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내가 왔잖아.”구현수는 그녀더러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으라고 했다.강서연은 순순히 그의 말대로 했다. 한편 구현수는 그녀를 뒤따라가지 않았다. 강서연은 방에 들어가 쿵쾅대는 문밖의 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건달들의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그녀는 창밖 너머로 건달들이 한바탕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은 모습을 지켜봤다. 다들 바닥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마당의 모랫바닥은 피로 흥건해졌다.구현수는 아직 직성이 안 풀렸는지 좀 전에 그녀가 잡았던 몽둥이로 한 남자의 다리를 힘껏 내리쳤다...“한 번만 더 내 아내를 건드려. 그땐 다리를 부러뜨리는 거로 끝나지 않을 거야!”구현수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싸늘하게 한 글자씩 내뱉었다.건달들은 지리며 허겁지겁 도망쳤다.강서연은 방 안에 숨어 쿵쾅대는 심장을 겨우 추스르며 호흡까지 가빠졌다.이때 구현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남편의 몸에 묻은 핏자국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움직였지만 결국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아까 많이 놀랐지?”구현수가 다가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졌다.강서연은 머리를 내저으며 두 팔을 벌려 그를 안고 작은 얼굴을 그의 품에 기댔다.다소곳하게 품에 안긴 그녀를 보니 구현수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던데.”구현수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그 자식들이 집 마당에 쳐들어왔을 때 몽둥이를 들고 내쫓을 엄두가 났어?”“안 그럼 어떡해요?”강서연이 고개를 들고 예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주위에 날 도와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당신도 집에 없는데 내가 용감해질 수밖에 없잖아요...”“그래, 다 내 탓이야. 너와 함께 집에 있어 줘야 했어.”구현수가 나지막이 말했다.“하지만 그 인간들 앞으로 더는 찾아오지 못할 거야.”강서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작은 손으로 탄탄한 그의 가슴 근육을 무심코 어루만졌다. 남자의 튼실한 몸매가 순간 그녀를 설레게 했다.구현수가 싸움을 잘
둘은 동시에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구현수는 강서연에게 먼저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곁눈질한 후 홀로 가서 문을 열었다.신석훈은 문밖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현수 씨가 사람을 때렸다고 들었...”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구현수의 옷에 묻은 핏자국을 보더니 그는 식겁하여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헐, 진짜였네요!”“건달들 몇 명일 뿐이에요.”구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게다가 너무 심하게 때린 것도 아니에요. 안 죽어요, 그 사람들.”“안 심하다고요?”신석훈은 그를 한쪽 옆으로 끌고 와 나지막이 말했다.“내장까지 파열돼서 지금 강주시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요!”구현수는 눈썹만 들썩일 뿐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그들은 죽음을 자초한 거나 다름없었다. 감히 겁도 없이 강서연에게 집적거렸으니 죽어도 쌀 목숨이었다.“그리고 또 한 명은 다리가 부러졌다던데!”신석훈은 안달이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 사람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요?”“그걸 내가 알아야 해요?”“현수 씨, 그 사람들 틀림없이 복수하러 올 거예요!”구현수는 핏자국이 묻은 웃옷을 벗어 한쪽 옆에 내던지고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실은 그도 몇몇 건달들이 집안 배경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마을 이장의 아들, 면장의 조카 등등 보잘것없는 이따위 집안 세력을 믿고 마을에서 제멋대로 날뛰고 있다.구현수는 진작 이런 건달들을 다스리고 싶었다.“아내분 데리고 일단 여길 떠나는 게 어때요? 다른 곳으로 가서 잠시 피해 있어요!”신석훈이 그에게 제안했다.“그 사람들은 호락호락한 자들이 아니에요. 보복을 당할 게 뻔한데 여기서 이러고 있지만 말고 얼른 떠나요. 그 사람들과 절대 정면충돌해선 안 된다고요!”구현수는 그런 그가 너무 시끄러웠다.이제 막 거절하려던 참에 그는 곁눈질로 침실 문 앞에 서 있는 강서연을 보게 되었다.“내 생각엔... 우리가 피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강서연이 나지막이 말했다.구현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왜
그날 오전의 회의는 유난히 견디기 어려웠다.강서연은 왠지 방진영이 줄곧 야릇한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고 이에 성소원은 적의에 찬 눈빛으로 날카롭고 예리하게 자신을 쏘아보는 것만 같았다.회의가 끝난 후 방진영이 먼저 찾아와 말을 꺼내기 전에 강서연이 재빨리 깍듯하게 웃으며 핑계를 둘러대고 회의실을 나섰다.문을 나서기 전 성소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대체 뭐 하는 거야? 여우 같은 년한테 아주 시선을 못 떼던데!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강서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점심시간에 이 일을 임우정에게 알리자 그녀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렇게 큰 회사에서 하필이면 그 두 원수와 마주치다니, 임우정도 기막힌 우연에 한탄했다.“이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조심스럽게 상대해.”임우정은 나지막이 그녀에게 말했다.“서연아, 난 이미 영업팀에서 나오다 보니 널 챙겨주기가 힘들어. 게다가 그 성소원 씨 외삼촌이 이 회사 대주주라 평소에 그것만 믿고 기고만장하게 날뛰어... 아무튼 앞으로 네가 갈 길이 험난할 거야.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해!”“알았어요, 걱정 말아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었다.“나만 실수하지 않으면 성 매니저도 딱히 날 어떻게 하지 못할 거예요.”다만 그날 오후 성소원은 일부러 그녀에게 미션을 하나 주었다.“잠시 후에 티타임이 있을 예정이야. 이건 참석자 명단이고. 전부 우리 회사의 중요한 바이어들이니 준비 제대로 해.”강서연은 머리를 끄덕였다.명단에 대략 십여 명 인원이 적혀 있었다. 이번 티타임은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깔끔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참 그리고, 진안 그룹의 은 대표를 많이 신경 써야 할 거야.”성소원이 입꼬리를 올렸다.“모든 방면에 막강한 여자 대표인데 유독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서 디저트 준비할 때 절대 땅콩이 들어가면 안 돼.”“네, 명심하겠습니다.”강서연은 명단을 들고 자리를 나섰다.비록 첫 출근한 신인이지만 그녀는 조리 밝고 꼼꼼하게 정
“영업팀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 중 하나에요.”성소원이 일부러 회사 정기 회의에서 야유 조로 비아냥거렸다.“누구든 영업에 천부적 재능이 없으면 자리만 떡하니 차지하지 말고 다른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남겨줘야죠! 우리 회사는 노후 보내러 온 장소가 아니란 걸 다들 잘 알고 있겠죠? 오더를 한 개도 내리지 못한 채 기본 수당만 받는 사람은 앞으로의 진로를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요!”강서연은 줄곧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오후 내내 그녀는 구겨진 미간을 펴지 못했다.다만 종일 지쳐있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문을 열자마자 구현수가 양반처럼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주방은 텅 비었고 목을 축일 따뜻한 물조차 없었다.강서연은 오랫동안 참은 서러움이 그 순간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당신... 밥을 안 지었어요?”구현수가 흠칫 놀라더니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눈앞의 그녀는 작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강서연은 맑고 커다란 두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다만 질문 조의 말투가 전혀 질문처럼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서러움에 북받친 새신부가 제 남편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것만 같았다.구현수는 가슴이 움찔거려 그녀를 더 지그시 바라봤다.“왜 그래?”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무고한 표정으로 물었다.“결혼한 뒤로 줄곧 당신이 밥을 했잖아?”강서연은 머뭇거리다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구현수의 체구에서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녀 앞에 서 있으니 덩치가 훨씬 더 커 보였고 순간 강서연은 마냥 연약해 보였다.게다가 그녀의 성격이 온순하고 너그럽게 포용해주다 보니 구현수를 탓할 것도 없었다.다만...“그래요, 맞아요.”강서연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말했다.“줄곧 내가 밥을 했죠. 하지만 이젠 출근도 해야 하잖아요. 현수 씨가... 현수 씨가 집안일을 좀 분담하면 안 되나요? 이 집에 나만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오늘 늦게 돌아왔는데 현수 씨가 밥을 짓지 않더라도 최소한 식자재는
강서연은 이 제안을 미처 거절할 새도 없이 구현수에게 이끌려 집 문을 나섰다.가는 길에서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머릿속엔 오직 이까짓 월급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다.그녀는 구현수를 힐긋거리며 생각했다.‘현수 씨는 줄곧 가난하게 살아서 강주시에 어떤 음식점들이 있는지 모를 거야! 현수 씨 소비 수준이라면 길거리 음식으로도 대충 끼니를 때울 수 있어. 그리고 어떤 음식점들은 주식이 무한 리필이라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거야.’강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씩 웃었다.그녀는 결혼한 이후로 줄곧 아껴 쓰며 검소하게 생활했다. 평소 끼니를 준비할 때도 저렴한 채소만 골라서 샀다. 다만 전에 강씨 일가의 연장자 도우미가 말하기를 젊은 부부는 열정이 식어가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가끔 나가서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는 것도 부부의 감정을 더 승화할 수 있다고 했다.‘그럼... 오늘 아예 현수 씨를 데리고 밖에서 거하게 한 끼 먹을까?’강서연은 생각에 푹 빠져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어보니 어느덧 구현수와 함께 가장 번화한 거리의 제인 호텔 입구에 떡하니 서 있었다!“여기로 해.”구현수는 마치 재래시장에서 배추 고르듯 홀가분하게 말했다.“뭐라고요?”강서연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여기서 먹자고.”구현수가 실눈을 뜨고 가볍게 웃었다.“이 호텔 괜찮은 것 같아.”강서연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무심코 가방을 꽉 잡았다.이곳은 강주에서 가장 비싼 오성급 호텔이라 그녀는 평소 문 앞을 지나면서도 고개 들어 간판을 쳐다보지 못했다.이런 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그녀의 월급으로 아마 밑반찬 한 접시도 사지 못할 것이다!구현수가 그녀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자 종업원 두 명이 깍듯하게 90도 경례를 했고 매니저가 앞으로 마중 나오며 노련하게 미소 지었다.“어서 오세요.”“현수 씨!”강서연은 불쑥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왜 그래?”“우리...”‘우린 돈이 모자란다고요. 딴 곳으로, 저렴한 곳으로 바꾸면 안 될까요? 우리와 같은
강서연은 낯빛이 살짝 변하더니 심장이 쿵쾅댔다.그가 뭘 알아낸 걸까?아니면 딴 사람들에게 강씨 일가에 사생아가 한 명 있는데 강유빈을 사칭하여 이 혼약을 이행했다고 엿들은 걸까? 그와 결혼한 여자는 사실 짝퉁이고 강씨 일가에서 애지중지 키운 딸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걸까?남자들은 다 허영심이 있다 보니 자신과 결혼한 배우자가 예쁜 재벌 집 딸이길 바라지 그녀처럼 못생기고 촌스러운 신데렐라길 원치 않을 것이다.강서연은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녀는 절대 인정하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 구현수는 싸움을 벌여 감방까지 갔던 사람이다...그런 그가 작정하고 화를 내면 후폭풍은 아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네? 할 얘기라니요?”그녀는 맑고 커다란 눈망울로 그를 쳐다보며 애써 화제를 전환하려 했다.“아 참, 나 이번 달에 실적이 별로 없어서 다음 달에 더 분발해야 해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 함께 밥 먹을 시간이 별로 없을 거예요. 현수 씨 혼자 잘 지낼 수 있죠?”“내가 애야?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구현수가 웃으며 그릇에 담긴 랍스터 볶음밥을 절반 덜어서 그녀에게 줬다. 강서연이 기어코 안 받으려 하자 구현수가 음침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내리깔고 물었다.“내가 먹여줘?”그녀는 결국 목을 움츠리며 그에게 수긍했다.잠시 후 구현수의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배경원한테서 온 문자였다.그는 몰래 주변을 살피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사악한 미소를 날리고 있는 배경원과 그의 옆에 서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유찬혁을 발견했다.“나 화장실 다녀올게.”구현수는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하고는 레스토랑 복도 모퉁이로 걸어갔다.배경원은 끝내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부부가 애틋해 죽던데요?! 랍스터 볶음밥 1인분을 서로 한 숟가락씩 나눠 먹다니, 심지어 머리까지 맞대고요... 형이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인 걸 난 왜 전에 몰랐죠?”구현수가 힐긋 째려보자 배경원은 애써 입을 다물고 더는 나불거리지 못했다.“형, 경원이 뭐라 할
배경원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배씨 가문이 강주에서 세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깨알만 한 작은 회사까지 조사해낼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신분으로 조사를 시작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을 수가 없다.만에 하나 또 저번처럼 강명원을 처리하다가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는다면...배경원은 마른기침을 해대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형, 알아볼 순 있는데 미리 부정적인 얘기부터 해둘게요. 이 기간에 누군가가 헛소문을 퍼뜨리며 내가 형수님과 바람났다고 떠들어대도 절대 믿으면 안 돼요... 악!”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유찬혁이 그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입사한 지 2개월이 되어가니 강서연은 더 열심히 일에 전념했다. 사회초년생의 생존 법칙도 거의 파악했고 성소원의 괴롭힘에도 원만하게 해결할 줄 알게 되었다. 방진영이 대놓고 또는 은밀하게 집적거려도 그녀는 저 자신을 지키는 법을 터득하여 업무상에서 그와 최대한 적게 접촉하려 했다.다만 이 또한 엄청난 정력을 소모하기에 그녀는 매일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집에 돌아와 하이힐을 벗고 소파에 누우면 가끔은 너무 피곤해 새벽까지 잠들기가 일쑤였다. 깨어나 보면 몸에 얇은 담요를 덮고 있고 구현수가 옆 마룻바닥에서 팔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그녀가 구현수의 소파를 차지하고 잠들었을 때 구현수는 침실에 있는 그녀의 침대에 들어가 자지 않았다.강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불안감을 느끼는 동시에 가슴에 따뜻한 전류가 흘렀다.구현수가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회사 다니기 그렇게 힘들면 그냥 관둬, 하지 마.”“어떻게 그래요?”강서연이 그를 쳐다보며 되물었다.“일을 안 하면 무슨 돈으로 집세를 내고 밥을 먹어요 우리?”“이까짓 돈에 연연하는 거야?”“이까짓 돈이요?”강서연이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양반 납셨네요. 집안 살림을 안 하니까 쌀이 귀한 줄도 모르겠죠? 내 월급으로 우리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어휴, 오더를 많이 내리지 못하고 보너스를 받지 못하면 우리 앞으로 엄청 고생해야 할
임우정은 강서연이 회사에서 성소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안쓰러워 그녈 위해 업무를 더 뛰었고 본인의 거래처들도 그녀에게 소개해주며 발주를 내리는 데 관한 기교를 많이 전수해주었다.“너 기억해. 오더는 한 번에 성사되는 게 아니야. 주문 건 한 건도 수차례 상의해야 성사할 수 있어. 이 또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강서연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평소에 바이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해. 네가 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그 사람들도 너에게 오더를 한 건이라도 내릴 것 아니야!”“네, 그건 저도 알아요.”“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임우정이 웃으며 말했다.“영업을 뛰려면 뻔뻔스러워져야 해! 체면을 다 내려놓아야 지갑이 두툼해질 수 있다고! 알겠어?”강서연은 예쁘고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며 반달웃음을 지었다. 이때 스크린에 그녀들의 식번이 떴고 강서연은 재빨리 음식을 가지러 카운터로 향했다.점심은 아주 간단한 패스트푸드인데 강서연은 가장 저렴한 야채 요리만 한 개 들고 왔다. 이에 임우정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건넸다.“그걸로 배부르겠어?”“문제없어요.”강서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저 원래 적게 먹어서 이거면 돼요.”“되긴 뭘 돼?! 영업을 뛰려면 안 그래도 체력 소모가 엄청날 텐데 너 그 작은 체구로...”임우정은 말끝을 흐리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집에 남편이 너 돈을 못 쓰게 감시하고 있어?”강서연이 해명하려고 할 때 구현수한테서 문자가 한 통 날라왔다.그녀는 문자를 확인하고 한동안 침묵했다. 임우정은 어두운 표정의 강서연을 보더니 휴대폰을 뺏어와 힐긋 보고는 화가 나서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너무했네 진짜!”임우정은 화가 나서 말까지 더듬거렸다.“아니 어떻게... 쇼핑을 할 수 있어? 벨트 하나에 60만 원이라고?”“언니, 목소리 낮춰요!”강서연이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다만 요즘 들어 구현수가 이상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매일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즐겼는데 어느 하루는 강서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