! 내 앞에서 시치미 좀 떼지 마! 겉으로는 청순하고 가련한 척하지만, 못된 생각만 가득해서 남자나 꼬시고 다니고… 내가 장담하는데 넌 남자들을 한두 번 꼬신 게 아니야! 그 구현수라는 자식, 너 같은 헌신짝하고 결혼해 주다니, 정말 다행이지 안 그래?"

"너!"

강서연은 모욕감에 온몸이 떨렸고 얼굴빛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성격이 연약하지만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는 강유빈의 도발을 어릴 적부터 얼마나 많이 경험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묵묵히 견디다가 나중에는 핍박에 못 이겨 반격하기 시작했고...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질 못했다.

강유빈의 예상치도 못한 말 때문이다.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강서연이 넋을 잃고 돌아보니 구현수가 음침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그는 목소리를 깔고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당신이 누구든지 내 아내에게 함부로 말하지 마. 아까 같은 더러운 말이 두 번 다시 내 귀에 들어오면 그땐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거야!”

말속의 독기가 글자 하나하나를 통해 뚜렷하게 전달되어 그 목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섬뜩했다.

전화 저편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마 강유빈도 그의 기세에 겁을 먹은 듯하였다.

구현수는 전화를 끊고 강서연에게 핸드폰을 돌려주고는 다시 마당으로 나와 무표정하게 샌드백을 치기 시작했다.

강서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갑자기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어렸을 때부터 아무도 그녀를 이렇게 지켜준 적이 없었다, 구현수가 처음이었다.

구현수는 샌드백을 몇 번 치더니 권투 장갑을 벗어 던지고는 어두운 얼굴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윽고 배경원은 구현수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강명원에게 뭐라고 했어?」

배경원이 조심스럽게 회답했다.

「형 말대로 압력을 좀 주었어요.」

문자를 보내자마자 구현수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리고 그의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수 얘기까지 꺼낸거야?"

"... 형?"

"너 이 자식!"

구현수는 입술을 깨물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네놈 머리는 언제쯤 철이 들 거야?"

구현수는 화가 난 듯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배경원은 한참 동안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옆에 방금 오성에서 온 유찬혁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 유찬혁은 배경원의 자초지종을 듣고 껄껄 웃었다.

"셋째 형님 말씀이 맞아. 넌 확실히 머리가 모자라!"

배경원은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생각해 봐, 네가 혼수를 이유로 강명원을 협박하여 그 땅을 빼앗으면 이건 누가 생각해도 강서연 때문인 게 뻔하잖아? 이제 잘됐어, 강 씨네 아가씨도 너랑 강서연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셋째 형이 화내지 않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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