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워!”강하리가 갑자기 앞쪽을 향해 소리쳤다.준봉이 급정거로 차를 세우자마자 이내 뒷좌석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강하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서두르지 마. 조심해야지!”구승훈은 그녀의 하이힐을 신은 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그 뒤를 따라나섰다. 언제든 그녀를 보호할 태세를 취했다.가까이 다가서자 그는 강하리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인사했다.“아버님.”지난번 요양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진태형은 구승훈에게 어느 정도 불만이 있었다.진태형은 구승훈이 강하리의 허리에 두른 손을 힐끔 보며 콧방귀를 뀌고는 그를 무시했다.“아빠!”이번에는 강하리가 불렀다.“그래!”진태형은 부드럽게 대답하며 강하리를 향해 팔을 벌렸다.강하리는 그대로 달려들어 안겼다.구승훈은 품이 텅 비자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기분이 답답했던 하지훈은 이 장면을 보자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헐, 하하, 네 꼴을 보니 내 마음이 편안해지네.’하지훈은 의기양양해서 구승훈을 향해 눈썹을 찌푸리며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구승훈을 훑어보았다.구승훈은 이를 악물고 그를 쳐다보다가 다시 진태형에게 말했다.“아버님,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요.”“네, 아빠 들어가요.”진태형은 그저 고개를 저었다.“그냥 네 얼굴 보러 왔을 뿐이란다. 난 다른 데도 가봐야 해.”강하리와 구승훈이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아마도 진태형이 가려는 곳이 어딘지 대번에 알 것 같았다.“아버님, 제가 하리랑 같이 갈게요.”진태형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지난번 구승훈이 강하리를 미끼로 삼았던 일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결국 하리와 함께 끝까지 갈 사람은 구승훈이다. 아버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녀와 좀 더 오래 보내는 것 뿐이다.세 사람이 함께 가기로 결정되자 구승훈은 옆에 서 있던 조시욱을 쳐다보았다.조시욱은 그의 뜻을 알아채고는 몇 걸음 옆으로 물러섰다.“여재천은 비록 목숨은 건졌지만 깨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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