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저희는 그런 복이 필요 없습니다.”고은서가 말을 잇기 전에 곽승재가 도착했다.어떤 공식 석상에 참석하고 오는 길인지,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까지 단정히 매고 있었다.그는 고은서 앞에 막아서며 말했다.“어르신들, 고은서가 너무 직설적인 표현을 쓴 건 맞지만, 자기 의견을 말한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라고 봅니다.”“곽 대표, 지금 뭐 하는 거야?”그중 곽승재와 안면이 있는, 비쩍 마른 남성이 몹시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여자랑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감싸고 도는 거야?”곽승재가 대답하기 전에 여재훈이 입을 열었다.“작은 일 때문에 서로 기분 잡칠 필요 없어요. 내가 괜한 말을 했네요.”고은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고은서 씨, 곽 대표, 우리는 이만 가볼게.”말을 마친 여재훈이 자리를 뜨자, 다른 사람들도 자연히 따라갔다.그들을 찾으러 나왔던 육현석이 방금의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 듯 물었다.“은서야, 왜 그래? 왜 여 대표님에게 그렇게 가시를 품고 있어? 여시은 때문이야?”육현석이 아는 고은서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여시은이 밉상이긴 해도 그녀의 아버지는 품위 있는 신사가 아닌가? 고은서가 이유 없이 적대시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은서는 육현석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도 방금 자신이 지나친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 해도 이런 장소에서 말을 가려서 하고 예의를 지켜야 했다.하지만 여재훈이 입을 여는 순간, 그녀는 왠지 여재훈이 여시은과 함께 경찰서에서 나오던 광경이 생각났다. 특히 은근히 우쭐대던 여시은의 눈빛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화가 났다.“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 식사하면서 상의할 일이 있다며? 가자.”곽승재의 말에 육현석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형, 적절한 타이밍에 나타났네.”곽승재는 그를 상대하지 않고 고은서에게 나지막이 말했다.“들어가자.”그들이 방에 들어섰을 때는 박지연이 음식을 다 시켜놓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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