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소현아, 넌 정말 천생 사모님 팔자야. 게을러터져서는. 네 시녀 노릇 할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김혜지는 한숨을 쉬며 물건들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소현아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난 세상에서 혜지가 제일 좋아.”김혜지는 소현아가 지난 2년 동안 사귄 가장 친한 친구였다. 2년 전 김혜지는 소현아와 함께 셋방살이를 했는데, 당시엔 그녀가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야 돌아왔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그러다 어느 날 김혜지가 술에 취해 소현아에게 속 깊은 진심을 털어놓았다.김혜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그녀에게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하지만 그녀는 재능만 있을 뿐 든든한 집안이나 뒷배가 없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국 직장을 잃고 말았다. 급기야 월세를 낼 돈도 없이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나고 꿈도 이룰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소현아에게 마음속의 서러움을 털어놓았다.다음 날, 김혜지는 돈도 없는 데다 수치스럽기까지 해 몰래 이사를 하려고 했다.하지만 소현아가 그녀를 붙잡았다. 소현아는 김혜지에게 그녀만의 스튜디오를 열도록 투자하고, 월세도 대신 내주었다.김혜지는 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불과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크게 성장시켰다.그렇게 소현아와 김혜지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그 후, 두 사람은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소현아의 게으름뱅이 삶도 본격적으로 함께 시작되었다.“밥 다 됐어.”김혜지가 음식이 담긴 접시들을 들고 나왔다. 그녀의 말에 소현아는 머릿속 고민을 치워버리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맛있는 음식들로 가득 찬 풍성한 식탁을 본 소현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맛있는 게 많아? 너무 푸짐한데.”소현아는 코를 씰룩거리며 만족스럽게 침을 꿀꺽 삼켰다.“오늘 좋은 날이거든. 너희들에게 알려줄 좋은 소식이 있어.”김혜지가 눈가에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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