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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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방으로 돌아온 장소월은 더러워진 옷을 벗어 놓고 옷장 앞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옆방에서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렸다.“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마치고 금방 돌아올게!’백윤서는 사려 깊게 대답했다.“난 괜찮아요. 어서 가서 일 봐요. 난 여기서 오빠 기다릴게요.”“그래. 피곤하면 내 방에서 쉬어. 침대 시트 새 걸로 바꿨으니까.”“네, 알겠어요.”떠나가는 발소리를 듣고 장소월은 그가 나간 줄 알고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벌컥 방문이 열렸다. 순간 장소월은 얼굴이 화르르 불타는 것 같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옷으로 급하게 몸을 가렸다. 전연우는 그녀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뒷모습에 놀라 문고리를 잡았던 손은 얼어붙고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장소월은 18살밖에 안 됐지만 또래들보다 훨씬 몸매가 좋았다. 장소월의 눈동자가 떨렸다. 부부로 산 세월이 몇 년인데 그동안 잠자리도 수없이 가졌고 볼꼴 못 볼꼴 다 본 사이였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장소월은 마음이 복잡했다.처음 전연우를 만난 것처럼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그가 방금 어디까지 봤는지 모르겠다. 장소월은 돌아서지 못하고 빨리 원피스를 입고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무슨 일 있어요?”전연우는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책상에 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백화점 문화 상품권인데 옷이나 액세서리 필요하면 사. 윤서랑 너 각각 한 장씩이야.”“네, 고마워요. 오빠.”전연우는 급하게 문을 닫고 나갔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몸 안에 잠재되어 있던 욕망이 마치 짐승처럼 마구 요동쳤다. 그렇게 몇 초 후 전연우는 발걸음을 떼어 회의 자료를 갖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핸들을 잡고 아까 소녀의 관능적인 허리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장소월?’그가 미치지 않고서야!전연우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액셀을 밟아 장가네 대문을 신속하게 빠져나갔다.장소월은 방안에서 공부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머리를 식히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위층으로 올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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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산산한 저녁 바람이 창밖에서 불어왔다. 복도에서 나는 다급한 발소리에 장소월은 잠에서 깼다. 앞이 뿌옇게 잘 보이지 않아 눈을 깜빡이며 창밖을 보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순간 그녀는 더 자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백윤서가 끊임없이 사과하는 소리에 장소월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몰라 잠이 덜 깬 눈으로 바닥을 딛고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눈을 가늘게 뜬 장소월은 문 앞에 서 있는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오빠, 회사 일 끝났어요?”장소월이 잠든 지 1시간쯤 전연우가 돌아와 백윤서를 데리고 쇼핑하러 갔었다. 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 전연우는 방에 무언가 빈자리가 느껴져 살펴보니 장소월이 생일선물로 준 인형이 사라진 것이다.백윤서는 눈시울이 붉어져 불쌍하게 장소월을 쳐다보았다.“소월아...”전연우는 몸을 살짝 앞으로 해 백윤서를 막아섰다. 그의 표정은 애써 침착한 듯 보였지만 눈가에 희미하게 서늘한 기운이 돌았다. “명월아, 미안해. 네가 선물해 준 인형 내가 조심하지 않아 조금 망가졌었는데 윤서가 모르고 안 쓰는 물건인 줄 알고 버린 거야!”아줌마도 나서서 말했다.“제 잘못이에요. 제때 윤서 아가씨한테 알려줬어야 했는데.”모두가 장소월이 불같이 화를 낼 것이라 예상하였다. 하지만 장소월은 그저 괜찮다는 듯이 웃었다.“그랬어요? 근데 좀 아깝다. 그거 한정판 인형인데.”이 세상에서는 우는 아이에게 사탕이 주어졌다. 그녀의 잘못도 아닌데 백윤서가 우니 용서하지 않은 그녀의 잘못 같았다. 전생에서 그녀가 싫어한 이유도 백윤서가 전연우의 마음을 차지한 것도 있었지만 이렇게 나약한 척 울고불고 연기하는 것이 제일 싫었다.이번 생에도 여전히 그런 모습이 싫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전연우는 장소월의 싸늘한 표정을 지켜보고 입을 열려는데 장소월이 먼저 말했다.“오빠가 그렇게 좋아하면 올해 생일에도 하나 선물해 줄게요. 그러면 선물 고를 걱정도 덜고”백윤서가 나서서 말했다.“소월아 내가 진짜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장소월은 눈을 깜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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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장소월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보통 학교처럼 넓고 촌스러운 것이 아닌영국식 스타일의 블랙으로 돼 있어 매우 격식이 있어 보였다. 신발도 통일된 구두였고 가방도 학교에서 특수 재료로 특별 제작한 것이다.제운고등학교의 맞은편에는 공립 중학교인 서울 제2중학교가 있었는데 공립 학교 중에서는 명문 학교였다. 여기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은 모두 지능이 뛰어나고 똑똑하며 미래의 나랏일에 도움이 되는 엘리트들이다.제운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가족의 배경과 재력이 상당하다.서울 제2중학교의 학생들은 가난한 집안의 자제였는데 모두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것이다.신분 계층의 다름이 달라 두 학교의 학생들은 수년간 서로 무시하며 적대감을 느끼고 있었다.장소월이 잘못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검은색 승용차 중에서 그녀는 전연우의 아우디를 보았다. 그녀는 차가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지만 의외로 차는 맞은 켠 학교에 멈춰 섰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전연우와 백윤서가 차에서 내렸다.‘설마 전연우가 백윤서를 서울 제2중학교에 보내는 것은 아니겠지?’등 뒤의 시선을 느낀 전연우가 뒤돌아보니 검은 교복에 짧은 치마를 입은 채 얌전하게 서 있는 장소월과 눈이 마주쳤다.그녀는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는데 키가 커서 사람 중에서 매우 눈에 띄었다.그가 뒤돌아볼 줄 몰랐던 장소월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눈인사를 건넸다.“소월아—”장소월은 눈길을 돌려, 양 갈래 머리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통통한 안경을 쓴 통통한 여학생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서문정은 거센 숨을 내쉬며 손에 책을 든 채 물었다.“소월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아프다고 휴가를 냈다고 들었는데 이젠 괜찮은 거야?”서문정은 교육청 청장의 딸이고 소월이와 같은 반이다.제운고를 다니는 학생들의 신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응, 많이 좋아졌어.”“어라? 오늘 화장 안 했어? 오늘 되게 차분해 보여. 평소에는 항상 화가 난 표정이었는데 사람이 확 바뀐 것 같다?”예전에 장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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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1반은 6층에 있고 학생전용 엘리베이터도 있다.제운고는 아침자습이 없고 첫 수업은 9시에 시작된다. 그래서 등교시간도 비교적 늦다.장소월은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친구들을 바라보았는데 그 중에 이름을 아는 친구가 몇 없었다.수업 종이 울리자 장소월은 기억하던 대로 신속히 자리에 앉았다.자리에 앉은 후, 아직 가방도 내려놓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겨졌다.몇몇 친구들의 수군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강용 자리 아냐? 미쳤어, 쟤 정말 저기에 앉은 거야?”“며칠 아프더니 멍청해진 거 아냐?”‘뭐? 강용?’장소월은 책 하나 없는 깨끗한 책상을 보더니 벌떡 일어섰다.‘이게 어떻게 강용의 자리야? 내가 항상 뒤로 둘째줄에 앉았는데? 이 자리가 아닌가?’때마침 강용은 교실문 앞에 서있었다. 그는 흘러내리듯이 입은 교복에 넥타이도 제대로 메지 않은 채 손에 가방을 들고 장소월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혀끝으로 어금니를 꾹 누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눈빛 하나만으로 장소월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강용의 뒤로 그의 따까리인 허철과 방서연이 따라들어왔다.강용과 장소월은 원수 사이와 다름 없었고 이 학교에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일진이었다.강용은 학교에서 항상 제멋대로 행동했고 장소월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서로 만나더라도 거의 다 강용이 찾아와서 시비 걸고 따지는 정도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순히 장소월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유는 단지 그것 뿐이었다.장소월은 서문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창가에서 뒤로부터 두번째, 그제야 알았다. 아파서 학교에 못 왔던 사이에 자리배치가 바뀌었던 것이다.장소월은 숨을 헉 들이마시며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강용은 성질이 난폭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일진이다. 그는 자기 자리로 다가가 발로 책상을 걷어찼는데 의자도 함께 구석으로 날아가버렸다.철로 만든 의자인데도 의자의 한쪽 다리가 푹 패어 들어갔다.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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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45분간의 수업이 끝나자 장소월은 운명을 받아들인 것처럼 뒷줄로 걸어가 강용의 책상을 일으켜 세우고 땅바닥에 떨어진 책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장소월의 움직임을 보고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며 의논이 분분했다.“헐, 뭐야! 장소월같은 공주병이 비굴하게 허리를 굽혀 강용의 책을 주워 준다고?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야?”“종일 말 한마디 없는 장소월이 원수의 책을 주워 준다고? 세상에! 내가 잘못 본 거 아니면 귀신이 쓰인 것이 분명해!”누군가가 슬며시 핸드폰을 꺼내 이 장면을 몰래 찍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장소월은 주변의 의논 소리를 무시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녀는 성격이 좋아서 그나마 강용의 성질을 받아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이때 학교 뒤편의 쓰레기장에서 허철은 오늘 저녁에 어느 술집에 가는지를 묻고 있었다.방서연은 핸드폰을 하던 중에 무심결에 튀어나온 문자 한 통에 깜짝 놀랐다.‘장소월이 설마...’제목도 채 읽지 않고 장소월의 이름만 본 방서연이 바로 클릭해 보니 사진 한 장이 튀어나왔다. 장소월이 쪼그려 앉아 책들을 안고 있었다. 이 자리는...“헐! 헐! 형님, 이것 좀 봐요! 학교 홈페이지 봐요. 장소월이 책을 주워 줬던데요!”“뭐라고?”허철은 잘 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강용은 눈썹을 올리더니 방서연이 건넨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한 소녀가 쪼그려 앉아 치마가 바닥에 쓸렸다. 사진에는 장소월의 정교한 옆쪽 얼굴과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온 햇빛이 그녀의 등에 비추고 있었다. 장소월은 한쪽 손에 책을 안고 다른 한쪽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책들을 줍고 있었다. 사진 한 장에 세월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장소월은 점심에 식당에 가지 않는다. 입맛이 까다로워서 학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싸 오는 편이다. 교실에는 장소월 혼자만 남아있었고 다른 학생들은 밖으로 나갔다.복도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 말고는 주위는 아주 조용했다. 장소월은 아줌마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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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장소월은 전생에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니면 지금 이 순간 교실을 나서 도서관에서 자습할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지금의 지식으로 그녀는 고등학교 시험 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정도이다. 지방대 정도는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좀 더 노력해 보면 인서울도 노려볼 만했다.장소월은 문과는 잘하는데 이과 수학이 좀 약한 편이다. 그런데 그는 더 이상 다른 과목을 공부할 여유가 없었다.방과 후에 요리 수업, 피아노 수업... 등 다른 수업을 들어야 했다.장소월은 커다란 창문 앞에 앉아 우울함에 빠졌다...장소월은 고뇌에 빠진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간 낭비였고 그 시간에 차라리 단어나 몇 개 더 외우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머릿속의 잡생각을 집어치우고 장소월은 단어를 외우는 것에 집중했다.도서관에는 5반과 6반 학생 외에는 다른 반의 학생은 거의 오지 않는다.지금은 수업 시간이라 도서관에 관리인을 빼고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장소월은 혼자 있는 것에 익숙했고, 지금 이 대로가 딱 좋다고 느껴졌다.이때 누군가가 행정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2층에 있던 사람은 장소월이 창가에 앉아 있는 모습을 찍고 바로 홈페이지 게시물에 올려버렸다.“빨리 홈페이지 봐. 장소월이 강용을 피해 도서관으로 갔어.”1분도 안 돼서 바로 답글이 달렸다.「대박, 역시 강용 형님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쉽게 쫓아 버리다니! 더 이상 반에서 마주칠 일이 없겠지?」「두고 봐. 이틀도 안 돼서 돌아올 거라고 본다.」이 글에 또 답글이 달렸다.「그럴 리가 없어.」「왜?」「왜냐면, 강용 형님이 방금 장소월 책상이랑 의자를 모두 교실 밖으로 버렸고 청소하는 아줌마가 방금 끌고 나갔어. 아마 폐품으로 팔아 버렸을 거야.」그리고 사진 몇 장이 올라왔는데 장소월의 책들이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 위에 무엇인지 모르겠는 구토 물질까지 있었다.장소월은 아직 자기가 제명되었다는 소식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다.시험지 한 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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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강만옥은 하이힐을 밟고 긴 곱슬머리를 어깨 뒤로 늘어뜨린 채 요염하게 걸어왔다.“소월아, 뭐해? 선생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그녀가 손을 내밀자 장소월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바닥에 있던 도시락통을 줍고 아무 말 없이 교실을 나갔다,복도를 걷는 장소월은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가슴은 전혀 느껴보지 못한 숨 막힘을 느껴졌다.사실 잘 생각해 보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은 다 목적을 가지고 그녀를 접근했고 그 누구도 그녀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첫 번째는 전연우다. 그녀의 사랑을 이용해 달콤한 속삭임으로 유언장을 훔쳐 갔고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그녀는 바로 버려졌다.두 번째는 강만옥이다. 학교에서 항상 따뜻하게 챙겨주고 속마음도 들어주며고 심리상담까지 해주며 갖은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 이유는 장해진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였고, 장가로 들어가자 전연우와 연합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장해진을 살해했다.세 번째는 송시아다. 한때는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거짓이었다!모든 것이 거짓이었다!장소월은 다른 강의실 건물로 가서 도시락통을 꺼내 깨끗이 닦았다. 쇳내에 비린내까지 섞인 그 냄새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흘러나오고 있었고 손목에 있는 상처를 적셔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장소월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얼어붙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한 듯 도시락통을 깨끗이 씻어내니 상처 부위는 하얗게 변했고 핏자국이 은은하게 퍼져 보기 흉하고 끔찍했다.모든 것을 마치고 떠나려던 중,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누군가가 검은 봉지로 그녀의 머리에 뒤집어씌우고 거대한 힘으로 그녀를 밀쳤다. 머리가 벽에 부딪혀 심한 통증이 전해왔다.누군가 발로 그녀의 등을 찼고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치기도 했다. 주먹이 한대, 또 한대 날아왔고, 발길이 한 번 또 한번 내리쳤다. 통증이 온몸에 퍼졌고 그녀는 아프다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제대로 보지 못했고 도대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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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아줌마가 대답했다.“네, 오늘 기사님께서 아가씨 데리러 가셨을 때 아가씨가 학교에서 나오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가씨가 평소에 다니시는 학원에도 연락을 다 돌려봤는데 역시 가지 않으셨대요. 방금 경찰서에 신고하긴 했는데... 어떡하죠, 연우도련님?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연우가 한편으로는 통화를, 다른 한편으로는 운전하며 말했다.“아마 괜찮을 겁니다. 조금 전에 소월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제가 받지 못했었거든요. 우선... 제가 먼저 소월이가 자주 가는 곳에 가서 찾아볼게요. 찾으면 그때 다시 연락 드릴게요.”“좋아요, 알겠습니다!”아줌마가 먼저 통화를 끊자, 연우도 그제야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곁에서 통화 소리를 엿들은 윤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소월이가 갑자기 사라져요? 정말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긴 거 아니에요?”“아마 사람들 몰래 어디 놀러 나간 걸 거야. 걱정하지 마, 일단 너 먼저 데려다줄게.”“나도 오빠가 소월이 찾는 거 도와줄게요!”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아니, 괜찮아. 걔가 어디 있는지 내가 알 것 같거든.”소월은 늘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습관이 되어있는 제멋대로인 사람이었다. 그 때문에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은 연우에게 삐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소월이 이런 적은 한두번이 아니었다. 연우는 소월의 그런 행동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런데도 연우는 매번 강하게 나서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이런 일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고, 현재 그녀의 갑작스러운 실종이 자신에게 있어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깊은 밤, 자동차가 천천히 시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고급 단독주택구 대문 앞에 들어섰다. 연우는 쇼핑백을 들고 내려 자동차 보닛을 빙 돌아 조수석 문을 열었다.키 크고 늘씬한 몸매에 파란 꽃잎들이 수 놓인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어깨 뒤로 축 늘어뜨린 백윤서가 가로등 아래에 서서 말했다.“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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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소월은 연우의 메시지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전신 중 어느 한 곳 안 아픈 데가 없었는데, 아프다 못해 뼛속 안이 아플 지경이었다.귓가에 희미하게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때에 오셔서 다행이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골절되었던 갈비뼈는 다시 붙고 있으니, 이곳에 며칠 입원해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환자가 침대에서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겁니다. ““...”“그리고 음식은 되도록 담백한 것 위주로 드리시고요.”“네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의사가 나간 후, 정장을 입은,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의 손에서 벨 소리가 울리자, 그는 재깍 전화를 받았다.“네, 도련님.”“사람은... 좀 어때?”전화기 너머 남자의 목소리는 몹시 차가웠다.경호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장소월의 상황을 전부 그에게 보고했다.“...대체적인 상황은 이러하고 현재 아가씨께서는 위험을 벗어나셨습니다.”“가서 조사해 봐,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3일 안에 반드시 찾아내... 그게 누구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말 거니까.”“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도련님?”“걱정하지 마, 심하게는 안 할 테니.”“네, 도련님!”통화가 끝나고, 장소월은 어렴풋이 강영수의 목소리를 들었다.하지만 얼마 안 지나, 그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돼, 장소월은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장소월이 다시금 눈을 뜬 건, 3일이 훌쩍 지나고였다.그녀는 갈비뼈 몇 대가 모두 골절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발견될 당시, 손목에 난 큰 상처로 인해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고 머리 역시 심한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거의 쇼크 상태였다. 사람에게 제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소월은 과다출혈로 사망했을 것이다. 밤 10시쯤, 몽롱해 있던 그녀의 귀에 별안간 곁에서 누군가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불쌍한 우리 아가씨...”손가락을 조금씩 살짝 움직이자, 희미했던 눈앞이 갑자기 선명해졌고 소월은 입을 떼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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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진통제 두 알을 먹고 나서야 소월은 잠에 들었다.새벽 세 시쯤, 불현듯 잠에서 깬 소월의 이마에는 식은땀은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숨이 차 호흡이 가빠 보였다. 침대에서 끙끙 앓는듯한 소리가 들리자, 연우는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을 내려놓고 소월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와 볼에 슬며시 손을 올려놓았다.“차가워진 걸 보니 열이 이 정도면 많이 내린 것 같네.”물을 담으러 갔던 아줌마가 돌아오며 이 광경을 보았다.“이제 제가 아가씨 볼게요! 내일 출근하셔야 하는데 얼른 돌아가서 일찍 쉬세요, 도련님!”연우는 기어코 병원에 왔다. 그가 이런 좋은 마음을 베푸는 건 결코 이성적으로 그녀에게 관심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닌 그저 좋은 동생으로 여기고 한다는 걸, 소월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괜찮습니다. 진통제는 먹었나요?”“네, 10시쯤에 드셨어요.”“이 약은 많이 먹으면 안 돼요.”연우는 세숫대야에 담긴 수건을 쭉 짜서 그녀의 얼굴에 맺힌 식은땀들을 닦아주었다.“인제 그만 쉬세요, 아줌마! 저 오늘 반차 냈거든요.”아줌마는 침대에 누워있는 소월을 한번, 또 연우를 한번 보고는 대답했다.“그... 그래요 그럼...”“안되요...”침대에서 나지막이 힘없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줌마... 아줌마랑 있고 싶어요... 가지마요...”사실 소월은 일찍 깨어있었지만, 연우의 목소리를 듣자 그와 마주치기 싫어 자는 척 하고 있었던 것이다.그 모습이 마음이 아파 아줌마는 얼른 다가가 손을 잡아주었다.“안가요... 저 어디 안 가요 아가씨.”그러고는 연우를 보며 말했다.“도련님, 아가씨가 저와 떨어지는 걸 원치 않으시니 아무래도 오늘은 제가 돌보는 게 좋겠습니다.”“알겠습니다. 옆 칸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알려주세요.”“네, 도련님.”몸을 돌려 서자 연우는 다시금 예전의 차가운 표정을 하고 병실 문을 조용히 닫고는밖으로 나갔다.소월은 천천히 눈을 떴다. 연우의 그림자가 문틈 사이로 전부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서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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