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51 - 챕터 1560

1572 챕터

제1551화

“드디어 깼네.”강지훈은 소현아의 따뜻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소현아의 표정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강지훈을 토닥이려 팔을 들어 올렸지만, 결국 그의 등엔 올리지 못했다.바로 직전, 무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예전의 그녀는 좋게 말하면 순진했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석고 지능이 낮았다.그래서 줄곧 사랑을 비롯한 많은 감정들을 알지 못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치고 있음이 느껴졌다“현아야, 왜 이렇게 떨어.”소현아의 어깨를 잡고 있는 강지훈의 눈동자는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그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소현아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강지훈 씨?” 소현아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강지훈의 눈썹을 어루만졌다가 재빨리 손을 뒤로 움츠렸다.강지훈도 소현아의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는지 즉시 휴대 전화를 꺼냈다.“의사들 전부 불러와.”강지훈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잠시 후, 소현아의 주치의가 허둥지둥 뛰어 들어와 이마의 땀을 훔치고는 소현아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그 소란에 다른 사람들도 몰려왔다.“현아 깨어났어?”고윤정은 털 슬리퍼를 신고 다소 수척해진 얼굴로 방에 들어왔다.규영과 미진도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 아이도 엄마를 알아챈 듯 배시시 웃음을 짓고 있었다.“일단 의식을 찾은 걸 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피를 조금 뽑아야 하는데...”의사는 가득 긴장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 이마에는 긴장감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뽑아.”강지훈은 소현아의 옆에 걸터앉아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현아는 별다른 반응 없이 줄곧 멀리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바늘이 살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소현아는 미간만 살짝 찌푸릴 뿐 소리치거나 울지 않았다.강지훈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됐어요, 됐어요.”의사가 바늘을 빼려는 순간 소현아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그 바람에 의사는 너무 놀라 혼비백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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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그래. 쉬어. 내가 옆에 있을게.”강지훈은 소현아를 껴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의 넓은 가슴팍에 안겨 있으니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현아야, 미안해. 그때 그 전화 받지 말았어야 했는데.”강지훈이 고개를 숙인 채 소현아를 더욱 꼭 끌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잘못 아니에요. 제가 낯선 사람 따라간 게 잘못이죠. 다 저 때문이에요. 걱정시켜서 미안해요.”소현아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당시 그녀는 그저 소월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불시에 누군가에게 떠밀려 길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정신을 잃는 순간 그녀의 눈에 강지훈이 들어왔다.그는 아무 말 없이 소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점점 더 크게 엄습했다.다음 날 아침,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휴대 전화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강지훈은 즉시 눈을 뜨고 전화를 받았다.“중요한 일이어야 할 거야.”강지훈이 분노가 서려 있는 얼굴로 말했다.“주인님, 잡았습니다.”잔뜩 흥분된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 목소리에 강지훈의 두 눈동자는 순식간에 핏빛으로 변했고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좋아, 기다려. 일단은 건드리지 마.” 그는 전화를 끊은 뒤 몸을 돌려 소현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엔 그녀의 분홍빛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현아야, 좋은 아침.”그는 빠르게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어두컴컴한 방 안, 소현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에선 여전히 총기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가 이불을 꽉 말아쥐고 있던 손에 서서히 힘을 풀었다.급히 도착한 강지훈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텅 빈 방 한가운데 한 남자가 온몸이 묶인 채 기절한 상태로 바닥에 던져져 있었다.“깨워.”강지훈이 등장하자 옆에 있던 부하가 곧바로 명령했다. 하지만 강지훈은 천천히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내가 하지.”그가 범접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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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여긴 너희들에게 맡긴다. 내가 실망하지 않게 잘 처리해.”그가 긴 다리를 움직여 떠나려 할 때, 남자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몸부림치며 끙끙거렸다.강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반짝이는 구두의 방향을 틀었다.“꺼내.” 그가 말했다.남자의 입에서 피 묻은 천 조각이 뜯겨 나왔다. 그는 입안 가득 피를 머금고 헐떡이며 공기를 들이마셨다.“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는 거야? 넌 위험한 놈이야. 그 사람들은 네가 하는 짓들 일일이 모두 지켜보고 있어. 내가 없어도 다른 놈들이 널 노릴 거다. 그렇게 안하무인 거만하게 굴더니, 이건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넌 죽어야 마땅해. 널 건드리지 못하니 화살은 그 여자한테 갈 수밖에 없어. 너 그 여자 사랑하잖아? 그래서 결혼까지 하려는 거고. 네가 그 여자를 해치고 있어! 그 여자는 너 때문에 다친 거야!”남자는 미친 듯이 웃으며 두서없는 말을 내뱉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조용히 듣고 있던 강지훈의 입가에 오싹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섬뜩한 표정으로 옆에 놓여 있던 쇠 파이프를 집어 들었다.쇠 파이프가 살덩이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간간이 악에 받쳐 질러내는 고성도 들렸지만, 마지막엔 간신히 뱉어낸 미세한 숨소리만 남아 있었다.쇠 파이프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강지훈은 손을 뻗어 넥타이를 단정히 정리했다.온몸에 검붉은 피를 뒤집어썼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처리해.”그는 간단히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강지훈은 무거운 얼굴로 스쳐 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에 그 남자의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그의 얼굴은 쳐다보는 사람마다 저절로 뒤로 물러서게 할 만큼 차갑고 섬뜩했다. 강지훈이 떠난 후, 소현아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돌연 나타난 소현아의 모습에 규영과 미진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현아 아가씨... 어떻게 일어나셨어요?”그들은 얼른 소현아에게 달려가 호들갑을 떨며 양쪽에서 한쪽 팔씩 잡고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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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고윤정의 목소리에 생각에 잠겨 있던 소현아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강지훈이 보였다. 가장 끔찍한 것은 강지훈의 온몸을 칠하고 있는 시뻘건 피였다.강지훈이 고윤정을 지나쳐 소현아 앞에 앉았다. 겉옷을 벗고 흰 셔츠만 남아 있었지만, 그 짙은 피비린내는 도무지 가시지가 않았다.소현아는 참지 못하고 코를 움켜쥔 채 강지훈을 쳐다보며 약간 불만 섞인 말투로 말했다.“냄새나요. 저리 가요.” 잠시 후 그녀는 문득 자신이 방금 전 강지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너무나 강하게 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강지훈을 향해 몸을 돌렸다.그녀는 강지훈을 두려워했다. 이전 강지훈과의 관계 속에서 그가 했던 수많은 행동들이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방금 전의 행동은 그저 무의식적인 반응일 뿐이었다.강지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일단 밥 먹어.” 그는 소현아의 앞쪽으로 큰 손을 뻗어 계란을 잘라 노른자를 꺼냈다.소현아는 도려낸 노른자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아침 식사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은은하게 풍기는 피 냄새 때문에 음식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소현아는 만족스러운 듯 배를 쓰다듬었다.너무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던지라 이런 포만감을 느낀 건 너무나 오랜만이었다.그 순간,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 보니 강지훈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요? 씻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빨리 가요! 냄새나요.”강지훈의 지저분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소현아는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으로 그를 밀어냈다. 하지만 이내 강지훈에게 붙잡혀버렸다.“냄새나서 싫어? 그럼 네가 도와줘.”강지훈이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현아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두 팔을 교차해 팔짱을 꼈다.“당신은 손 없어요?” 소현아는 강지훈에겐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아기를 안고 방긋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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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그녀의 심장은 고장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강지훈이 정말로 무언가 알아챘을까 봐 불안감이 엄습했다.강지훈은 차가운 얼굴로 한동안 그녀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너무 피곤했나 봐. 놀랐지.”그는 소현아의 쇄골에 얼굴을 묻고 살짝 깨물어 옅은 흔적이 남겼다.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할수록 그 흔적은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예전의 소현아는 지능이 낮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저 이유도 모른 채 수치스러움과 갈망을 동시에 느낄 뿐이었다.이제 완벽히 회복했으니 남녀 간의 은밀한 일 또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잠... 잠깐만요.” 소현아는 나른한 목소리로 신음하며 두 손으로 강지훈을 필사적으로 밀어냈다.그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하여 너무나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뭘 기다려? 나 이미 충분히 많이 기다렸어.”강지훈은 그 누구도 흔들지 못할 고집스러운 성격을 갖고 있었다. 며칠을 굶주린 맹수처럼 소현아의 온몸을 탐닉하고도 만족하지 못했다.밤새도록 이어진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뒤, 소현아는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채 맥없이 누워있었다.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불편했는지 침대에서 몇 번 몸을 뒤척였다. 넓은 침대에 자신 혼자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무료함을 느끼고 몸을 일으켰다.어젯밤 강지훈이 잠들었던 자리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강지훈 나쁜 놈,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바로 가네!”소현아는 화가 나 옆에 있던 베개를 바닥에 내던졌다가 이내 터덜터덜 걸어가 다시 주워 올렸다.때마침 배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에 그녀는 배를 문질렀다. 어제 배불리 먹지도 못한 데다 한바탕 격렬히 운동까지 했으니 뱃가죽이 등에 맞닿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속 자신을 본 순간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쇄골, 가슴, 목 할 것 없이 성한 곳이 없었고, 온통 푸르스름한 멍 자국 투성이였다.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녀가 끔찍한 일을 당한 줄로 알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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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뭐 하는 거예요? 졸려 죽겠는데 아침부터 너무 시끄러워요.”소현아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규영과 미진은 돌연 나타난 소현아에 그 두 사람에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재빨리 다가왔다.“현아 아가씨, 바닥 차가워요.”고개를 숙여 보니 줄곧 신고 다녔던 토끼 슬리퍼가 사라져 있었다.예전엔 슬리퍼를 찾지 못하면 그냥 맨발로 뛰어다녔었다.신발은 그야말로 거추장스러운 물건일 뿐이었다. 왜 사람들은 집안에서 이토록 번거롭게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런 그녀의 성향을 눈치챈 강지훈이 바닥에 매트를 깔아주었고, 그 후 소현아는 더욱 제멋대로 맨발로 뛰어다녔다.그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녀는 하얗고 보드라운 두 발을 슥 비비고는 규영과 미진을 향해 헤헤 웃어 보였다.“잊어버렸어요. 신발 또 못 찾겠어요.”“아가씨, 눈이 왜 이렇게 빨개요? 혹시 눈 불편하신가요?” 미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소현아는 규영과 미진에게 이끌려 방으로 돌아가 신발을 신었다.하지만 그 질문에 대해선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 버렸다.오후.소현아는 일부러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고윤정도 한가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집안에서도 빈틈없이 움직이는 완벽한 안주인이었고, 직장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영향력 가득한 사람이었다.이제 소현아의 일이 해결되었으니, 자연히 더 이상 집에만 머무르지 않았다.“규영 씨, 미진 씨, 시안이랑 시윤이 데려다줘요.”규영과 미진이 곧바로 아이들을 데려왔다. 소현아는 품 안의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뭉클함과 저릿함이 그녀의 마음속에 점점 더 크게 피어올랐다.그녀는 조금 전 두 도우미가 했던 말이 어쩌면 정말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지훈이 정말 그녀 같은 바보 때문에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포기할까?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되었다.그녀는 붉어진 두 눈을 비비고 아이들을 다시 건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진이 물었다.“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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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그녀가 지금 유일하게 믿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장소월뿐이다.소현아가 말없이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자 규영과 미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소현아가 분명히 한바탕 화를 내거나 울음을 터뜨린 뒤 강지훈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강지훈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이 시간이 되어 있었다. 그는 옷을 벗은 뒤 목을 비틀고 뚝뚝 뼈 소리를 내며 말했다. “오늘 현아 뭐 했어?”“현아 아가씨께선 오늘 아침 일어나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오후에는 도련님과 아가씨를 잠깐 보시고 나가시려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셨고, 그 후로는 나오지 않으셨습니다.”규영과 미진이 서둘러 말했다.강지훈은 걸음을 멈추고 차갑고 날카로운 두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별다른 소란은 없었고?”규영과 미진은 고개를 저었다.“안 내려오면 가져다줬어야지.”강지훈이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 “가져다드렸습니다. 하지만 현아 아가씨께서 배고프지 않다며 드시지 않겠다고 하셨어요.”강지훈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옷을 정리한 후 위층으로 향했다.규영과 미진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방문이 열리고 강지훈이 현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잠시 멈춰 섰다가 천천히 소현아의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소현아는 눈을 감고 있었다. 달빛이 그녀의 윤곽을 비추어 더욱 청초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강지훈의 거친 손이 소현아의 눈꺼풀과 속눈썹 위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소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가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강지훈 씨, 일부러 그랬죠! 저 안 자는 거 알고 있었죠!”소현아는 콧방귀를 뀌며 홱 몸을 돌렸다.화가 난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강지훈은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자는 척하는 게 너무 티가 나는 걸 어떻게 해. 속눈썹이랑 눈꺼풀이 파들파들 떨리는데 누가 봐도 알지.”강지훈은 그녀에게 가짜로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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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당... 당신 뭐 하는 거예요?”소현아는 겁에 질려 손을 짚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강지훈에게 붙잡히고 말았다.“소현아, 지난번에 얼마나 위험했는지 몰라? 또 그런 일이 생겼을 때에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나조차도 장담 못 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너를 집에 가둬두는 거야. 앞으로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마. 알겠어?”강지훈이 핏발이 잔뜩 서린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소현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오랫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러니까, 나를 계속 집에만 가둬두겠다는 거예요?”소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강지훈은 곧바로 화를 가라앉혔다.“너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내가 최대한 빠르게 깨끗이 해결할게.”그는 안절부절못하며 다급하게 그녀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다른 사람이 울면 매정히 으름장을 놓기가 일쑤였지만, 소현아가 눈물을 보이면 불안감에 어쩔 줄을 몰랐다.“현아야, 만에 하나 정말로 네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 엄마를 잃으면 분명 불행해질 거야. 그리고 난...”강지훈이 눈을 내리깔았다.‘나도 너 없이 살 수 없어.’소현아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짓고는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맞아요. 아이들은 엄마가 없으면 안 되죠..”소현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방 안에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강지훈 손끝의 눈물은 이미 말라 있었지만 그 온도는 여전히 뜨거웠다.강지훈은 답답함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소현아는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입술을 앙다물었다.‘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강지훈이 나랑 결혼하려는 이유가 오로지 아이 때문일까?’소현아는 뻐근한 어깨를 문지르고 눈을 감았지만 밤새도록 잠들지 못했다.어지럽게 흩어진 침대 위, 소현아는 한가운데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곳을 떠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밤새도록 뒤척이며 고민한 결과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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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소현아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손목에서 저릿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만신창이가 된 마음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알았어, 알았어. 일단 나와. 지훈이한테 오라고 할게. 응? 무슨 일이든 차분하게 해결해야지. 몸을 함부로 해치면 안 돼.”고윤정은 도우미를 시켜 즉시 강지훈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하지만 소현아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는 듯 간신히 고개를 들고 말했다.“그 사람이 직접 와야 해요.”소현아도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몸이 너무 차가워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그녀는 강지훈이 지금 당장 달려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윤정은 자초지종은 몰라도 사태의 심각성은 선명히 느낄 수 있었기에 급히 강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집으로 오라고 말했다.소현아는 고윤정의 통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안심했다.그녀의 이 행동은 강지훈을 압박하기 위함이었다. 강지훈이 그녀가 다칠까 봐 외출을 금지한다면, 그녀 나름대로 몸을 해치는 방법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이용해 강지훈이 지금 당장 결혼 얘기를 꺼내도록 이끌어낼 생각이었다.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이 위험한 호랑이 소굴에서 1분 1초도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강지훈 쪽 일은 아직 채 해결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었다. 이 시기에 결혼한다면, 분명 모든 신경을 적들을 상대하는 데 쏟을 것이기에 그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소현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과다 출혈로 인해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고윤정은 몰래 옆에서 있는 규영과 미진에게 눈짓을 보냈다.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소현아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오지 말아요.”소현아는 크게 소리치며 바닥에서 깨진 도자기 조각을 집어 들고 자신의 목을 겨냥했다.평생 이곳에 갇힌 채 오직 자식들을 위해 남편이 다른 여자들을 끼고 사는 것을 참아내며 덧없이 세월을 흘려보낼 바엔 차라리 남은 인생을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현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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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강지훈 씨.”소현아가 낮게 신음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현아야, 아직 움직이지 마. 상처 조심해야 해.” 강지훈이 걱정스레 말했다.소현아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누워 고개만 옆으로 돌렸다.“왜 그렇게 서둘러 결혼하려고 하는 거야? 혹시 누가 너한테 무슨 말이라도 했어?”낮고 깊은 목소리가 소현아의 귀에 스며들었다.소현아는 손으로 이불을 움켜쥐고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강지훈 씨를 너무 사랑해서 하루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었어요. 결혼하고 나면 저는 당신의 아내가 되고, 당신의 모든 게 다 제 것이 되잖아요.”소현아는 활짝 웃으며 어리숙한 척 말했다.강지훈은 그녀를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단지 그것 때문이야?”소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렇게 할게.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런 어리석은 짓 하지 마. 알았지? 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해. 네가 원하는 거라면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강지훈이 팔을 뻗어 그녀에게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주었고, 소현아는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만족한 건가?’‘그렇겠지?’전에 결혼식 준비가 이미 거의 끝나 있었던 터라 이번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 강지훈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소현아가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모두 그가 너무 바빠 오지 못하는 거라고 말했다.소현아는 결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결혼식 당일, 강씨 집안에선 수많은 사람들을 초대했다. 또한 강지훈은 소현아의 바람대로 전연우에게 청첩장을 다시 보냈다.하지만 이번에도 전연우는 보자마자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새벽, 소현아는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다가 슬픔 가득한 얼굴로 텅 빈 방을 둘러보았다.“강지훈 씨, 오늘 밤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는 나 볼 생각하지 말아요.”소현아가 조용히 속삭였다.하지만 그날 밤에도 강지훈은 돌아오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일찍, 소현아는 강제로 일으켜져 신부 화장을 시작했다.그녀는 조용히 거울 속 화려하게 메이크업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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