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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1화

화면에는 실제로 남녀가 얽혀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여자의 얼굴형은 고은서와 비슷했고 남자는 얼굴이 나오지 않았지만 체형이 송민준과 다소 비슷해 보였다.고은서는 영상 속 여자는 자신이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단지 헤어스타일과 주변에 흩어진 옷들이 그날 그녀가 입었던 것과 똑같았을 뿐이다.하지만 이 영상이 모자이크 없이 인터넷에 퍼진다면 누구나 주인공이 고은서와 송민준이라고 믿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송민준이 이 USB를 건넨 건 그녀에게 하나의 위협 요소를 제거해 준 셈이었다.그리고 이 영상에서 그녀와 닮은 사람을 일부러 찾았다는 건 그날 약을 탄 사람이 송민준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었다.몸속 깊숙이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고 고은서는 섬뜩해지는 걸 느꼈다. 그날 그 몇 시간 동안, 송민준이 만약 뭘 하려 들었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당했을 것이다.“똑똑.”그때 이미숙이 문을 두드렸다.“사모님, 방금 정리하다가 생각났어요. 오늘 사모님 앞으로 온 택배가 하나 있어요. 지금 드릴까요?”고은서가 서재 문을 열자 아줌마는 뜯지 않은 당일 배송 택배 하나를 들고 있었다. 상자에는 ‘귀중품’이라는 표시가 적혀 있었다.혹시 자신이 주문했던 하트 모양의 금팔찌가 온 걸까?곽승재가 준 그 팔찌를 곽승연이 마음에 들어 한 바람에 고은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비슷한 디자인으로 하나를 맞춤 주문해 곽승연에게서 원래 팔찌를 돌려받을 생각이었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목걸이도 함께 주문했었다.생각보다 제작 속도가 빨랐다.택배 상자를 받아 든 고은서는 아줌마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상자를 열자 정교한 검은색 벨벳 주얼리 박스가 눈앞에 드러났다. 뚜껑을 여니 안에는 상태가 매우 뛰어난 진주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고은서는 다시 한번 포장 상자를 확인했다. 그것은 자신이 주문한 주얼리숍에서 보낸 게 아니었다.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보자 고은서는 자신의 생일 다음 날 그 레스토랑에서 송민준을 마주쳤을 때 그가 선물을 준비해 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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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USB 영상은 대체 뭐야?” 고은서가 물었다. “영상 속 두 사람은 누구지?”송민준은 비웃으며 되물었다.“누구겠어?”고은서도 냉랭하게 말했다.“송민준, 나한테 숨기지 마. 저 사람은 내가 아니야. 그날 밤 넌 도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서 뭘 한 거야?”송민준은 인내심이 다한 듯 곧장 전화를 끊었다.고은서는 이를 악물고 컴퓨터 화면을 한 번 더 봤다가 USB를 거둬들였다. 적절한 때가 되면 경찰서에 넘겨 송민준의 강요 여부를 밝혀내기로 마음먹었다.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여재훈은 심각한 부상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여시은의 본모습도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에 송민준을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다음 날 고은서는 먼저 유일 투자은행으로 향했다.송민아는 손에 쥔 업무와 프로젝트가 거의 다 인계되었다며 며칠 내로 북성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고은서는 진심으로 송민아가 떠나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자신과 송민준의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도 없고 송민아만 중간에서 너무 힘들었기에 북성으로 돌아가는 게 나은 선택이라 믿었다.“결정했어? 창업할래, 아니면 계속 여유로운 송씨 집안의 공주님으로 살래?”고은서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아빠가 ST 그룹 프로젝트 부서에서 좀 더 다져보라고 하셨어.”고은서는 조금 놀랐다. 송민아는 전에 그룹 일에 손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지금은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인 셈이었다.고은서의 의아함을 눈치챈 송민아가 덧붙였다.“아빠 말로는 오빠 뜻이래. 내가 더 단련이 필요하다면서 ST 그룹은 사람 키우는 데 좋은 곳이라고. 그리고 내 신분은 그룹 사람들에게 비밀로 한다고 하더라고. 그건 나도 괜찮은 것 같아.”고은서는 송민아의 결정보다 송민준이 일부러 송민아를 그룹에 보내는 것 같아 이상했다. 그가 일부러 그렇게 안배한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송민아를 키우려는 건지 의문이었다.하지만 고은서는 굳이 송민아에게 말하지 않고 다른 걸 물었다.“떠나는 거, 주인혁한테 말했어? 걔는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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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문을 두드린 사람은 비서였다. 그리고 비서 뒤에는 송민준이 서 있었다.“고 대표님, 송 대표님께서 송민아 씨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비서가 전했다.고은서는 송민아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비서에게 먼저 일을 보라고 했다.“오빠, 왜 왔어?” 송민아가 냉담하게 물었다.예전 온라인에 온갖 스캔들이 난무할 때 송민아는 여러 번 송민준에게 연락했지만 늘 닿지 않았다. 그 때문에 송민아는 송민준에게 깊은 원한을 품었고 이후 두 남매 사이에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지금 송민준을 보자 송민아의 태도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그러나 송민준은 태연하게 말했다.“아빠가 전화하셨어. 오늘 네가 유일 투자은행에서 퇴사한다고. 혼자 짐 들기 힘들까 봐 나더러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역시 아버지의 지시였다.송민아는 여전히 불쾌한 태도로 대답했다.“오빠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난 운전기사가 있어!”송민준은 화내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 했다.“네가 직접 아빠한테 말해.”송민아는 아버지에게 전화하면 꾸지람을 들을 게 뻔해 더 대꾸하지 않고 고은서에게 말했다.“짐 챙기러 갈게.”송민아는 화가 난 채로 송민준을 밀치고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갔다.송민준은 따라가지 않고 고은서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필요 없으면 버려도 된다고. 난 그저 네게 신세 진 걸 갚고 싶은 것뿐이야. 왜 굳이 그걸 다시 보내?”고은서는 집을 나서자마자 퀵을 불러 그 진주 목걸이 세트를 송민준 회사로 급송했다.“내가 말했지, 네가 내게 빚진 거 없고 난 그렇게 비싼 걸 받을 수 없다고.”고은서의 말을 듣고 송민준은 천천히 그녀 앞에 다가왔다.고은서보다 훨씬 키가 큰 송민준은 금테 안경 너머 비웃음이 담긴 차가운 눈빛으로 고은서를 내려다보았다. 고은서는 간신히 물러서지 않고 버텼다.“송민준, 대체 뭘 하려는 거야?” 고은서가 경고했다.송민준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고은서, 고상한 척 그만해. 네가 나를 경계하면서도 친절하게 대하고 민아랑 친구도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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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말을 마친 송민아는 재빨리 차에 올라탔다.차가 점점 멀어지자 고은서 마음 한편이 텅 비어 버렸다.지난 1년 넘게 송민아는 늘 곁에 있었고 모든 일에서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송민아가 점점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했던 고은서지만 이제 그만 송민아를 떠나보내려 하니 진심으로 아쉬웠다.차 안에서 송민아는 계속해서 백미러를 응시했다. 뒤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흐릿해질 때까지 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애썼다.송민준은 그런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머리를 괴고 눈빛은 어딘가를 응시했다.한참 후에야 겨우 눈물을 참아낸 송민아가 분노에 차 송민준을 노려보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왜 은서를 해치려는 거야?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송민준은 무표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 좀 해! 벙어리야?”송민아가 소리쳤다.“왜 그런 사진들을 찍게 했고 왜 그런 영상을 녹화했어? 은서가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 약을 먹은 일도 오빠가 시킨 거지?”송민준은 송민아를 한번 쳐다보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내 일에 대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내 친구에 관한 일인데 내가 왜 알면 안 되는데?”분노에 가득 찬 송민아가 소리쳤다.“도대체 왜 은서에게 이러는 거야? 오빠 은서 좋아하잖아!?”송민준의 표정이 냉랭해졌다.“난 누구도 좋아한 적 없어.”“거짓말이야, 오빤 은서 좋아하는 거야!” 송민아가 크게 소리쳤다.“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준 작은 인형을 그렇게 소중히 여기고 내가 만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겠어?!”“오빠가 왜 그녀를 해치려 하는지 모르겠어. 속으로 무슨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장담하는데 오빠 그렇게 하면 반드시 후회할 거야!”송민아는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차 세워요. 더 이상 오빠랑 같은 차를 타고 싶지 않아요. 내려주세요!”운전기사는 송민준을 한번 쳐다보며 망설였다.송민준은 무표정하게 말했다.“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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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방 안에는 고은서가 약속한 기자들은 없고 여시은만 버젓이 앉아 있었다.고은서의 얼굴은 즉시 싸늘해졌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여시은은 눈을 깜빡이며 애처롭게 말했다.“은서야, 우리 사이에 오해가 너무 많았어. 오늘은 너한테 설명하려고 직접 왔어.”고은서는 비웃으며 말했다.“우리 사이에는 더는 할 말이 없어.”말을 마친 고은서가 돌아서 나가려는데 옆 가림막에서 갑자기 두 명의 날렵한 몸놀림의 남자들이 나타나 그녀의 길을 막았다.이 방으로 오려면 작은 대기실을 거쳐야 하는데 고은서가 나가서 경호원을 부르기도 이미 늦었다.그래서 고은서는 자기 절로 있는 힘껏 그들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상대는 이미 준비되어 있던 무언가를 그녀의 얼굴에 뿌렸다.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고은서는 곧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저항할 힘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남자들은 고은서를 끌고 다과상 옆에 앉혔고 그녀의 가방을 빼앗아 내용물을 다 테이블 위에 쏟았다.휴대전화와 일상용품 외에 녹음기와 USB 하나가 떨어졌다.여시은은 그것을 보고 손을 뻗었다.“내 물건 건들지 마!” 고은서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약효 때문에 힘이 빠진 고은서의 분노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여시은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고은서의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녹음 중이던 녹음기를 껐다. 그리고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준비를 꽤 철저하게 했네. 뭐, 내게 불리한 말을 녹음하려던 거야?”고은서는 빼앗아 내고 싶었지만 힘이 빠져 분노의 눈길로 여시은을 응시하기만 할 뿐이었다.“내가 부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고은서가 저항할 힘이 없는 것을 본 여시은은 두 남자에게 그녀를 의자에 묶으라고 시켰다.고은서가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여시은은 남자 둘을 물러나게 하고 문 앞을 지키라고 하면서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여시은, 도대체 무슨 짓이야? 이건 납치야!” 고은서가 분노하며 경고했다.하지만 여시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끓고 있는 주전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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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고은서는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제지하고 싶었지만 묶여 있는 상태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기에 자신이 힘들게 수집한 증거들이 눈앞에서 파손되는 걸 그저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제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자!”여시은은 그러다가 다시 고은서에게 물었다.“소감이라도 발표할 수 있도록 기자 불러줄까? 어떻게 나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는지 말할래?”그러자 고은서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답했다.“여시은, 이 나쁜 계집애! 이미 기자들까지 매수해 둔 거였어?”여시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수건에 자기 손을 닦았다.“그저 돈을 좀 썼을 뿐이야. 그러니까 바로 내 말만 듣더라고?”그 말에 고은서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쿠아를 오랫동안 학대한 것도 모자라 결국에는 익사시켰지? 난 네가 얼마다 변태적인 사람인지 사람들에게 반드시 밝힐 거야! ”그러자 여시은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착한 척하기는, 고작 고양이 한 마리가 죽은 걸로 왜 이렇게 오버야?”그리고 집게로 끓는 물 안의 USB와 녹음 펜을 꺼내더니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아쉽네, 네가 어렵게 수집한 증거들일 텐데.”“그런데 고양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하면 내가 바로 재연해 줄 수도 있는데, 한번 볼래?”말을 마치자마자 여시은은 가방에서 시들시들해 보이는 고양이 한 마리를 꺼냈다.한눈에 봐도 쿠아랑 나이가 비슷했고 너무 말라서 뼈가 앙상해 보였는데 털도 뒤엉킨 채 두려움에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그러나 여시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에서 다시 눈썹 칼 하나를 꺼냈다.“뭐 하는 거야?”고은서가 다급하게 묻자 여시은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답했다.“쿠아의 발이 왜 다쳤는데 보여주겠다니까?”순간 고은서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설마 쿠아는 사고가 난 게 아니라 네가 일부러 칼로 그었던 거야?”“내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고양이가 어떻게 너한테까지 도망갔겠어?”“이 변태야! 넌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고은서는 참지 못하고 여시은한테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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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고은서는 새끼손가락의 반지를 어루만지다가 문득 멈추고 그녀에게 되물었다.“무슨 조건?”순간 여시은은 또다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이따 풀어주면 이 칼로 고양이를 찔러봐. 난 보호하는 척할 테니까.”“진짜로 고양이를 찌를 건지는 네가 알아서 하면 되는데 무조건 리얼해 보여야 해.”여시은은 품 안의 고양이를 어루만졌지만 사실 고양이 턱 아래에 눈썹 칼을 대고 있어서 그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찔려 죽을 수 있는 상황이다.사실 고은서도 이런 영상을 찍으라고 한 원인이 그때 가서 이걸로 자신을 협박하거나 인터넷에 퍼뜨리려는 목적인 걸 잘 알고 있었다.역시나 영악한 여자다. 순간 고은서는 당장에라도 달려가 여시은이 손에 들고 있는 칼을 뺏고 싶었다.그러다가 문득 그녀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시은은 사실 지금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고 칼을 뺏는 도중에 고양이가 찔리게끔 하려는 것이다.그리고 사람들에게는 고은서가 분노를 참지 못해 고양이를 살해한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이고.순간 여시은의 이런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왜, 싫어?”여시은이 모르는 척 되물었다.“넌 착한 사람이잖아. 연기 한 번으로 고양이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데 뭘 고민하는 거야?”그러자 고시은이 발끈해서 소리쳤다.“여시은, 지금 단순히 연기시키려는 게 아니잖아. 내가 칼을 쥐는 순간 넌 이걸 몰래 찍어 기자들한테 넘기려고 그러지!”그러자 여시은이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네? 그래서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여시은은 칼을 다시 고양이에게 가까이 대며 금방에라도 찌르는 시늉을 했다.“할게!”고은서가 이를 악물고 답하다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내가 지금 일어날 힘도 없어서 말이야?”“그건 걱정하지 마.”여시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넌 그저 잠시 힘이 빠졌을 뿐, 시간도 꽤 흘렀는데 아마 지금쯤은 괜찮을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여시은은 문지기 한 명에게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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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소란스러움에 웬 두 명의 남자가 빠르게 여시은을 도와주려고 그들 쪽으로 달려왔다.그러나 고은서는 재빨리 여시은의 손에서 고양이를 뺏은 다음 냉큼 문 쪽을 향해 뛰어갔다.순간 쎄한 느낌에 여시은이 큰 소리로 두 남자에게 외쳤다.“빨리 저 여자를 막고 고양이를 뺏어!”남자가 고은서에게 달려가려는 이때, 건장해 보이는 두 명의 경호원이 룸의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그리고 안에 있던 남자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한 경호원이 눈앞에 있던 남자 한 명을 단번에 제압한 뒤 손을 묶었고 또 다른 남자에게도 빠르게 달려가 핸드폰을 뺏은 뒤 발로 있는 힘껏 차버렸다.그렇게 두 남자는 순식간에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고은서는 고양이를 안은 채 문밖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들어오세요!”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이 각자 자기 카메라를 들고 들어오더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여시은을 찍기 시작했다.“누구세요! 왜 이러는 거예요!”여시은은 울부짖으면서 빠르게 자기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그러나 이미 특종 냄새를 맡은 기자들은 하이에나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어 왜 고양이를 학대했는지, 어릴 때 무슨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재벌 집 딸이면서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등등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냈다.그러자 여시은은 애써 못 알아듣는 척, 소리를 질렀다.“당신들은 전부 고은서가 보낸 사람들이죠? 그래서 지금 일부러 저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는거 제가 모를 줄 알아요?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두고 보자고요!”“걱정하지 말아요. 여시은 씨가 칼로 고양이를 학대하려고 할 때부터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거의 도착했겠네요.”그중 기자 한 명이 말했다.“그러게요. 뒤에서 이런 악랄한 짓은 혼자 다 했으면서 앞에서는 모르는 척, 착한 척! 너무 역겨워요!”옆에 있던 다른 기자도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비웃었다.그러자 여시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당황한 얼굴로 그들에게 되물었다.“칼이라니요? 그리고 제가 언제 학대했어요? 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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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여시은의 목소리에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은서, 내가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도록 일부러 유도한 거지!”그녀는 한껏 날이 돋친 채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이런 식으로 날 모함하고 내가 인터넷에서 욕먹게 하려는 게 네 계획이잖아!” 고은서는 사실 여시은이 지금 일부러 경찰들 앞에서 자신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혹시나 충동적으로 공격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이 피해자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여 고은서는 애써 화를 참고 차분하게 답했다.“내가 무슨 유도를 했다는 거야? 오늘 찻집에 간 건 단지 기자와 고양이 학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지, 당신이 어떻게 그곳에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몰랐거든?”“그리고 내가 들어가자마자 너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날 못 가게 막더니 내 물건까지 훼손하고 심지어 내 눈앞에서 고양이도 학대했잖아!”고은서는 차가운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여시은, 넌 대체 무슨 낯으로 내가 앞뒤 다르다는 말을 할 수 있어? 네가 한 짓들을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다 보게 되었는데? 어떤 죄명이라도 발뺌할 생각하지말고 죗값 톡톡히 받아!”그 말에 여시은이 다시 발끈했다.“내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영상을 찍은 것도 모자라 그걸 사람들에게 공개했지? 초상권 침해로 나도 널 고소할 거야!”그러자 고은서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난 단지 네가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몇몇 기자들을 옆방에 불러 소형 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라고 부탁했을 뿐이야.”“이건 기자들도 동의했어. 못 믿겠으면 나한테 통화 기록도 다 남아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고은서는 여시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모습을 보더니 더욱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그런데 나는 룸 안에 있던 사람이 너로 바뀔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그 뒤로 들어가자마자 네 부하들한테 제압당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내가 아무리 네 초상권을 침범했다고 해도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 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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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차 안.곽승재는 의약 상자에서 연고를 꺼내 조심스럽게 고은서의 손목 상처에 발라주었다.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상처가 깊지 않았는데 아까 여시은이 고양이를 다치게 하려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발버둥 치면서 쓸린 것 같았다.“여기는 어떻게 왔어?”이번 일은 곽승재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호원에게도 보고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는데 그가 대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을까 싶었다.그러자 곽승재가 덤덤하게 답했다.“며칠 전에 네가 여시은 씨한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게 걱정되더라고. 그래서 사람 붙여서 널 감시하라고 했지.”‘어쩐지.’곽승재는 말을 마치자마자 약을 다 발라준 뒤 가볍게 호호 불어줬다.알싸한 연고가 그의 입김을 따라 피부에 스며들면서 시원해지더니 손목의 통증도 점차 가라앉는 것 같았다.“은서야, 굳이 네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시은 씨 가면을 벗겨낼 필요는 없잖아.”곽승재가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에 고은서는 살짝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지만 애써 괜찮은 척 팔목을 돌리며 답했다.“난 괜찮아.”“여시은은 워낙 교활한 사람이라 내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쉽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고.”그러나 곽승재는 여전히 그녀가 위험해 보였다.“아까는 네가 상황이 위험하다고 느꼈을 때 바로 경호원을 불러야 했어. 혹시나 여시은 씨가 순간적으로 눈이 돌아 너한테 더 심한 행동을 했으면 어쩔 뻔했어?”그러자 고은서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치켜들고 답했다.“내 비밀 무기인데 여기에 스위치가 있거든? 이것만 누르면 밖에 있던 경호원이 신호를 받고 바로 들어올 수 있게 준비해 뒀다고. 난 절대 쉽게 당하지 않아!”역시나 여시은을 상대하기 위해 고은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뒀다.그리고 며칠 전부터 여시은의 주의를 끌기 위해 그녀는 애견숍과 동물 병원에 다니면서 증거들을 모으는 척 행동했지만 쓸만한 게 별로 없었고 일부러 기자들에게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고 발설한 뒤 비밀을 지키라고 주의를 줬다.이러면 여시은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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