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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1201 - Chapter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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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1화

고은서는 낯선 타국에서 자신과 송민아가 아무렇게나 들어간 식당에서까지 지인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여시은과 전에 농장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전혜라였다.여시은은 긴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트위드 재킷을 걸치고 있었는데 이마에 상처가 있지만 앞머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오른손으로 전혜라의 팔짱을 끼고 왼손은 아직 붕대를 감싼 모습이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게 분명했다.방금 송민아가 보여준 기사는 진짜였고 여시은은 정말 다친 것 같았다.조금 전 송민아의 말을 들었는지 여시은은 지난번 공항 VIP 라운지에서처럼 살갑고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는 대신 예쁜 얼굴에 약간의 냉기가 감돌았다.“송민아 씨,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내가 다치길 바라요?”여시은이 묻자 송민아는 거침없이 비웃으며 손으로 아직 붕대를 풀지 않은 왼손을 가리켰다.“잘 아는 상처죠? 그날 고작 몇 마디 다퉜다고 사람을 보내 칼로 다치게 했잖아요. 그러니 그쪽을 보면 역겨운 게 당연하죠.”그 말에 여시은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다친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송민아 씨, 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너무 심한 것 같은데요?”송민아는 여전히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오해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알겠죠.”“은서 너도 그렇게 생각해?”여시은이 고은서를 돌아보며 묻자 고은서는 무표정하게 답했다.“남들은 몰라도 본인은 잘 알겠지. 이미 저지른 일은 언젠가 들키기 마련이고.”여시은이 억울한 듯 눈을 깜박였다.“내가 뭘 했는데? 그냥 비행기 좀 같이 타려던 것뿐이고 곽 대표님도 날 거절했는데 아직도 화가 났어?”“은서가 왜 화를 내요?”송민아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건 그쪽인데. 여시은 씨, 내가 목숨 걸고 장담하는데 그쪽이 앙심을 품고 흑인 건달에게 우릴 해치라고 시켰잖아요!”“난...”“시은아, 저런 사람들에게 굳이 해명할 필요 없어.”여시은이 해명하려는데 옆에 있던 중년 여자가 말했다.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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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이제 막 병원 밖에 도착했을 때 고은서는 흡연 구역에서 송민준과 닮은 남자를 봤다.차에서 내려보니 정말 그가 맞았다.송민준은 코트를 입고 벽에 기대어 무슨 생각인지 모를 표정을 지은 채 하얀 연기가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고은서는 송민준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가 차를 마시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담배에도 관심을 가질 줄이야.고은서가 지나치게 뚫어져라 쳐다봤는지 송민준이 그 시선을 감지하고 시선을 돌렸다.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지난번 송민아 대신 그를 찾으러 술집에 갔을 때처럼.그때도 송민준은 기분이 좋지 않은지 혼자 앉아서 술을 마시며 도둑이 가까이 다가가도 모를 지경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이유가 뭘까.“은서야.”송민준이 담배를 끄고 고은서 앞으로 다가왔다.X국의 기온은 꽤 낮았고 송민준이 걸어오면서 찬 바람이 불어와 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외투를 여미었다.“민아 보러 왔어?”송민준은 자기 외투를 벗으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조금 전 우울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었다.고은서는 춥지 않다는 듯 손을 흔들며 되물었다.“언제 왔어? 올라가지 않고 왜 여기에 있어.”송민준은 고집스럽게 자기 외투를 고은서의 몸에 덮어주고는 말을 이어갔다.“방금 도착했는데 좀 피곤해서 여기서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잠 깨려고.”외투에서는 은은한 담배 냄새와 함께 송민준의 체온이 느껴졌다. 고은서는 조금 불편하긴 해도 굳이 벗지는 않았다.“같이 민아 보러 갈래?”“그래.”두 사람이 병원으로 들어갈 때 고은서는 밖에서 이 날씨에 매우 얇은 옷을 입고 구석에 앉아 깡마른 아이를 안은 가녀린 여자를 보았다.쫓겨날까 봐 겁이 났는지 두 사람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고은서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지난번에 노숙자 강도를 만난 뒤로 가방에 현금을 넣어두고 있었던 그녀는 가방에 있는 적지 않은 현금을 전부 꺼내 먹고 지낼 곳을 찾도록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추위에 덜덜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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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곽승재가 걸어온 영상통화였다.오늘 X국에 없었던 그는 고은서가 일을 마칠 시간을 어림잡아 영상통화를 걸었다.고은서가 전화를 받자 곽승재는 그녀가 입은 남자의 외투와 어깨를 가볍게 감싸고 있던 남자의 팔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단번에 미간을 찌푸리며 어디 있냐고 묻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고은서는 의아했다.“곽승재, 할 말 있어?”곽승재는 가슴을 타고 올라오는 답답함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 얘기가 있는데 불편하면 나중에 다시 얘기해.”고은서가 송민준을 흘끗 쳐다보며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눈치껏 먼저 말했다.“은서야, 저기서 따뜻한 음료 팔던데 내가 가서 한 잔 사 올게.”고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고마워.”송민준은 자연스럽게 고은서의 옷깃을 정리해 주고는 느긋하게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고은서는 그제야 화면을 돌아보았다.“할 말이 뭔데, 해.”곽승재는 바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송민준이 고은서에게 덮어준 외투, 어깨를 감싸던 팔, 다정하게 옷깃을 올려주던 행동만 가득했다.고은서는 송민준의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걸까.곽승재는 가슴이 솜뭉치로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아파서 숨도 쉬기 힘들었다.하지만 그에겐 따져 물을 권리도 없었다.“곽승재, 왜 그러는데. 심각한 일이라도 생겼어?”고은서는 곽승재의 말이 들리지 않아 다시 물었다.곽승재는 생각을 정리했지만 기분은 여전히 울적해서 침울한 어투로 말했다.“심각한 일은 아니야. 그냥 승연이가 오늘 나를 찾아온 걸 말해주려고. 오랫동안 널 못 봤는데 요즘 바쁘냐고 묻더라.”일부러 영상 통화를 걸고 송민준 앞에서 얘기를 꺼리는 모습에 엄청난 기밀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단지 곽승연이 찾아왔다고 얘기하려고 그런 건가.곽승연이 그녀의 연락처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정말 무슨 일이 있었으면 직접 연락을 했을 텐데 굳이 곽승재가 가운데서 전할 필요가 있을까.잔뜩 실망한 채 표정이 좋지 않은 곽승재를 보며 고은서는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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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지금 고은서는 제법 곽승재를 믿었기에 그가 조만간 결과가 나올 거라고 말했으니 기다리면 그만이었다.그 후 고은서는 곽승재로부터 예흥 투자은행 사람들이 현재 새로운 게임 프로젝트를 론칭하기 위해 여러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서 다수의 게임 방송인을 섭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여시은이 그녀를 노리고 X국에 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대결은 이제 그 서막을 열었고 고은서는 여시은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고은서는 아직 곽승재에게 wor 게임 업그레이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곽승재가 누설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여시은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어서였다.그래서 wor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면 승리할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고 생각했다.고은서는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손에 따뜻한 음료를 들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송민준을 보고 곽승재에게 말했다.“별일 없으면 끊을게.”곽승재는 송민준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요즘 송민준이 자주 고은서 곁에 나타나 시도 때도 없이 호의를 베풀어 곽승재는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은서야, 이건 네 거야. 설탕 적게 넣었어.”곽승재는 송민준이 고은서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네는 것을 보았다.“고마워.” 고은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아직 영상 통화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았는지 송민준은 자연스럽게 고은서의 가방을 들어주었다.“은서야,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내가 들어줄게.”고은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들 수 있어.”결국 곽승재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짜증을 내며 영상 통화를 끊었다.까맣게 꺼진 화면을 바라보던 송민준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고은서와 송민준이 함께 병실에 도착했을 때 송민아는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고 다소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민아야, 몸은 좀 어때?”송민준은 송민아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따뜻한 음료를 올려놓으며 물었다.송민아는 송민준과 고은서를 보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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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송민준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일부러 오해한 것처럼 말했고 고은서는 솔직하게 답했다.“민준 씨도 나한테는 주인혁 씨와 같아. 그러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지.”그러면서 송민아 옆에 앉아서 말을 이어갔다.“이제 민아도 주인혁 씨와 친구가 됐는데 주인혁 씨와 내 사이를 오해해서 두 사람이 친구로 지내는 걸 반대할까 봐 말하는 거야.”그 말에 송민준은 가만히 고은서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자신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다는 것을 알고 목을 가다듬었다.“미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고 그냥 오해할까 봐.”송민준은 싫은 기색 없이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건 네 진심이니까.”“...”“은서야, 걱정하지 마. 오빠랑 부모님 다 친구 사귀는 것에 간섭하지 않아.”송민아도 고은서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달랬다그렇게까지 얘기하니 고은서도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한참 동안 그녀 곁에 있다가 시간이 늦어지는 걸 본 송민아가 고은서에게 가서 쉬라며 재촉했다.“같이 가.”송민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번에 같은 호텔로 잡아서 같이 가면 돼.”국내보다 치안이 좋지 않은 이곳에서 밤에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게 더 안전했기에 고은서는 마다하지 않았다.송민준은 데리러 올 차를 불렀고 차에서 고은서는 그가 여시은이 다친 것과 연관이 있는지 물을 수밖에 없었다.“민아가 기사 보고 나한테 말해줬어. 민준 씨가 민아 대신 화풀이해 준 거야?”고은서가 묻자 송민준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난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야. 증거가 없는 일은 대부분 부정해 버리지.”입꼬리만 살짝 올린 송민준의 표정을 보며 고은서는 대개 그가 시켜서 벌인 짓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렇듯 떳떳하지 못한 일을 송민준이 인정할 리 없었다.고은서가 말했다.“민아가 소식 듣고 많이 기뻐했어. 민준 씨와 상관있든 없든 고마워.”고은서의 말에 송민준이 답했다.“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감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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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송민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고은서는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다 잠시 고민한 끝에 그만두기로 했다. 송민준에게도 프라이버시가 있고 게다가 그녀와 송민준은 그다지 특별히 가까운 사이도 아니니 남의 개인 일정까지 캐묻는 건 좀 지나친 것 같았다. 송민준이 말하고 싶다면 내일 자연스럽게 언급할 것이었다....다음 날 아침 고은서는 식사하러 호텔 뷔페식당에 갔다가 송민준을 마주쳤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고은서는 송민준이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인다는 걸 느꼈다. 얼굴도 조금 초췌하고 낯색이 평소보다 창백해 보였다.“일어났어?” 송민준이 그녀에게 코맹맹이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고은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민준 오빠, 어디 불편해?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 보여.”송민준은 부정하지 않았다.“감기 기운이 좀 있나 봐. 별일 아니야,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그래도 약은 챙겨 먹어. 이런 때일수록 건강 더 챙겨야 돼. 지금 민아 손도 다 낫지 않았는데 오빠까지 아프면 안 되잖아.”송민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어. 신경 써줘서 고마워, 은서야.”함께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송민준은 병원에 들러 음식을 가져다줄 겸 송민아도 보고여기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송민준은 자신의 스케줄을 고은서에게 전부 이야기했지만 전날 새벽에야 돌아온 일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별일이 아니라 굳이 말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고은서도 오늘 할 일이 많아서 그런 자잘한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송민준과 헤어진 후 고은서도 부하 직원들과 함께 회의를 하며 업무를 논의했다. 반나절 이상 바쁘게 일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서야 배고픔이 몰려왔다. 그때 마침 푸짐한 배달음식이 도착했다.향긋한 냄새에 고은서는 군침이 돌았고 부하 직원들도 너무 배가 고팠었는데 단비처럼 타이밍이 굿이라며 좋아했다.“고 대표님, 대표님이 우리를 위해 미리 주문하신 건가요? 진짜 감동이에요!” 한 직원이 말했다.고은서는 살짝 양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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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곽승재의 말에 고은서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 급히 물었다.“송민준에 대한 소식이 뭐야?”곽승재는 자신이 파견한 사람들이 전혜라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알아낸 사실이라며 어젯밤 송민준이 한 개인 와인 농장에 갔고 마침 전혜라도 그곳에 있었다고 전했다.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가느다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럼 어젯밤 그렇게 늦게 돌아온 이유가 전혜라를 만나기 위해서였던 걸까?“여시은도 와인 농장에 있었어?” 고은서가 물었다.“아니, 그 여자는 그곳에 없었어.”곽승재가 답했다.고은서는 생각에 잠겼다. 전혜라와 여시은은 마치 모녀처럼 가까운 사이다. 송민준이 전혜라를 만났다면 여시은을 만난 거나 다름없지 않나? 설마 송민준과 여시은 사이에 정말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며칠 전 여시은이 다친 건 정말 우연이고 송민준과는 무관한 일이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우연이 겹칠 수 있을까? 송민아가 다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여시은도 누군가에 의해 다쳤다.“송민준과 전혜라가 실제로 만난 게 확실하대?” 고은서가 확인하듯 물었다.곽승재는 와인 농장이 사유지라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사람을 보냈지만 송민준이 그곳에 들어갔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실제로 전혜라를 만났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고은서는 어젯밤 송민준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설 때의 얼굴을 떠올렸다. 평소보다 조금 더 어두운 표정이었다. 송민준의 성격상 웬만한 일로는 감정 변화가 크지 않다. 그렇다면 그가 만난 사람은 단순한 고객이나 친구가 아니었을 것이다.“은서야, 일단 협업 건에 집중해.”곽승재가 말했다. “송민준 쪽은 내가 계속 추적해서 확인할게.”확실히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괜히 혼자 상상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노릇이니 우선은 게임 회사와의 협력이 더 중요했다.“송민준은 촉이 예민하니까 조사할 땐 각별히 조심해. 들키지 않게.”고은서가 당부했다.곽승재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고은서가 비록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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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너 빨리 일 끝내고 주인혁 콘서트 가려는 거지?”고은서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게 이유 중 하나긴 하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계약을 빨리 체결해서 WOR이 순조롭게 출시되게 하고 싶은 거야. 그 여시은이 아직도 여기 머물고 있어서 영 마음이 놓이질 않아. 난 지금 당장이라도 계약을 마무리하고 싶어!”고은서 역시 그러고 싶었지만 이런 일은 조급하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송민아를 달래며 다시 주인혁 이야기를 꺼내 그녀의 주의를 돌렸다.“너 어제 혹시 우리 오빠가 주인혁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질까 봐 그런 거야?”송민아는 문득 고은서가 송민준에게 설명하던 모습이 떠올라 물었다.고은서는 부정하지 않았다.“너랑 주인혁이 혹시라도 잘 될 걸 대비해서 미리 말해둔 거야. 네 오빠가 주인혁을 오해하면 안 좋잖아.”송민아가 말했다.“주인혁 괜찮은 사람이야. 밝고 순수해. 하지만 나랑은 잘 안 맞을 것 같아. 그는 아이돌로서 더 잘 어울려. 그러니까 네 걱정은 쓸데없는 거였어.”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송민아가 주인혁과 일상 이야기를 많이 공유할 정도라면 단순한 팬과 스타의 관계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고은서는 굳이 그걸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다.이야기를 나누며 병원에 도착한 고은서가 송민아를 부축해 차에서 내릴 때 어젯밤 현금 몇 장을 건넸던 마른 체구의 아기 엄마를 다시 본 듯했다. 고은서는 확실히 보고 싶어 다가가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착각이었을지도 몰라 고은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송민아를 병실에 데려다준 후 고은서는 박지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송민아가 간병인과 함께 씻으러 가자 고은서는 자리에 앉아 박지연과 통화를 했다. 박지연은 고은서에게 온씨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육현석이 조수연이 여러 차례 그녀를 괴롭힌 증거를 경찰에 넘긴 후 온범준과 조수연이 박지연에게 찾아와 용서를 구했을뿐더러 박지연의 전 상사에게까지 부탁해 선처를 청했다는 것이다. 그 상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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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박지연은 조수연도 사람을 시켜 유혜린의 약점을 폭로하려고 했으나 유혜린이 이미 네티즌들에게 온씨 가문에서 별별 모함을 다 할 거라며 그것마저 증거로 결찰에 넘기겠다고 말한 전후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유혜린은 확실히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아이를 잃은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차에 치인 상처까지 애처롭게 보여주는 바람에 많은 네티즌들의 동정과 지지를 얻었다. 그러다 보니 조수연이 제공한 그 증거들은 별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온 닥터는 널 찾아오지 않았어?”고은서가 다시 물었다.박지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전에 현석 씨 변호사가 자기 어머니를 고소했을 때도 그 사람은 분명히 그 사실을 알았을 텐데 날 찾지 않았어. 지금 와서 올 리가 없지.”조수연이 한 짓을 생각하면 온승준은 차마 박지연을 찾을 체면이 없을 것이다. 그가 그때 집안일에 조금만 신경 쓰고 조수연의 행동을 제지했더라면 박지연은 이토록 철저히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씨 가문도 지금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유혜린이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키는 게 단순히 화풀이를 하려는 걸까?”고은서의 의아함에 박지연이 답했다.“전 병원의 과장이 말하길 유혜린은 지금 업계 내 평판도 좋지 않대. 이번 일을 키운 건 아마 큰돈을 뜯어내려는 속셈인 거 같아.”고은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유혜린의 아이는 온승준의 아이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그 둘의 결혼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사람은 잃었지만 재산까지 놓칠 순 없다는 생각은 현실적인 판단이었다.“이번엔 온씨 가문에서 제대로 한방 먹게 생겼네. 온승준 어머니도 결국 업보를 받았지. 그렇게 고르고 또 골랐던 며느리 손에 당했으니.”고은서는 약간 통쾌하다는 듯 말했다.박지연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온 닥터는 조금 안됐어. 남편으로서는 엉망이었지만 의사로서는 훌륭했거든. 지금 이렇게 휘말려서 의사 자격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고은서는 그 말을 듣고 급히 경고했다.“지연아, 이런 말은 절대 현석이 앞에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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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코끝으로 역한 냄새가 퍼져왔다. 고은서는 이 냄새가 사람을 기절시키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나고 공포로 가득 찼다.온몸을 덜덜 떨며 겁에 질려 있는 그 깡마른 여인을 보고 남자들은 딸이 무사하길 원한다면 조용히 시키는 대로 하라고 협박했다.다른 사람의 도움을 바라볼 수 없음을 인지한 고은서는 스스로를 구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팔은 꽉 잡혀 움직일 수 없었고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건 다리뿐이었다. 고은서는 숨을 가다듬은 후 온 힘을 다해 몸을 뒤로 튕겨 다리로 남자의 머리를 감싸 넘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상대의 체격이 너무 큰 탓에 그녀의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이년이!”공격당한 남자는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이어 다른 두 명의 남자도 고은서를 꽉 붙잡았다. 고은서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머리가 점점 더 어지러웠고 힘도 빠져나가면서 눈앞의 모든 것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의식이 거의 끊기려는 순간 고은서는 흐릿한 시야 속에 동양 남성의 실루엣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눈꺼풀은 너무 무거웠고 머릿속은 멍해지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고은서는 머리가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의식을 찾았다.머리를 감싸고 싶었지만 사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힘겹게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이 바닥에 누워 있고 몸은 밧줄에 꽁꽁 묶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방 안엔 불빛 하나 없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냉기가 맴도는 걸로 보아사방에서 밤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창틀은 삐걱거리며 소리를 냈다. 밖에서는 술을 마셔 기분이 꽤 좋아 보이는 남자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그 순간, 고은서는 병원 밖에서 겪은 일이 떠올랐다. 자신이 납치당한 건가? 그리고 기절하기 전 어렴풋이 한 남자의 실루엣을 본 것이 기억났다.당시 머리가 흐리멍덩하고 시야도 흐릿해서 상대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 시각에 병원에 나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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