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야, 그냥 아예 우리 오빠랑 사귀어. 너 어차피 그 사람 싫어하잖아. 오빠랑 결혼하면 그 남자도 어쩌지 못할 거야. 그리고 너도 알잖아, 우리 오빠가 너 좋아한 지 꽤 됐다는 거.”김혜지는 머리를 쑥 내밀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현아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눈을 흘겼다.“혜지야, 양심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난 같은 마음 아니라는 거 알잖아. 네 오빠 인생 망칠 순 없어.”소현아는 쿠션을 툭툭 두드리더니 다시 그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만약 그녀가 진짜로 김태훈과 결혼한다면, 강지훈이 어떤 짓을 벌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김혜지도 소현아가 거절할 줄 알았는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대신 배달음식을 잔뜩 시키고 강지훈이 보낸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이처럼 좋은 물건들을 낭비할 순 없다는 명목이었다.두 사람은 아이들을 재운 뒤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버렸다.그날 밤, 소현아는 바보였던 시절의 꿈을 꾸었다. 강지훈은 그녀에게 나쁘지 않게 대해 주었고, 적어도 먹고 마시는 데 부족함은 없었다. 가끔 ‘운동’을 해야 했던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할 일도, 고민도 없이 빈둥거리며 지냈다.소현아는 입맛을 다시며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뺨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 그 손을 쳐내며 눈을 떴다. 순간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는 익숙한 얼굴에 깜짝 놀라 새빨개진 얼굴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강... 지훈 씨? 나 지금 꿈꾸는 건가?”소현아는 강지훈의 팔을 철썩 내리쳤다.강지훈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무슨 꿈?”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씩 웃고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러니까, 내 꿈을 꿨다는 거지?”소현아는 그제야 이건 꿈이 아님을 확신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가고는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쇄골이 반쯤 드러났다.강지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