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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Bab

제1171화

“민준 오빠, 날 위해 나서준 건 감사하지만 내가 겪은 작은 억울함 때문에 하씨 가문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해.“그녀의 말에 송민준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은서야, 허씨 가문은 자업자득이야. 그들을 동정할 필요 없어.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건 멍청한 짓이야.”고은서는 비록 상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세상의 약육강식 법칙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어 송민준의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난 그들을 동정하는 게 아니야. 단지 우리 가문에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가봐...”“그건 두려워할 필요 없어.” 송민준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 대표가 판단해서 잘 처리할 거야. 그 정도 분별력은 있는 사람이니까. 그 집안사람들 아마 다시는 너희 가문의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고은서는 송민준이 평소에 비해 달라 보였다. 냉혹한 기운이 송민준을 감싸는 것이 마치 하씨 가문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짓밟을 것 같은 위압감이 몰려왔다.‘민시후와 곽승재가 말했던 송민준의 수완이 정말이구나.’그녀는 민시후가 자신이 송민준과 거리를 두는 이유를 설명할 때 표정이 떠올랐다. 거기다 오늘 송민준이 김지숙에게 경고할 때의 그 차가운 표정이 떠올라 낯설기만 했다. 만약 C선생이 정말 송민준이라면 정말 상대하기 버거운 적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은서야, 밥 안 먹었지? 나랑...”송민준이 같이 식사하자는 말을 꺼내기 전에 곽승재가 차에서 내려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급히 물었다.“괜찮아?”송민준은 곽승재가 잡은 고은서의 손을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곽 대표님, 은서는 괜찮아요. 일도 이미 해결했고요.”“당신이 왜 여기 있죠?” 곽승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은서와 식사나 하려고 왔다가 우연히 이 상황을 목격했을 뿐입니다.”“송 대표님은 은서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나타나네요.”곽승재의 불편한 표정에도 송민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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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고은서는 곽승재의 난처함과 후회를 눈치챘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이 곽승재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승재 씨가 꼭 나를 도와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민준 오빠, 식사는 다음에 해요. 오늘 일은 고마웠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방금 김지숙이 벌인 소동 때문에 대문 앞에 모인 구경꾼들 그리고 휴대폰으로 찍기까지 하는 사람들을 보며 고은서는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송민준이 아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민아 말로는 네가 오후 내내 바빠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하던데 가서 간단하게라도 식사하고 가는 게 어때?”곽승재와 여시은의 문제를 논의하고 싶었던 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다음에요.”고은서의 거듭된 거절에 송민준은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고은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곽승재를 흘깃 쳐다보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하기 직전 뒷문이 열리며 곽승재가 차에 올라탔다.너무 배고파 시비할 힘조차 없어 창가에 기대어 앉은 고은서에게 곽승재가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주었다.“너 초콜릿 안 먹잖아. 왜...”“널 위해 준비한 거야. 네가 저혈당이라고 아주머니가 말씀하셔서 비상용으로 챙겨뒀었어. 그런데 너 내가 초콜릿 안 먹는 거 기억하고 있었구나.”고은서는 초콜릿 한 알을 집어 입에 넣고는 덤덤하게 답했다.“그냥 물어본 거야, 다른 의미 두지 마.”곽승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은서야, 예전엔 정말 너에게 잘해주지 못한 거 같아. 남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지. 다 내 잘못이야. 전에 내가 했던 행동들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할게.”과거에도 공식적인 사과를 받았었지만 곽승재의 이 한마디에 고은서의 가슴 한구석은 또 시큰해났다. “나도 잘못이 있어. 당신이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결혼했고 결혼 생활도 너무 너한테만 매달려 널 귀찮게 했어. 바꿔서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상대방은 싫을 것 같아.”“아니야! 난 처음부터 너를 좋아했어, 그 마음을 그땐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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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곽승재는 기분이 울적했지만 그래도 고은서가 자신을 피하는 것보다는 현재 상황이 퍽 나아 보였다. 적어도 고은서가 아직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곽승재의 기분도 썩 나쁘지 않았다.곽승재는 고은서와 계속 여시은의 문제를 논의했다. 육현석이 계속 알아보는 중이며 자신도 WOR 게임 회사 주최 개발팀을 조사한 상태라고 말했다. 여시은이 게임을 모방할 의도가 있다면 핵심 데이터가 필수적이므로 그들을 조사하는 게 중요했다. 이 생각은 고은서와도 일치했다.라이트문 아파트로 돌아오자 아주머니가 식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아직 식사 전이던 곽승재도 함께 먹기로 했다. 아주머니가 한 달걀 프라이는 바삭하면서도 촉촉해 정말 맛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던 고은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줌마, 계란프라이 솜씨가 이렇게 좋은데 왜 며칠 전 샌드위치에 계란은 태웠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수프를 마시던 곽승재가 갑자기 사라에 들려 기침을 했다. 아주머니의 표정도 어색해졌다. “불을 제대로 조절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다음엔 조심할게요. 두 분 천천히 드세요. 저는 부엌 좀 정리할게요.”아주머니는 급히 부엌으로 사라졌다.고은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곽승재에게 물었다.“아줌마 집에 무슨 일 있나 봐. 요즘 아줌마가 이상해.”곽승재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 “그래? 난 평소랑 별다른 차이 못 느끼겠는데?”그때 고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송민준이 그녀가 귀가했는지 확인하며 김지숙이 경찰서로 끌려가 구두 경고를 받았고 재차 그녀 앞에 나타나 행패를 부릴 시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했다고 알렸다. 고은서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통화를 끊었다.이미 돌아오는 길에 사건 경위를 알고 난 곽승재가 송민준에 대한 불만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물었다. “송민준이 이렇게 널 위해 나서주는데 감동 안 해?”고은서는 곽승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심한 척 야채를 짚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너무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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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곽승재는 눈썹을 찌푸렸다. 송민준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교활했다.다음 날, 고은서가 잠이 채 깨기도 전에 송민아의 전화가 걸려왔다.“은서야, 어제 또 정신 나간 것들이 회사 앞에서 난리를 쳤어?” 송민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서는 송민아가 회사에 가서 들은 줄 알고 아직 이른 시간을 보며 말했다. “너 회사에 이렇게 일찍 갔어? 너무 열심인데?”“회사 갈 필요도 없이 인터넷에 지금 김지숙이 널 따라다니며 욕하는 영상이 퍼졌어!”어제 누군가가 빌딩 앞에서 찍은 영상을 올린 게 분명했다. 고은서는 머리가 아파났다. 어제 퇴근할 때 이미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신속히 처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영상이 퍼졌다니 참 예상 밖이었다. 다행히 인터넷 뉴스는 하루에도 수십 개가 나오니 이슈는 금방 사그라들 것이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 사람이 왜 너를 그렇게 욕하는 거야?” 송민아가 물었다. 고은서는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송민준이 와서 일을 해결했고 마지막에 김지숙이 처리된 결과까지 전했다.“그나마 다행이야. 나는 네가 손해 볼가 봐 걱정했잖아! 그래도 이번엔 우리 오빠가 잘했네.” 송민아가 칭찬을 이었다. “은서야, 너 그 공은 인정해 줘야 돼!”말을 마치자마자 송민아는 고은서가 말할 새도 없이 잽싸게 전화를 끊었다.고은서는 먼저 MQ 사무실로 향했다. 향료 문제를 확인해야 했을 뿐 아니라 삼촌에게 하씨 가문의 사태를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외숙모의 성격상 하씨 가문의 불행을 알게 되면 온 세상에 알리며 통쾌해할 테니 조심하라고 당부해 두는 게 좋을 듯했다. 비록 송민준과 곽승재가 하씨 가문이 고씨 가문을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MQ에 도착하자 뜻밖에도 외숙모가 먼저 와 있었다. 인터넷 영상을 통해 김지숙이 행패 부린 사건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그 여자가 뻔뻔하게 왜 너를 찾아와 괴롭히니?” 단은숙이 물었다. 고은서의 상황 설명을 들은 단은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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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고은서는 외숙모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고려 안 해요. 앞으로 저에게 선 볼 사람도 소개하지 말고 누구랑 만나보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저 남자 없이도 잘 살 수 있어요.”예전이라면 단은숙은 이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은서가 정말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은서야, 나도 네 능력을 알아. 하지만 연애랑 사업은 별개잖아? 조건 좋은 상대 만나 둘이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단은숙은 황급히 덧붙였다. “걱정 마, 다시는 선 자리 안배 안 할게.”하씨 가문 사태가 이렇게 커진 것에 대해 단은숙도 후회가 없진 않았지만 결과가 생각보다 순조로워 그 마음마저 없어졌다.“그래도 좋은 상대라면 생각해 볼 수 있잖아?” 고은서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외삼촌을 찾아가 새 향료와 향수 제조 문제를 논의했다.회의 중 고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발신자 표시를 보고 고은서는 의아해졌다. 여재훈이었다.여시은이 경찰서에서 풀려난 후로 두 사람은 보지 못했다. 여재훈이 몇 번이나 식사 초대를 했지만 고은서는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했었다. 회의실 문을 나서며 그녀는 물었다. “여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은서 씨, 지금 어디에 있어요? 괜찮아요?” 여재훈의 목소리에 다급함과 걱정이 서려 있었다.“별일 없어요.”여재훈은 점심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하씨 가문 사건과 고은서의 이름을 들었다고 했다. 맞선 자리에서 하씨네 모자가 고은서을 모욕했는데 이게 송민준의 분노를 샀다는 것이다.고은서는 한 사건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 여재훈까지 알게 되다니. 그런데 여재훈이 왜 전화까지 하면서 그녀의 정황을 묻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시은이 전에 했던 일 때문에 보상이라도 하려고 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은서 씨, 내가 전화한 건 시은이 일 때문이 아니에요. 무슨 보상 같은 거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요.”여재훈은 고은서의 생각을 읽은 듯 말을 이었다. “이렇게 알고 지내는 것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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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은서 씨, 은서 씨와 시은이 일에 관해서는 정말 유감이에요. 시은이가 사람을 시켜 은서 씨를 상하게 했다고 의심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도 정말 그런 줄 알고 여러 방면으로 조사해 보았는데 경찰에서 내놓은 결과처럼 시은이가 한 짓이 아닌 것 같아요.”여재훈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시은이가 그런 나쁜 짓을 할 거라 믿고 싶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만 정말 그 애 잘못이라면 절대 두둔할 생각은 없어요.”여재훈의 딸을 위한 변명에 고은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억울함을 느꼈다. 왜 억울함일까?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여재훈은 그녀의 아버지도 아닌데 자신의 딸을 믿는 여재훈에게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여 대표님, 굳이 저한테 해명할 필요 없어요. 여 대표님은 잘못 없으세요.”여시은이 여재훈을 다루는 방법을 아는 것은 당연했다. 필경 두 사람이 부녀지간인데 고은서가 손에 쥔 증거도 없이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은서 씨, 지금 바쁘지 않다면 식사라도 같이 하시죠?”고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죄송해요. 지금은 시간 내기 어려워요. 곧 회의가 있어서요.”여재훈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너무 무리하지지 말고 건강 챙겨요.”“감사합니다.”통화를 마친 고은서가 회의실로 돌아가려는 순간 단은숙이 불쑥 나타났다.“은서야, 방금 누구랑 통화했어?”“아는 분이요.”“누구?” 단은숙이 캐물었다.“왜 그러는데요?”고은서가 반문했다.“그냥 이상해서... 너 예전에 엄마랑 다툴 때 항상 그런 태도였어. 그땐 너희 엄마가 너무 오냐오냐 받아줘서 그런 줄 알았는데 너희 엄마가 그러시더라. 네가 일부러 차갑게 구는 건 사실 자기를 어르고 달래 달라는 신호라고.”고은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녀가 여재훈을 존중하는 건 그가 어른답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각별히 친근감을 느꼈던 건데 단은숙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여재훈에게 어리광을 부린 격이 되고 만다. 단은숙이 제멋대로 이해한 것이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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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여자의 울음소리였다. 고은서는 순간 걱정이 앞서 급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상대로 소파에 앉아 있는 이는 조수연이었다. 예전의 오만함과 거만함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시련을 다 겪은 표정으로 비통하게 울고 있었다.한편 박지연은 눈썹을 찌푸린 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지연아, 무슨 일이야?”고은서는 경계의 눈빛으로 조수연을 바라보며 박지연에게 물었다. 그녀는 고은서를 보자 울음소리가 더 키우더니 비틀거리며 걸어왔다.“고은서 씨, 지연이와 제일 사이가 좋으니 부탁 좀 할게요. 지연이 좀 설득해 줘요. 우리 승준이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라고 좀 얘기해 줘요. 우리는 무슨 요구든지 다 들어줄 수 있어요.” “조 여사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박지연이 단호히 막아섰다. “은서를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경찰을 부를 거예요!”그 말에 조수연은 결국 무릎 꿇으려는 동작을 멈췄다. 박지연이 예전과 달리 지금은 진짜로 신고한다면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지연아, 너 우리 승준이 사랑하는 거 알아. 다른 사람이랑 함께 하는 건 우리 승준이 질투하게 하려는 거지? 우리 승준이 봐봐, 성격 좋지, 성실하지, 그기다 나쁜 습관도 없어. 우리 잘못한 거 알았으니까 승준이한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고은서는 조수연의 말에 쓴웃음만 나왔다. 박지연 역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조 여사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이것 보세요, 당신 며느리 배에 온씨 가문의 씨가 들어앉았는데 왜 이혼한 전 며느리에게 와서 빌고 있어요? 그 집 아들이 황제라도 되는 줄 아세요? 며느리 여러 명 두시려고요? 우리 지연이한테 이런 기분 더러운 소리 하러 오지 마세요!”고은서의 말에 조수연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집안의 추태를 박지연에게 말하는 건 괜찮으나 고은서에게 드러내는 건 싫었다. “지연아, 정말 미안해. 나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야. 이건 널 위해 산 금팔찌 두 개야. 승준이와 다시 합치면 순금 세트에 다이아몬드까지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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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그녀가 문을 나서자마자 박지연은 문을 잠갔다.조수연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밖으로 향했다. 박지연 앞에서는 고개 숙여 사과할 수 있어도 밖에서의 체면은 지켜야 했다.고은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또 무슨 일이야? 조수연이 재결합을 요구하다니? 유혜린이랑 사이가 안 좋대?”박지연이 물을 건네며 답했다.“며칠 전 온승준 머리카락을 챙겨 유혜린을 데리고 친자 검사하러 가려 했는데 유혜린이 죽어도 안 간다고 버텼대.”박지연은 소파에 걸터앉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유혜린이 검사를 거부할 걸 예상한 조수연이 조카 둘을 시켜 강제로 병원으로 데려갔다가 병원 문 앞에서 유혜린이 갑자기 뛰쳐나가다 지나가는 전동차에 치여 유산까지 했다는 거다.조수연이 유혜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온승준 머리카락과 유산된 배아를 가지고 친자 검사를 의뢰했는데 오늘 오전, 예상대로 온승준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것이다.“그러니까 그날 밤 유혜린이 술에 취한 온승준이랑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야?” 고은서가 충격받은 목소리로 물었다.“유혜린이 그 아이를 온승준 자식으로 만들려 했다면 그날 밤 일어날 일은 일어났을 거야. 온승준도 술에 취해 유혜린을 나로 착각했다고 인정했으니까.”고은서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럼 유혜린은 원래 온승준을 좋아하지 않았던 거네. 그냥 책임질 사람을 찾은 거야, 그치?”“조수연도 그렇게 얘기했어. 유혜린 뱃속의 아이 아빠에 대해서도 조사해 봤대. 유부남에 와이프 집안 배경이 대단한가 봐, 와이프를 엄청 무서워한댔어. 그래서 이혼은 꿈도 못 꾸고 유혜린과는 몰래 만나 불장난을 한 거지.”“유혜린이 아마 뱃속의 아이를 포기하지 못해 온승준을 아이 아빠로 선택한 거 같아.”고은서는 세계관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전생에서는 유혜린이 임신했던 기억이 없었다. 온승준과도 빨리 결혼하지 못했던 거 같은데 아마 그들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아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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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전에도 조수연은 유혜린의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며 그녀의 체면을 구겨놨다. 그리고 지금은 유혜린의 뱃속 아이까지 잃게 만들었다. 유혜린의 성격으로 미루어볼 때 그녀는 절대 온씨 가문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박지연이 차갑게 대꾸했다.“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유혜린도 온씨 가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해. 유혜린도 잘 한건 없지만 조수연도 참 나쁜 사람이야. 유산당한 며느리를 제쳐두고 정신을 잃은 틈을 노려 가만히 친자 검사를 시켰잖아.”이 일에서 고은서는 조수연이 이기적인 면을 절정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사실 유혜린이 귀국했을 때는 임신하지 않았다. 고은서는 그녀가 해외 남자와의 관계를 끊고 온승준이 괜찮은 사람인 거 같아 그를 선택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유혜린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조수연을 꼬드겨 박지연과 온승준의 이혼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온승준이 박지연과 이혼한 후에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자 다시 그 남자와 연락하면서 임신하게 되었었고 아이를 포기하기 싫었던 그녀는 온승준을 끌어들여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남의 가정을 파탄 낸 유혜린도 동정받을 자격이 없지만 조수연의 행동도 분명히 비난받을 만했다.새 며느리도 그녀가 직접 골랐고 박지연과 온승준의 이혼도 그녀의 간섭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유혜린의 악행이 드러나자 다시 박지연에게 되돌아오라고 하면서 비난 사정을 하고 있다.“그런 사람은 경비원을 불러 쫓아내면 되지, 왜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다 들어줬어?” 고은서가 물었다.박지연이 케이크를 먹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쫓아내려고 했는데 글쎄 자기 얘기를 들어주기 전에는 매일 찾아온다지 뭐야. 그래도 영업하는 장소인데 손님들이 와서 불쾌함을 겪게 해서는 안 되잖아. 그래서 한 번만 들어주기로 했어. 조건은 다시는 오지 말라는 거였고.”“그러다가 매일 찾아와서 저 우는소리를 되풀이하면 어쩌려고?”박지연은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 나는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그러기만 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경비원들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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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고은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 앞에서 육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박지연이 반갑게 맞았다. “현석아, 어쩐 일이야?”육현석이 말했다. “지나가는 길에 들러 너 잠깐 보고 가려 했는데 문 앞에서 은서가 너랑 얘기하는 소릴 들었어.”“지연아, 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 육현석이 박지연에게 다가가 물었다.박지연은 주저 없이 조수연의 방문 사실을 설명했다.육현석은 화를 내며 말했다.“그 노친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예전엔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너 찾아오더니 지금은 아들이 결혼했는데도 뻔뻔하게 찾아와서 괴롭혀?”그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변호사에게 온씨 가문에 법적 경고장을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 조수연이 박지연을 괴롭힐 때 수집한 증거들을 모두 보내줬다.박지연은 육현석이 이토록 세심하게 증거를 보관해둔 사실에 깜짝 놀랐다.“지연아, 그때 네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몰라서 관련 증거를 모두 보관해뒀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육현석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더는 참을 수 없어!”형사 책임은 지게 못하더라도 민사상 책임은 물어야 최소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 같았다.조수연이 지긋지긋했던 박지연은 육현석의 결정에 반대하지 않았다. 육현석은 박지연이 아무 말 없자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을 탓하는 줄 알고 급히 해명했다.“지연아, 내 의도를 오해하지 마. 조수연 같은 사람은 이익과 손실을 명확히 알려줘야만 물러날 거야. 그러니 이번엔 내게 맡겨줘. 응?” 육현석이 박지연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박지연이 웃으며 그의 이마를 톡 쳤다. “물론이지. 내가 아직도 온씨 가문에게 마음이 약해질 거라고 생각해?”이 말을 들은 육현석은 기분이 좋아져 박지연의 얼굴을 들어 입을 맞추려 했다.“흠!” 고은서가 헛 기침을 하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잠깐만, 2초만 기다려줘. 내가 당장 사라질게.”그러자 박지연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사라지긴 뭘 사라져? 나 위로해 주러 온 거 아니야? 그런데 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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