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직은요.”명세진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고윤정은 웃으며 다시 소현아에게 시선을 옮겼다.“현아야, 나 엄마랑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동안 과일 먹고 있을래?”고윤정은 아이 달래듯 규영과 미진 손에 있던 과일 접시를 가져다주었다.“네!”소현아는 엄마를 만나 기분이 좋아서인지 입맛도 절로 돌았다.명세진은 자리를 뜨라는 뜻임을 알아차렸다.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만, 강 씨 집안의 세력에 맞설 수는 없었기에 결국 고윤정을 따라나섰다.방문이 닫힌 뒤, 고윤정은 명세진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아래층 거실로 안내했다.“앉으세요.”명세진은 잠시 망설이다 자리에 앉았다.“제가 주제넘은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명세진이 입을 열자 고윤정이 고개를 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는 명세진을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말씀하세요.”“이게 대체 무슨 의미입니까? 왜 배가 저렇게까지 커져 있는 제 딸을 여기로 보내놓은 거죠? 전에 강지훈 씨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제 딸은 지금 임신까지 한 상태입니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찻잔을 든 소현아 어머니의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비록 변변치 못한 가문이지만, 제 딸이 이런 혹독한 대우를 받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그녀의 얼굴은 무척 진지했다. 고윤정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어머님의 마음 이해합니다. 염려 마세요. 제가 언젠간 분명한 설명을 해 드릴 겁니다.”고윤정의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 태도에 명세진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그 후 며칠 동안, 소현아는 매일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고윤정은 그녀를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언제 나갈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고윤정은 그저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그녀는 강지훈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바깥에 나가게 해준다고 말했었는데... 현실은 이곳에 갇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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