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71 - 챕터 1574

1574 챕터

제1571화

소현아는 곁에 있는 남자를 흘깃 쳐다보았다.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얼굴엔 더 짙은 사나움이 깃들어 있었다.“왜 그렇게 멀리 앉아?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강지훈은 옆에 앉은 소현아를 훑어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긴 다리를 뻗어 꼼짝하지 못하도록 소파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강지훈 씨, 만약 아이들 때문이라면 한 번 만나게 해줄게요. 하지만 옛날 일을 따질 생각이라면 미안하지만 저로선 어쩔 도리가 없어요. 벌써 2년이나 지났어요. 우리 혼인신고한 거 말고는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요. 왜 아직도 절 괴롭히려는 거예요?”소현아는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묘한 감정을 억누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엔 약간의 장난기가 떠올라 있었다.“네가 나 원망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괜찮아, 원망해도 돼. 오늘부터 나 너한테 제대로 내 마음 전할 거야. 내가 정말 진심으로 널 원한다는 거 보여줄게.”강지훈의 눈동자엔 반드시 해내겠다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소현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강지훈 씨, 저 놀리지 말아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어떤 여자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고작 저 때문에 그런 황당한 소리를 한다고요? 제가 당신 말 믿을 거라 생각해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 방 앞으로 걸어가 문을 살짝 열었다. 문틈으로 서로 끌어안은 채 달콤하게 잠들어 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봤죠? 난 당신 없이도 충분히 잘살고 있어요. 그리고 나한테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도 있어요. 아이들도 그 사람을 받아들였고요. 더 할 말 없으면 가줘요. 여긴 당신 같은 대단한 분은 모시지 못하는 누추한 곳이거든요.”강지훈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네가 말한 그 마음에 뒀다는 사람, 김태훈이야?”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몸을 뒤덮자 소현아는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려왔다.“맞아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강지훈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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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소현아는 김태훈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기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경계하듯 강지훈을 노려보았다.강지훈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슴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저릿해졌다.“강지훈 씨, 가요.” 강지훈은 아무 말 없이 피식 웃더니 자리를 떠났다.소현아는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강지훈은 성미가 불같아서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이는 그게 누구든 지옥 끝까지 몰아넣고야 만다.하여 조금 전 김태훈이 그런 행동을 했을 때 극심한 공포가 밀려왔다. 자신 때문에 김태훈이 이 일에 휘말리는 건 결코 원치 않았다.“현아야, 괜찮아? 내가 안아줄게.”김태훈이 창백한 얼굴로 몸을 숙이자 소현아가 그를 제지했다.“괜찮아, 태훈 오빠. 일단 들어와.”소현아가 문을 열어주자 김태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다시 닫혔다. 강지훈은 그 자리에 서서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현아야, 방금 그 남자가 네 전남편이야?”김태훈은 자신의 상처를 처치해주는 소현아를 보며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팔려있는 듯했다.‘얼굴에 또 상처가 생겼겠네. 혼자서 잘 처치할 수는 있을까? 흉터 남는 거 아냐?’머릿속에서 그 몇 줄의 문장이 어지러울 정도로 끊임없이 맴돌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내가 아니어도 강지훈 옆엔 알아서 챙겨줄 여자들이 차고 넘치겠지. 나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소현아가 실수로 손에 힘을 많이 주는 바람에 김태훈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아, 미안해, 오빠. 잠깐 딴생각했어. 방금 뭐라고 했어?”소현아는 스스로도 짜증이 밀려왔다. 머릿속이 왜 온통 강지훈으로 가득하단 말인가.정말이지 미친 게 분명하다.“괜찮아, 현아야. 방금 그런 일을 겪었으니 정신없는 게 당연하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너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라는 거야. 네가 날 남자로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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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현아야, 그냥 아예 우리 오빠랑 사귀어. 너 어차피 그 사람 싫어하잖아. 오빠랑 결혼하면 그 남자도 어쩌지 못할 거야. 그리고 너도 알잖아, 우리 오빠가 너 좋아한 지 꽤 됐다는 거.”김혜지는 머리를 쑥 내밀며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현아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눈을 흘겼다.“혜지야, 양심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난 같은 마음 아니라는 거 알잖아. 네 오빠 인생 망칠 순 없어.”소현아는 쿠션을 툭툭 두드리더니 다시 그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만약 그녀가 진짜로 김태훈과 결혼한다면, 강지훈이 어떤 짓을 벌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김혜지도 소현아가 거절할 줄 알았는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대신 배달음식을 잔뜩 시키고 강지훈이 보낸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이처럼 좋은 물건들을 낭비할 순 없다는 명목이었다.두 사람은 아이들을 재운 뒤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모두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버렸다.그날 밤, 소현아는 바보였던 시절의 꿈을 꾸었다. 강지훈은 그녀에게 나쁘지 않게 대해 주었고, 적어도 먹고 마시는 데 부족함은 없었다. 가끔 ‘운동’을 해야 했던 때를 제외하면, 대체로 할 일도, 고민도 없이 빈둥거리며 지냈다.소현아는 입맛을 다시며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뺨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 그 손을 쳐내며 눈을 떴다. 순간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는 익숙한 얼굴에 깜짝 놀라 새빨개진 얼굴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강... 지훈 씨? 나 지금 꿈꾸는 건가?”소현아는 강지훈의 팔을 철썩 내리쳤다.강지훈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무슨 꿈?”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씩 웃고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그러니까, 내 꿈을 꿨다는 거지?”소현아는 그제야 이건 꿈이 아님을 확신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가고는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쇄골이 반쯤 드러났다.강지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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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소현아는 결국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메추라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었다.한참이 지난 뒤 강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거칠게 쉰 목소리가 소현아의 귀에 닿았다.“어머니가 너 돌아왔다는 거 아셨어. 오늘 오시겠대.”소현아의 눈동자가 조금 어두워졌다.그녀는 당연히 강지훈의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다.고윤정은 그녀에게 늘 따뜻하고 친절히 대해줬었다. 하여 그때의 일로 소현아가 가장 미안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바로 고윤정이었다.그녀는 고윤정이 아들의 결혼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강씨 가문의 후손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단호히 떠나버렸었다.하여 지난 2년간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강지훈의 말에 그녀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윤정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강지훈이 떠난 뒤, 소현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얼마 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소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몇 번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역시나 고윤정이 서 있었다.고윤정은 안경을 벗으며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예전보다 약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소현아는 황급히 옆으로 비켜서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그녀는 고윤정이 자신을 보자마자 비난하거나 실망감을 내비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고윤정의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웠다.“현아야, 집에서 이런 거 먹고 마시는 거야? 몸 너무 안 챙기는 거 아니니?”고윤정은 안으로 들어와 탁자 위 배달음식과 맥주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말을 꺼냈다.소현아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귓불을 만지작거렸다.“자주 이렇게 먹는 건 아니에요.”그녀가 변명하듯 말했다. 고윤정의 태도 때문일까, 소현아는 왠지 모르게 편안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고윤정이 예전부터 그녀를 진심으로 아껴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윤정은 한숨을 내쉬며 소현아의 손을 잡아 소파에 앉혔다.“현아야, 2년 만이네. 너 얘기 다 들었어. 잘했어. 강지훈을 떠난 뒤로 너 정말 많이 성장했더구나. 오늘 이렇게 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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