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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Chapters

제1191화

송민아는 길거리에서 누군가 물건을 훔쳐 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꽉 쥐었고, 그 결과 그 남자가 힘을 주면서 몸이 앞으로 끌려갔다.“송민아, 조심해!”송민아가 넘어지려는 것을 본 고은서는 제때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고 다리를 쭉 뻗어 검은 피부의 남자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그런데 상대의 덩치가 너무 커서 고은서의 발차기는 그를 쓰러뜨리지 못했고, 대신 오히려 화가 난 흑인 남자가 원숭이처럼 긴 팔을 뻗어 고은서를 향해 휘둘렀다.고은서는 송민아를 끌어당기며 뒤로 피한 다음 손에 든 가방으로 흑인 남자의 얼굴을 내리쳤다.흑인 남자는 고통에 얼굴을 감싸며 욕설을 퍼붓더니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칼을 꺼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유일의 다른 동료들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 남자가 고은서와 송민아를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헉, 도망가!”몇몇 동료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은서는 송민아를 뒤로 끌어당기고 발을 뻗어 흑인의 칼을 걷어차려고 했지만, 흑인의 체격이 워낙 건장하고 팔이 길어서 손을 휙 들어 고은서의 공격을 피하고는 그 틈을 타 고은서를 칼로 찔렀다.이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수상한 상황을 목격했고 유일 측 직원들이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감히 다가와 칼을 든 흑인 남자를 제지하진 못했다.칼끝이 고은서의 몸에 향하던 순간 줄곧 뒤에서 고은서의 보호를 받고 있던 송민아가 갑자기 팔을 뻗어 고은서 대신 칼을 막았다.“꺄아악!”칼날이 송민아의 팔을 찌르자 송민아는 고통의 비명을 내뱉었다.“송민아!”고은서는 다급히 송민아를 부축했다.그 순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순찰하던 경찰이 나타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달려오자 흑인 남자는 미꾸라지처럼 도망쳤다.고은서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서둘러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부탁하고는 송민아의 상처를 살폈다.소매가 찢기고 드러난 팔엔 깊고 새빨간 상처가 났는데 피가 줄줄 흐르고 있어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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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고은서는 송민아의 병실을 지켰고 소식을 들은 곽승재가 서둘러 달려왔다.“은서야, 괜찮아?” 곽승재가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묻자 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난 괜찮은데 민아 상처가 깊어서 피를 많이 흘렸어. 아직 의식이 안 돌아온 상태야.”곽승재는 고은서의 상태를 살피며 괜찮은지 확인한 뒤 아직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송민아를 바라봤다.“어떻게 된 거야? 다 같이 있는데도 왜 강도가 달려들어?”곽승재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온 탓에 사건의 전말을 전혀 몰랐다.고은서는 그에게 당시 상황을 전했다.“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민아가 명품을 두른 것도 아닌데 꼭 민아를 노리고 달려든 것 같았어.”말을 마친 고은서는 문득 라운지에서 여시은과의 만남이 떠올랐다.송민아가 대놓고 면박을 주어 여시은은 체면을 구겼다.혹시 여시은이 사주한 짓은 아닐까.그게 아니면 왜 일행이 같이 있는데 딱 송민아만 노렸을까.고은서의 살짝 찌푸린 미간을 보며 곽승재가 그녀의 생각을 짐작했다.“여시은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는 거야?”“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고양이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여자가 송민아의 조롱을 참을 수 있을 리가.여시은을 무시한 채 바로 송민아를 끌고 갔으면 이렇게 성가신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다.곽승재는 섣불리 단정 짓는 대신 복도로 나가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이내 병실로 돌아온 그가 고은서에게 경찰로부터 전해 들은 소식을 알렸다. 오늘 강도 사건의 범인은 노숙자이고 아직 경찰이 잡지 못했단다.범인을 잡은 후에야 심문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여긴 국내보다 치안이 좋지 않지만 우리가 골목길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가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훤한 대낮에 송민아의 물건만 빼앗은 게 아무래도 우연한 사고는 아닌 것 같아.”곽승재도 동의하듯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사람을 보내 흑인 노숙자를 찾으라고 했으니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한다면 그가 나서서 혼내줄 생각이었다.그 칼이 자칫 고은서를 다치게 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그는 뒤늦게 두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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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걱정스러운 고은서의 표정을 바라보던 곽승재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그녀의 눈썹을 어루만졌다.“너무 걱정하지 마. 송민아 씨 괜찮을 거야.”따뜻한 손가락이 피부를 누르자 고은서는 약간 불편한 기분이 들었는지 곽승재의 손을 떼어냈다.“알겠으니까 가.”평소 고은서와 함께한 시간이 적지 않았지만 낯선 타국이라 그런지 곽승재는 유난히 가기 싫어 나지막이 말했다.“은서야, 조금만 더 곁에 있을게.”고은서는 미련 가득한 곽승재의 모습을 보고도 조용하고 낯선 환경에서 두 사람이 있다 보면 마음이 혼란스러워지기 쉬워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됐어. 나도 일찍 쉬고 싶어.”마침내 곽승재는 더 머물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그럼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곽승재가 나간 후 고은서는 세수하고 송민아의 침대 옆에 앉아 한참 동안 서류를 보다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을 붙였다.병실에 들어선 송민준은 병상에 누워 있는 동생 송민아와 병상 옆에 누워 잠든 고은서를 보았다.무의식중에 엎드린 건지 고은서는 의자와 몸의 각도가 이상하게 틀어져 있었고 한쪽 팔에 머리를 기댄 채 다른 한 손에는 서류를 들고 있었다.송민준은 침대로 다가가 고은서를 깨우려 했지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희미한 방 안의 빛이 고은서의 희고 아름다운 얼굴에 비쳤다. 두 눈을 살짝 감은 채 긴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머리카락 몇 가닥이 얼굴과 입술에 흐트러져 있었다.그 모습이 오히려 고은서의 가녀리고 연약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송민준은 홀린 듯이 고은서에게 다가가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떼어내려 했다.“오빠?”송민준의 손이 고은서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송민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여긴 어떻게 왔어?”엎드려 자고 있던 고은서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송민준은 태연하게 손을 거두며 송민아를 돌아보고는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네가 다쳤다는 소식 듣고 보러 왔어.”송민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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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하지만 은서는 신사적인 걸 좋아한단 말이야.”송민준이 동생을 바라보자 송민아는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두 남매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침대에 엎드려 있던 고은서가 움찔했다.주위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그녀가 억지로 눈을 떴다.두 눈에 초점이 맞춰지자 깨어나서 다소 진지한 표정을 짓는 송민아가 보여 그녀는 기뻐하며 말했다.“민아야, 깨어났구나. 몸은 어때? 물 마실래? 나 깨우지 그랬어!”송민아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나도 방금 일어났어.”“내가 들어와서 깬 거야.”뒤에서 송민준의 목소리가 들려서야 고개를 돌린 고은서는 곁에 있는 그를 발견했다.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다소 반응이 느린 그녀는 그가 있는 줄도 몰랐다.“민준 씨, 언제 왔어?”고은서는 살짝 놀랐다.내일이 되어서야 올 줄 알았는데 밤새 서둘러 올 줄이야. 그러고 보면 송민준도 감정이 없는 인간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착이 꽤 깊은 것 같았다.송민준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방금 도착했어. 자는 걸 보고 깨우지 않은 거야.”두 남매가 잠든 자기 모습을 봤다는 생각에 고은서는 다소 민망했다.“미안, 언제 잠든 건지도 모르겠네.”서류를 보다가 너무 피곤해서 의자에 기댄 채 잠시 눈을 붙이려던 것뿐인데 침대에 엎드려 잤을 줄이야.“자는 게 뭐가 미안해. 난 괜찮으니까 호텔 가서 자. 참, 그 강도는 어떻게 됐어? 잡았어?”송민아가 묻자 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곽승재가 알려준 소식을 전했다.말을 마친 고은서는 줄곧 여시은과 송민준이 어떠한 사이가 아닌지 의심했기에 이참에 한 번 떠볼 생각도 했다.그래서 일부러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민아야, 전에 공항에서 나 대신 여시은과 다투는 게 아니었어. 괜히 다치기만 했잖아.”송민아가 바로 물었다.“내 물건을 훔치려던 게 여시은이 보낸 사람이란 말이야?”고은서는 확실하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짐작만 하고 있어. 우리는 금방 이곳에 왔고 누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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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분노에 가득 찬 송민아와 의아해하는 고은서를 바라보던 송민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몰라서 섣불리 판단하진 못하겠네. 하지만 민아가 다쳤으니 오빠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사람 시켜서 알아보고 결과 나오면 결정할게.”송민아는 불만스러운 듯 삐죽거리며 말했다.“오빠도 다른 사람들처럼 여시은 아빠가 무서운 거야? 상관없어. 여시은이 시킨 게 밝혀지면 반드시 혼내줘야지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돼. 사람이 너무 오만하게 굴잖아!”송민준은 평소와 다름없이 웃으며 말했다.“민아야, 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어. 오빠는 법을 준수하는 사업가야. 모든 건 법대로 해야지.”송민아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내가 여시은 그 여자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지켜만 볼 거야?”송민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그냥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사람 보내서 알아본다고 했잖아. 정말 그 여자가 사주한 게 맞으면 당연히 여시은과 여 대표님께 제대로 따져야지.”고은서는 줄곧 송민준의 표정을 살폈다.별다른 이상한 점이 없이 오빠로서 차분하게 송민아를 달래고 있었다.“민준 씨, 미안해. 강도가 사실 나를 찌르려고 했는데 민아가 나 지켜준다고 손을 뻗어 막았어.”고은서가 송민준에게 사과하자 그 말을 들은 송민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송민아가 대꾸했다.“은서야, 네가 왜 사과해. 날 노리고 달려든 건데 네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으면 난 더 크게 다쳤을지도 몰라.”“네가 날 그렇게 도와줬는데 당연히 다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지.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해야 해.”송민준이 고은서를 돌아보았다.“검사해 봤어? 다친 데는 없고?”“난 괜찮아요.”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민준 씨, 시간도 늦었는데 가서 쉬어. 할 말 있으면 내일 결과 나오고 다시 얘기해.”“은서 네가 가서 쉬어. 민아 곁엔 내가 있으면 돼.”“아니야. 같은 여자가 있어야 편하지.”고은서가 고집을 부렸다.“가서 쉬어. 우리 대신 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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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송민아의 사건이 여시은과 분명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해외에 있지만 송민준의 능력이라면 알아내지 못할 리가 없다.그는 과연 여시은에게 어떻게 할까.“은서야, 우리 오빠는 너랑 안 맞는 것 같아. 후보에서 빼.”고은서가 생각에 잠긴 사이 갑자기 송민아의 목소리가 들려 살짝 당황했다.“뭐라고?”송민아는 다소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평소에는 점잖은 사람이었는데 아까...”송민아는 이 말을 하면 고은서가 송민준을 가벼운 사람으로 여길까 봐서 걱정이었다. 오빠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건 원치 않았다.“방금 무슨 일 있었어?” 고은서가 의아한 듯 물었다.“아니야. 그냥 가끔은 오빠가 참 좋은 사람 같다가 가끔은 좀 낯설게 느껴져.”송민아는 오빠가 고은서를 내려다보던 눈빛이 떠올랐다. 짙은 어둠과 서늘함 속 본인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소유욕이 매우 모순적이고 복잡한 느낌이었다.조금 전 송민아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흠칫하며 저도 모르게 그를 불렀다.하지만 오빠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과 표정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신사가 되는 게 싫다고 말했다.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싫은 것 같았다.송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짐을 짊어져서 부담이 크고 내려놓고 싶다는 건 이해했다.하지만 오빠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인 것 같아 고은서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워졌다.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 단순히 고은서가 사모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막론하고 말이다.송민아의 말을 듣고 고은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난 네 오빠한테 아무 감정이 없다고 계속 말했어. 오히려 네가 이어주려고 했지. 근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건지 궁금하네.”송민아가 둘을 이어주는 걸 그만두긴 했어도 그건 고은서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먼저 나서서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니 다소 호기심이 들었다.“갑자기 바뀐 건 아니고... 오빠가 나이도 있는데 계속 혼자인 게 불쌍해서 그랬지. 그리고 너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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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번호를 확인한 고은서는 주인혁의 연락에 조금 놀랐다.주인혁은 해성에 돌아온 이후 여러 가지 스케줄을 하느라 고은서와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았고, 대신 송민아가 그의 오프라인 행사에 자주 가면서 전보다 잦은 연락을 주고받았다.‘주인혁이 왜 지금 전화를?’송민아를 슬쩍 본 고은서가 화면을 넘겼다.“주인혁 씨, 무슨 일이에요?”주인혁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걱정이 묻어났다.“누나, 지금 X국에 있어요? 방금 송민아 씨 올린 사진 보니까 병원이던데 무슨 일 있어요?”알고 보니 주인혁이 송민아의 게시물을 본 것이었다.고은서도 송민아의 사진을 살펴보니 두 장의 사진 속 하나는 침대에 누운 채 반쪽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고 다른 한 장은 창밖의 달이었다.[외국은 달도 안 예쁘네. 집에 가고 싶다.]송민아에게 이런 감수성이 있을 줄은 몰랐던 고은서가 주인혁에게 말했다.“난 괜찮은데 민아가 팔을 다쳤어요.”주인혁은 눈에 띄게 멈칫했다. 송민아가 다쳤는데도 한가하게 감성 있는 게시물을 올릴 줄이야.“무슨 일이에요? 송민아 씨는 많이 다쳤어요?”“옆에 있으니까 직접 물어봐요.”고은서가 송민아에게 휴대폰을 건네자 그녀도 마다하지 않고 바로 받았다.“우리 대스타님 왜 아직도 안 주무세요? 난 괜찮아요. 그냥 칼에 좀 찔려서... 오늘 엄청 위험했는데 내가 또 용감하게 나섰죠. 어휴, 이 정도 상처로는 콘서트 무조건 갈 수 있으니까 VVVIP석 표나 남겨둬요...”송민아와 주인혁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고 있던 고은서는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며 바깥 발코니로 걸어갔다.주인혁과 송민아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송민아도 주인혁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저 팬심일 뿐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주인혁도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데다 그녀에게 고백한 후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적인 감정으로 여기지 않았다.고은서는 게임 프로젝트의 난제를 해결한 후 주인혁과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고은서와 송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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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곽승재는 밀려오는 씁쓸함을 뒤로한 채 송민준을 무시하고 병동 문을 두드렸다.문이 열리자 송민아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간병인은 그녀가 왼손을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아침밥을 먹이고 있었다.그리고 고은서는 구석에서 부하 직원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었다.고은서는 새로 정장을 갈아입고 간이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를 뒤로 묶고 앞머리를 이마 옆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모습에서 직장인 엘리트의 능력과 여성스러운 매력이 동시에 느껴졌다.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고은서의 주위가 따스하게 물들며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곽승재는 고은서를 방해하지 않고 송민아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이 가져온 아침 식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송민아는 고은서가 이미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곽승재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다.그의 호의를 거절하는 건 그녀 몫이 아니니까.송민준 역시 마찬가지로 병동으로 들어가 고은서를 방해하지 않고 송민아 곁으로 다가가 상처에 관해 물었다.“괜찮아. 아프긴 한데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송민아는 간병인에게 나가보라고 한 뒤 곧장 물었다.“오빠, 어제 내 가방 가져가려던 강도 잡았어? 여시은이 시킨 게 맞아?”“오빠, 어제 내 가방 털던 강도 잡았어, 여시은이 시켰어?”송민준은 곽승재를 힐끗 쳐다봤고, 곽승재는 여전히 그윽한 눈빛으로 고은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송민준이 태연하게 말했다.“곽 대표님 측 사람들이 워낙 빠르게 움직여서 말이지. 곽 대표님께 알려달라고 해.”송민아는 서둘러 소식을 알고 싶은 마음에 정말로 곽승재에게 물었다.“곽 대표님, 어제 그 강도에 대해 알아냈어요?”송민아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마침내 고은서에게 머물러 있던 시선을 거두었다.“범인을 잡기는 했는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일부러 다치게 한 것도 아니랍니다. 너무 배고파서 뭐라도 빼앗아 돈으로 바꾸려 했다네요. 이미 경찰에 붙잡혔습니다.”그 말에 송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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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화

고은서는 씩씩거리는 송민아를 바라보다가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꺼냈다.“됐어. 화내지 말고 오빠 말 들어. 안 도와준다는 것도 아니잖아.”송민아는 여전히 화를 냈다.“그냥 핑계만 대는 것 같아. 어차피 이 바닥 엉망인데 사람 불러서 여시은 때리는 게 뭐 어때서!”고은서는 송민아의 유치한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아무리 어지러워도 법이 있고 제도가 있는데, 이렇게 사람을 때리면 네 손으로 약점을 제공하는 게 되잖아. 그때 가선 따지지도 못해.”“그래, 민아야.”송민준은 무기력하게 거들었다.“증거도 없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죄를 묻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돼? 게다가 복수를 한대도 온 세상이 다 알도록 요란하게 구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잖아.”“그럼 더 좋은 방법을 말해봐!”송민아가 투정을 부리자 송민준은 포기한 듯 말했다.“민아야, 그 여자랑 관련된 일이라는 것만 밝혀지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알았지?”송민아는 마침내 화가 누그러졌다.“당연히 그래야지. 은서야, 네가 증인이야. 오빠가 약속 안 지키면 우리가 같이 따지는 거야!”고은서가 웃었다.“그래.”송민준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저었다.“너 혼자 나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은서까지 끌어들이는 거야?”“물론이지! 괴롭힐 거면 제대로 괴롭혀야지.”송민아의 말에 일행은 웃음을 터뜨렸고 곽승재는 그 모습이 못마땅했다.꼭 저들이 한 가족처럼 보이고 자신만 동떨어진 것 같았다.“은서야, 아침 좀 가져왔는데 먹을래?”곽승재가 묻자 그제야 고은서가 그를 돌아보았다.“됐어. 나 이미 먹었어.”시간을 확인한 그녀가 말했다.“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민아야, 넌 푹 쉬고 있어. 일이 있으면 전화하고.”“같이 가.”곽승재가 고은서를 따라가자 고은서는 별말 없이 송민준에게 인사를 건넨 뒤 병실을 나섰다.엘리베이터 안에서 고은서는 곽승재에게 어제 사건의 가해자에 관해 물었다.“확인해 봤어? 여시은이랑 관련이 있는지.”곽승재는 자신이 확인한 바로는 여시은이 어제 X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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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대체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곽승연을 언급하는 거지?’곽승재 역시 자기 말이 조금 유치하다는 걸 알았는지 목을 가다듬고 말을 돌렸다.“게임 회사 측과의 거래는 잘 됐어? 내가 도와줄 건 없고?”고은서는 고개를 저었다.“됐어. 본인 일에나 집중해.”곽승재도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굳이 고집하지 않았다.“몸조심해. 여시은이 여기 있으니까 분명 끼어들려고 할 거야.”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여시은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킬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 다만 그 기회에 WOR팀도 시간을 벌어 걱정 없이 업그레이드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며칠이 지나 송민아의 다친 손도 많이 나았고 고은서는 동료들을 데리고 이곳 현지 게임 회사를 찾아갔다.X국 게임은 현재 다운로드 수가 많고 인지도도 높아져 국내 적지 않은 사업가들이 판권을 노리고 있었다. 그들에겐 선택지가 많으니 당연히 조건도 까다롭게 제시했다.고은서는 판권을 원하긴 했어도 돈을 뜯기고 싶지는 않아 양측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이상한 건 여시은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지만 여길 떠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여시은이 설마 우리가 협상 마무리할 때를 기다렸다가 방해 공작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송민아는 이젠 여시은이 아니꼽게만 보였다.“정말 역겨워. 원하는 남자를 못 뺏으니까 이젠 프로젝트를 뺏네. 참, 그거 들었어? 여시은이 며칠 전 외출했다가 싸우던 두 사람에게 휘말려서 이마가 깨지고 손가락도 부었대.”송민아는 기분 좋게 휴대폰을 꺼내 한 해외 뉴스 기사를 보여주었다.“봐, 현장 사진이야. 여시은이 쇼핑하러 갔다가 쇼핑몰 밖에서 맞았어. 상대가 사과했는데 고생은 좀 할 거야.”고은서가 기사 사진을 보니 여시은이 맞았다.머리를 감싼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흐르는 걸 봐선 꽤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네 오빠가 그런 거야?”송민준은 배후의 사람을 찾아내면 복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송민아는 확실하지 않은 듯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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