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서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곽승연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곽승연은 원래 송민아처럼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아무 걱정 없는 곱디고운 부잣집 아가씨로 살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버지의 동행을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었다.고은서는 곽승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너희 아빠는 화내지 않으실 거야. 승연아, 우리는 다른 사람의 요구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 상대가 아빠라고 해서, 갑자기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고마워해야 하는 건 아니야. 네가 불편하면 거절해도 돼. 걱정할 필요도,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어.”고은서의 말을 들은 곽승연의 얼굴이 그제야 조금 편안해졌다. 그녀는 동경의 눈빛으로 고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언니는 정말 대단해. 아는 게 정말 많아.”“...”뜻밖의 칭찬에 고은서는 조금 민망해졌다.곽승연이 병을 앓으면서 오랫동안 무시당하여 왔다는 걸 알고 있는 고은서는 다시 다정하게 격려했다.“승연아, 너도 정말 대단해. 예쁘고, 얌전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나뭇잎이랑 깃털로 예쁜 액자도 만들 줄 알잖아. 그리고 넌 남을 잘 챙겨. 할머니가 아프실 땐 뵈러 가고, 엄마가 속상할 땐 위로도 해주고. 남 부러워할 것 없어. 넌 너 자체로 이미 충분히 훌륭해.”역시나 고은서의 칭찬을 들은 곽승연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정말이야?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만큼 똑똑하지도 못하고 대학에 정식으로 다닌 적도 없어. 다른 집 자식처럼 아빠 엄마를 자랑스럽게 해줄 수도 없잖아.”곽승연은 여전히 의기소침해 보였다.곽승연의 기분이 금방 바뀌기는 어렵다는 걸 아는 고은서는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건넸고 그제야 곽승연의 기분이 완전히 좋아졌다.고은서의 팔을 끌어안고 소파에 앉은 곽승연은 살짝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언니, 언니가 우리 새언니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매일 언니랑 같이 있을 수 있을 텐데.”고은서는 웃으며 물었다.“이 말 누가 가르쳐줬어?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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