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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1021 - Chapter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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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말하면서도 강하리는 자신이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미소는 몇 초도 유지하지 못한 채 굳어버렸고 그녀는 도망치듯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았다.“더 이상 날 쳐다보기도 싫은 거야?”남자의 손가락에 얇게 박힌 굳은살이 강하리의 턱 피부를 찌르는 듯했다.문득 모든 게 갑자기 우스꽝스러워졌다.‘울며불며 이혼하지 않겠다고 소란을 피워야 하나. 그렇게 애원해야만 이 이혼이 없었던 일이 될까.’그녀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애원하지 않았던가.몇 번이고 이 남자를 위해선 아무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힘든 건 그녀의 마음뿐이었다.“구승훈, 좋게 끝내자. 지금 와서 이런 말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구승훈의 눈동자가 검게 가라앉고 입꼬리가 움찔하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가 말했다.“같이 밥이라도 먹을까? 이혼도 했는데 저녁 한 끼 어때?”강하리는 그의 손가락을 떼어냈다.“됐어, 두 사람 데이트 방해하지 않을게.”강하리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구승훈은 어느새 법원 앞에 나타난 임희주를 발견했다.하지만 구승훈은 상대를 끌어당기며 놓아주지 않았다.“놔!”강하리의 얼굴이 다소 창백했다.어젯밤 임희주와 그런 통화를 나눈 후로 다시는 그런 괴로운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구승훈은 고개를 돌려 임희주를 바라봤다.“임 선생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잘만 찾아오네.”임희주는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승훈 씨, 오늘 드레스 사러 가자면서요?”구승훈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강하리를 옆으로 끌어당겼다.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고 강하리도, 구승훈도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갑자기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다.시선을 내려 휴대폰을 확인하니 화면 위에 ‘선배’ 두 글자가 나타났다.“할 말 없으면 이만 가볼게.”하지만 구승훈이 단숨에 그녀를 붙잡았다. 이대로 놓치면 그녀가 자기 삶에서 영영 사라질까 봐 두려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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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강하리는 오후에 사무실 대신 심씨 가문으로 갔다.그녀가 전화를 걸었던 탓인지 심씨 가문 사람들은 웬일로 모두 집에 와 있었다.연말이라 발붙일 틈도 없이 바쁜 진태형도 보이자 안으로 들어서던 강하리가 멈칫했다.“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심문석은 찡그린 얼굴로 불쾌함을 내비쳤고 백아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심금천과 진태형도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심준호만 유일하게 웃으며 말했다.“다 끝났어?”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다들 걱정하게 해서 죄송해요.”“그런 말 하지 마!”심문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바보 같은 것, 우리는 그동안 구승훈이 찾아와서 제대로 설명하길 기다렸는데 너 그놈한테 얘기를 전달하긴 했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속상한 듯 말했다.“증조할아버지, 죄송해요.”심문석은 기가 막혔다.“내가 네 사과 듣자고 이러는 것 같더냐? 왜 이 지경이 됐는데도 구승훈 그 망할 놈을 싸고도냐는 말이다! 하리야, 넌 내 귀한 자식인데 왜 그런 서러움을 당하고만 살아.”꾹 참고 있던 강하리는 심문석의 말에 마침내 무너져 내렸고, 심준호는 한숨을 내쉬며 다가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에게 안기는 순간 강하리는 목 놓아 울었다.“내가 구승훈 그 자식을 가만히 두나 봐라.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우리 하리가 뭐가 부족해서!”화가 난 심금천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밖으로 나가려 하자 강하리가 황급히 그를 불렀다.“할아버지, 가지 마세요.”심금천은 여전히 분노가 가시지 않았다.강하리가 다가가서 심금천의 팔을 끌어당겼다.“이제 다 끝났어요. 그럴 필요 없어요.”심문석은 화가 난 얼굴로 강하리를 노려보았다.“그래, 끝났으면 올라가서 쉬어. 얼굴이 무슨 종잇장처럼 허옇게 질려선.”강하리는 웃으며 백아영 곁으로 달려갔다.“할머니, 저 배고파요.”백아영은 뭐라고 하려다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래, 조금만 기다려. 할머니가 밥해줄게.”강하리는 오후 내내 잠을 자다가 저녁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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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파티장.강하리는 파티장 안으로 들어선 뒤 이내 파티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이곳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게 단조롭고 지루한 화면으로 보여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심씨 가문은 줄곧 비즈니스 협회 파티의 중심이었다.강하리와 심준호는 입장하자마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강하리는 내내 무심한 표정이었다.심준호가 간단히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조용한 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다.“포기 못 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데려와. 네가 오라고 한마디만 하면 구승훈이 당장 달려올 거야.”강하리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아니요. 포기를 못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좀 불편해서요.”“고집부리긴. 좀 불편한 게 아니라 매우 불편해 보이는데? 그게 아니면 애초에 이혼 소송을 하겠다고 울지도 않았겠지.”강하리는 여전히 호텔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모르니까 이혼으로 끝내려고 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늘 비극이니까.”심준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러고 왜 소송 취하했어? 연성에서 구승훈이 또 뭐라고 했길래 넘어간 거야?”강하리는 한참 동안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냥 그 사람이 불쌍해서요. 삼촌, 저 한심하죠?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 사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밖에 못 해요.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그러자고 했고, 매일 임희주와 붙어 있어도 참았어요. 근데... 너무 괴로워요.”심준호의 눈빛에는 아픔이 가득했다.그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강하리가 방금까지 짓고 있던 상심한 표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기운 차리는 모습을 보았다.“그래도 걱정 마요. 난 이대로 나약하게 무너지지 않아요. 구승훈에게 아무 짓도 안 한다고 해서 임희주에게 당하고만 있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뒤에서 그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주면 그만이죠. 임희주도, 여초연도 마음 놓고 상대할 수 있게.”심준호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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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구승훈은 이미 어느새 그녀를 깊은 골목으로 인도하고 있었다.바깥 상가의 번잡함도, 파티 때문에 높아졌던 소음도 해일처럼 사라진 듯했다.조용한 골목에서 임희주는 우뚝 걸음을 멈췄다.“어디로 가는 거예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구승훈의 사슬 같은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숨 막힐 듯한 질식과 무력감, 공포가 동시에 그녀를 덮쳤다.구승훈의 검은 눈동자엔 감추지 못한 형형한 살기가 일렁거렸다.임희주는 심장이 철렁했다.‘구승훈이 발작을 일으키는 건가?’아니,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오늘 밤에 오기 전에 구승훈은 완화 약물을 주사했으니까.하지만 구승훈의 이 모습은 분명 발작이 맞았다.그녀가 구승훈에게 손을 놓으면 증상을 완화해 주겠다고 말하려는데 목을 감싸고 있던 손이 더더욱 조여와 더 이상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임희주는 그때 처음으로 죽음이 이렇듯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발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곧바로 구승재가 준봉과 함께 이쪽으로 달려왔다.구승훈의 표정은 더욱 굳어져만 갔다.구승재와 준봉도 그를 말릴 수 없었다.구승훈은 여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친 뒤 그녀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손을 짓밟았다.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구승재가 눈치를 주자 준봉은 그제야 구승훈을 말리며 그를 밖으로 끌어냈다.반면 구승재는 몸을 굽혀 임희주를 일으켜 세웠다.임희주의 눈에 비친 공포가 여실히 드러났다.“임 선생님, 괜찮아요? 병원에 데려다줄까요?”임희주는 목이 너무 뜨겁고 아파서 말 한마디도 못 한 채 멍하니 구승재만 바라보았다.구승재가 미간을 찌푸렸다.“형 상태가 또 심각해진 거죠? 어휴, 언제쯤 증상이 완화될지 모르겠네요. 이대로 가다간 임 선생님이 우리 형 옆에 있으면 시시각각 목숨이 위태롭지 않겠어요?”구승재는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말을 덧붙였다.“참, 시간 없으니까 병원 데려다줄 차 부를게요. 준봉이 혼자서 형 감당할 수 없을 테니 전 형한테 가볼게요.”말하며 구승재는 전화로 차를 부르고는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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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강하리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지고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구승훈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리지는 않았다.아무리 구석이라도 파티장이라 시끄러웠고 심준호가 몰래 녹음한 것이니 더더욱 그러했다.하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형...”구승재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형수님하고 화해하면 안 돼? 두 사람 이러지 마. 형수님은 형을 사랑하고 있어.”구승훈은 손가락으로 휴대폰 속 사진을 휙휙 넘겼다.하리의 웃는 얼굴, 연정이의 미소가 이젠 그에게 바랄 수 없는 사치가 되었다.“알아.” 그가 말했다.어떻게 강하리의 마음을 모를 수 있겠나.강하리는 그를 원망하지만 결국엔 너그럽게 감싸주었다.마음이 너무 여렸다.대체 왜 한심할 정도로 그렇게 여린 건지.그가 계속해서 상처를 주고 심지어 결혼식 때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기까지 했어도 강하리는 여전히 그의 앞에서 마음이 약해지며 그를 안쓰럽게 여겼다.연성에서 돌아와 술집에 간 날, 그녀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받아들이기로.혼인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이혼을 선택할지 온전히 감당하려 했다.그래서 이기적이지만 그녀와 같은 호적에 남아있으려고 했다.그러면 모든 일이 해결되어도 강하리는 여전히 그녀의 아내이고 조금만 공을 들여 그녀를 달래기만 하면 다시 예전처럼 부부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강하리도 고통스러울 거라는 걸 간과했다.당연한 듯 그가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강하리는 그저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이 그녀에게 어떠한 고통인지 몰랐다.거듭 임희주와 함께 나타나는 그의 모습을 볼 때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까.결국 남자는 그녀를 놓아주었다.“계속 이기적으로 행동할 순 없어.”크리스마스, 그의 생일.구승훈은 차창을 내렸고, 드물게 찾아온 내면의 평화를 느끼며 한참 동안 바깥에 흩날리는 눈송이를 바라보았다.‘하리야, 자기야, 잘 지내.’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땅에 닿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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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상대가 피식 웃었다.“그럼 임 선생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임희주는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마스크를 옆으로 던져 버리고 옆에 있는 보관함에서 여성용 담배 한 갑을 꺼냈다.달칵. 라이터 불빛이 차 안을 비추자 모자가 벗겨지면서 웨이브 머리가 흘러내렸다.천아름은 목을 가다듬고 휴대전화를 들었다.“누나.” 저쪽에서 구승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됐어? 다친 데는 없지?”천아름은 새빨간 입술을 끌어올렸다.“아가, 날 뭐로 보는 거야.”구승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으면 됐어. 오늘 일은 고마워.”천아름은 담배를 들이마시고 부드럽게 숨을 내쉬었다.사람을 홀릴듯한 목소리가 들렸다.“구승재, 말로만?”구승재는 멈칫하며 문득 그날 밤 맞댔던 말랑한 입술이 떠올랐다.그날 천아름은 별을 보러 가자고 했는데 B시 같은 곳에서 별이 보일 리가 없다.하지만 시원한 밤바람과 반짝이는 불빛을 보니 정말 별을 본 것 같았다.그동안의 우울했던 기분도 한결 풀려갈 때쯤...“예뻐?”당시 천아름이 그의 귓가에 이렇게 물었다. 정말 술에 취했었는지, 아니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을 잃었는지 천아름의 손가락이 갑자기 그의 입술에 닿았을 때까지도 그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입술이 다가와 있었다.살짝 닿았다가 이내 멀어졌지만 그날 밤 심장이 요동쳐 잠들 때까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그 후 며칠 동안 그는 다시 만나면 어색할 거란 생각에 천아름을 피해 다녔는데, 정작 다시 마주쳤을 때 천아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구승재는 문득 천아름이 그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미친 것 같았다.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오늘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려 했는데 천아름이 먼저 말을 꺼냈다.“형한테 밥 사라고 할게.”정신을 차린 구승재가 말하자 전화기 너머 천아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왜, 내가 또 너한테 키스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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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구승훈은 바지에 크림을 잔뜩 묻혀놓은 꼬마 녀석을 내려다보며 마음이 녹아내렸다.허리를 숙여 연정이를 안아 든 그가 크림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뽀뽀를 해줬다.가정부가 나와서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연정이가 먹던 케이크를 가져가더니 아이의 손을 닦아주었다.“대표님, 옷 갈아입고 오세요. 저녁 준비 곧 끝나요.”짧게 대꾸한 구승훈의 시선이 방 곳곳을 훑어보았다.보고 싶은 사람이 보이지 않자 형언할 수 없는 실망감이 밀려왔다.가정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사모님께선 저와 아가씨를 여기로 데려다주고 가셨어요. 아가씨랑 함께 생일 보내라고 말씀하셨어요.”구승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휴지로 연정이 얼굴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었다.“다른 말은 안 했나요?”가정부가 웃으며 답했다.“맛있는 음식 많이 하라고 하셨어요. 대표님 건강을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았어요.”“그래요?” 구승훈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 사람 최근에... 주해찬과 자주 연락합니까?”가정부가 멈칫했다.“주해찬 씨는 해외로 가지 않았나요? 돌아왔어요?”구승훈의 입꼬리가 남몰래 올라갔다.서산 퍼스트 빌리지에 웬일로 사람 냄새가 났다.강하리는 차에 앉아 저 멀리 별장의 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쉬지 않고 울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자기야, 나와서 한잔해.”입술을 달싹이던 강하리는 사실 나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돌아가면 잠을 못 이룰 것 같아서 그냥 나갔다.술을 마신다고 하지만 손연지는 손에 음료를 들고 있고, 평소 술에서 손을 떼지 않던 천아름도 오늘은 음료만 홀짝이니 강하리가 웃으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야?”천아름은 눈썹을 치켜뜬 채 그녀를 바라보며 음료를 손에 쥐어줬다.“자, 취하기 전엔 집에 안 가.”강하리가 손연지와 잔을 부딪쳤다.“대단하신 천아름 디자이너님께서 무슨 일이지?”손연지는 고개를 저었다.“며칠째 이러고 있어. 넌 어때? 구승훈이랑 아직도 그래? 그 개자식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강하리는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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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강하리가 웃었다.“싱글인 여자에게 커리어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 근데 우리 천아름 디자이너님을 모시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단 말이지.”주얼리 업계에서 천아름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했다.게다가 그녀 본인의 브랜드도 있었기에 그런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자신이 데려올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천아름은 잠시 침묵했다.“생각해 봐야겠어. 며칠 후에 대답해 줄게.”강하리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세 사람이 술집에서 나왔을 때는 자정이 가까워졌다.밖에는 여전히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강하리는 차에 앉아 가정부가 휴대폰으로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케이크 앞에서 구승훈은 연정이를 안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그녀는 조용히 대화창을 끄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여초연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임희주는 여초연보다 강하리의 연락이 먼저 올 줄은 몰랐다.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결국엔 받았다.“강하리 씨, 무슨 일이죠?”임희주의 목소리는 병원 앞 카페에서 말할 때처럼 언제든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임 선생님, 나와서 얘기 좀 해요.”강하리의 목소리도 임희주와 비슷하게 들렸지만 다른 점이라면 그녀에겐 고고함이 배어 있었다.그녀야말로 대결에서 이긴 승자 같았다.임희주는 이를 살짝 갈았다.그녀는 심씨 가문 아가씨고 진태형의 유일한 딸이다.구승훈이 없어도 여전히 B시 전체가 부러워하는 공주님이다.임희주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질투, 원망 같은 것들. 왜 상대는 태생부터 타고났는데 그녀는 자유조차 바랄 수 없는 것인지.하지만 뭐라 해도 지금 구승훈은 그녀의 곁에 있지 않나.“강하리 씨,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신 거죠? 구승훈 씨요?”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 “아니, 당신 얘기요.”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지만 길거리에는 여전히 커플들이 오가고 있다.강하리는 길가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 우유 한 잔을 주문했다.따뜻한 우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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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임희주의 입술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강하리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도와준다고?’임희주는 차갑게 비웃었다.“강하리 씨, 승훈 씨한테서 날 떼어놓으려는 건가요?”강하리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한번 시선이 그녀의 손으로 향했다.“이미 그쪽이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요.”임희주는 이를 악물고 최대한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하지만 남에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느낌이 무척 역겨웠다.“떠나고 싶은 건 맞는데 제가 왜 구승훈을 놔두고 그쪽을 믿겠어요?”강하리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믿지 않아도 돼요. 나도 강요할 생각 없으니까. 당신이랑 구승훈 사이도 딱히 관심 없어요. 하지만 날 건드리진 마요. 안 그럼 구승훈이 당신을 지켜줘도 난 여전히 당신을 이곳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임희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강하리 씨, 구승훈 씨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요!”강하리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당연히 알죠. 안 그럼 그쪽이 어떻게 구승훈 옆에 붙어 있겠어요? 하지만 임희주 씨, 생각 잘해요. 당신이 B시에서 멀쩡히 지낼 수 있는 건 단지 구승훈을 돕고 있다는 이유 하나뿐이에요. 그러니 얌전히 구승훈에게 협조해요. 안 그럼 여초연이나 구승훈이 움직이기 전에 나와 심씨 가문이 당신 절대 살아서 B시 못 나가게 할 테니까. 구승훈에게 순순히 협조하면 우리도 여초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도와줄게요. 생각 잘해봐요.”말을 마친 강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그제야 임희주는 강하리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내키지 않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강하리 씨,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모르겠어요? 지금 구승훈 씨 옆에 있는 사람은 저예요. 당신이 뭔데 사모님 행세를 하면서 날 협박해요?”강하리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나가는데 뒤이어 임희주의 말이 들렸다.“나랑 구승훈 씨가 이미 잤다고 하면 믿겠어요?”강하리의 걸음이 우뚝 멈추고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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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주해찬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됐어, 들어가. 며칠 뒤 동창회에서 보자.”강하리는 주해찬이 떠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다가 뒤돌아 위층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현관에 연정이를 안고 서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연정이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구승훈은 불붙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연정이를 안고 있었다.강하리는 멍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구승훈이 이 시간에 연정이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다.그런데 구승훈은 그녀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방금 데이트하고 왔어?”그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이 강하리의 손에 들려 있는 가방으로 향했다.“내가 주는 선물은 안 받으면서 다른 사람이 주는 선물은 받네?”강하리는 구승훈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다가가 연정이를 안으려 했지만 구승훈이 피했다.“깨지 않게 내가 안고 들어갈게.”강하리가 그를 흘겨보았다.“굳이 한밤중에 데리고 올 필요는 없었어.”“아주머니가 요리하다 데어서 연정이를 돌보기 불편해.”강하리가 얼굴을 찡그렸다.“많이 다치셨어?”“심각한 건 아니지만 며칠은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연정이를 심씨 가문에 며칠만 맡겨두는 게 어때?”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구승훈이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자 구승훈은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왜, 난 이제 강 대표님 집도 못 들어가나?”강하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문을 열었다.방 안의 불이 서서히 켜지고 구승훈은 문 앞에 서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는 외투를 벗고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주해찬이 준 선물은 현관에 있는 캐비닛 위에 올려놓은 채.구승훈은 그것을 보고 손을 뻗어 가방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강하리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현관에 서 있었다.“연정이 침대에 눕히고 그만 가.”하지만 구승훈은 문에 기대어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내 슬리퍼 어디 있어?” 강하리는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씩씩거리며 신발장에서 슬리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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