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승준이 말을 하려던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맑고 가벼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서야, 스테이크 몇 분 익힐까?” “왜 지연이한테 안 물어봐요?” “지연이꺼는 내가 다 알아. 지연이의 모든 취향과 금기 사항은 남자친구로서 당근 다 알아야지.”“네. 잘 들었습니다. 제껀 7분 정도 익혀 주세요. 자꾸 그런 눈빛으로 지연이를 쳐다보면 밥을 안 먹어도 당신들의 애정폭탄에 배부를 것 같아요.” “고은서, 제발 입 다물어.” 장난스러운 대화 뒤로 문이 닫히고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방금 뭐라고 하려던 거야?] 박지연은 비로소 아직 전화를 끊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물었다. [별일 아니야.] 온승준은 전화를 끊으면서 ‘요즘 잘 지내?’라는 말을 끝내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은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박지연은 잘 지내고 있었고 그 행복한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육현석이라는 남자는 박지연에게 정말 잘해주고 있었다. 그는 박지연의 모든 습관을 알고 심지어 박지연과 친구들을 위해 직접 요리까지 해주었다. 찬 바람이 불어오자 온승준의 얼굴이 간지러워졌다. 그는 손을 대어보았고 손에 물이 묻어 있음을 느꼈다....잠시 후, 육현석이 준비한 음식이 완성됐다. 풍성한 서양 요리와 간단한 한식도 함께였다. 도아름 외에도 송민아가 함께 와서 자리를 빛냈다. “현석 씨, 이렇게 많은 요리를 할 줄 알다니 정말 대단해요.” 송민아가 진심 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육현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서양 요리는 간단해서 잘하는 편이고 한식은 이 정도만 할 수 있어요. 더 많이 배워서 지연이가 매번 새로운 요리를 먹을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지연 언니, 이런 남자친구는 어디서 구해요?” 송민아는 부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육현석이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민아 씨, 그 말은 틀렸어요. 제가 운이 좋은 거예요. 지연이 같은 좋은 여자를 만났으니까요.”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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