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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어게인, 비긴: Chapter 1211 - Chapter 1216

1216 Chapters

제1211화

고은서의 목소리가 들리자 누군가 고개를 돌렸는데 역시 송민준이었다.송민준은 정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 파악이 안 되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고은서?”“나야.”고은서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우리 납치당한 것 같아. 오빠, 몸 괜찮아? 다친 데 없어?”송민준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사지가 묶인 탓에 제대로 앉을 수도 없었다.“난 괜찮아. 밧줄을 서로 풀어줄 수 있는지 시도해보자.”그는 다른 질문은 건네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고은서 역시 송민준이 어쩌다 함께 납치된 건지 물을 겨를이 없었다. 서로의 밧줄이 보이지 않아 더듬더듬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꽤 걸릴 듯했다.고은서가 말했다.“다른 방법을 써보는 게 좋을 것 같아.”예전에 주인혁에게서 호신술을 배운 적이 있었고 T국에서 위험한 일을 겪은 후에는 간단한 탈출법을 독학했었다.그중 하나가 바로 손이 묶였을 때 밧줄을 푸는 방법이었다.고은서는 몸을 뒤로 움츠리면서 양팔 사이로 몸과 다리를 통과시켜 뒤로 묶여 있던 두 손을 가슴 앞으로 가져왔다.손에 묶인 밧줄이 너무 팽팽해서 풀리지 않자 재빨리 발을 묶은 밧줄부터 풀기 시작했다.발이 자유로워진 후 멈추지 않고 서둘러 송민준의 손목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송민준은 고은서에게 이런 재주가 있다는 사실에 놀란 듯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송민준의 손목 밧줄이 풀렸고 송민준이 고은서의 밧줄을 풀어주면서 둘은 일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송민준은 약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서려다가 약간 비틀거렸다.방 안에 낡은 의자가 있는 걸 본 고은서는 그에게 먼저 앉으라고 했다.“잠깐 앉아서 쉬고 있어. 밖이 어떤 상황인지 보고 올게.”그러고는 낡은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이곳은 돌이 많은 산꼭대기 같았고 몇 안 되는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땅에도 온통 잡초라 황량한 분위기를 풍겼다.창문 바로 앞에 임시 천막이 있었고 그 아래에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한 남자는 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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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됐어. 이미 결정했으니까 얼른 가.”고은서는 다급하게 재촉하고는 송민준을 창가로 밀었다. 그런데 송민준이 고은서를 번쩍 안아 올려 창가에 앉히더니 먼저 가라고 했다.밖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고은서는 저항하지 못하고 몸을 숙인 채 재빨리 창문 밖으로 기어나갔다.다행히 이곳은 인적이 드문 황무지였고 잡초도 무성해서 그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었다.바닥에 발을 디딘 고은서는 송민준에게 손을 내밀면서 빨리 나오라고 눈빛으로 재촉했다.달빛 아래 드러난 고은서의 가냘프고 하얀 손을 보던 송민준의 눈빛이 또다시 미묘하게 변했다.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어 송민준도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런데 그녀보다 덩치가 큰 바람에 나오면서 창문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나무 조각을 건드리고 말았다.찍 하는 소리에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뛰어.”송민준은 낮게 외치고는 고은서를 잡고 앞으로 달렸다.뒤에 있던 남자들은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리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맹렬하게 뒤쫓아갔다.그녀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 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송민준을 따라 미친 듯이 달렸다.밤바람이 세고 차가워서 얼굴에 닿을 때마다 살짝 아플 정도였다. 산길이라 미끄럽고 풀이 무성한 데다가 길이 익숙지 않아 곧 그들에게 따라잡힐 것만 같았다.“으악.”그때 고은서가 실수로 돌 위의 이끼를 밟고 미끄러진 탓에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은서야.”송민준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하지만 너무 큰 관성 때문에 잡지 못하고 오히려 고은서와 함께 산비탈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산비탈이 무척이나 가파르고 험준했다. 두 사람은 끝도 없이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고은서는 현기증까지 밀려왔다.귓가에 차가운 바람 소리가 윙윙거렸고 몸에 통증이 전해졌다. 그렇게 정신없이 굴러떨어지다가 고은서는 마침내 두꺼운 잡초 더미 속에 파묻혔다.“으윽...”송민준은 뭔가에 부딪혔는지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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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송민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른 후에 쉰 목소리로 말했다.“허리를 부딪쳤는데 별일 아니야.”돌이 많아 무척이나 울퉁불퉁한데도 고은서가 멀쩡한 걸 보면 송민준이 몸으로 막아준 게 분명했다.고은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의 통증을 덜어줄 방법이 없었다.“조금만 참아. 곧 날이 밝으면 사람들이 우릴 구하러 올 거야.”송민준은 알겠다고 짧게 대답하고는 똑바로 앉으려 애를 썼다.고은서는 또 미끄러져 내려갈까 봐 그를 부축했다. 두 사람은 돌에 기대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오빠는 어쩌다 같이 납치된 거야?”고은서는 이제야 물을 틈이 생겼다.송민준은 송민아가 병실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만난 다음 호텔로 돌아가 쉬려 했는데 병원 앞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했다.상황을 확인하려 다가갔을 때 누군가 얼굴에 약을 뿌리고 뒤에서 목을 친 바람에 순식간에 기절했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땐 그를 부르는 고은서의 목소리를 들었고.고은서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나 때문에 오빠까지 이런 일을 당했어. 오빠 말이 맞았어. 그 모녀한테 그렇게 많은 현금을 주는 게 아닌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위험에 빠진 것도 모자라 오빠까지 납치당하게 하고.”“다음에 그 모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면 못 본 척할 수 있어?”송민준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서는 삐쩍 마른 모녀가 벽에 기대어 있던 가련한 모습을 떠올리며 솔직하게 답했다.“못할 것 같아. 밖에서 남을 너무 동정해서는 안 된다는 거 알아. 근데 그 사람들이 정말로 어려움에 처한 거라면?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가뭄에 단비 같은 것일 수도 있잖아.”그녀는 계속하여 말했다.“하지만 앞으로 돈을 함부로 주진 않을 거야. 남한테 부탁해서 음식과 약을 보내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그렇다면 사과할 필요 없어.”송민준이 말했다.“아까 창밖으로 안전하게 뛰어내렸는데 왜 도망 안 가고 날 기다렸어?”귓가에 들리는 송민준의 낮고 묵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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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두 사람이 아주 가까이 있는데도 송민준의 목소리가 모깃소리처럼 낮아 고은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는 많이 지쳤는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송민준이 이해되지 않았던 터라 고은서는 더 캐물을 생각도 없었다.두 사람의 무게가 모두 벼랑의 풀 더미에 실렸다. 찬 바람이 몰아친 그때 풀숲 아래의 흙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더는 이곳에 몸을 숨겨선 안 되었다.“오빠, 풀이 곧 끊어질 것 같아. 빨리 내려가야 해.”다급한 고은서와 달리 송민준의 말투는 어쩐지 덤덤해진 것 같았다.“허리를 다쳐서 움직이지 못해. 너 혼자 내려가.”“안 돼. 같이 가.”고은서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옆에 발을 디딜 수 있는 돌덩이들이 있어. 조심하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을 거야.”풀 더미의 흙이 계속 무너져 내리고 있었고 그들이 앉아 있는 곳도 흔들리기 시작했다.고은서는 일어서면서 송민준을 잡아끌었다.“빨리 움직여. 이러다 떨어지면 돌에 맞을 수도 있어. 그건 너무 위험해.”“은서야, 후회할까 봐 두렵지 않아?”송민준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또 무슨 후회 타령이야? 오늘따라 대체 왜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하는 거지? 귀신에 씌었나?’고은서가 다급하게 재촉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잠시 생각하던 송민준은 뭔가 결심한 듯 고은서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고은서, 이건 네 선택이야.”그러고는 한 손으로 고은서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옆의 잡초를 붙잡으며 튀어나온 돌을 밟으려 애썼다.지금이 하도 위험한 상황이라 고은서는 송민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녀는 송민준의 팔을 붙잡고 호흡을 맞춰 움직였다.두 사람의 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조금 전 앉아 있던 풀 더미가 자갈과 함께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겁에 질린 고은서는 송민준의 팔을 꽉 붙잡았다. 송민준은 아픈 소리도 내지 않고 고은서를 감싸 안으며 발을 디딜 곳을 찾았다.힘겹게 나아가긴 해도 비교적 순조로웠다. 지면까지 몇 미터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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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평소 다정하고 점잖던 모습과 달리 지금 송민준의 말투에는 조롱과 무관심이 섞여 있었다. 마치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고은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일단 그를 부축했다.“일단 평평한 곳에 앉아 있어.”송민준을 겨우 부축하여 옆에 눕히고 나니 두 사람 모두 기진맥진했다. 그의 몸 절반이 고은서에게 기대어 있었다.이런 상황, 이런 장소에서 고은서는 송민준을 피하지 않았다. 힘이 없기도 했고 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주머니에 물티슈가 있는 게 떠올라 더듬거리며 꺼낸 다음 송민준에게 건넸다.“땀이라도 닦아.”송민준은 다친 곳이 많이 아픈 듯 물티슈를 쥔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의 숨결에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아침부터 몸이 좋지 않은 데다가 밤에는 황량한 산속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기절해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에 도망치고 구르기까지 했으니 체력이 거의 바닥날 만도 했다.고은서는 이렇게 힘없이 축 처진 송민준을 본 적이 없었다. 아까 송민준이 자신을 비웃듯 목숨이 질기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빠, 어렸을 때 많이 힘들었어?”송민준의 숨소리가 살짝 멈췄다가 덤덤하게 되물었다.“고은서, 지금 날 동정하는 거야?”고은서가 솔직하게 말했다.“그냥 궁금해서. 대답하기 싫으면 못 들은 거로 해.”송민준은 몸을 옆으로 움직이며 고은서와 거리를 두었다.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랑 민아는 배다른 남매야.”두 사람의 어머니가 다르다는 사실을 고은서는 이미 송민아에게서 들었지만 그래도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럼 오빠 어머니는?”열이 심하게 나서 정신이 흐릿한 듯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고은서에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송민준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맺어진 결실이 아니라 어머니가 어쩔 수 없이 그를 낳은 것이었다.그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그를 싫어했고 늘 작은 방에 혼자 갇혀 지냈는데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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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다른 사람의 삶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혹시... 어머니를 미워한 적이 있어?”고은서는 이 질문을 가장 하고 싶었다.어머니로서 왜 아이에게 잘해주지 못했을까?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왔다. 송민준이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을 향해 숨을 내쉬기만 할 뿐 고은서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자신이 송민준의 상처를 들쑤시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사람마다 부모에 대한 감정은 다르지만 부모의 사랑을 갈망한다는 점은 똑같을 것이다.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가 그녀를 매우 아끼고 예뻐해 줘서 사랑이 부족한 적은 없었으나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물었다가 거절당했을 때 어머니에게 화를 낸 적도 있었다.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다.어머니가 그녀를 낳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송민준이 아무리 완벽하고 강해 보여도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복잡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금 전 얘기를 꺼냈을 때 흔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송민준의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계속 물어보는 건 실례일 것 같아 고은서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면서 구름층 뒤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났다. 마치 암흑으로 가득한 하늘에 새로운 길이라도 열어준 것 같았다.비록 아직 선명하게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변 환경을 대충 확인할 수는 있었다.이곳은 온통 자갈밭이었고 황량하고 공허해서 이유 모를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고은서는 무의식적으로 송민준을 쳐다보았다. 바닥에 누워 살짝 거친 숨을 쉬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괴로워 보였다.그녀도 온몸에 다양한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지만 송민준보다는 훨씬 나았다.몸을 일으켜 송민준의 이마를 만져보니 여전히 뜨거웠다. 그런데 그는 추운지 몸을 약간 웅크리고 있었다. 감기로 인한 고열은 으슬으슬 춥다가 또 더워지곤 한다.고은서는 전에 송민준에게 줬던 물티슈를 찾아 뜯은 후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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